Posted by 나즈키

2010. 6. 21. 21:00 동방/메모

메모

옆집에서 못을 박고있다

현재시간 21시 00분
Posted by 나즈키



얍, 축설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신랑!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요!

짧은 글이고 별로 내용도 없습니다.

그리고 긴장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부디 ㅠㅠ..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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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편입니다.

상중하 세 개로 나뉘어 있습니다.

원작자의 허가는 받지 않았습니다.

출처는 창상화입니다.

중, 하편은 가까운 시일 안에 올라갑니다.

사실 번역은 다 했는데 한 번 훑어보기 귀찮아서 일주일 째 방치중입니다.

ㅈㅅ...
Posted by 나즈키
그녀는 조용히, 그치만 확실히 말했다.

"바다에 가겠어."
Posted by 나즈키
굳이 이걸 올리는 이유는 황프쪽 다운이 지금 다 먹통이 되서..

그럼 업로드합니다.


변경점

- 대량의 버그수정 밸런싱 조정 등이 있었다네요

...?! 이걸로 끝낼 셈이냐? 진짜?

확인한걸론

 - 파츄리 스펠 현자의 돌이 조금 더 화려하게 발동됩니다
 - 아야의 환상풍미 이펙트가 변경되었습니다.

끗.

다른건 다른 유저들이 잘 정리해서 올려주실거예요.
Posted by 나즈키
 "하아... 하아..."

 그녀로선 이 숲은 처음이었다. 마을에서 그리 멀지 않지만 너무나 울창한 숲이었고, 식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라도 희생하는 이기적인 생물이 되어있었다. 숲은 다리를 거는 나무들, 향을 독으로 바꿔 뿜는 꽃들 투성이라 한 손으로 입을 막고 한 손으로 가지를 쳐내며 나아가야 하는, 평소에 보던 식물의 이미지와는 다른 상태였다. 그런 숲에 어째서 오게 되었는고 하니 평소에 약초를 캐다 주던 주민이 삼일 전 요괴의 습격을 받아 이승을 하직했기 때문이다.

 "큭, 이걸로도 안 된다면... 아니, 아직이야!"

 이승을 하직, 이라는 부분이 소녀에게는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지만 어쨌든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건 사실이다. 마을에선 그 약초꾼 대신에 일할사람을 찾거나 또는 자연히 만들어지겠지만 손 놓고 기다리기엔 그녀의 삶이 워낙 빡빡했다. 그러니까 그녀는 여기, 마법의 숲까지 내려오게 된 것이다.

 "푸하, 모르겠다. 이제 될 대로 되라."

 그런 숲에 들어와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 집 앞에서 우연히 엿보게 되어버린 소녀 하나가 미친듯이 영력을 소비하더니, 저렇게 대자로 뻗어버리는 것이다.
 그녀로선, 이해할 수 없었다. 
 너무나 단순한 문제를 놓고 고민하는 저 서니 블론드의 소녀를.

 "아- 아, 어째서 12연속으로 쓸 수 없는걸까. 마스터스파크."

 간단하잖아, 이 세계가 그렇게 만들어져 있으니까.
 간단하잖아, 네 노력이 무의미한 노력이니까.
 그렇게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녀로선 앞으로 나아가기에도 굉장히 애매한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그건 처음부터 저 소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뜻이 되고 자신은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호기심을 억누르고 돌아섰다.

 우지끈.

 세상의 신은 공평하다. 주인공이 조용히 지나가려고 맘 먹고 돌아서면 꼭 발치에 무언가를 놓아둔다. 언제나 어디서나 어떻게든 이 법칙은 성립한다고 머피가 말했다. 그거야 어찌되었든 저 쪽 소녀는 아까 펑펑 쏴대던 물건을 이 쪽으로 향하곤 말했다.

 "어이 거기! 누구냐! 어떤놈이 이 키리사메 마리사님의 특훈을 엿보고 있던거냐! 썩 나와! 다섯 셀 동안 나오지 않으면 쏜다! 하나, 둘, 다섯!"

 야 이 미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그녀는 온몸을 날려 오른쪽으로 피했다. 아니,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해 소맷부리에서 부적을 꺼내 왼쪽으로 뿌렸다. 정 중앙은 아니지만 퍼져나온 새하얀 빛무리가 부적에 부딪혀 푸른 빛으로 산화하며 막히듯 사라졌다.
 아까 본 바로는 그녀는 저 기술을 연속적으로 쓸 수 없다. 최소한 10초, 아니 상황에 대비해서 7초 정도의 여유는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몸을 틀어 대지를 박차 나무를 차고,
 숲 위로 날아올랐다.

 "하아, 정말 위험했어."

 그렇게 말하곤, 유유자적히 폐허가 된 숲에서 신사로 향했다. 오늘의 채집은 종료. 양은 부족하지만 이 이상 저 숲에서 헤매고 있기에도 꺼림칙했다.

 하늘은 언제나 기분좋다. 바람이 뺨을 간질이고(때로 과속하면 칼질이 되지만), 구름이 아름답고(안에 들어가보면 시야방해일 뿐이지만), 비는 시원하다(빨래를 널면 반드시 비가 온다). 이런 기분좋은 하늘이지만 눈만큼은 절대 사양이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눈을 싫어하는 이유는 조금 더 근본적인 문제에 있다. 어머니가 말했던것이다, 눈이 많이 쌓이면 신사가 무너진다고. 그녀가 보기에도 좀 많이 내린다 싶으면 무너질 것 같아 보이니 이제 귀찮음을 넘어 생존의 차원인 것이다.
 일단 이 신사는 토리이가 있지만 그렇다고 토리이를 넘어서 들어가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녀가 무녀를 하고있지만 믿는 신도 없을 뿐더러 그런 예의를 차리는 건 둘째치고라도 여기에 둘러둔 결계가 그녀를 해하진 않는다. 뭐 그런걸 제쳐두더라도 사실 수동이라 직접 침입자를 막아야 하는 시스템이라서 라고 헛생각을 계속해본다. 웃차, 착지. 타닥, 하고 그녀의 신발과 지면이 소리를 울린다.
 한 마디로, 그 결계는 별로 쓸모가 없었다. 어차피 저걸 넘어올 수준급 요괴라면 직접 나서야하고, 아니면 애초에 신사라는데에 그녀 한 명 잡아먹자고 올 놈들도 아니라는거다. 매일같이 빗자루질하고 쓸고 닦는거야 그녀의 집이니까 하는거고 그러고보면 자신은 무녀라는 자각이 너무 없이 지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이게 다 그녀의 어머니의 가르침이다. 넌 살아있으면 그걸로 이 세계에 도움이 된단다. 알겠니?



 아니 보통 알겠냐고. 다섯살 꼬맹이었던 나한테 그런 이야기 한다고 알겠냐고. 그치만 그녀로서는 그다지 상관하지 않는다. 그녀가 무녀로서 일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그렇다고 일일히 마을에 무슨 일이 있냐며 돌아다니기엔 너무나도 멀다. 날아다닌다곤 해도 힘든 일인 것이다, 비행은.
 주절주절 말이 많았는데 그래서 뭔 이야기를 하려고 했냐면 난 이제부터 잘거라는 이야기다.
 하쿠레이 레이무, 올해로 9세. 취미는 차 마시기, 특기는 차 마시면서 요괴 퇴치.
 저 커다란 별에 바라는 건,
 나의-



 그치만 내 바람따위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전력으로 정말 고생고생해서 올라오고 있다는게 귀에 들렸기 때문이다. 탁탁탁 계단을 밟는 발걸음은 아직 밸런스가 있지만 호흡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걸로 봐선 정말 호흡이 거친 요괴이거나 근성이 머리끝까지 차오른 인간일거다. 보통 이 경우엔 후자이고, 호흡소리까지 듣는건 어디까지나 하쿠레이 무녀의 신기한 열 세가지 이야기 중 하나일 뿐이니까 너무 신경쓰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그렇게 힘들게 올라오고 있는 걸 봐서는, 거기다 저 어린 발소리로 봐선 마을에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거나 아니면 정말 쓰잘데없는 일일 것이다. 어지간한 일이면 아이가 여기까지 뜀박질해가며 숨 넘겨가며 뛰어 올 리는 없겠지, 어른들이 적당히 걸어서 올것이다. 사실 높아서 아무도 안 오지만.
 다리를 크게 올렸다가 앞으로 힘차게 내리며 그 반동으로 몸을 일으켜 툇마루 밖으로 나왔다. 갓 토리이를 통과한 소녀가 내 앞에 쓰러지듯 달려왔다. 아니, 아주 쓰러질 기세로 멈췄다.

 "너, 너 이녀... 크엑, 우웁..."

 녀석은 헉헉대던 호흡이 멈추자 본격적으로 속에서 뭔가 치고올라왔는지 우엑우엑 한바탕 하기 시작했고, 그걸 태연히 볼 만큼 내 비위가 좋지는 않기 때문에 나로썬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나까지 점심으로 먹은 걸 확인하고 싶지는 않고 말이지. 그보다 부탁이니 저건 좀 치워줬으면 좋겠는데. 냅두면 이상한 냄새도 나고 말이지.
 상대방의 정체는 아까 그 금발에 까만 녀석이다. 이 추운날에 내가 너 하나 피하겠다고 덜덜 떨면서 하늘로 날아왔는데 그걸 이만한 속도로 따라왔다는 건 정말 대단하고도 대단하고 한 번 더 대단해. 칭찬도 해줄 수 있어. 그치만 그건 사실 내가 천천히 날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 본심을 내면 턱도 없을거야. 그렇게 자만해보며 왜 저렇게 죽을동살동 날 쫓아온걸까 추측해본다.

 우선 첫 번째로 떠오른 건, 뭔가 부서졌으니까 보상해줘
 그런 녀석으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친구가 되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아까의 태도를 보면, 내 모습을 엿본녀석따위 죽어

 어느것도 가능해보이고 또한 전부 다 헛소리같으니 이 어찌 신기하지 아니한가.
 듣기 거북한 소리가 사그라드는것과 함께 내 헛생각도 사그라들었다.
 최대한 바닥을 보지 않으려 노력하며 녀석에게 시선을 줘 보니 입주변을 손등으로 닦고 있다. 아무래도 조금은 진정된 것 같다.

 "야, 너-"

 "너 말야, 웁, 우엑-"

 아 이 녀석. 또 시작했네. 뭔가 말하려던 녀석은 다시 입에서 줄줄이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거 한동안은 어떻게 될 것 같지도 않고 내버려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난 안에서 차라도 한 잔 타면서 기다리기로 하곤 말을 남겼다.

 "끝나면 들어와. 그건 다 치우고 말야. 빗자루는 저쪽"

 힐끗 빗자루가 있는 쪽을 가리키고 난 문을 열었다.

 "잠깐, 웁, 우웨에엑"

 말을 이으려는 녀석을 무시하고 우선 방으로 돌아왔다. 시야에 들어오는 내 방은 워낙에 물건을 놔두는것도 귀찮아서 하나둘 버리다보니 시야에 보이는 물건도 얼마 없는게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울 지경이다. 그치만 저런 꼬맹이가 뭘 알 것 같지도 않으니 괜찮아. 그보다 차를 별로 좋아할 것 같이 생기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예의이고 하니까 주섬주섬 한 잔 챙겨주는게 좋겠지. 물론 과자에 손이 더 많이 갈테니 과자는 조금만 내 주자.
 그렇게 한 쟁반 담아 혼자서 홀짝, 하곤 눈을 떴더니 어느샌가 방 안으로 녀석이 들어왔다.

 "하아... 하아..."

 녀석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무리도 아니지, 날 따라온거니까 전력질주 수준이었을텐데 그렇게 힘겹게 오다보니 보이는게 이 신사 계단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끔찍하다. 부축이라도 해 줘야 할까?

 "어이, 너 말야. 어떻게 되 먹은 녀석이야?"

 죽을 것 같더니 금세 기세등등해져선 자기집도 아닌데 저렇게 어깨를 떡 벌리고 서면 위압감이라도 느낄 것 같아?

 "신기한 인간이 왔네. 너야말로 뭔데 그렇게 시체같은 몰골로 여기까지 오는거야?"

 거기다 이 타이밍이라면 절대 치우고 들어온 것 같진 않으니까 우선 그 이야기를 꺼낼 걸 그랬나.
Posted by 나즈키

2009. 12. 27. 02:10 동방/메모

메모.

사쿠야는 차갑게 읊조렸다.

"메이린 네 말대로라면, 우리 사랑이란건 이 시계처럼 매번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구나.
그렇지 않으면 유지되지도 못하는 관계였구나, 우린."

메이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멀어지는 사쿠야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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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거 참. 빨리 준비가 되어야 할 텐데요. 이런 날씨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네가 준비한다는 그건 상황을 호전시키는걸까 악화시키는걸까. 정말 걱정이네."

"후후, 레이무씨가 걱정도 할 줄 아는 분이셨나요? 전 언제나 태평하게 늘어져 있는 분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거, 본인 앞에선 실례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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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린 역시 속이 쓰려왔다. 아침에 먹었던 음식에 조금 고추기름이 과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 핑계로라도 이 속쓰림은 모른 척 하고 싶었다.
생각만큼 세상은 쉽지 않다고 외치는 몸뚱이를, 무시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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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우선은 그 환상을 깨부숴주지!
Posted by 나즈키
 오늘도 언제나처럼 학교가 끝나면 유유코님과 데이트.
 한겨울의 추위가 내 옷을 감싸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작년에 끌려가서 합숙할 때엔 정말 죽음을 세 번 정도 넘겼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어떻게 산 위에서 굴린 눈덩이를 칼로 베라는거지? 솔직히 우리 집안도 절대 제정신은 아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지만 올해도 이 학교는 방학같은건 모르겠지. 그 집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다행이다. 학교에서 핑핑 놀고 먹고 공부하고 퍼져서 싸우는게 이 학교의 특징이니까.
 내 이름은 백요몽, 콘파쿠 요우무. 동방사립학원의 학원장 즉 학생회장이다. 2학년에 올라갈 예정이니까 1학년부터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거지만 별로 대단할것도 없다. 어차피 적당히 일할녀석을 뽑는 것 뿐이고 이 학교는 1년 다녀봐서 알았지만 어차피 내년에도 1학년인 신기한 시스템이다. 입학할 때 학년이 정해지는, 이 학교는 그런 학교다.
 그저 사시사철 시간을 때울뿐인 여고생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고 지낼 뿐이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건 전교생 공통이지만 사실 아무도 그 커다란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콘파쿠 요우무는 지금 그런것따위는 보이지 않을정도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학생, 살 거야 안 살 거야?"

 내 입김 너머에 보이는 야채튀김이, 만두가, 김말이가 날 유혹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평소보다 세 배는 맛있어보인다. 한 입 깨물면 따스한 기름이 배어나오겠지……. 아아,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안돼. 이것까지 먹어버리면 열량이 남아버린다. 평소에도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 튼튼하고 마른 몸을 유지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후에 유유코님과 데이트를 하려면 필요없는 칼로리 섭취는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이상 칼로리를 섭취해선 곤란하다. 배가 나와버린다. 팔다리가 굵어져버린다. 대식가에 미식가인 유유코님을 따라다니려면 별 도리 없이 칼로리가 오버하고 오버한 칼로리는 몸 곳곳에 저장되는 것이다!

"학생…… 많이 고파 보이는데 하나정돈 공짜로 줄 수 있다구. 너, 이 학교 학생회장이지? 몇 번 정도 본 것 같다니까."

 다른 손님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미스치 아줌마도 날 신경쓰지 않을텐데 오늘따라 어쩐지 손님하나 없다. 사실 사전조사랍시고 두 시간이나 일찍 학교를 끝내주곤 가서 조사하라고 한 유유코님이 문제이지만 그래서야 다음 주 소풍이 재미없으면 그 두시간만큼 유유코님께 순살당할 뿐이니까 하나도 고맙지 않다. 으르릉.

"그, 그럼…… 딱 하나만…… 아, 돈은 지불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김말이 튀김 하나 얼마죠? 아니아니 잠깐만요."

 김말이 옆 새우튀김도 맛있어보인다.
 야채튀김 특유의 풍성한 맛도 놓치기 아깝다.
 오징어튀김은 오래 먹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데.
 아- 아, 그렇다고 전부 사먹을수도 없단말야!!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기성을 지르는 날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길로 보고있다. 곤란해. 정신차려라 요-무. 넌 그렇게 약하게 자라지 않았어. 여기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망설임을 베는거야!

"전부 다 2개씩 주세요."

"네, 전부 다…… 에엑!?"

"예이 알겠습니다~ 흐익, 유유코님!?"

 내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는 자리까지 잡고 앉은 서유자, 유유코님이었다. 저런 옷으로 잘도 이런 지저분한 거리를 돌아다닌다 싶지만 어디하나 더럽혀지지 않는걸 본 학생들은 그녀가 떠다닌다는 괴이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정도다. 하늘하늘 여기저기 축축 처지는데 용케 돌아다닌다 싶긴 하지만.
 
"요우무, 오늘의 데이트는 여기서 시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도 돼?"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저 그렇게까지 돈이 여유로운게 아니라구요."

날 보곤 씨익 웃은 유유코님은 뻣뻣이 굳어 튀김을 튀기고있는 아줌마를 향해 물었다.

"미스치, 우리 꼭 돈 내야하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걱정하지 말고 드시죠. 전부 드셔도 됩니다."

아예 와르륵 튀김을 기름에 쏟아붇는 그녀는 어딘가 이상할정도로 굳어있었다.
또 무슨짓을 한거지 이 분은.

"그래서, 소풍에 대해선 정한거야?"

"아뇨, 아직."

 우물거리면서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한 입 베어문 새우튀김은 적절한 밀가루맛이 나서 딱 서민적이다. 이건 그저 오뎅일 뿐이지! 그치만 그래도 맛있다. 역시 겨울엔 따뜻한 음식이 최고야. 온 몸이 녹는 기분이다.

"후아-"

"뭐야, 그렇게 맛있니? 그럼 여러개 사서 들고왔으면 좋잖아."

그러니까 다 드시고 말씀하시라니깐요. 그런 말을 하지도 못한 채 난 어물거렸다.

"아니, 뭐, 그게……."

"혼자만 먹으려고 했구나, 요 얄미운 녀석."

내 코를 잡으며 말하는바람에 입안에 있던게 튀어나올 뻔 했다. 간신히 튀김을 삼킨 난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게!"

"그보다 다음 주 소풍은 여러모로 큰일일 것 같아.
아무래도, 그 녀석이 뭔가 수작을 부릴 것 같거든."
Posted by 나즈키

2009. 11. 2. 22:34 동방

어느 날. 11/2

 아침부터 그리 유쾌한 시작은 아니었다. 바깥날씨 때문인지 몸은 눅눅했고 이불에서 움직이기도 싫었으며 무엇보다 몸이 노곤했다. 꼼짝도 하기 싫어.
 
타닥타닥타닥.
웅. 더 자고싶다. 이불이 좋아. 추운 바깥은 싫어.

타닥타닥타닥.
누가 창문이라도 열었나? 추워, 이건 좀 이상할정도로 추워. 이불이 작아!

타닥타닥타닥.
시끄러운 동거인에 결국 몸을 일으킬 수 밖에 없었다.

"기숙사에선 좀 조용히 해 주면 안 돼, 아야?"

열심히 타자기를 두드리는 아야선배의 등에 한 마디 해봤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타자기의 소리는 멈추질 않았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빠바바 빠바- 빠라빠바- 빠라빠바- 빠라바- 자기 BGM이라고 정한 곡까지 틀어놓고 신나게 놀아대는 탓에 짜증이 난 모미지는 한 마디 더 쏘아붙이려다가 포기했다.

'이러다 싸움나면 나만 피곤하지. 방을 나가버리든가 정말...'

오늘따라 선배가 몹시도 거슬렸지만 신경쓰지 않고 PSP를 켰다. 게임 진행도 잘 되질 않아서 흥미가 있는건 아니었지만 일종의 의무감이었다.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어려운 친구를.

자다 깨서 그런지 손이 맘대로 움직이질 않는다. 결국 PSP도 한쪽에 던져두고 핸드폰 메일을 확인한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케로짱이 오랜만에 외출하는 날이었지. 문자를 해 보았지만 답장은 없다.
썩을것 두고보자.

눈꺼풀이 무겁고 몸이 처지지만 필사적으로 이불에서 벗어나본다. 언제나 상대해주던 레밀리아도 문자가 없다. 아무래도 아침잠에 푹 빠진 모양이다. 천구와 흡혈귀는 활동 시간대가 정 반대에 가깝지만 레밀리아는 조금 특별하게 인간의 시간에 맞추고 있었다. 요괴인 주제에 요괴들과 대립까진 아니어도 미묘한 반목감정이 서로에게 있는지 상대하기 불편하다고 한다. 아니 저도 요괴인데요. 멍멍이천구 요괴.

어쩌지. 할 일이 없다. 모처럼 비번인데 이런 식으로 흘려보내기엔 아깝다. 아야 선배를 도울까? 아니 미쳤니 내가. 밤새도록 어딜 싸돌아다녔는지도 모르겠는데 아침에도 저렇게 펄펄나는걸 보면 오늘 집안일은 하나도 안 해놓고 뻗어버릴게 분명하다.
할 수 없지, 설겆이라도 해 두자.

"아야, 큰언니는 어디갔어?"

달그락달그락, 그릇 씻는 소리가 내 목소리에 파묻힐 것 같다. 아니 사실은 물소리가 큰거지 그릇소리는 잠재우면 그만이다. 설겆이 소리가 크단건 그만큼 서로에게 감정이 있다는거지. 지난번에 그릇을 집어던져가며 설겆이하는 통에 대판 싸웠던 기억도 있긴 하지만.

"아아- 나도 잘 모르겠어. 집에 다녀온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가. 집에 다녀오는건가.
그럼 집안일 좀 해 두고 다녀오시지. 맨날 똑같은 옷만 입는 단벌신사주제에 그 옷이 여러벌인 공포스런 녀석들같으니라고.
사실 나도 근무복이 네 벌 있는데다가 그게 다 똑같이 생겼으니 할 말은 아니지만.
아니 난 그래도 사복만큼은 바리에이션이 있다구!!!

스스로에게 변명해봐야 우울할 뿐이다. 설겆이도 빨래도 끝마치니 몸이 피곤해진다.
모르겠다, 쉬는 날이니 더 쉬자.

"뭐 하는거야 선배?"

"새로 시작한 게임. 이 게임 엘프종족 허리가 야들야들해서 눈이 즐거워."

어디의 변태냐 당신. 아저씨냐? 뭐냐? 다섯 덕을 지닌 후계자라도 되는건가.
어깨너머로 보이는 모니터 안엔 과연 몸매 한 번 새끈한 아가씨가 자기 키만한 활을 휘두르고 있었다. 무슨 전투개념이지. 활이 아니라 봉인건가. 알게뭐람.

"아, 참. 너 폰에 문자왔더라."

"봤어?"

내 질문에 그녀는 태평하게 대답한다.

"귀찮게 그런짓을 왜해."

하긴, 최근 꽤나 무관심해졌으니까. 같이산지도 2년이 다 되어가니 그럴법도 하긴 한데.

[피곤해서 자고 있었어. 무슨 일이야?]

예상대로다.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진 일어나는 법이 없으니까 그럴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나름대로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분명 어제 아홉시쯤에 자러간답시고 갔었는데 그 뒤로 대체 뭘 한걸까.

[다른 건 아니고 케로짱이 널 찾더라구. 오랜만에 그 아줌마한테서 도망친다나 어쩐다나.]

문자를 보냈지만 아마 금방 답장이 오진 않겠지.
정말 피곤하다. 정작 내가 잠들어버릴 것 같다.
우... 답장, 금방 와야 할 텐데...



꿈이 좀 이상했다.
아니 보통 꿈이니까 언제나 이상하지만, 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찾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알아낸 건 그 물건을 가지고있는 녀석이 최종보스같은 느낌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한 명 한 명 말을 묻기도 하고 힘으로 쓰러뜨리기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만난 그 녀석은 다짜고짜 내게 안겨 말했다.
"사랑해. 널 보고싶어서 지금까지 기다렸어."
이게 뭐여. 어안이 벙벙한 채 난 침대까지 끌려갔고, 내 옷을 벗기려는 순간 잠이 깼다.


아무래도 옷이 단정치 못했던게 꿈의 원인인 듯 싶었다. 옷을 추스르고 시계를 보니 두 시가 조금 넘어있었다. 케로짱을 세시엔 만나기로 했을 텐데, 큰일났군.
핸드폰을 열어보니 역시나 이 녀석들 문자가 잔뜩 와 있다. 아무래도 호수에서 만난단다. 케로짱이라면 몰라도 레밀리아도 호수로 나온다니 이건 꽤나 의외인데. 흔한 일이 아니다. 잘 하면 치르노도 만날 수 있겠는데.

[무슨 일이야? 호수엘 다 나오고.]

문자를 송신하려다 문득 타닥거리는 소리가 없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또 어디론가 나간걸까, 하고 방을 둘러보다 등 뒤로 고개를 돌려보니 얼굴 3cm 앞에 선배의 눈이 있었다. 어이구, 깜짝이야. 이런데서 소리도 없이 퍼주무시다니 귀신입니까 당신? 정말 칠칠맞은걸로는 환상향 제일이다.

[호수가 얼어붙었다고 해서 구경이라도 나가보려고.]

아하. 그런 이유셨구만.
납득한 난 금방 나가겠다고 답장한 뒤 옷을 찾아 껴 입었다.
날씨가 추울테니 좀 든든히 입고 가보자.

케로짱 멱살을 잡기도 하고 레밀리아가 호수를 쪼개버려서 빠졌다 나오는바람에 몸이 얼어붙어 정말로 죽을 뻔 하기도 하면서 꽤나 즐겁게 놀았다. 주로 케로짱의 모자에 레밀리아가 당황했다거나 잡아먹혔다거나 하는 부분이 재밌었다. 깔깔대고 웃다가 브랜디시 스피어... 아니 궁그닐이 내 모자를 날려버렸다는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거다. 응.
그치만 추웠다. 아무리 든든하게 입고 와도 세네시간을 물가, 아니 얼음가에서 논다는건 꽤나 체력을 소모하는 일이었고 사쿠야가 들고 온 도시락이 따뜻했길 망정이지 그나마도 아니었으면 만나고 두시간만에 해체! 할 뻔 했다. 결국 네시간만에 해체! 했지만.
레밀리아는 사쿠야가 질질 끌듯이 날아갔고 케로짱은 무언가 무서워보이는 초록머리 언니가 산에 있는 신사가 아니라 마을로 데려갔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따라가는 케로짱을 웃으며 배웅해줬다. 하핫, 한 느낌으로. 
대체적으로 환상향에서 머리칼이 초록색이라는건 그 사람이 강하다는 뜻이라고 언젠가 아야선배가 말해준 적이 있었다. 잘 모르겠지만 그렇다니 인정할 수 밖에 없지. 리글이 강한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자들밖에 없는 환상향에 그녀의 능력은 공포 그 자체이니까. 솔직히 아야선배가 맘에 들거나 그렇지 않은 건 그렇다 쳐 두고 말을 들어서 손해 본 적은 별로 없응께.
바람이 한 번 불자 몸 전체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사쿠야가 어떻게든 옷을 말려주긴 했지만 산을 오르면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내 몸을 쪼개버릴 것 같았다. 아야님이라면 따뜻한 바람을 일으켜서 편하게 갈텐데, 아니 그보다 능력 그렇게 사소한데에 써도 되냐고 묻고 싶지만 어차피 그런 질문따위 들어줄 사람도 아니니까 그렇다 쳐 두고. 지친 몸을 이끌고 난 집으로 향했다.

즐겁지만 하루종일 피곤해서 잘 논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별은 하얀걸로 세 개, 까만거 네 개.
오늘의 일기 끝.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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