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사쿠야가 정말로 힘내는 글.'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9.08.11 뒷이야기
  2. 2009.08.05 최종장 - 암호는 내 생일☆ 2
  3. 2009.08.05 내가 오늘 쓰고 잘 리는 없지만 2
  4. 2009.08.03 진행중!
  5. 2009.08.03 누구파트더라... 2
  6. 2009.08.03 쉰님파트
  7. 2009.07.28 아파파트 2
  8. 2009.07.28 아얏파트1 2
  9. 2009.06.27 아리스
  10. 2009.06.27 꼐쏙
"그러니까 안된다니까! 그 은시계는 금단이라고 했잖아! 반칙이라고, 언제나 주의줬건만 대체 왜 거기에 또 손을 대려는거야!"

아- 정말이지! 옛날부터, 언제나 저 마리사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니까-

"헤헷,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고 있으면 내가 노리는게 당연하잖아?"

아-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안 된다는거야.
내 안에 흘러들어오는 힘을 그대로 몸 전체에 돌린다. 저 녀석, 저런 부분만큼은 그 때도 지금도 변하는게 없으니까, 이쪽이 곤란하다는거야. 그치만 지금 들고있는 저건 정말로 무리. 그러니까, 빼앗지 않으면!

"핫!"

다리와 발에 힘을 넣어 그녀가 지나갈 높이까지 땅을 박차서 날아오르면, 그 다음은 안녕? 마리사쨩. 그런 인사를 넣으며 윙크를 날려주곤, 난 빗자루를 디디곤 마리사에게 발을 꺾어넣어 차날려버렸다. 쯧쯧쯧.

"크헥, 인녀석, 어린애한테 폭력은 안된다구!"

"사람 물건을 멋대로 훔쳐서 고장내는것도 안돼요, 꼬맹이씨."

그렇게 말하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시계를 받아들었다. 아아, 하나밖에 없는 그 사람 물건인데,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쩔거야? 거기다 훔쳐가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해.
덧붙여서 빗자루는 어느 틈엔가 마리사가 쥐고 있었고, 그 마리사는 빗자루에 올라타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기억해두라고!"

그런 진부한 대사, 이젠 허무개그 애니메이션에서도 안 써먹을텐데.
그 진부한 대사를 남기곤 또 다시 창문을 박살내며 날아서 도망쳐버렸다.

"정말,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말했건만!"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저러지? 어차피 그렇게 될 녀석도 아니지만.
떠나가버린 장소를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자리잡았다.
그 사람은 언젠간 돌아와. 그러니까 그 때를 위해서, 이 시계는 남겨두지 않으면 안되, 라고.

그 날로부터도 어느덧 몇십년은 지나갔지만, 여기 홍마관은 그다지 분위기에 변화가 없었다. 아가씨는 몇 년 동안 혼돈 그 자체가 되어 있었지만 17년정도 전에 레이무에게 흠씬 두드려맞곤 정신차리고 파츄리님 옆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물론 나와는 말도 안 하고 지내지만, 나 자체를 거부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죄책감이 조금은 줄었다.

마리사… 아니, 그 전에 무녀쪽을 이야기하면(왜냐하면 이 두 녀석 이외엔 십년단위로 죽을만한 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랄까 나이를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있다. 조금씩 괴물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자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때가 되면 죽을거야, 아마도' 라고 말해 주변을 곤란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레이무에게 자극받은 마리사는 '제길, 나도 해치워주지!' 라며 나이 오십을 넘기고 주먹을 부르르 떨며 말해놓곤 결국 그대로 죽는건가… 싶었는데 칠십이 넘어서야 성공해선 아까 내가 본 새앙쥐만한 꼬맹이가 되어버렸다. 뭔가 그대로 자라지 않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해봐야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정말일까?

뭐, 여긴 그걸로 좋겠지.
어쨌든 이 홍마관은 대충 그런 모양새로 지내고 있고, 내가 전에 했던 것 처럼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람이 있던 시절과는 또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건 불가능했겠지. 그저-
조금 아쉽다. 어느 틈엔가 너무 당연한듯이 지내고있는 자신이.
그치만 가끔은, 그 사람이 너무나도 보고싶어지게 되곤 한다. 그렇게 되면 이렇게 문 앞에 멍하니 서서 그녀를 기다린다. 어차피 안 올 거라는건 이미 삼백만번도 더 납득한 일이지만.
언제쯤 돌아오려고 아직도 안 오는거지? 이미 육십구년이나 지났는데.
사실 이 정도로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사람을 그리게 되면 꿈에서도 그 광경을 가끔 보게 되고, 지금처럼 저기서 걸어오는 것 처럼 환각도 보게된다. 이제 하도 많이 겪어서 익숙해진 일이다. 물론 처음에야 좋아서 날뛰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아, 저게 정말 그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건 마치 신이 내게 내리는 구원과도 같은 일일텐데.
그래서 난 그 환각이 환각인걸 알면서도 말을 걸었다. 좋은아침?

"좋은아침, 이 아니잖아…….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말을 남기곤 그녀는 엄청나게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내 발치로 천천히 쓰러졌다.
아아, 이것도 꿈이구나.
그렇게 해서 사쿠야씨를 데려가서, 씻기고, 끌어안은 채 잠드는 꿈은 몇백번도 더 꿨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어쩔 수 없네요, 정말. 들어가죠 사쿠야씨."







도서관.
커튼 뒤에서 밖을 내다보던 레밀리아는 그대로 커튼을 닫아버렸다.

"이제 용서한거야? 아니면 다시 돌려보낼까?"

돌아선 레미 앞에 서 있는건 세계의 관리자씨. 언제나처럼 졸린 듯 한 표정이지만, 입꼬리만큼은 여전히 예리하게 찢어져있었다.

"이제 됐어. 저대로 내버려둬, 나도 이제 지쳤어. 지긋지긋해. 바퀴벌레같아."

저 애도, 나도.

"하아, 역시 고집부리는건 환상향 제일이라니까. 알았어, 그럼 난 이제 돌아갈거야.
그치만, 약속은 지킬거지?"

"알았어."

그리고 유카리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쓱, 몸을 어딘가로 밀어넣어서.



홀로 방에 남은- 운명을 조종하는 여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해둘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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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쓰기 시작.
이왕이면 적힌대로 나눠서 보세요. 괜히 뒤에꺼 먼저보고 후회하지 마시고.











슬슬 나도, 골 할 때가 다가오는디. 음.
Posted by 나즈키
"이 쯤 오면 란쯤되는 녀석이 튀어나올텐데. 어째서 이렇게 돌아다녀봐도 안 나타나는거야?"

"그렇네…….
아마, 그 이상한 주인을 돌보느라 정신없는거 아닐까."

우리 둘이 대화하고 있는 곳은 마요이가 근처 상공.
이미 네 바퀴 가까이 돈 것 같은데, 목적인 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큰일인데, 란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카리를 만나러 갈 수 없어…….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난 강한 살기를 느끼고 날아드는 손목을 붙잡았다.

"잡았다!"

"큭, 그런 말을 입에 담고도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했냐! 이 똥개가!"

똥개라니, 그건 조금 심한 말 같은데?
내가 잡고있는 손을 힘으로 휘둘러 빼내는 통에 손을 놓쳐버렸다. 그치만 그대로 가는건 용납할 수 없지.

"기다려!"

내가 찔러넣은 나이프를, 그 가는 손으로 붙잡은 레이무는 말했다. 아니, 내 대산데. 어쨌든 란은 조금 놀란 표정과 함께 그걸 보고 있었다. 나도 놀랐어.

"사쿠야, 기분은 알겠지만 진정해. 나, 란에게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단말야.
저기, 란."

그렇게 말하고 란을 바라보는 레이무의 손은 그렇지만 조금도 힘이 줄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나이프가 부러지겠어.
피가 흐르지 않는게 정말 신기한데. 그건가, 하쿠레이의 무녀는 이런저런 비밀을 품고 있다는거.

"뭡니까. 빨리 말 하시죠."

한동안 말을 고르는 그 모습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치만 똑부러지게 이렇게 말했다.

"너, 아니. 유카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지?"

헤에?

난 그 순간 사고가 멈췄다. 아니 잠깐 기다려 그건-

"그런, 무슨 이야기야 레이무? 그거, 그렇게 되면 난-"

어디서 범인을 찾으라는거야? 그런 말을 내기도 전에, 레이무가 말했다.

"그치만 이상하잖아.
넌 강한데다가 유카리의 식신이야. 첸보다 먼저 나올리가 없잖아? 그런데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타난 자코들도 유카리가 보낸것이 아니라 네가 근처에서 억지로 끌어모은 녀석들이었어. 자, 말 해 봐. 이 무녀씨가……."

"조폭같은 무녀한테 은혜를 받고싶진 않지만, 거기까지 알고있다니 할 수 없지.
자, 따라오라구. 거기 똥개도."

그러니까 누가 똥개야, 저 망할것이.




"………………………."

난 눈 앞의 광경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한 채, 옆에 선 레이무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담담히 눈 앞의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 이렇게 된거다. 사실 너희들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 보여줄리 없는 일이지만……. 벌써 며칠째 저렇게 된 건지, 울며 괴로워하며 레이무만 찾고있어. 레이무는 뻔히 신사에 있다고 몇 번을 말해도 듣지도 꼭 뭐에 홀린것마냥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그랬다. 부축하는 첸에 기대어, 틈새에 얼굴을 처박곤 그저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만을 외치고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두려울 정도였다. 그치만 너무나 애절해서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

"바보같아. 란, 좀 비켜줄래?"

그렇게 말한 레이무는 란의 말은 듣지도 않고 유카리 앞에 섰다.
치켜올라간 오른손이,

팡!

순식간에 손을 휘둘러 유카리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소름돋는 소리는 다른 소리를 전부 죽여버렸다.
그 상태 그대로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마치 내가 시간을 멈춰둔 것 마냥.

"레, 레이무! 무슨 짓이야!"

그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너무나도 불쌍한 그녀이건만…….

"…레이무? 지금꺼, 레이무? 그래, 레이무가 아니면 이런 수는 쓰지 않을거야? 저기, 레이무 어디 있니? 레이무? 말해주지 않으련? 내게 와 주지 않으련? 아니면 방금 그건 꿈이었니? 레이무, 저기, 있지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불러대는 유카리에게 레이무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에, 누구야? 안보여- 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아니, 무서워, 내가 못 보다니…… 그치만……"

스르륵 하고 유카리의 몸이 마치 녹는 것 마냥 레이무의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레이무인게 느껴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 지탱해준 레이무의 느낌이…… 아아, 레이무……"

그리곤 그대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으윽…… 바, 바보……"

레이무도, 어느샌가 울고 있었다. 엉엉 우는 두 사람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해 진 일이 있었다.
란의 눈엔 대체 누가 보이지 않게 된 걸까.

"…사쿠야, …나도 슬슬 한계다……."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 온 란의 얼굴은 엄청나게 되어버려서,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까지."

"난 사실 유카리님도 첸도 보이지 않아. 그저 식으로써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었던 감각이, 두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내게 알려주고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까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 그렇게 참으면서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보고 있었다만…… 너희들이 보고있는 모습을 확인하니……."

그렇게 말하며, 두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내렸다. 틈 없이, 기다림도 없이.




"나로썬 많은 걸 알려줄 수 없어. 나도 그 마음을 아는 입장이니까. 그치만, 여기까지 왔으니까 하나정도는 알려줄게.
힌트는, '絆' 이야."

손으로 휙휙 하늘에 써 준 한자가 한 번 밝게 빛나곤 사라졌다.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땅을 박차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 내게 유카리는 손을 흔들어 떠나는 날 배웅해 주었다.
다른 한 손엔 물론, 레이무의 손이 잡혀 있었다.

"여러가지로 손이 많이 가겠지만…… 조금은 참지 않으면……."





絆. 반.
그건 이미 대답과도 같은 말이다. 나와의 인연, 사람들의 인연, 그리고 신들마저도 피해갈 수 없는 그건 운명이라고 부르는 이름의 놀이.
기다리세요, 아가씨.
Posted by 나즈키
무념무상으로 글을 적기 시작해서 뭐가 몬지 모르겠담,.


흐늘흐늘 날며 하늘을 보니 아까보단 맑았지만 여전히 비는 그치질 않아서 마치 여우비가 내리는 것 같이 보였다가도 순식간에 어둡게 그늘지곤 했다. 그게 마치 메이린과 나를 보는 것 같아서-.
그런 묘한 하늘을 보던 난,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 슬슬 그 녀석이 보일 즈음이다. 저 하늘마냥 변덕쟁이인 그 녀석.
그치만 그런 내 앞을 가로막은 사람이 있었으니, 두번째 무녀였다.

"레이무, 어쩐 일이야?"

"아니, 아무 일도 아냐. 그치만 방해하면 쓰러뜨릴거야? 그것 뿐."

그렇게 말하곤 부적을 손에 펼쳐드는 그 모습은 대책없이 위압감을 선사해 나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야, 방해하지 않을 셈이라면 어서 사라져. 그렇지 않으면-"

"아니 레이무 기다려. 여기 지금 이변이"

그보다 진정해, 그렇지 않으면 좀 곤란해.
이변, 이라는 단어에 조금은 반응했지만, 이내 그런 일은 없었던 것 마냥 레이무는 내게 말했다.

"이변이네. 그럼 넌 관에서 쉬면서 차라도 마시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해결하면 되니까."

레이무라면 쓸데없이 이런 이변을 일으킬리는 없겠지. 그치만-. 아니. 지금 레이무는 이미 박려의 무녀로서 움직이고 있는건가? 이변을 해결하기 위해서.

"이번엔 네가 쉬면 어때? 매번 자신이 하는것도 좀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말로는 안 될 것 같네. 만약, 네가 범인과 가깝다면?"

그렇게 말한 레이무의 주변엔, 음양옥이 나타나 휘돌기 시작했다.
이번 싸움, 길게 끌고싶진 않은데.

"빨리 와줘, 부탁이니까."

난 공간마저 자르는 감각으로 나이프를 뿌렸다. 조금 무서웠기 때문에, 강하게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헤에, 조급해하지 말라구. 해 줄 테니까."

부적에 막힌 나이프가, 하늘로 튕겨져 날아간 채 다시금 떨어져내린다.

"그런, 전부 가져가다니……. 너무 욕심쟁이 아냐?"

부적과 나이프 모두 말이지.

"그런 말 하면서, 왜 가슴을 가까이 하는거야?"

난 레이무의 손을 잡아 비틀며, 그대로 나이프를 휘둘렀다.

"아-앙, 손을 잡으면 긴장해버린단 말야, 바보."

나이프를 부적으로 감싸 손으로 잡고는, 억지로 빼낸 다른 손을 내 가슴에 얹었다.

"어머, 조급해하지 말라던게 누구였었지? 거긴 아직 안 된다구?"

난 몸을 빼서 빛나는 부적과 가슴을 격리시키고, 다시금 나이프를 던졌다.

"쳇, 아깝네."

"그런 옷 입고있으면 방해된다구, 찢어버려줄게."

이번엔 부적이 아닌 커다란 음양옥들이 내게 덮쳐들어, 나이프들이 힘을 잃곤 이리저리 튕겨나갔다.

"아니, 구슬 플레이는 아직 익숙해지질 않아서……."

"괜찮아 이거. 받아들이면 의외로 기분좋다, 고 누군가가 말했어."

그런, 말도안돼. 이런 커다란걸?
거기까지 말한 난 음양옥 틈으로 나이프 하나를 강하게 던져넣었다.

속부「루미네스리코셰」

음양옥과 음양옥 사이를 날뛰듯 튕겨 날아다닌다.
나이프는 레이무를 지나, 다시 새로운 음양옥에 부딪혔다.

"설마, 이런 걸 맞을거라고 생각한거야? 너무하는거 아냐?"

나이프는 그저 그 주변을 날아다니고 있을 뿐.
팔을 들어올린 레이무는, 그치만 옷은 따라 올라가주지 않았다.

"-!"

하나하나 분해되듯 떨어져내리는 옷들. 결국 레이무는-

"싫어, 옷을 찢어버리다니, 변태!"

라고 외치며 가슴 언저리를 가리며 주저앉았다. 난 그 앞에 서서, 그녀의 턱을 나이프 면으로 받쳐들곤 말했다.

"자, 네 패배야. 진 개는 개처럼 짖는게 어때?"

뭔가 분위기가 묘해졌는데. 이게 목적이 아니었는데?

"머, 멍."

…….

쓸데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군. 그렇게 생각한 난 그 자세 그대로 레이무에게 말했다.

"졌으니까 이제 더는 없는거지?
난 갈거야, 이 앞으로."

그리고 난, 신경쓰이던 일 하나를 물었다.

"너, 근 며칠간 못 본 녀석 있어?"

"없어."

빠르네. 없다는건가……. 에? 그럼 어떻게 해서 이변인 줄 안거야?

"그거야 잘 모르겠지만, 요괴들이 멋대로 신사에 들어와선 내가 뻔히 눈 앞에 있는데도 사람이 없는 양 행동하고, 갑자기 와서 엉엉울다 사라지고 아주 심한 취급을 당해놔서 말야.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거지."

"……."

여전히 감이 좋은 무녀씨네.

아니 잠깐만. 이거 일방통행도 가능한 이변이었어?

"레이무, 같이 가 줬으면 좋겠어. 하나 확인해야 할 일이 있거든."

그렇게 말하곤 손을 잡아끌자, 그녀가 몸을 움츠리며 내게 속삭였다.

"……저, 저기…… 같이 갈 테니까, 나 옷부터……"
Posted by 나즈키
...손가락이 힘들어

산 하나를 더 넘자 이미 눈도 귀도 필요 없을만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아야가 떠난 뒤 후둑후둑 떨어지던 비는 차라리 맑았다고 하는게 낫다고 할 정도로. 이렇게나 비가 쏟아지고 있건만, 바람이 한 점 불지 않는다는건 신기했다. 신기하면 뭘 해, 그걸 갖고 뭐라고 하기 전에 비에 맞아 쓰러질 지경이다. 바람까지 불었다간 정말 산을 오르는건 무리였겠는데…….
그건 그렇고, 빗속을 우산도 비옷도 없이 나는 건 정말 미친 짓이다. 지금도 몸이 무겁다 못해 슬슬 다 귀찮아서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추워. 거기다 피곤해. 길바닥이든 어디든 누워서 자고싶어. 아아, 오랜만에 레이무가 끓인 차라도 마시면서 느긋하게 있고싶다구…….
무릎이 꺾일 것 같다. 무거운 몸이 질질 끌리듯 하늘을 난다. 힘들어.
잠깐, 그러고 보면 신사에 사는 무녀는 아무 반응 없이 있는거지? 이 비, 아무리 봐도 정상은 아닌데. 거기다 여기 사는 무녀는 날씨를 어떻게든 할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생각하면 할 수록 이상한 곳이 한둘이 아냐…….
그리고 드디어 내 시야에 신사가 들어왔다. 제법 규모는 있는 신사였지만, 이런 날씨에서야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다는게 문제랄까.

"아무도 안 계세요?"

신사는 엄청난 물을 토해내고 있어서 지금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다. 보는 나까지도 불안해져서 그걸 떨쳐내려 다시 한 번 외쳤다.

"아무도 안 계세요? 실례하겠습니다!"

찰박찰박 하는 기분좋은 울림이 아닌 이미 물을 헤치고 나아가는 꼴로 지면과 물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가 경내에 도달했다.
드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난 신을 신은 채 경내에 들어갔다.

경내에 울리는 엄청난 빗소리에 내 발소리는 들리지도 않았다. 거기에 있는 두 사람……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또 한 사람은 나보다도 더 커 보였다. 작은 쪽은 아마도 모리야 스와코고, 큰 쪽은 카나코겠지. 둘은 손을 맞잡은 채 끝없이 울고있었다. 방울진 눈물이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소리도, 움직임도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계속해서…….
멍하게 서서 두 사람을 보고 있는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은 작은 쪽, 스와코였다.


"무슨 일이야? 뭘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 있어?"

아니 그거야 당신들이 신기하니까…….
그렇게 말 했다간 조금 곤란해질 것 같아서 나는 대답을 골라냈다.

"아니, 그… 뭐라고 할까… 두 분의 모습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어떻게 봐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고 할까……"

톡, 하고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빗물이 뺨을 타고 미끄러져 입 안에 들어간다.
그 시큼한 맛이 대책없이 기분나쁘다.

"뭐 조금 보기 안 좋으려나. 그치만 이해해주길 바라. 지금 우리들, 서로가 보이지 않는걸."

뭐?
그걸 알고있는거야, 이 둘은?

아니 뭐라고 할까 그렇다고 하면 오히려 슬퍼질 일은 없지 않을까. 그런 내 생각을 안다는 듯 스와코는 내게 말했다.

"물론이야, 서로를 느끼고 있으니까, 마음은 안정되어 있어.
지금이야 이렇지만 맨 처음엔 난리도 아니었는걸. ……여기에 있다고 느껴져서 돌려다봤는데 안 보인다니, 자신이 이상해진건 아닌가 싶었어. 그치만 그녀가 있을 법 한 곳에 손을 뻗어보면 그 손을 붙잡아줘서, 그래서 안심할 수 있었지."

그 때를 떠올린건지, 스와코의 얼굴은 너무나도 온화하게 변해서, '아아, 이 사람은 이렇게 보여도 정말 여신님이구나'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런 온화한 얼굴에서도 여전히 눈물은 흘러내려 내 기분마저 슬프게 물들었다.

"사실은 좀 더… 만져서, 끌어안아서, 난 카나코 옆에 있다고 더 전해주고 싶어… 그치만 만일 그렇게 했다가 그녀가 내 손을 놓아버린다면 난 어쩌면 좋을지 모르게 되 버릴 것 같아서…
그래서 참고 있는거야."

그렇게 말하곤, 남은 손으로 카나코의 얼굴을 손으로 쓸었다. 그 손 위로도 카나코의 눈물은 흘러내려, 그 손을 적셨다.

"느껴진다니까? 그녀가. 이 손에 잡힌 건 그녀의 손이라는걸, 알고 있다니까? 언제나 느끼던 맥박인걸.
그치만 난 그 사람이 보이지 않는데다가, 그 사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저 손을 뻗으면, 이렇게- 만지는 것 만이 허용되는, 그런건가봐. 정말 질 나쁜 농담이지.
누군가의 농담인지 장난인지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손을 뻗으면 그녀가 있는 건 알 수 있어. 그러니까 괜찮아."

그렇게 말한 스와코는 카나코의 뺨에 살짝 키스하곤 다시 말을 이었다.

"울고있는걸까… 나 때문에?
그치만, 우리 둘은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괜찮아. 서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어. 잘은 모르겠지만 카나코도 괜찮을거야. 그치만 이 무능한 신에게 바람을 보낸, 사나에는 어쩌면 좋지."
그치만 지금 걱정인건 사나에. 그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는건 그 아이도 우리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겠지. 거기다 우리 둘, 그 아이가 우리에게 부탁한 걸 느꼈어. 그치만 이 비는 나뿐만이 아니라 카나코의 눈물도 함께 흘러내리고 있는거라서, 멈출 수 없었어. 그러니까 걱정이야. 실망해서, 정말 어떻게 할 수 없을정도로 절망하고 있을테니까."

아.
이 신사는 그 때문에 이렇게나 절망적인 색으로 물들어 있는거구나.
이렇게나 슬프게, 쓸쓸하게, 마치 저 무녀 혼자서 지키고 있는것처럼.

"……."

"이렇게 아무것도 못 하는 나지만, 부탁이 하나 있어."

"괜찮을까요. 저도 그렇게까지 한가하진 않아요."

"아냐, 사실 들어주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을거야. 그치만 그저 이 카나코와, 그리고 우리 두 사람을 찾아 떠났을 사나에에게……
난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다고 전해줘."

목이 메었다.
카나코의 목이 메어 목소리가 잠겼지만, 내 목도 메었다.
어째서 이들은 이렇게까지 절망해야만 하는걸까.
이렇게 슬퍼해야만, 서로를 걱정해야만 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자, 내 머리 속에도 한 사람이 떠올랐다.
메이린.
지금도 날 찾는 일에 열을, 힘을, 그 명을 깎아가며 뛰고 있을 여자. 몸은 괜찮니? 밥은 먹고있어?
내 얼굴에 뭔가 방해되는 것이 떨어졌다. 그런 날 본 스와코는,

"미안, 네 사람을 생각나게 해 버렸니?"

"킁…… 아뇨, 괜찮아요."

잠긴 목이 순식간에 갈라져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을 떠올려버리니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려서, 그런 내 모습을 스와코는 그저 보고만 있었다.

그 몸, 그 머리카락, 그 미소…….
아아, 메이린, 메이린.
당장이라도 목놓아 울며 부르고싶은 그 이름, 닿고싶은 그 이름…….
그치만 난 여기서 울고만 있을 수 없다. 이대로는 안 돼, 난 눈에 힘을, 주먹에 새로운 피를 흘려넣으며 얼굴을 들었다.

"넌 강한 아이네, 너라면 이 '이변'은 분명히 해결할 수 있을거야."

이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볼 수 없게 되는 정도의 이변인가.
바보같은 일이야. 누구의 소행이지? 알 수 없어. 모르겠어. 감만큼은 둔한 나로썬 이런 건 쥐약이다. 그치만,

"고마워."

나아갈 수 밖에 없어. 그렇지 않으면, 영영 메이린과 만날 수 없는걸. 그러니까 여기선 우선 이 둘을 안심시키자. 산에있는 수 많은 사랑하는 자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도록.
난 카나코에게 스와코의 말을 전했다. 카나코는 그저 '알았다' 고 한 마디 했을 뿐이었다. 그치만 내가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낀 건, 그녀의 기분이 매우 안정적으로 가라앉았다는 것.

경내에서 나오자 비가 조금 사그라들었다.
아까의 둘이 조금은 진정했다는 증거겠지. 그런 생각과 함께, 내 머리속에 떠오르는 한 가지 일.

상대는 신마저 희롱할 수 있는 괴물. 거기다 장난인지 뭔진 모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서로 보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신들도 손대기 어려운 존재.

그러니까 그만큼 맘을 다잡아야만 해. 쉬운 상대일리도 없고, 그렇게 쉽게 끝내줄 생각도 없으니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상대는 결코 쉽지도, 그리고 말로 해서 들을 상대도 아니지만 난 하늘로 날았다. 기다리고 있어 보라구, 이 내가 움직이게 만든 댓가는 치르게 해 줄 테니까.

아아, 뭔가 이야기가 너무 커진 느낌이야……. 뭐 하고 있니, 어디에 있니 메이린…….
Posted by 나즈키

아까부터 빈정대듯 니글니글하게 말해대는 통에 내 속이 다 뒤집어질 것 같다.
뭘 말하는거야. 정석대로 널 쓰러뜨리고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어.
그런 말을 하며, 난 나이프를 치켜들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나오시는겁니까.
그-럼- 저도, 오랜만에 기사같은건 잊어버리고 한바탕 날뛰어 미쳐 돌아가보는것도-"

그렇게까지 말 해 놓곤 꺼냈던 부채를 등 뒤에 쑤셔박듯 넣곤, 몸에 배긴 긴장을 풀어버렸다.

"괜찮겠지만, 역시 지금 전 조금 바빠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떠나겠습니다. 상관없죠?"

아니 엄청 상관있어. 절대 좋지 않다구 너.

"잠깐 기다려! 네가 가 버리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라는거야, 내 외침은 나오지 않았다.
등을 돌리곤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에, 난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내 손은 닿지 못했고, 나를 돌려다 본 그 얼굴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로썬 무리지만…
산 위에 있는 신님들에게 부탁해보는건 어떻겠습니까?"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 딱딱하게 굳어, 다시금 날 긴장시켰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한 어투로 말했다.

"난 악마의 종자야. 신따위-"

쿡, 하고 아야는 웃었다.

"괜찮군요,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뭐 가든지 안 가든지 그건 제 문제가 아니지요. 어쨌든 전 떠나겠습니다. 그럼, 좋은 일 있길 바랍니다."

그 말을 남기곤, 아야는 엄청난 소리와, 속도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뭔가 신경쓰이는데, 그 신이란 거.
몸을 때리기 시작하는 비 속에서, 홀로 남은 난 다음 행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오지게 길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온다. 처음 보는 풍경에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 느슨해지지만, 이것도 무리. 지금의 난 메이린을 며칠동안 보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편치 않았다. 당장 누구 하나 잡히면 멱살이라도 잡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그렇다곤 해도 그 아야인가…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데다가, 어쨌든 기자라고 하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귓가에 바람소리가 울린다. 묘하게 우중충한 하늘을 따라 표정이 우중충해진다. 몸에, 옷에 눅눅함이 배인다. 불쾌해.
하긴 생각해보면 내가 찾아가는건 처음인가?
생각 해 보면, 언제나 변태같은 짓거리만 해 대고 그런 사진만 찍어대는 통에 신문에 그 기사가 실리는 순간 바로 쫓아가선 뼈와 살을 해체해서 그 시체를 까마귀들 점심밥으로라도 줘버리겠다는 기세로 기다리고 있으면 정작 기사는 비교적 양호한 것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난 결국 그 사진을 잊어버리게 되고, 잊을 만 하면 아야는 한번씩 나타나곤 했다.
가만, 그러고보니 조금 신경쓰이는데. 그 사진들은 대체 어디 있는거지?

"후우……."

약한 한기를 느꼈다. 아니, 조금 춥다. 산바람이 차서 그런가.
구름이 차오르는 하늘을 보며, 어쩐지 눅눅하더라,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요괴의 산은 인간이 다가오는걸 싫어하고, 그걸 배제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선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 - 그래서인지 아니면 단지 배가 고파서인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하는, 그러니까 요정이며 요괴들을 활용하는 것 같다.
콰직 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내 나이프를 미간에 꽂은 요괴가 떨어졌다. 아아, 힘이 너무 들어간걸까? 언제나 이상한 녀석에게 베어넣던 손이라서 그런지 너무 과격하게 되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고개를 들어보면, 거기엔 '만나러 오려면 산을 올라 폭포에 도달하면,
희고 귀여운 아이를 찾아 주세요.' 라고 아야가 전에 말했었는데.
에ㅡ 여긴 분명 폭포 꼭대기지?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아니, 혹시 저건가?

난 조금 전에 둥그런 모양의 탄막을 쏴대고 있었지만 왜인지 멍멍이같은 느낌이 강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머리에 쓴 헤드드레스를 원반던지기로 던졌더니 그걸 쫓아가다가 피탄당해 지금은 떨어져서 물 속에 '퐁당' 하고 빠진 하얀 녀석을 눈으로 쫓아갔다. 말 그대로, 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저런 상태라면, 뭔가 물어보기도 힘들겠네….

난 그렇게 생각하고, 그대로 산을 올랐다.
그 녀석도 꽤나 바보니까 높은데에 있겠지.

툭, 투둑, 한 두 방울씩 안 좋은 소식을 내 몸에 전해준다.
차오른 구름은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이내 소나기가 되어 쏟아져내렸다.
까마귀가 많은데, 슬슬 나타나는걸까-
아니, 슬슬 까마귀 왕님이 등장할 차례인데.
어라, 이 까마귀들 조금 많지 않아? 잠깐 그만둬! 아니 잠깐, 여기저기서 들이대지마! 날아오지마! 쪼지말라구! 귀찮아!! 날 날 귀찮게 하지마, 잠깐, 비켜, 앗, 진짜, 이런 젠장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나이프 물고 도망가는놈은 뭐야!!!

"당장 튀어나와!!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죽인다 너!!"

이 까마귀들, 아무리 그래도 새대가리 주제에 너무 게릴라전에 익숙해. 아니, 똑똑해. 그렇지 않고는 까.마.귀 주제에 이런 탄막같은 행동은 불가능한데다 가능할 리 없어-.

"어라어라, 들켰습니까- 이거야 이거야-.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죄송합니다-, 그치만, 산 쪽도 이래저래 큰일입니다?"

내 눈 앞에서 까마귀들이 좌우로 크게 갈라지고, 그 가운데에서 나타난 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발단발 거기에 흑백의 소녀, 샤메이마루 아야였다. 언제나의 부채와. 언제나의 복장.

"어머어머 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럽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꽤나 고생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정말이지, 여기선 이런 옷 입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그 만큼만, 용서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소리가 하고 싶으신가요, 아야양.

"그보다 산에 큰일이라니?
산에도, 뭔가 있는거야?"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야는 내게 손을 뻗어 제지하는 동작을 취했다.

"아니 그건- 말씀드리곤 싶지만 말할 순 없는 탓에…
이 이상은 안된다구요~ 아쉽지만 당신도 꽤나 지친 듯 한데… 이대로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Posted by 나즈키
마리사의 집 앞에 있는 사람은 앨리스였다. 그녀는 쪼그려앉아서 무릎을 손가락으로 깨작대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풍겨나오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시커무루죽죽한 느낌엔 나도 몸을 움츠리게 되어서 그녀에게 말을 거는것부터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악마랑 마녀랑 괴물들과 사는 날 이렇게 만들 정도라니…. 앨리스 쟤 진짜 마족 아냐 혹시?
아니 그보다도 이러면 곤란한데. 마리사를 잡으려면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 앞에서 그녀가 저러고 있으면……. 으응, 말이라도 걸어볼까?

"뭐야 너, 마리사한테 볼일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나를 눈치챈 듯 그녀가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의 시선이 이 쪽으로 향하질 않았다. 정확히는 내 부근 어딘가를 보는 듯 한데, 촛점이 잡히지 않는 시선이었다.
……무서워, 아무리 나라도 이건 무서워….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러야 했다. 어쨌든 침착해지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응, 뭐, 일단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두드려 패려고 왔다곤 말 못 하지만.

"지금 마리사는 없어. 돌아가."

썰렁한 그녀의 한 마디에 난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됐다. 마리사가 없으면 어디로 가면 좋을지 방향을 정한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언제나 마리사가 집 안에 있는것도 아니었잖아 그러고보면.
대체 무슨생각으로 여기에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리사의 방에 불이 들어왔다. 멋진데. 날 바보로 만들기엔 너무 괜찮은 타이밍이잖아. 조금 고집이 생긴 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안에 들어가봐야겠어.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살아났다. 노려보는 시선과 함께 내게 주의를 돌린 그녀가 말했다.

"안? 네가?
둘이서, 방 안에서, …뭘 한거야?"

우-와 무서워. 어째서 거기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는거야. 역시 어두운 이야기라면 이 녀석을 넘을 녀석은 없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역시,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싸우는게 맘 편한 상대야.

"말 못한다는거야…?
정말 용서를 못하겠네.
내 물건에 손을 댄 녀석은, 내 인형으로 만들어버릴거야!"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소맷부리 아래에서. 목 뒤에서, 어깨 너머에서, 치마 안자락에서, 책 뒤에서, 허리춤에서 인형들이 쏟아지듯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 인형은 제멋대로 날뛰듯 내게 날아들었다.
무수한 인형이, 탄막이 날뛰듯 날아들어 나타나고 사라지며 내게 달려든다.
탄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 수많은 탄이 무질서하게 날아드는데도 제 탄끼리 부딪혀 상쇄되는 건 극소수라는게 그녀의 컨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하나의 질서를 만들며 내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치만 질서있게 날아온다는게 내 눈에 보인다는건 결국,

"읽혔어!"

상대의 수단, 패턴에 맞추어 내 나이프가 공기를 찢으며 부딪힌다. 탄이 폭발하며 연쇄적으로 제거되고, 곳곳의 인형들이 폭발한다. 사실 이 정도라면 인형사는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그녀가 다른 동작을 취하기 전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두 스탭 딛으면 그녀는 한 스탭 딛고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피해나간다. 샥샥 피해대면서 여기저기에 뿌려둔 인형으로 견제하는게 여간 귀찮…… 아우 정말!!

"한번 해 보자는거야? 『안개 속이라면 난, 살인귀도 될 수 있다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수십 수백의 나이프. 방향성을 정하지 않고 날아간 나이프는 그렇지만 한 번 튕겨 그녀를 노리며 날아든다. 그치만 그녀는 피하려는 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그녀의 주변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지는 나이프는 인형들과 그 방패에 막혀 무용지물. 하아…….
그치만 사실 내가 걱정하는건 저런 방패막이나, 아까의 조잡한 탄막을 뿌리는 인형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인형은 이런 프로그램마냥 짜여진 인형이 아닌, 그녀가 직접적으로 조종하는 인형들.

피이이이-

붉은 빔이 내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 가슴 근처를 간신히 통과해 멀어져간다. 내가 움직였던 장소에 맞춰보면 노린 곳은 아마 심장 언저리겠지. 인형을 조종하는 시간차 덕에 움직임까지 예측해서 오는데엔 시간이 걸리는 탓이겠지만, 그것도 한 둘 이야기지-

"설마, 이 정도로 놀란 건 아니지?"

나이프를 던지는걸로 모자라 손에 쥐고 탄들을 찢어발기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자, 내 귀여운 종자들아. 인형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인형들의 전쟁』을 똑똑히 보여주려무나."

그리곤 십수의 인형들이 각각 칼이며 창, 나이프를 들곤 내게 날아들었다. 그 모습들이 조금 귀여워서 난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풉, 나와 장난이라도 할 셈이- 아얏!"

내 웃음을 방해하듯 날아든 조약돌이 발목 근처에 맞아서 욱신거렸다.
…저 녀석, 설마 돌멩이를 던질줄이야….
조그만 조약돌을 바닥에서 궁상맞게 주워선 내게 던지는 모습이 좀 애처로울 정도였다. 그치만 그 돌멩이란것도 꽤나 귀찮을정도로 정확한 탓에, 근접해 들어와선 내 옷에 흠을 내는 인형과 저 멀리서 레이저를 제 멋대로 퓽퓽 쏴대는 인형에, 돌멩이까지 피해가며 그녀를 상대해야 했다. 마치 혼자서 공성전이라도 하는 것 같아져서, 조금 머리를 굴렸다. 이런 이야기,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의 열을 식혀보자. 지금은 너무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정보량이 많잖아?"

-라는 내 말이 닿을 무렵엔 이미 인형들도 그녀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탄들에 둘러싸여 한정되어 있는데. 이 상태를-.




별로 울리려는 건 아닌데다가 울만큼 패준것도 아닌데,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째서 제멋대로 싸움건 주제에 지면 내 품에 뛰어들어선 울어제끼는거야. 정말, 울고싶은건 나라구.
그런 울적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앨리스는 제멋대로 술술 불어댔다.

"…훌쩍, …안엔 …들여보내고 싶지 않아 …킁, …그, 그치만… 마리사… 없는걸… 아, 아침에… 만나서 … 얼굴, 훌쩍… 없어져… 그치만… 훌쩍…"

뭔 소리야 이게. 그러니까 아침에 마리사가, 아니 마리사의 얼굴이 사라졌다고? 이녀석, 이미 요괴가 되어버린건가. 질 나쁜 농담을….
난 그런 생각을 접어두곤 앨리스를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 착하지 착하지.
그 두드림에 조금은 진정한건지, 겨우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며 그녀는 말했다.

"흐윽, 훌쩍…. 그러니까, 그… 마리사… 없어져버려서… 찾고 있었는데… 집 안에… 마치,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안엔 아무도 없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려서… 최악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이 계속 이어져서… 그, 침울해져서…."

…그렇다고 날 공격한거야…. 하여튼, 한 번 가라앉아버리면 끝을 모른다니까.
뭐 어쨌든, 이쪽도 결국 없어졌다는 이야기네.
어째서 내가 찾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없어져버리는거야. 모코우야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 만나면 짜증나는 녀석을 찾아가보자. 이 녀석도 없어진다면, 이건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거겠지. 귀찮은 녀석은 죄다 없애버릴테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떠올린건, 시건방지고 가벼운 녀석이었다.
Posted by 나즈키
"아침…."

눈을 뜨니 햇빛에 다시 눈을 감게 되었다. 아아, 눈아파. 그만.
내가 뒤척이는데에 깨어난건지, 케이네는 저쪽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아무 말 없이.



"미안하다. 폐를 끼쳤군. 그치만 오해가 있었다."

깨어난건 아침이 아니라 한낮을 지나는 때였다. 밥을 먹고 난 뒤, 차를 마시는 지금에 와서야 겨우 케이네는 입을 열었다. 내가 뭔가 물어보는것도 조금 묘하고, 거기다 어제처럼 갑자기 울어버리면 내 쪽이 곤란한 게 더 크기 때문에 아무 말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방감과도 비슷한 감각이 내 몸을 감쌌다.

"뭐… 괜찮아,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당한 건 없고, 신경쓰고 있는 일 때문에 이미 머리속이 꽉 차서. 하룻밤 내내 못 잔건 좀 그렇지만… 그것도 푹 자버려서 이제 괜찮고. 그보다 몸은 괜찮아?"

"뭐, 그 때엔 몸 하난 튼튼하니까 말이다. 너야말로 어디 다치진 않았나?"

"당연한걸."

난 조금 망설인 뒤, 겨우 본론을 끄집어냈다.

"물어도 돼겠어? 무슨 일인지."

"…."

케이네의 얼굴이 어두워 져 버렸다. 아이 잠깐만….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케이네가 얼굴을 들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만, 모코우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지 오늘로 3일째라 찾아다니고 있었다."

별로 대단한 일 맞네요 그건.
잠깐, 케이네도?
그렇게 된다면 이건…. 누군가의 소행인건가. 메이린의 장난은 아니라는건가.
그런 짓거리를 할 만한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는데, 케이네의 말이 이어졌다.

"낮까지는 분명 같이였다만, 그 뒤 마을에서 장보고 있으려니 휭하니 사라져버렸다. 하루 종일 찾아다녀도 없기에 내가 너무 장보기에 빠져버려서 삐진건가 싶었다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봤다고 하고… 그렇게 된 차에 모코우의 장난인가 싶었다. 그래서 찾는걸 포기하다가 어젯밤에 안절부절 못하고 폭발해버린 차에 때마침 만월이었던거지. 이성이 날아가버린 상태에서 모코우와 같은 흰머리의 뒷모습을 봐서 오해가 생겼다. 정말이지 면목이 없군."

겨우 흰머리 하나로 사람을 습격할 정도라니. 거기다 난 단발인데?
의외로 위험한 반수가 여기에 있을줄이야.
그녀의 말을 종하해 본 난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상대를 찾아다녔고, 그렇게 찾아보니 나오는건 목격자 뿐….

"…조금 신경쓰이는데."

"뭐냐? 혹시, 모코우를 본건가?"

아니, 그런건 아냐. 그녀의 격렬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반응하곤, 푹하고 수그러드는 그녀를 보며 안쓰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물건은 남아있었지, 내 경우엔.

사라져버려도 목격자는 계속해서 나온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건 누군가의 장난이야. 그것도 아주 질 나쁜 장난.
나도 모코우를 찾아보도록 할게. 그치만…"

케이네는 내 말을 듣고있지 않았다. 그녀도 나름대로 무언가 생각을 하곤, 이내 그걸 부정하듯 머리를 두어번 털고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을 보곤, 난 자리를 뜨는 쪽으로 정했다.

"난 가볼게. 부디 빨리 찾길 바래."

"아? 아아, 미안. 실례를 범했군. 만일 찾게 된다면 알려주도록 했으면 좋겠다. 난 일단 생각해보고 움직이도록 할 테니까."

알았어,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떴다.
그렇게 자리를 뜬 뒤에도 나는 계속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이 경우는.
어디지. 메이린은 어디에 있는거지.
누구지, 이런 질 나쁜 장난.

뭔가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 난 숲으로 향했다.
그 망할 꼬맹이라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놀고 있겠지. 두드려 패서 굴려버린 다음에, 닥치고 메이린을 찾는걸 도우라고 하면 좋아라고 뛰어나올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조금은 속이 풀렸다.
그치만, 내가 다다른 곳엔 의외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 정말. 어째서 이 녀석이 여기 있는거야.
어떻게 보면 당연하긴 하지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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