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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2009.02.01 [東方] 參人三色 -9- 2
  10. 2009.01.30 [東方] 參人三色 -8- 2
아항- 레이무, 거기, 거기- 라던가  아앗, 너무 짖궂어- 같은 핑크색 잠꼬대나 하고 있는 레밀리아 아가씨를 두들겨 깨워 내쫓고(정말로 마음이 아팠지만, 유카리라도 오면 정말 어떻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했다.) 아침 청소를 하고 벌러덩 누웠더니 잠들어서,


...잠들어버려서.


툭, 툭.

"......어라. 누구?"
깨어나니 비가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아- 흥, 요즘 왜 이리 나른하-ㅅ따다다! 지..."
기지개를 켜며 허튼소리.
그렇다곤 해도, 비라니...

툭, 투둑, 후두두두두두두두-
"이런!"
톡, 톡 하는 느낌이 순식간에 와르륵하고 쏟아져버린다.
소나기인가.
급작스레 엄청난데 이거. 왜 이래, 오늘 날씨.
냉큼 툇마루 안으로 들어와 앉았지만, 하쿠레이 신사는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또옥, 또옥, 줄줄줄...
"..........훌쩍."
비 새는 신사에 살고 있는, 가여운 무녀에 코끝이 시큰해졌다.
그치만 동정은 일단 나중이다. 일단 내 잘 자리부터 어떻게든...



"어이 사나에, 있냐?"
어쭈. 대답이 없네.
"사-나에-"
"네, 나가요-, 어머나?"
뭐지, 저 끝의 미묘한 추임새.
"거 참, 뭐냐 그 어머나는?"
"아- 뭐랄까, 신기한 손님이구나- 싶어서 그만."
요괴의 산 중턱에 신사 떡하니 박아놓은 너에 비하면야... 신기...
"흐흥... 할망구랑 스와코는?"
"아, 두 분은 나가셨어요. 그보다, 서 있기도 뭐한데 들어오세요."
"예입."
가지런히 발 모아 신을 벗어놓고는, 신사 안으로 들어간다.
아, 여긴 참 넓구나. 거기다 깔끔하고, 뭔가 뭐랄까... 그래.
일단 사람이 사는 집 같잖아? 물건도 좀 있고, 뭣보다-
비는 안 샐거아냐.

감탄하고 있는데 사나에가 어디론가 휙하고 가버렸다.
"...끄응."
털썩하고 앉아 생뚱하게 앉아있는데, 사나에가 쟁반에 뭔가를 담아서 왔다.
"드셔보세요.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지만..."
차에, 과자다.
"오, 생큐!"
차다!
은은한 이 향, 맘까지 따뜻해지는 것 같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저 김. 거기에 딱 맞는 차과자까지!
으햐아- 역시 오길 잘 했어.
아. 침은 닦자 그래도.



"마리사씨도 생각보다 차 좋아하시네요?"
어이구 뜨끔.
"아? 응. 뭐, 주는건 마다하지 않고 먹는 성격이라서."
그래. 마리사는 그런 녀석이지. 뭐 자존심이 세니까 아무거나 막 주면 안돼지만.
후룩후룩.
오작오작.
".......저기, 마리사씨.
마리사씨는, 역시 그- 레이무씨랑 친하시죠?"
"응? 아아. 그렇지.
뭐니뭐니해도 같이 지낸 시간이 있는데?"
뜬금없는데. 왜 묻는걸까 이거.
"그러면...혹시, 마리사씨 혹시 말이죠."
"뭔데 이리 뜸을 들여?"
이때 감이 '위험하다?' 고 경고하는걸 들었어야 했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혹시, 그, 애인!?"
푸-웃!
아아, 아까운 차가 무지개로 산화하고 있어...
"케, 쿠훅, 이게 무슨 자다가 봉창 우려먹는 소리야?!"
"...아, 역시 아니구나.
그, 그럼 말이죠."
...불안해. 마치 고개를 넘었더니 태산이 있을 것 같아서 시선을 못 드는 것 같아.
"레이무씨,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이게 또 무슨...
아-아, 이게 대체 무슨 주책바람이람? 얼굴 새빨개진게 안 봐도 훤하네.
머뭇머뭇 시선을 사나에에게 옮기자, 휙하니 고개를 돌려 사나에가 시선을 피했다.
어이, 물어본 네가 그러면 어쩌자는거냐.
"여, 역시 이런 이야기 이상하죠?
그치만, 그치만요. 제 이야기도 좀 들어주세요. 레이무씨 매정해 보이지만, 친절한 사람인걸요. 그런데,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서...
거기다, 쪼-끔 멋있기도 하고..."
낯부끄럽게 이게 무슨 소리야...
나는 팔려가는 쪽을 간신히 잡아와선 대답을 억지로 끄집어냈다.
"아... 뭐, 친해져 보면 되잖아?"
"그, 그게, 처음에 그렇-게 무서운 표정으로, 엄-청나게 화난 것 같아 보였다구요? 저 정말, 생전 처음 카나코님을 영접할 때 이후로 그렇게 무서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아 그야 열받지. 남의집에 제멋대로 쳐들어와선 벌렁 드러눕곤 '여긴 내 방이다' 하는 격이었으니까.
"그 땐 레이무도 문제가 있었겠지. 그러니까 크게 신경쓰지 마."
아 뭐 물론 멋대로 자리깐건 크게 신경써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 녀석도 널 싫어하지는 않을거야. 한 번 찾아가 봐."
"아... 네, 알겠습니다!"
환하게 밝아진 사나에의 표정을 보는데, 난 왜 안도감보단 기묘함이 몰려오지.



어허-이 심심해.
레밀리아는 내가 짝퉁인걸 알자마자 처박아놓고 일도 안 시키고, 중화소녀는 가끔 상태를 보러 온답시곤 전신맛사지라는 명목 하에 날 죽이려고 드는 것 같고.
아, 진짜 죽겠네. 온 몸이 다 박살난 느낌이야.
심심한데 꼼짝도 못 하는게 생각보다 끔찍하다. 회복마법같은거 배운 기억 없고, 자칫 잘못 썼다간 내가 내 몸을 박살내겠지. 난 언제나 박살내는건 잘 해도 만들고 고치는건 영- 소질이 안 맞는단 말이지.
"들어갈게."
쓰잘데없는 생각이 휑하고 날아간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들어온것은, 마리사 - 그러니까 일단 레이무였던 - 였다.


"하아... 이게 무슨 수난이람..."
정말이지 하쿠레이의 무녀는 대단하다. 일단 잘 자리는 만들어야해서 바가지를 놓으며 깨달았는데,
이 녀석 믿기지 않을 정도로 딱 자기 잘 자리만큼만 물이 안 떨어지게 수리한 모양이다.
"대단해 대단해."
그건 그렇고, 비라....

솔직히 아가씨가 걱정되지 않는게 아니다. 흐린 날이어서 밖에 나갔다가 비라도 오면, 그 천방지축이 우산하나 제대로 씌워줄 수 있을까? 그 무식한 개구장이 중국이 물이라도 튀기며 관 안엘 들락날락하면서 카펫이 지저분해지면 어쩌지? 벼락이라도 떨어지면, 대처할 줄 모르지 않을까 모두들.

"안 돼겠다. 돌아가자."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점점 좋지 않은 방향으로 기운다.
도저히, 불안해서 못 버티겠어.

"어머, 어딜 간다는 소리니, 레이무-"
...하아.. 하피 이런 때에...
"하아. 한 번만 그냥 보내주면 안 될까."
"모처럼 내가 왔는데 그런 반응- 섭섭해, 응 섭섭해."
아... 귀찮아.
"자 봐, 여긴 내가 잘 자리도 없는 상태라서 말야. 일단 비가 그치면 고친다고 해도, 그 때 까지는 어디선가 묵어야 하지 않겠어?"
"그럼, 우리집으로 가자."
아, 역시 그렇게 나오는건가요.
"아냐 괜찮아. 홍마관에 간다고 말 해 두었는걸. 거기다, 홍마관이 훨씬 가깝-"
"가자♡"
발밑이 허전하다.
틈새다.



솔직히 반정도는 예상했지만 유카리는 날 납치 해 오자마자 덮쳐들었다. 이 미친 비 냄새가, 내 몸에 배어서 그녀를 자극했다는데 - 알게 뭐야. 살려줘.
그치만 뭐랄까, 오랜만에 받아보는것도 나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함이 미스였다.
감각에 몸을 맡기고, 그녀와의 접촉에 몸이 달아오른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틈엔가-
"아, 유카, 유카리, 그만, 그만! 이 이거 조금... 이상해!"
온 몸을 지배하는 자극이, 쾌락을 넘어 공포를 자아냈다.
"어머, 무슨 소리니 레이무? 이제 시작인데?"
"하아, 하아, 하아, 그 그만, 이거 뭔가... 큿! 저 절대로 이상해! 아, 아아아앗, 몸이 말을... 흐으으읏!"
주체할 수 없는 감정과 감각이 신경을 녹여버리는 것 같다.
눈 앞이 아찔하다.

"아으... 하으... 그... 으아..."



정말, 그 레이무는 어떻게 이런 걸 상대하면서 지내온거지?

처참했다.
울며불며 엉망진창이 되어 거부했지만, 거기에 의미가 있을리가 만무했다.
마치 몸을 꿰뚫어 지나가는 것 같은 쾌락이 중추신경을 자극하다 못해 녹여버렸다. 언제 정신을 놓았는지도 모르는 채로, 정신을 차리니 어느샌가-

진짜 내 방에 와 있었다.

홍마관이었다.



차 잘 마시고 이야기 잘 하고 가는데 왜 자꾸 불안한걸까. 아, 뭐지 이 찜찜함 진짜.
하늘을 보니, 우중충한게 곧 비가 내릴 기세다. 이제 슬슬 들어가볼까.


언젠가 비가 오지게도 퍼붓던 날, 마리사와 싸운 적이 있었다.
정말 사소한 이유였는데. 묘하게 발끈했던 것 같다. 나는 지치지도 않고 쏘아댔고, 마리사도 지지 않고 말을 쏘아대다가 어느 순간엔가 말이 막혔다.
어거지를 부리던 마리사가 제자리에 털썩하고 주저앉아선 고집을 부렸고, 화가 난 나도 에라 모르겠다 내버려두고 휭하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속이 상해 한참을 하소연했더니,
"그래도 슬슬 찾아가 봐. 그 애, 감기에 걸릴 테니까."
설마, 라는 생각으로 신사에 돌아왔더니 그 아이는 아직도 토리이 앞에 앉아 있었다.
정말이지 그 때는 질려버려서, 미친 거 아니냐고 화내고 그러다 얼르고 달래고 사과해서 겨우 신사에 들였던 기억이 있다.
물론 그 다음에 감기로 죽다 살아난 건 당연한 이야기.

하여튼 바보.
손이 많이 가는 아이라니깐.




신사는 물천지고 사람은 없고.
잘 지내나 싶어 와봤더니 이 꼬라지일 줄이야...
하늘을 나는 시커먼 마법사, 조금 화났음.



"어-이 중국! 사쿠야 있어?!"
많이 아프시단다.
우리 신사도 많이 아프시다.



"들어간다."
어차피 마리사니까 상관없겠지.
"아, 레이무."
어째서인진 모르지만 사쿠야의 방에 있는 무녀가 반가운 얼굴로 날 맞아주나 싶더니,  이내 얼굴이 굳었다.
얼라리. 왜 저러지.
"...레이무 넌... 조금, 그래, 대단해."
어딘지 지친 듯 보이는 그녀가 말했다.
"...왜? 무... 어, 어라. 너 손목에 그거..."
...저 기묘한 자국.
유카리구나.



"들어간다."
여기엔 마리사가 뻗어있겠지.
"오우!"
어이구 쌩쌩하시네요.
정말 밝은 얼굴로 우리 두 사람을 맞아주는 사쿠야의 얼굴인 마리사가 더없이 얄밉다. 뭐 붕대로 도배한 팔다리가 그나마 얄미움을 덜어주긴 했다-만.
"오우는 뭐야, 이 바보. 장난도 정도껏이지 플랑을 건드려? 너 제정신?"
"어? 난 언제나 제정신인데."
의아하다는 듯이 이 쪽을 바라보며 묻는 그 표정이 너무나 순진하다.
솔직히 조금 웃을뻔했다.
"괜찮아 레이무. 그 플랑도 말로는 제정신이야."
"푸핫."
내 얼굴을 한 사쿠야의 말 한 마디에 사쿠야의 순진한 얼굴은 격침. 그래 플랑도 순진한건 둘째라면 서럽지.
그래도 레이무가 마리사에게 "괜찮아 레이무" 라고 하는 장면은 정말 뭔가 끝도없이 어색한데. 그만둬 주지 두사람?
"아-냐 아냐. 난 파츄리도 인정했다구. '얘가 요즘들어 마리사를 닮아가네?' 라고 했는데."
"그 말은 이거지. '얘가 요즘들어 많이 아픈 모양이네.'"
"...푸하하하..."
"아냐, 난 멀쩌... 아윽..."
"멀쩌 뭐."
한참을 둘이 바보같이 아웅다웅.
"어 근데 마리사. 우리 변할 때, 되게 힘들지 않았어?"
순식간에 마리사의 얼굴은 절대영도, 레이무의 얼굴은 흑백청홍. 한 얼굴에 4가지 컬러라니, 무슨 신기술이죠.
"그랬지."
"...아 응. 근데, 돌아갈 땐?"
"괜찮아 멀쩡해."
아-암. 멀쩡하고 말고.
미심쩍은 걸 보는듯 한 두 사람의 표정이 내 눈에 박힌다. 음. 거기다 마리사 저 녀석도 스스로 지금 애매해하고 있어.
빠꼼대는 저 입술이 의심스럽다!
"그럼 마리사부터 바라마지 않고."
마리사인 레이무가 사쿠야인 마리사의 등에 손을 푹 쑤셔놓곤 뭔가를 휙 떼어냈다.
"어, 어이 놀라잖... 쿠에에에에엑!!"
이게 뭔 소리야 대체.




다 죽는 소리를 내며 기절해버린 그녀는 차츰 원래의 자신으로 돌아왔다. 머리는 길어지고 전체적으로 작아졌으며 얼굴도 전체적으로 라인이 부드럽게 통통한 곡선을 그렸다.
뭐 경련이라던가 파들파들 떨고있거나 하지만, 그런건 그냥 옵션일 뿐이다. 자꾸 신경쓰면 지는거야.
옆에 있는, 내 얼굴의 사쿠야는 아연한 얼굴로,
"레... 레이무, 너 대체..."
조오-금 힘을 쓰긴 했지.
"벼, 별로 감정같은거 실은 건 아냐."
"저기 레이무."
"응."
뒷걸음질.
"나, 조금 이따 하면 안 될까?"
그리고 참을 수 없어 비실비실 새어나오는 웃음.
"괜찮아 사쿠야, 살살 해 줄게. 아프지 않아."
"레... 레이무?"
한 걸음, 두 걸음.
"아니... 그, 혼자서 할 수 있을 것 같고-"
아냐 그건 무리지. 무녀의 부적인걸.
"이리와, 어서 윗도리 벗어."
사쿠야와의 거리는 좁혀져 가고-
"잠깐 레이무, 너, 너 눈빛이!!"
왜인지 유카리와의 기억이 떠올라, 몸이 땀으로 젖어들어간다.
"아- 정말 귀찮게! 이리 오라니까!"
답싹하고 가녀린 손목이 붙잡히고, 스탭이 꼬이고, 마치 노린 것 처럼 두 사람은 방바닥에 충돌.
고통을 견뎌 낼 틈도 주지않고, 레이무가 훌렁 웃옷을 걷어올렸다.
"아앗, 레이무 그만! 잠깐 마음의 준비가!!"
붕대에 레이무의 손이 닿자, 사쿠야는 질끈 눈을 감았다.
한 겹 한 겹, 서서히 풀려 살갗이 드러나려는 찰나-
"이 몸을 두고 무슨-!"
콰당탕, 문이 박살나며 들어온 것은 관의 어리광쟁이 주인.
"마리사, 감히 잘도 내 레이무를!"
아아, 주인님... 저 조금 감동할지도...
...라는 표정을 내 얼굴로 짓지 말아주세요, 사쿠야씨.
"같이해!!"
레밀리아를 완전히 무시하곤 사쿠야의 팔을 뒤로 돌려 얼굴을 팔에 처박던 레이무도, 레이무에게 잡혀 무릎을 꿇고 머릴 바닥에 댄 멋진 포즈의 사쿠야도 그 순간만큼은 같은 의견이었다.
이 녀석, 안 되겠어.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뭐 어쨌든 돌아온 두 사람은 얼굴이 붉어지거나 온몸이 땀범벅이거나 옷이 엉망진창이거나 해서 표현해버리면 조금 곤란한 상태였-지만.

어쨌든 이걸로, 간신히 세 사람의 소동은 홍마관에서 끝을 맺었다.



늦은 밤.
세 사람의 수다는 길지 않았지만, 마리사가 깨어났을 땐 이미 시간이 늦어있었다.
벌렁, 툇마루에 드러누우며 레이무가 말했다.
"아-아, 역시 신사가 내 집이구나.
.....어?"
킁, 코에 익숙한 냄새가 잡힌다.
뭐지, 이 냄새-


부엌엘 가 봤더니, 탕탕탕탕 리듬있는 칼질 소리가 들려온다.
어머나. 누구?
"레이무씨, 오셨어요?"
"아니 사나에... 그보다, 이게 무슨 난리야?"
진수성찬을 딱 한 걸음 남겨둔 장관이 눈 앞에.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레이무의 뇌는 계산이 꼬이기 시작했다.
덜컥.
"하아-이? 지난 밤엔 즐거웠어, 레이무. 평소보다 격렬하게 울-으풉!"
삐걱.
헛소리는 그만둬 이 요괴 할망구.
거기다 발치에서 그렇게 튀어나오면 무의식적으로 뒷꿈치로 즈려밟게 되잖아.
"레이무님, 그 때의 그 발차기는 잊을 수가-꺄아아아-!!"
끼익.
뭔진 모르지만 이상한 뗑꼬에겐 유카리를 밟는 발을 축으로 몸을 돌려 272˚ 회축.
"흐, 흥, 레이무! 그래도 이번만큼은 특별히 용서할게!"
삑-
우당탕탕 쏟아져내리는 온갖 과실.
"굶주린 레이무를 위한 상냥한 유카님의 배려야! 맘껏 먹도록 해!"
"뭐, 뭐예요 유카씨?!"
삐삐-익-
다짜고짜 식칼을 치켜드는 사나에,
"하앙, 뭐야 이 꼬마계집. 내 레이무에게 용건이라도 있는거야? 내 허락도 없이?"
이유는 몰라도 전력전개 태세인 유카와,
"에이무- 아이오 어엄 이어게 아음맘미-(레이무- 다리도 어쩜 이렇게 아름답니-)"
자신을 밟아비트는 다리는 더듬는 유카리에,
삑,   삑,  삑, 삑,삑,
"더, 더! 레이무씨, 제게 좀 더 그-"
밀어내도 밀어내도 달려드는 뗑꼬.
거기에-
"레- 이무-! 지난 밤은 정말로-"
홍마관 최종보스까지.
삐이--------------------
사고가 폭발한 레이무는 아주 조용히 소곤거렸다.
"『몽상천생』.
....... × 100 !! "






사쿠야는 한동안 아가씨를 덮치지 않게 되었고(후유증), 그 덕분에 욕구불만이 되어버린 레밀리아가 일하는 사쿠야를 덮치는 바람에 넉다운 된 사쿠야는 일주일 간 침대신세이기도 했고, 중국은 왜인지 매일같이 사쿠야에게 '중국 몇천년 요리의 진수' 따위 외치며 괴기한 약탕을 가져다 바치는 바람에 먹고 기절하고 뱉어내고 고락이 날이갈수록 심해져갔다.
마리사는 앨리스가 변덕을 부려대서 하루하루 괴로워하다가, 급작스런 고백선언에 환상향 절반을 뒤집어버렸다.


그리고,


마리사가 또 다시 훔치러 온 도서관엔, 조금 두근두근한 마녀가 하나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Posted by 나즈키
"으앗, 따다다으아!"
정강이에 달리는 격한 통증. 그 통증의 원인인 아야의 구둣굽에선, 푸쉬-하는 기묘한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모미지,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니?
다리를 접는것도 잊은 채 여기저기 돌려보며 아야가 말했다.
"아... 네... 저기, 아야님..."
모미지는 계속해서 마리사를 향해 눈짓했고, 그 캐무시에 당연히 마리사는 화가 났다.
"아야, 너무하는거 아냐?"
울컥하는 마리사에,
"너무한 건 마리사 씨입니다. 이런 무식한 회축, 막은 저도 지금 골반이 저릿저릿한데... 이걸 이런 가녀린 아이의 허리축으로 꽂아넣다니 제정신인겁니까?"
"난 정강이가 끊어질 것 같은데."
그 돌려차기를 구둣굽으로, 거기다 하필 정강이뼈를 차서 막을건 또 뭔데.
그치만 그런 것 치고는 붓지도 않는건, 하쿠레이 무녀의 수 많은 비밀 중 하나.
"저, 저기, 아야님, 제가 막무가내였던것도-"
"어쩜 우리 모미지는 이렇게 착할까! 거기다, 다짜고짜 나타나는 바람에 우리 모미지는 쉬지도 못 하고 달려나왔습니다? 이게 다 누구탓일까요?"
잘못을 시인하는 모미지를 감싸돌며 아야의 입에서 말이 쏘아진다. 아파, 아프다구.
"어허. 시방 해 보자는겨, 아가씨?"
툭.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비웃음을 띄며 말하는 마리사에, 비할 수 없이 입을 쪼개며 아야가 말했다.
"이 이상 손대지 않으면 곱게 비켜드리죠. 다만 이 이상 시비를 거신다면 일단 2:1인건 계산 하셔야 됩니다. 거기다..."
슬그머니 말을 흐리는 아야에, 무녀의 직감이 말했다.
싸우면 귀찮아.
이날까지 자신은 그 감 하나로 먹고살았고, 꼬라지는 비록 마리사지만 일단 감은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건 위험하다고.
아니 사실, 비켜준다는데 굳이 시비 걸 필요 없잖아?
그리고 아야는 항상 자신에게 승기가 없으면 꼬리 말고 숙이고 들어오는게 아야다. 저 재수없는 웃음으로 봐선, 건드려서 득 볼게 없겠지.
"아-아, 그렇게까지 말 하니까 할 수 없네. 오늘 하루는 일단 그냥 지나갈게.
그치만, 난 산에 있는 무녀를 보러 갈건데. 보내줘도 괜찮겠어?"
"뭐, 맘대로 하시면 됩니다. 지나가세요."
길을 비켜주는 아야에, 천천히 그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내가 먼저 지나가는걸 끝까지 보는 그 점이 철저한 까마귀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엔, 레밀리아의 방이었다.
"아...어라."
넷에게 둘러싸여 탄막에 휩싸이고, 나이프며 팔괘로며 되는 데로 휘두르다가-
제풀에 지쳐 뻗은 것 같은데.
"정신이 들었구나, 사쿠야."
"아, 아가씨..."
머리맡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레밀리아였다. 차분하게 잠긴 그 목소리는 어딘지 엄해서, 어딘가 날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다가가지 말라고 말했건만."
응? 사쿠야에게도 이야기했던건가. 그 이야기.
"그게... 아얏!"
자세를 고치려 팔을 움직였지만, 팔목부터 어깨까지 고통이 마라톤을 해대서 꼼짝 할 수 없었다.
"온 몸을 새로 맞추다시피 했으니까 움직이지 마. 하여간, 괜한 아이가 사고를 친다니까.
갑갑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버린 나와는 애초에 다른 아이. 그 아이는 일곱색 날개를 가졌을지언정, 새하얀 종이보다 더한... 그런 아이야.
그러니까 너처럼 색이 짙은 아이가 다가가버리면 곤란해."
익숙한, 그렇지만 싫은 시선이 창 밖을 향해 있었다.
집을 나오기로 어머니께 말씀드린 뒤에, 나에게 보였던 어머니의 시선.
스승의 품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의,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챙겨주던 스승의 시선.
".......아가씨......"
싫은 눈망울, 싫은 눈매, 싫은 눈꼬리.
질책의 분노도 실망의 우울도 아닌, 단지 자책과 미련의 시선.
".......사쿠야가 아니지?"
흠칫.
"...아가... 아가씨, 그게 무슨..."
"누굴 속이려는걸까, 그 바보같은 종자는. 그 아이가 내 곁에 하루이틀 있었던 줄 아니?
아마, 사쿠야는 신사에 있겠지. ...그치만 너는... 레이무는 아냐."
...아아, 결국 내가 꼴찌?
"뭐, 한 때의 기분전환이었다고 생각할게.
푹 쉬고, 다 나으면 그 때엔 사쿠야를 돌려줘.
그간 수고했어, 거짓 사쿠야."
스륵하고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곤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탕 하는 여운을 남긴 문소리만이 방 안에 맴돈것도 아주 잠깐.
.....쳇.
Posted by 나즈키

"어라, 사쿠야. 벌써 움직이지 않는거야?"
이런 젠장할.
동공이 아프다. 목이 아프...다? 아니, 이제 잘 모르겠다.
전체가 엉망이다. 옷도 찢어발겨지고 몸도 이상하고 치마는 너덜너덜해지고 앞치마는 이미 없고.

정말, 저 아이는 대체 누구의 장난일까.
저렇게 귀여운 아이가 -
"쿡."
"응? 사쿠야, 아직 살아있네?"
"풋, 푸힛.
플랑, 있잖아."
비실비실 웃음이 새어나온다.
"응?"
"이번엔 다쳐도 난, 모른다!"

이런 말투, 쓰면 안 될텐데.
쉽사리 손을 내밀 순 있다. 그치만 항상 마지막 하나가 문제다.
그 선을 넘지 못하니까, 난 언제나 항상 제자리 걸음인거다.
양 손을 앞에 모아, '그것'을 틀어쥔다.
팔괘는 '건'에 '건'. 모든 힘을 열어젖히는 그 괘는 -
마포『마스터 스파크』

"꺄아아아-"
고오오오오오------
플랑의 환희인지 비명인지 모를 소리도, 거대한 힘이 비틀어 억누른 중압음에 묻혀간다.
그치만, 이 정도로 플랑이 어떻게 될 리가 없지.
천도『오렐리즈 · 나이프 · 스로』
사방팔방으로, 그리고 다시 사방팔방에서 나이프가 휘돌아 튕겨나가 제멋대로 모양을 만들어낸다.


제멋대로 만들어 낸 스펠인데, 생각보다 잘 굴러가는 것 같네.
"-카하!
재밌어,ㅡ그치만, 이 정도에 당할 거라고 생각해? 자, 이번엔...
...어머. 어, 어디로?"

"여기."
주변을 둘러보는 플랑도르의 허벅지에 양 손을 포개 얹은 사쿠야가 있었다.
그 차분한 모습에 당황한 듯, 플랑돌이 말을 더듬었다.
"아, 어라?  사, 사쿠야 오랜만에 재밌어.
그치만, 잡혔네?"
"응. 말썽꾸러기 아이는 혼을 내 줘야겠지.
자, 이제부터 벌이야."
"틀려 틀려.
잡힌 건 사쿠야, 잡은 건 플랑.
이제 재미없어. 놀이는 여기서 끝."
"""여기서 끝."""
눈치챘을 땐 이미 플랑도르 셋이 히죽하고 웃고 있었다.
"어. 이런..."


"좋은아침 레이무...에?"
체크무늬 스커트에 양산, 아름답게 그려지는 바디라인. 카자미 유카였다.
"이게 뭔... 꼴이지?"
잘은 모르겠지만, 오랜만에 방문 한 신사에...
아 그래. 사실은 정말 사소하고 쪼잔한걸로 싸우는 바람에 토라져서 한동안 안 왔어.
어쨌든 화해할까- 싶어서 온 건데... 선물...도 가져온 건데... 무 물론 어디까지나 화해하면서 아무것도 안 가져오기엔 이 유카가 너무 폼이 안 나잖아.
그런데!
어째서 레이무 앞 자리에! 무언가 조그만게! 꼬물대고 있는걸까?!
거기다 레이무도 묘하게 기쁜 듯 퍼자고있고! 저 얼굴의 미소! 우으, 눈꼴셔! 부러워! 분해!
"레이무, 일어나 레이무!"
"아... 우응... 뭔가요?"
거칠게 흔들어야 그제야 일어나 뭐라고 꿍얼대고 있어!
"아, 레이무 무슨 일..."
앗, 꼬물대던것도 기어나왔다. 젠장, 이 녀석도 귀엽잖아 이거?!
"정말 너무해 레이무! 사람이 기껏 찾아왔더니 어디서 굴러먹던지 모를 새뼈다귀 비슷한거나 안고 자고있고!"
옆에서 일어났어! 우와, 뭐야 저 무방비한 차림은!?
"뭐, 새, 새뼈-"
"아... 잠깐, 잠깐만! 온다는 이야기 없었-"
풉, 말 잘렸다. 아 고소해.
"아-아, 그러시겠죠. 흥이다, 안녕이라구! 다신 안 올테야!"
이제 레이무따위 몰라. 보름쯤에 온다고 신사 앞뜰에 꽃도 심어놓고 갔는데!
레이무따위, 또 보러 올까봐?
...아 그래도 잘라먹었으니까 조금은 용서해줄까.



"으앗-따다다윽!"

Posted by 나즈키
"...레이무 변태, 색골, 악마, 인간도 아냐!"
이분은 대체 누구에게 무슨 소릴 말하고 싶은거지. 오랜만에 조금 달아올랐더니 토라져벌버린 아가씨는 이불에 몸을 감싼 채 양 볼을 부풀리고 있었다. 어쩜, 이런 모습도 귀여우실까.
"자안-뜩 즐긴 주제에 무슨 소리야? 좋아라고 나타나서 안긴게 누군데?"
"히엥... 그, 그치만 그게... 오늘은 이상하게..."
울먹울먹 삐쭉하니 부어서 무언가 생각하던 레임리아는 이내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떴다 힘겨워 보이더니...
"레이무... 쓰다듬지 마... 잠 온단 말야..."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자 싫은 듯 고개를 휘젓더니, 이내 스르륵 잠이 들었다.
"....흐암, 나도 잘까..."
피곤해...



으-음. 어떻게 하지? 솔직히 팔괘로는 가지고야 있지만 장식이고,
목 언저리, 등 바로 뒤에서 느껴지는 강한 바람.
그렇다고 부적을 들고 온 것도 아니고-
눈앞에서 양 옆으로 다섯, 넷, 일곱-
어떻게 하지? 탄막 승부라지만 정작 쓸만한 탄막이 없다는 건 문젠데.
미끄러지듯 이어져 날아오는 탄막의 방향을 따라-
차라리 다가가서......?
"헤엑... 헤엑, 헤엑..."
어라?
"왜? 탄막? 응?"
탄막이 사라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더듬고 있는데, 모미지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정말, 왜 이렇게 안 맞는거예요! 타임오버 됐잖아!"
아하, 그런건가... 이 녀석, 스테미너가 부족하구만.
"이렇게 된 이상-!"
척, 칼을 나에게 겨누고는,
"떨어뜨려 버리겠어요!"
방패로 앞을 가리며, 일직선으로 차징!
"어머ㅡ 육탄전? 네, 네. 맘대로 하세요.
하여간 요즘 애들은 적극적이라니깐."
거기다 난 빗자루를 타고 있는게 아니란 말이죠. 흐응.
"무, 무, 무 무슨 소리예요!!"
칼을 종으로 크게 내려치며 보이는 그 표정은 당황.
"자, 한 번 시작 해 볼까?"
되는대로 빗자루를 잡아 휘두르고, 방패에 빗겨 내 몸은 중심이 엇나가고,
"우읏-챠!"
종아리 위로 스쳐지나가는 칼날의 감각은 시원 쌉싸름할 뿐이고. 히잇잉이-
빙글, 몸을 돌려 빗자루로 찌르고 들어가면, 어깨와 목 사이로 관통해 들어가는 빗자루의 끝. 아, 아쉽다.
이내 어깨를 벨 듯 대각선으로 휘둘려오는 검에-
"카앙!"
역수로 쥔 팔괘로로 가드. 우와, 용케 버텼다. 그냥 나무장식이라 반신반의했는데.
"웃!"
반동으로 주춤하는 사이, 빗자루를 당겨들고 다시금 휘둘러-
"핫!"
핑그르르르르-
아이 젠장할.
아까부터 걸리적거리던 방패에 치여 저만치 날아가는 빗자루를 어쩔 틈도 없이 칼이 내 얼굴에 밀고 들어온다.
"이걸로 끝-엑?!"
돌려진 시선에 보인 칼날은 내 얼굴이 비칠 정도로 두꺼웠다.
귀여운 아이인데 미안. 얼굴은 손대지 않을게.
빠악!
Posted by 나즈키
레밀리아는 아쉽게도 부재중이었다. 아싸!
신사에 갔는지 어딜 갔는지, 사쿠야조차 부재중이니 내 알 도리가 있나.

흐응. 이번엔 어디로 갈까?
또 다른 무녀의 얼굴이 얼핏, 떠올랐다.



"하아... 아아..."
레밀리아는 지친 듯 옴짝달싹 못 하고 레이무에게 안겨 있었다. 등이며 엉덩이 곳곳은 빨갛게 부어있었고,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눈은 붕대로 가려져 있는데다가 그 붕대는 그대로 등 뒤로 이어져 레밀리아의 손목을 결박하고 있었다.
범인인 레이무는,
"오늘따라 유난히 느끼네. 혹시 발정기?"
같은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껄이고 있었다.
"레... 레이무가 이상해... 하앙.."
따끔한 감각이 온 몸을 달리고, 이내 그것은 알 수 없는 쾌락으로 바뀌어 또다시 신음을 만든다.
분명히 처음엔, 싫다고 앙앙대면서 안겨있었던게 레이무였는데!?
"아... 싫어... 그치만... 아아, 좀 더..."
몸을 배배꼬며 저항인지 애원인지 알 수 없는 행동으로 레이무에게 의사를 표현하고,
"흐-음-"
레이무는 위세좋게 내려다본다.
빨갛게 부은 살갗에 섬세한 손끝이 스치고, 레밀리아는 수 차례 몸을 약동.
움찔거릴 때 마다 오히려 자극은 더더욱 심해져, 다시금 자극되어 몸을 비튼다.
부자유스러운 손목이 붕대에 구속되어 강한 구속감에 몰려오는, 정신을 빼앗는 배덕감-.
"아, 아아, 하아아!"
그렇게 새빨간 양은 길고도 긴 밤을-.



"하아... 하아..."
팔이 너덜너덜하다. 어디까지나 감각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움직임에 지장은 없는게 조금 신기하다.
그치만 고통이 있다는 건 어딘가 이상이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무릎? 어깨? 등? 아니, 전부 다? 감각이 너무 많이 전달되어 구분할 수가 없다.
그래 마치, 감각마저 파괴된 것 같아.
결국 내가 알 수 있는ㄱ너, 지금의 나는 너덜너덜하게 찢어져 엉망진창이란 것.
"사쿠야, 여기저기 비쳐."
무슨소릴 하는걸까, 저 저주스럽게도 귀여운 아가씨는.
"사쿠야, 깨물어봐도 돼?"
"아뇨, 핥는것도 안돼요."
마치 날아오는 탄막을 쳐내듯, 거칠게 말을 뱉어냈다.
"헤에, 그 상태에서도 반항이구나. 아니면, 누님이 아니라 나라서 거절?"
여기선,
"아뇨, 작은아씨는 아직 미. 숙. 하니까요. 섬세함이 부족하죠."
도발해주는게 예의?


어이쿠, 온 몸이 저릿저릿하게 플랑의 존재감이 넘쳐흐른다.
"아하- 흐-응- 그래-"
아무 자극 없던 온 몸의 감각이 따끔따끔 꺄악꺄악 비명을 질러댄다.
"그렇다는거네..."
씨익하고 웃는 저 얼굴.
그녀의 손에 쥐어진 창은, 마치 악마의 꼬리.
정말로, 반해버린 정도로 귀여운 저 얼굴-

아아, 플랑... 너는 말이지....




"흐응. 이상하구만."
지난번에 산을 오를땐 잡신들이 들러붙어 여간 귀찮은게 아니었는데, 다들 어디 간 건가?
조용한 산을 보며 마리사는 고민했다.
이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폭포다. 이래서야 다들 어찌 지내는지 알아보려고 나온 내 계획이 그대로 죽쒀서 루미아 주는 꼴인데.
"아-----앗! 거기 거기, 정지 정지! 멈추세요!"
황급하게 다급하게 조급한 목소리로 빠르게 다가오는 하얀 물체.
이렇게나 산의 주민이 들려주는 목소리가 반가웠던 적이 있던가?
모미지였다. 머리는 벅벅 긁은 듯 엉망이고, 모자는 삐뚤고 정말이지 어딘가 정신을 두고 온 것 같다.
"하아, 하아, 한 수만 더 두면 이기는건데! 마리사씨 너무해!"
뭣, 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전에 특유의 탄막이 쏟아져내린다. 평소의 배는 촘촘..하게?!
너무해! 평소에도 무자비하게 커다란 탄 난사해대면서 이걸 촘촘하게 쏘다니!
눈 앞이 새하얗게 부셔온다.
아, 눈이 아린다...
Posted by 나즈키
""어-이, 이 몸 오셨다!"
당당히 중국을 쓰러뜨리고(왜인지 조금 집요하고 필사적이어서 애먹었지만) 당당히 정문을 지나 당당히 도서관으로. 오늘, 그 사쿠야의 훼방은 없을 예정이니까.
"어-이, 파츄리-이"
어라, 없나?
하루 스물네시간 책만 보는주제에 다크서클이라곤 볼 수도 없는, 제법 이쁘장하지만 시끄러운 마녀의 얼굴을 떠올리며 마리사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하다, 어디 갈 곳도 없을텐데.
"흐음. 책장 한 두개 박살내면 나타나려나?"
"뭐가 어째?!"
흐갹,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파츄리가 이쪽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어, 어느 틈에...
"흐갹이라니, 무슨 귀신을 보는듯한 태도는 좀 심하지 않아? 뭐 어쨌든, 무슨 일?"
"흐-음, 차라리 귀신인 쪼기 덜 무섭겠지. 아, 그래. 자 이거."
쿵,  어깨에 매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놓았다.
"어머, 이게 뭐야?"
"아아? 척 보고 알아야지. 그동안 빌린 책이다."
마리사 이녀석이 멋대로 약재를 갚느네 마느네만 안 했으면 이딴 귀찮은 짓 절대 안 했겠지만, 조그만 복수를 할 겸 홍마관도 둘러볼 겸 해서 온 걸로 해 두자.
"무슨 일로... 책을?"
복잡 미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파츄리는, 그치만 그다지 기뻐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흐응. 왜지?
"뭐, 잘 자리도 부족해져서. 그보다, 기껏 반납하는데 어째 영 기뻐하는 기색이 아닌데?"
뚱한 표정으로 파츄리가 답한다.
"흥. 소악마, 어서 이것들 치워."
"네, 알겠습니다-"
묘-하게 밝은 소악마. 둘의 이상한 공기가 날 도서관에서 떠내밀고 있었다.
"이만 가 볼게. 레밀리아한테나 들러볼까."
"정-말로 이상해졌네, 마리사."
"그냥, 한 때의 변덕이야. 신경쓰지 마."
그렇게 말을 남긴 마리사는 휘적휘적 도서관을 떠났다. 남은 두 사람은, 그 묘한 분위기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아... 읏, 레 레이무, 오늘 너무 과격해..."
"어머 이런 걸 원하는게 아니었어?"
레이무의 목소리가 달착지근하게 귀에 감긴다.
아가씨는 지금, 한창.
뭔가 이상하다면, 그것은 당신의 오해!
이 이상은, 아쉽게도 묘사할 수 없어요!



"아-아. 오늘도 이걸로 끝."
풀썩, 자리에 엎어지듯 얼굴을 침대에 쑤셔박았다. 마리사가 왔다 갔다곤 하지만, 얌전히 돌아갔으니 어찌되든 좋아.
...아,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그녀석이나 보러갈까.
끄응.....
역시 베게에 얼굴을 묻으면 떼어내기가 쉽질 않단말이지.
.....그치만-
"가 보는게 좋겠지."


"오랜만이네요- 작은아가씨. 그동안 안 보여서 많이 섭섭했죠?"
"아니, 그렇지 않아. 그치만 이렇고 저런 일들을 상상하고 있다보니까, 왠지 재미있어져서-
어라? 너 누구?"
아-아. 감이 빠른 아이는 이래서 곤란하다니까.
"어머, 언제나의 이자요이 사 쿠 야 입니다, 작은아가씨. 아무리 요 며칠 못 뵈었다지만, 조금 섭섭하네요."
"에에, 그렇게 나오기?
잘 될지는 모르지만, 난 네 '변장' 을 어떻게든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며, 무언가 꾸욱꾸욱 누르는 시늉을 했다.
체에, 능력에는 못 당한다니까.
"어머, 그건 반칙이예요. 뭣보다-"
"응, 맞아. 재미없지.
있잖아, 나 심심해. 같이 놀자-"
히힛. 하핫. 하하하.
세상에서 가장 스릴있는, 같이 놀자-가 아닐까 저건.
오늘은 과연, 어떨-까!
Posted by 나즈키
"어우, 깜짝이야."
애써 속마음을 감추며, 레이무는 놀란 기색을 내보였다.
레밀리아였다.

잠깐의 휴식은 생각보다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다시근 관 곳곳은 어질러지기 시작했고, 창고는 눈 뜨고 봐도 뭘 찾 을 수 없을정도로 잡동사니가 그득했다.
복도나 식당은 그나마 덜 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개판인건 매한가지. 사쿠야의 목소리가 다시 또 관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아우- 귀 아파!"
"메이드장 또 왜 저래? 요즘 혹시 그땐가?"
"낸들알어? 요즘들어 아주 넋을 놓고 다니는 것 같이 정신없다니깐?"
"아냐, 사쿠야님 그 때는 아직 일주일 남았어-"
수다스런 메이드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주둥이를 놀렸고, 거기엔 어김없이 나이프같은 사쿠야의 말이 날아와 박혔다.
"시끄러, 빨리 일하지 못 해!"
움찔, 하는것도 한 순간. 얼굴 가득 짜증을 머금고도, 투덜대며 식기든 뭐든 닦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왜인지 요즘들어 나이프를 박아대진 않아서 좋다."
"하긴 나도 몇 번 죽었다 깨어난 기억이 있으니까. 여기도 봐,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다니깐?"
훌렁하고 걷어올린 소매에 길게 찢어진 상흔.
관 전체에 사쿠야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홍마관은 다시금 분주해졌다.

아침이 되어, 앨리스의 집을 나섰다.
다른곳도 다녀봐야 하고... 사실은 앨리스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조금 많이 무서웠다. 응.
"가는거야?"
묘하게 섭한 말투.
"그럼, 이 몸은 인기인이니까."
"풉, 바보. 니가 인기인이면 난 카사노바게?"
하아? 이 녀석 어디 아픈가?
내가 알기론 이녀석만한 히키코모리도 드문데. 나 모르는 새에 많이 변했구나, 앨리스.
"그치만 봐, 이렇게나 수많은 팬이-"
그리곤 집 안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인형.
아니, 조금 섬뜩한데요 이건.
"푸하하하, 새로나온 개그냐? ....어이쿠, 그럼 이만!"
앨리스의 표정이 굳어지는걸 본 마리사는 진짜로 섬뜩해지기 전애 냉큼 빗자루에 올라타곤 도망갔다.


"레- 이무."
라며 다짜고짜 안겨드는 아가씨에, 레이무는 하마터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치만, 여기에선 우선 한 번!
"아으 귀찮게 왜 이래!"
아아, 이 대사가 얼마나 부러웠던가!
밀어내는 내 손에 뭉그러지는 저 얼굴도 귀여워요, 아가씨-
"어머, 거부하는거야? 여전하네 그 무정함과 무지함은. 그치만 소용 없어. 우리는-"
"'맺어질 운명' 이니까? 그 대사는 이제 지겨워."
힘을 주어 긴장되어있던 레밀리아의 손이 부드럽게 레이무의 목을 감싸는가 싶더니, 한 쪽 어깨를 꺾을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
차가운 손의 느낌이, 묘하게 야릇했다.
"아읏!"
당황함 반, 감각 반에 레이무는 비명을 질렀다.
"오늘, 그 틈새는 안 와?"
두근, 두근, 미세한 혈관의 난동이 손 안에 잡힐 듯 느껴졌다.
"아... 응... 아마... 도... ...읏..."
레미의 기묘한 손놀림에 당황한 듯, 레이무는 정상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스르륵, 부드럽게 쓸어올려졌다.
"하아아..."
탄식하듯 레이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오고,
"어디 이 밤을 즐겨볼까, 우리 무녀아가씨?"
도발하듯, 레밀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아아아아! 정말!"
관 밖 뒷편에서 소리를 빽 지르는 사쿠야. 그간 쌓인게 머리에 쏠려, 눈 앞에서 핑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눈 앞이 어찔어찔했다.
"사, 사쿠야씨 괜찮으세요?"
쓰러지는 사쿠야를 받아안으며 중국이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사쿠야의 반응. 중국은 걱정스런 눈으로 물었고, 사쿠야는 중국의 품에 안긴 채 뚱한 표정으로 한참이고 아무 말 업이 허공을 응시했다.
"저기,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게..."
"아냐, 괜찮아 중국. 이 일은 비밀로 해 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다시금 머리를 만지고, 정신을 차린 사쿠야는 이내 그 자리를 떴다.
Posted by 나즈키

"어이 앨리스. 그렇다고 공짜로 주겠다는 이야기는 아냐."
"하, 그럼 그렇지! 파츄리에게서 책을 빌려다 달라거나, 나중에 두배로 갚으라던가, 레이무의 세전함에서 일만 엔을 훔쳐오라고라도 하시려고?"
..아니, 세전함에 그만한 돈 없는데.
그나저나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내 얼굴을 바라보는 앨리스의 표정이 제법 볼만했다. 우와.
"그런건 아니고, 그냥 오늘 하룻 밤만 좀 묵다 가도 되겠냐는거지."
뭐 그쪽도 한번 빙 둘러볼 겸.
"뭐?!"
앨리스는 얼음.
이봐, 약초 떨어지잖아. 주변을 날아다니는 상해와 봉래는 왜인지 꺄아꺄아 시끄럽게 얼굴을 가렸다 폈다 도망갔다 잡았다 난리도 아니고, 대체 왜 이래.
"왜 그러는거야, 시간은 늦었고, 여기선 너희집이 더 가까워서 그런 것 뿐이라구."
"아, 그, 그랬구나! 마, 말을 하지 그러니!!"
퍽퍽, 어깨를 때리는 손바닥은 제법 매웠다. 뭐냐, 공격이냐?! 전투?!
어쨌든 그렇게, 앨리스의 집으로 향하는걸로 정해졌다.

승천축의 마지막 차기는 특-별히 힘을 실어서.
"오늘도 역시납니다---!"
어디서 시덥잖은 대사를 주워들은건지 이상한 말과 함께 저 하늘로 날아가는 텐시를 보며 애도.
대체 쟨 왜 와서 공격한거야?
신사를 둘러보니 그나마 생각만큼 박살난 건 아니었다. 이제 저 꼬맹이도 탄막놀이가 뭔질 안다는 이야기이려나.
그래도 부옇게 변한 신사는 아침에 청소했는데 조금 마음아프군. 에이, 또 청소나 해 볼까...
...그렇게 빗자루를 쥐며 묘하게 안도하는 레이무였다.

"하아, 정말이지, 이 녀석들 날 데리고 노는건가?"
요괴녀석은 알고보니 심장 자체가 없는 괴종이었고, 발끈한 사쿠야는 심장 언저리를 나이프로 꾸욱꾸욱 누르며 웃는 얼굴로 '한 번만 더 이 따위 장난질하면 심장마냥 펄떡펄떡 주기적으로 뛰게 해 줄게' 라며 감정을 추슬렀다. 아, 진짜 못해먹겠네.
그렇게 또 하루를 보내고, 어찌저찌 아침식사를 마친 뒤였다. 이제 슬슬 이 일에도 익숙해지는 듯 하다. 그 증거로, 지금처럼 도서관에도 발걸음을 옮기는 것이다.
"사쿠야가 여기에 왠 일? 청소라면 소악마가 하고있어. 한 3주째 하고있나..."
그런가. 여기의 청소는 월단위로 노력해야 끝나는건가. 확실히 넓긴 넓은데... 그래, 처음 왔을 땐 헤매고 감탄하고 정말 정신없었지.
천천히 책장을 손끝으로 쓸었다. 먼지 쌓인 책들이 자신을 보아줄 사람만을 기다리며 묵묵히 그 자리에 꽂혀있다.
두껍지 않은 책 한 권이, 내 손에 걸린다.
"어라, 사쿠야가 책? 오래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오네."
의외라는 듯 한 파츄리의 말을 무시한 채 표지를 보았다. 잘 알고있는 언어는 아니지만, 대충이나마 눈에 들어온다.
연금과 속성, 시간과 공간, 독단과 포용. 적당히 적당한 단어를 조합한 것 같은 이 제목은 대체...
그치만, 펼치자 기다렸다는 듯 무수한 활자가 쏟아져 들어온다.
아, 이 활자의 감촉.



정신을 놓고 책을 읽다보니 결국 끝까지 읽어버렸다.
내용은... 타이틀만큼 이상했다. 우와.
"이런, 벌써 시간이?!"
앗차-아. 정신 못 차리긴!
따각따각 소란스럽게 구둣굽이 울린다. 경망스럽긴.
"사쿠야가 이상해."
책에 얼굴을 파묻었던 파츄리가 살짝, 고개를 들곤 중얼거렸다.

"후..."
찬란했던 태양도 지고, 달의 시간.
청소를 마친 후 할 일이 없던터라 대낮부터 퍼 잔건 좋았는데, 눈을 뜨니 안녕하세요 달님?
"....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 무녀가 심심하면 넋 놓고 있던 건 이 때문인가...

달이 참 아름답지만, 그뿐.
할 일이 없어...
잠도 안 와...

달을 보고 있자니, 아가씨가 생각난다.
보름이 될 때면 언제나 욕구를 주체하지 못하곤 신사로 뛰쳐나가서, 투닥투닥 정신없었는데.
...어라 잠깐. 보름?
화들짝 놀란 레이무가 달을 응시했다.
보름, 보름...
...오늘은, 보름달이었다. 그리고 아가씨를 막을 사쿠야는 없고, 지금은 밤-
"레이무, 까꿍!"
그 밤에, 아가씨는 신사로 오곤 했는데.

Posted by 나즈키

어쨌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광란에 휩싸인 눈동자와 함께 어지러이 춤추는 그녀의 검을 막아내며 밀려났다. 어느샌가 발은 툇마루에서 내려와 경내를 밟고 있었고, 비어있던 왼 손엔 또 하나의 지불봉이 들려 찌르며 치고 들어오는걸 막으며 반격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도구들로 스펠카드 쓸 수 있을까? 라기보다 레이무... 텐시를 괴롭히기라도 했나...
그렇게 생각하며 레이무는 나이프 대신 오정침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나이프만큼 손에 익지는 않지만, 그래도 부적보다는 훨씬 던지기에 나았다.
"체잇, 언제부터 무녀가 이런 잔재주까지!"
일직선이 아닌, 원을 만들며 주변에서 날아드는 수십의 오정침과 자신을 죄어오는 두 자루 지불봉에 뗑꼬는 땅을 박차고 날아올라 주위에 검을 휘둘러 오정침을 쳐냈다.
"먹어랏!"
오락『온가족의 PS3』
"...아니 이게 아니고..."
뭔가 시커먼 돌덩이 비슷한걸 꺼내든 그녀가 그대로 어딘가에 집어던졌다. 어디선가 까마귀 비슷한거의 비명이 들린 듯 하지만 귀찮으니까 신경쓰지 말자.
"이번에야말로!"
천정『전인류의 비상천』
저거라면 쉽다. 발동에 시간이 걸리니까. 천천히 뒤로 돌아가서 -
"...Ver. 인스턴트!"

"............라니 스펠에 인스턴트가 어딨어!!"
자신을 따라오는 굵직한 빛줄기에 레이무는 필사적으로 날고 돌며 피했다.
경내에서 토리이로, 계단에서, 다시 반대쪽 경내로.
아-아, 또다시 박살나는건가 신사...
이쯤되니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갑자기 나타나선 신사를 개박살내놓다니.
내 표정이 보였는지, 어디 한 번 해 보라는 듯 한 표정으로 비상의 검을 역수로 쥐고 있는 텐시. 저, 저 올라간 입꼬리를 그대로 움켜쥐고 있는힘껏 잡아당기고 싶은데!
"하아... 하아..."
"어머, 지치신 건가요."
".......가만 안 둬."
다시금 오정침을 사방에서 뿌려대 이동을 막는다.
...이런, 감정이 몸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멋대로 움직이는 손이 멋대로 오정침을 뿌려댄다. 역시 손 익은 나이프가 아닌 이상 각오해야 하나.
"흥, 이런 시시한 탄막패턴엔 지지 않아요! 아얏?!"
어머 이런. 손이 엇나간 탄이 탄막 안에서 규칙성을 잃고 튕겨들어가는 바람에 텐시가 예측하지 못한 듯 하다. 멋지게 피탄하자 그녀는, 스펠을 발동시켰다.
비상『비상의 검』
팟, 커텐이 쳐지듯 공기가 좌우로 갈리는 느낌이 잠깐.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돌진한 게 또 잠깐. 이십보는 떨어져 있어 설마했는데 내 앞머리 세 가닥이 떨어진게 또 잠깐.
"....빨라."
정말 놀랐네. 스펠을 발동할 틈도 없었어.

...그치만, 짧았네.
"여기까지네?"
신기『천패풍신각』
이미 탄막도 뭣도 아닌 발차기가 작렬한다. 한번, 두번, 세번, 그리고-

사쿠야는 두번세번 하루하루 감탄할 따름이었다. 대체 그 사쿠야는 어떻게 지낸거지?
지시하고 또 소리지르고, 이제 슬슬 패턴이 생기고 있었다. 관을 한바퀴 돌고, 반대로 돌다가 2층에서 내려오고 식당으로 갔다가 정문에- 정말이지 정도가 있지!
"꺄아아악!"
주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 가 보니 신기한 일의 증거마냥 요괴들이 우루루 몰려있었다.
"구경났어?! 다들 돌아가서 일하지 못해!?"
쥐를 보고 놀란 요괴 하나가 쓰러져 있었다. 이건 뭐하자는건지. 쥐가 나온 것 만으로도 가만 둘 수 없겠는데.
행색이 이상해 살펴보니, 숨을 쉬고있지 않았다.
" 응급처치! 어서!"
소리지르며, 사쿠야는 요괴의 가슴팍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헤에. 이걸로 다 모으고도 한참은 남았네."

모인 약재들을 보며 마리사가 뿌듯해하자, 앨리스가 움찔했다.
"그래서말인데, 앨리스."
"응? 뭔데?"
"솔직히, 한동안은 약재가 필요 없을 것 같거든."
"하아?"
어디 아프신가요, 환자분? 의 100만배는 무례한 얼굴이 나를 마주보고 있었지만, 신경쓰지 않기로 하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그래서 말인데. 이 약재 나누지 말고 네가 다 가져가."
"아... 어, 응."
납득하지 못하는 표정이었지만 앨리스는 뭔가 미심쩍어하면서도 주섬주섬 약재를 챙겼다. 사실, 나라도 마리사가 이런 소리를 하면 소복으로 갈아입고 장례 준비를 하겠다는 생각은 했다만.
흐음... 어쩔까?
Posted by 나즈키
"끄응... 그래서, 그 약재가 뭔데?"
어제 마셨던 약에 대한 기억을  머리를 두어번 붕붕 흔든 마리사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말이지 자신이 사용한 약재도 모르는건... 이상한 약 먹은거 아냐 마리사?"
"아... 그랬나. 모르겠네. 머리속이 엉망인데."
하여튼. 툴툴대는 말투와는 달리 걱정되는 표정으로 이 쪽을 쳐다보는 앨리스.
괜찮아 괜찮아, 라며 앨리스를 달랜다. 달래며 재촉하자 그제서야 앨리스는 이것저것 약재를 알려줬고, 그 약재는 대부분 버섯이나 약초들이었다.
아무래도 나가야겠는데.
"잠깐만 그대로 있어 앨리스. 옷 좀 갈아입을게."
"에에에에에에에!! 나, 날더러 너 옷 갈아입는걸 보고있으란거야?!"
천박하긴, 이라며 당황하는 앨리스에 마리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소리야? 단지 옷을-"
덧입는 것 뿐인데, 라며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는데 앨리스는 끝모르게 당황해선 시선을 애써 창 밖으로 돌리고 있었다.
어디 아픈건 앨리스인가? 내가 레이무일땐 아무렇지도 않게 붕대 감아줘놓곤.
"자, 다 입었다. 가자-"
"으, 응."
쭈뼛쭈뼛 일어서서 나오는데 뭔가 이상ㅎ다ㅏ. 설마 나, 뭔가 잘못 입기라도 했나?
시선 닿는대로 확인한걸론 맞게 입었을텐데. 유난히 경계하는 앨리스가 이상하다.
어쨌든 발길 닿는대로 걷고 있으면 앨리스가 소매를 잡아당기거나 앞서거나 하면서 숲 속을 돌아다녔다. 말로 이리 오라 저리 가라 하면 될걸 좀 귀찮게 군다 앨리스.평소에도 이랬나?
거지반 모았을까. 버섯에 있어선 달인인 마리사와의 돈독한, 너무나 돈독한 우정덕택에 쓸데없이 괴로운 기억이...
남아있는 덕분에 버섯에 대한 지식으로 어찌저찌 모아가며 돌아다니다가, 어느 호숫가에 도착했다.
"오, 이 숲에 이런데도 잇었구만."
"저말이지, 지난번에 잘난 듯 여길 데려온게 누군데?"
그리 크지도 않아 눈에 뜨이질 않았었구나. 그래도 제법 이쁜데 여기?
그렇게 생각하며 머쓱은 듯 호숫가를 바라보는데, 옆에서 앨리스가 묘한 짓을 하고 있었다.
"으하하, 미안미안. 그런데 여기 약재도 없는데 왜 온거야?"
"바, 바보. 시간을 보라구 시간을. 사실 구하는게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서 도시락을 싸 왔는데 말이지."
"근데 정작 거지반 다 모았잖아?"
말 없이 앨리스는 도시락을 펼쳤다. 확실히 저정도면 2인분인데...
"어, 어디의 바보가 이번에도 '응? 잘 모르겠는걸? 그럼, 바쁘니까 나중에!' 라며 도망칠 걸 고려한거라구! 엄연히 따지자면 제멋대로 수락해버린 네가 문제야!"
"어, 어이. 그거 좀 억지... 아잇, 혼자 먹을 수 있다구?"
먹여줄 것 까진 없는데. 부담스럽다구?
"그... 그건, 아냐 사실 나 혼자 먹을 수 있는 분량이지만 네가 도시락을 싸올 리 없으니까... 그래서 오늘만 특별히!"
그건 매우 감사한 일이구만...
그치만 먹여주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렇게 묘-한 분위기에서의 점심식사는 어찌저찌 끝났다.
이 녀석, 자기 먹을 양이라더니 나한테만 꾸역꾸역 먹이고.
아무래도 이건 앨리스한테 한 방 먹은 것 같은데. 제길, 어떻게 복수하지.
....음. 맛있긴 하네.

"한가하네."
신사는 여전. 무녀씨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새파랗구나.
"별고 없으신지요?"
흠칫. 어디선가 인삿말이 들려와 경련하듯 일어섰다.
누구지?
"저예요, 히나나이 텐코... 아니 텐시."
"아, 아아. 별고 없으신가요, 하늘의 아가씨."
이 기괴한... 표현이 좀 심한가? 녀석은 어디서 튀어나온거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이렇게 둔했었나?
"호호호, 레이무씨 그렇게 말 안 하셔도 돼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오늘은 다름이 아니라 - "
부드러운 텐시의 말투가 감겨온다.
그치만, 그 쪽에서 그렇게 말을 배배꼬며 하면 내가 어떻게 말을 내려하라는거야-라니 살기?!
카앙, 무의식적으로 내민 지불봉이 텐시의 검을 막아낸다.
"무슨짓이지, 아가씨?"
싸늘하게 식어내린 목소리를 튕겨내듯 텐시가 외쳤다.
"레이무 죽어---!"

.....
........나 뭐 잘못했어?!!!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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