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0. 5. 23:09 번역/소설
니세모노이야기 -4-
오타가 무척이나 걱정되는 편입니다.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해서 전력으로 놀아야돼는데 전력으로 번역도 해서...
....이런 인간.
그치만 논건 울 애기랑 메신저한 것 밖에 없다구...
아마 집 안에선 저 카츄샤를 당연한 듯 하고 있겠지 -- 센고쿠의 아직 희푸른 허벅지를 드러내는 결과가 된 짧은 스커트나 귀여운 캐미솔, 그 위에 걸친 얇은 가디건도 분명 평소 집에서 입고있던게 분명해. 왜냐면 곧 8월이고 여름도 한창이니까.
위험해 위험해, 위험하게도 센고쿠가 날 위해 온 힘을 다해 차려입곤 날 마중나온거라고 오해할 뻔 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래선 마치 센고쿠가 날 이성으로서 의식하고 있는 것 같잖아.
있을 리 없어. 있을 리 없어.
가능성 전무.
“자, 코요미오빠. 어서 올라오세요”
“아, 응..... 어라?”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서야 눈치챘다.
신발이 하나도 없다.
이 학생용 구두는 센고쿠꺼겠지?
그 외에, 부모님거라던가가 없는데......
“.......센고쿠,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 부모님, 토요일에도 일하러 나가셔”
“헤에, 그럼 우리집이랑 똑같네..... 그래서 전화를 센고쿠가 받은건가”
기다려.
양친부재, 딸 혼자 있는 집에, 내가 털레털레 들어가버려도 괜찮은걸까? 난 부모님 두 분 다 계실거라고만 생각했는데....... 큰일이다, 역시 무리해서라도 츠키히를 데리고 왔어야 했었나.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애초에 날짜를 잡았어야 했잖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찰칵.
찰칵.
이란 소리와 함께 센고쿠가 현관을 잠그고 있었다.
원도어 투록.
감사하게도 체인까지 걸었다.
흐음, 센고쿠의 방범의식은 제대로 된 것 같다. .......그렇다면 괜찮나. 그만큼 신뢰받고 있다는거니까.
신뢰엔 답하지 않으면.
그건 연상인 인간으로서의 의무이다.
“내 방, 2층이니까. 계단”
“아아, 애들이 쓰는 방은 보통 그렇지”
“이미 준비해뒀으니까”
“흐응”
둘이 대화하며 계단을 오른다.
센고쿠의 방은 다다미 여섯장정도에, 어떻게 봐도 여자 중학생이 사는 방이라는 느낌이었다. 방 여기저기에서(그거야말로 벽지에서 커텐에 문 손잡이까지) 딸기색 여자애 오오라가 흘러넘치고 있다. 호흡하면 공기가 달다. 뭐랄까 내 여동생들 방하곤 천지차이군.
응.
그치만 저 클로젯만큼은 딸기색 여자애 오오라를 풍기고있지 않은데.
오히려 뭐랄까.....
“센고쿠, 저 클로젯.....”
“열지마세요”
확실하게, 최속에 강철이라고 말해도 좋을정도로 힘있는 말투로 센고쿠가 말했다. ‘클로젯’의 ‘로’를 말할즈음에 대답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클로젯’의 ‘ㅅ’을 말하기 전에 센고쿠의 말은 이미 끝나있었다.
“열면 코요미오빠라도 용서 안 할테니까”
“.......”
설마 ‘용서 안 해’라는 말이 센고쿠의 단어집에 있을줄이야, 놀랐다...... 역시 집엔 와 봐야 하는구나.
찰칵.
내가 방 안에 들어온걸 보고서야 나중에 들어온 센고쿠가 방문을 잠갔다. 역시 사춘기에 든 여자아이 방이니까, 잠금장치가 있는건가..... 라니 잠깐.
현관문이야 그렇다치고 여기 문을 잠그는 의미를 전혀 모르겠는데.
뭔가 갇혔다?
아니아니설마.
센고쿠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잖아.
할 이유가 없으니까.
분명 언제나처럼 버릇으로 잠가버린거겠지.... 낯가리는데다가 부끄럼쟁이인 센고쿠니까, 평소에도 문을 잠그는 습관이 들어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지.
융단 위에 놓인 접시엔 쥬스와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과연, 이게 센고쿠가 말한 준비인가.
귀여워보이는데.
“그럼, 코요미오빠 -- 거기 앉아요”
“거기라니, 침대 위? 괜찮아?”
“응. 침대 위 말고 다른데 앉으면 안돼”
“......”
센고쿠에겐 선택지라는 관념이 없는걸까.
뭐 뭐 이외엔 안 돼, 라고만 하고 있다.
소거법주의자였나..... 처음 듣는데, 그런 주의.
난 침대 위에 앉았고, 센고쿠는 공부용 책상(돌리면 높아지는 책상)앞 회전의자에 앉았다.
“후, 후우. 이 방, 왠지 좀 덥네”
그렇게 말하며 센고쿠는 가디건을 벗었다.
천천히.
아니, 이 방 네 방이잖아.
“더우면 그 쪽 벽에 붙어있는 에어콘을 켜면 되는.......”
“아, 안돼! 코요미오빠는 이 지구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거야!?”
지구가 인질로 잡혔다.
이 무슨 대단한 인질인가.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큰일이야..... 탄소가 산화하는 것 만으로도 큰일인데, 그게 두배라구”
“그, 그렇냐.....”
노리는게 뭔질 하나도 모르겠어서 오히려 눈치보이는 설명이었다.
실제로는 지구온난화라는게 어째서 일어나는지 모르는 것 같아 보이지만. 빙하기가 있으면 그 반대도 있을테고, 이산화탄소가 원인인지 어떤지도 사실은 불명이라던데.
“거, 거기다, 코요미오빠, 에어콘같은 건 옛날엔 없었으니까..... 심두멸각(생각을 없앰)이면 불도 방울벌레(스즈무시. 원래는 스즈시이 [차갑다] )라잖아.”
“불이 생명을 만든다니 그건 또 참신한 연금술이구만....”
신의 영역이잖아 그건.
엄청 대단해.
“코, 코요미오빠, 더우면 그 파카 벗는게 어때?”
“응? 나?”
“안 더워도 코요미오빠는 그 파카를 벗어야 해”
“벗어야 한다니....”
무서운 혹성이다.
칸바라쯤 되는 녀석이 엄청 기뻐하겠군.
뭐 중학생정도면 환경문제에 민감해지는것도 무리는 아니니까, 여기에선 어울려주는게 ‘오빠’로써 맞는 태도겠지. 확실히 덥긴 덥고.... 사실을 말하면 마치 바로 전까지 이 방에선 냉방이랄까 온방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이 느껴지고 있다.
파카 아래는 겨드랑이가 훤히 드러나는 탱크톱 셔츠다. 센고쿠가 캐미솔이라 마치 겨드랑이 콤비같다.
그치만 나야 어쨌든 남자 앞에서 저렇게 훤히 노출도 높은 옷을 입고있다니, 센고쿠도 아직 어린애구나- 하고 생각해버렸다.
“그럼 코요미오빠, 일단 쥬스라도 마셔볼래........ 컵이 하나뿐이긴 하지만”
“어째서 하나뿐인데!?”
이만큼 준비해놓고 그 실수는 대체!
“벼, 별로 한 컵으로 먹어도 괜찮겠죠 -- 저랑 오빤 남매같은거니까”
“아니 뭐 신경은 안 쓰는데.....”
부엌에 가서 지금 하나 가져온다는 선택지는 없는건가. 아니, 센고쿠에게 선택지는 없었지.
분명 한 컵으로 먹는거 말곤 없는걸거야.
그치만 뭘까, 이 붙잡힌 애완동물같은 기분은..... 애완동물은 오히려 센고쿠일텐데.
어쨌든 쥬스를 마셨다.
살짝 술맛이 났다.
“......치사토. 이거 술 아냐?”
“에에, 아니예요”
고개를 흔드는 센고쿠.
“그냥 콜라야”
“분명히 맛은 콜라긴 한데”
“탄산이 세서 그래”
“아직 생산되고 있는거였어, 이거!?”
탄산으로 사람을 취하게 한다는 공포의 음료수.
그러고보면 준비된 과자도 술맛 초콜렛 투성이인게 마치 손님을 취하게 해서 앞뒤 못 가리게 하려는 것 같은 준비였다.
무시무시한 라인업이다.
물론 이런건 어쩌다보니 그렇게 준비된걸테고, 중학생에게 손님 대접하는 방법을 요구하는 쪽이 오히려 너무한걸테니까 뭐라고 하는건 그만두자. 오히려 신기한 걸 먹을 수 있게 해 줬다고 생각하면 돼.
“방에 TV같은것도 없네”
“응. TV는 잘 안 봐. 눈이 나빠지니까”
“.........”
그럼 평소에 하는 앞머리는 대체.
너무 허점이 거대해서 오히려 치고 들어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아니면 앞머리를 길게 늘이고 다니기 위해서라도 센고쿠는 사람보다 강한 시력에 신경을 쓰는걸지도 모른다.
“그럼 TV게임도 별로 안 하겠네. 지금은 TV없이 하는 휴대용게임기도 종종 나오는데.”
“응. 별로 안 해....... 유명한 거 몇 개만 하는 정도”
“그러냐. 그럼, 유명한 거 어떤거?”
“메탈기어라던가”
“아-아”
“MSX2라던가”
“아아!?”
MSX2유저!?
그런 중학생이 있다고!?
여전히 의외인 여자애다.
“본체는 1층 부엌에 있는데..... 코요미오빠가 꼭 하고싶다고 한다면 예정엔 없지만, 할래?”
“아니, 집에 놀러와선 1인용게임은 좀 그렇지......”
“그럼 포피라2도 있는데”
“포피라2입니까!?”
플레이 스테이션2는 없는건가.
“어쨌든 센고쿠. 지금 예정이 있는것같은 이야길 했는데, 그럼 그 쪽도 뭔가 준비한거야?”
“응”
센고쿠는 젓가락을 두 짝 꺼냈다.
한 짝은 맨 앞이 붉게 물들어있다.
“왕님게임 하자”
“.......”
어-그러니까.
뭐부터 설명하면 좋을까.
어렵구만.
“센고쿠..... 아니 너, 왕님게임이 뭔진 알아? 트럼프에 있는 왕이랑은 아무 관계도 없다구?”
“알아. 선장님 명령같은거잖아?”
“으-음”
맞다고 하기엔 좀 먼 느낌인데.
사이먼 센스다.
“왕님이 말하는건, 접대”
“너무 정치적이잖아!”
센고쿠가 바보짓하는건지 뭔지 모를 대사에 일단 치고들어가놓고.
난 젓가락을 본다.
“뭐 나도 한 적 없으니까 잘은 모르겠지만 센고쿠, 왕게임이란건 아마 둘이서 하는게 아닐걸”
“어째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센고쿠.
“나데시코는 어떻든 상관없어. 명령하는것도, 받는것도”
“뭐, 뭐, 왕게임은 그만두자”
아직 아무것도 모를테니까.
그런 무구함은 보고 있을 땐 기분좋지만 때때로 대응하기 어렵다. 정말, 애 만드는 방법을 질문받은 어머니같은 심정이다.
예정이 무너져서인지 센고쿠는 조금 곤란한 얼굴을 했지만, 꺾이지 않고 그 젓가락을 무릎에 내려놓고는,
“그럼 인생게임하자, 코요미오빠”
그런 말을 했다.
“인생게임인가. 괜찮네 그거”
“인생이 말하는건, 절대적”
“깊어!”
다른 방에 있을테니까, 라며 센고쿠는 일단 방을 나갔다.
“클로젯은 열면 안 되지만, 다른건 맘대로 해도 좋으니까. 거기있는 앨범이라도 보고있어”라면서.
어째서 앨범을 보여주려는걸까.
의미불명이다.
센고쿠는 한참이 지나서야 돌아왔다 -- 괜히 책상 위에 있는 앨범에 손 댄 흔적이 없는걸 보곤 낙심하는 것 처럼 보였지만 아마 기분탓이겠지.
덧붙여 그 책상위에 있는 물건의 라인업은 꽤나 개성적이었다. 랄까, 만화책 한 권 없이 암파문고의 고전문학이 줄줄이 늘어서있어서 중학생치곤 이질적인 책상이다. 마치 평소에 이런 책을 읽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은 자신의 어른스러움을 어필하려는 것 같아 보이기까지 했다. 그것들은 평소엔 아버지의 서재에 있는 책인데 센고쿠가 나라는 손님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그런 오해를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이 녀석 만화 엄청 읽는걸로 기억하는데.
피구왕통키 최종화라던가 알고있었다구?
그치만 뭐 인생게임이라니 엄청 오랜만인데.
어릴 적 계약수표 사용법을 잘 몰라서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아 그래. 그거 옛날에, 나랑 센고쿠랑 카린 셋이서 함께 했던 적 있지?”
“응, 기억하고 있어”
“그렇구나”
“애초에 잊은 적이 없어”
“.......”
확실히 센고쿠는 옛날일을 잘 기억하고 있었지. 난 어쩐지 옛날 센고쿠는 기억이 희미하지만.... 예의바른 어린애였다는건 기억하고있다.
룰렛을 돌린다.
그것도 그렇고, 더 많은 사람으로 하는게 재밌는 놀이이지만, 역시 파보면 주사위놀이같은거라 룰렛을 돌리고, 자동차 모양 말을 옮길 때 마다 일희일우가 있어서 의외로 불타올랐다.
......그저 뭐랄까.
센고쿠가 융단 위에있는 보드에 납작 엎드린 바람에 캐미솔 안쪽이 살짝살짝 보이는게 눈에 독이었다. 그냥해도 앞에 앉아있으니까 짧은 스커트 안쪽이 보일 것 같은데.
정말이지.
어린애라곤 해도 상대가 센고쿠가 아니었다면 난 어쩌면 유혹당하는걸지도 모르겠다고 오해할정도로, 그런 위험한 자세였다. 전에도 생각했던건데 센고쿠는 가끔 가드할 장소를 틀리곤 한다......어라? 전에 그렇게 생각했을 땐 센고쿠가 ‘가드할 장소’로 앞머리를 고르지 않았던가? 그치만 오늘은 그쪽은 그쪽대로 전개중이고.
?
잘 모르겠는데.
아니 캐미솔 안쪽에 브라도 안 입었잖아.
그러고보니 캐미솔 자체가 속옷같은거였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집 여동생들은 큰 쪽도 작은 쪽도 그런 살랑거리는 사복엔 연이 없었지.
바지와 옷이다.
뭐 뭐라고 해도 코요미오빠는 센고쿠의 몸을 봐도 이상한 기분은 들지 않아. 난 신사니까, 센고쿠.
“아, 결혼이다. 코요미오빠, 핀 이리 줘”
“응”
“.....나데시코, 결혼한다면 코요미오빠가 좋겠는데”
“응? 에, 요즘 인생게임엔 플레이어끼리 결혼도 가능한 시스템이야?”
내가 할 적엔 없었는데.
“응......아니, 없지만, 그치만, 봐, 이상적으론”
“흐응”
아아.
그러고보니 카렌도 츠키히도 옛날엔 ‘나 크면 오빠랑 결혼할거야’ 라던가 말했었지.
그립다.
뭐, 확실히 센고쿠도 그만큼 어린앤 아니지만 지금껀 아마 립서비스같은거겠지만.
“립서비스?”
그렇게 말하자, 센고쿠는 신기한 얼굴을 했다.
“.......쪼옥-하는 서비스 말하는거?”
“전혀 달라!”
“부끄럽지만, 코요미오빠가 그런 서비스를 해 달라고 한다면”
“아니아니아니아니”
어떤 오빠인거야 난!
그냥 변태잖아!
“그래..... 전부터 생각했는데, 코요미오빠”
“응? 왜”
“이 코요미오빠라고 부르는것도, 뭐랄까 어린애같지? 코요미오빠는 나데시코 친오빠가 아니니까”
“.......”
뭔가 전에, 칸바라랑 이런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
확실히 제대로 되먹은 결과로 끝나진 않았던 기억이 있다.
명백히 싫은 예감이 들지만 이야기를 피하기엔 부자연스런 상태니까, 여시선 감으로 흐름에 몸을 맡기도록 해보자.
나로선, 센고쿠가 지금도 옛날처럼 날 ‘코요미오빠’ 라고 불러주는건 솔직히 기쁘니까.
“뭐, 별로 어떻게 부르든 좋을대로 하면 되잖아. 뭐라고 부르고 싶어?”
내 질문에 마치 옛날부터 정해뒀던 답을 하듯 센고쿠가 대답했다.
“당신”
“.......”
........
뭐야.
뭐-야.
평범한 2인칭대명사잖아.
어디에도 이상한 곳은 없어.
결혼 이야기가 나온 직후같은걸 고려할 필요는 전혀 없달까 이거야 원, 내 싫은 예감도 최근엔 꽤나 빗나가는구나. 한땐 100% 적중률을 자랑하던 거였는데.
“응, 괜찮아”
“그럼, 그럼”
센고쿠는 왜인지 신기한걸로 뺨을 붉히곤 부끄러운 듯(그치만 앞머리를 올린 센고쿠는 의외로 표정이 풍부했다),
“다....당신”
이라고 말했다.
이상한 녀석.
“저기 센고쿠, 너.......”
“너, 너라니”
센고쿠의 얼굴이 더더욱 붉게 물들었다.
엄청나게 동요하는 듯 했다.
“당신이라고 했는데 너라니.... 와, 와, 우와아”
“에?”
그것도 평범한 2인칭대명사잖아?
뭔가 아까부터 서로 일본어가 영 안 맞물리는 것 같은 기분이.
일본어의 프로, 하치구지에게 다음에 좀 배워둬야 하나.
“뭐 좋다고 해 두고, 센고쿠. 최근, 뭔가 바뀐 거 없어?”
“에, 어, 어떤 의미일까나”
“아니, 전같은 일은 없는건가 해서”
정직하게 말해서 노출이 많은 지금의 센고쿠를 보고 생각난거다. 나와 몇 년만에 재회한 센고쿠는 엄청나다곤 할 수 없지만 이런 식으로 피부를 노출시키는건 못 했던거다 --
이괴 탓에.
그리고 인간 탓에.
뭐 오시노가 말하길 센고쿠의 경우엔 나나 하네가와, 센죠가하라 그리고 하치구지와는 케이스가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취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지만 -- 그래도 괴이에 끌리기 쉽게 된 건 틀림없을 것이다.
너무 신경써도 오히려 발목을 잡히지만.
근처는 확인해두는게 좋겠지.
“우응, 나데시코는 별로”
“그렇구나”
“그치만 우리학교가 아니라 중학생 들 전반적으로”
거기서 센고쿠는 조금 망설였다.
그리고 맘을 잡았다는 듯이,
“아마, 라라짱들이, 뭔가 하고있어”
라고 말했다.
“......”
덧붙여 라라짱은 츠키히의 초등학생 때 별명이다 - 아라라기에서 가운데만 따서 ‘라라’다. 라라쨩들이라고 한 이상 그건 카렌도 포함한 파이어 시스터즈를 말하는거겠지.
뭔가 하고있어.
뭔가 하고있어.
뭔가 하고있어!
이 얼마나 애매하고 어떤 가능성도 내포하면서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말일까.... 뭔가 하고있어!
아니, 이제... 아무것도 하지 마!
“얼마 전에, 라라쨩한테 이야기 -- 예전에 있던 뱀 이야기도 물어왔었고.... 설마 진실을 이야기해선 안되니까, 대충 얼버무린 것 같이 되어버렸지만..... 그치만, 다른사람 손이라던가 빌려서 이것저것 조사한 것 같아”
“....이것저것이라니”
자세한 정보를 알고싶어!
그치만 알고싶지 않아!
아니근데, 분명 오늘 카렌이 나간건..... 설마 그 쪽 이야긴가? 확실히 중학생들 사이에 있는 트러블이라면 파이어시스터즈가 가만있진 않을테고.....
“즉 -- 전의‘주문’에 관계되었다는건가. 그치만 그건 정확하게 말하면 저주라고 보기엔 감기같은거였잖아? 센고쿠는 오히려 센고쿠의 대처가 위험했던거고”
대처가 위험했다.
대처가 -- 너무 적절해서[#‘적절해서‘에 강조점] 위험했다
그런 이야기였을 터였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오시노시노비라고 하는 전설중의 전설같은 흡혈귀, 철혈 열혈 냉혈의 흡혈귀가 이 마을에 나타난것에 따른 폐해 -- 이기도 했다.
뒤집어보면.
그 근처의 문제가 해결된 지금으로선 중학생들 사이에서 하고있는 ‘주문’ 같은 건, 어떤 효력도 없을 터이다.
“응”
그렇게 센고쿠는 끄덕였다.
“괴이가 정말로 정진정명 거기까지 모양을 갖춘 건 나데시코 뿐이었다고 생각해. 아마도”
“그렇다면”
“그치만 라라쨩들은 ‘주문’ 의 효과를 문제시하고있는게 아냐 -- 라라쨩들은 괴이라던가 그런건 아마도 믿지 않는다......고 생각해”
“뭐..... 그렇겠지”
쓸데없이 현실적인 녀석들이다.
유령을 무서워하긴 해도 유령을 믿진 않는다.
그런 입장이다.
“오히려 그런 감기같은 수상쩍은 ‘주문’ 이 들어맞고 있다는 것 자체를 문제시하고있는 것 같아서 -- 누군가 그런걸 하고있는지 [#‘누군가 그런걸 하고있는지’ 에 강조] 를, 캐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
“.......”
‘주문’의 발신자를 -- 캐내고 싶은건가.
내 동생들이지만 엄청난 걸 생각하는구만.
랄까, 평범하게 생각해서 그런거 무리잖아?
“누군가가 하려고 하고 있다고 생각하질 않는달까..... 캐내다니, 넓어진 ‘주문’ 은 이미 그녀석의 책임이 아니잖아”
사람 소문도 75명, 은 아닌가.
맨 처음 한 명과 맨 마지막 한 명은 완전 남남이다.
말 전하기 게임같은거지.
“그게 라라쨩...... 이랄까, 파이어시스터즈다운 점이지만, 라라쨩들은 ‘누군가’가 ‘목적’을 갖고 ‘주문’을 하게 만든거라고, 이미 정한 것 같아서.....”
“.......답다면 답네” 정말.
이건 역시, 카렌과 제대로 이야기 해 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 내버려둬도 괜찮아 보이지만 그 안건엔 ‘센고쿠 나데시코’ 라는 실제 예 [#‘실제 예’ 에 강조]가 포함되어 있으니까 섬세한거다.
서툰 짓을 하면.
한쪽 발이 잡혀버린다.
한쪽 발이면 다행이지만 -- 양쪽 다인 경우도 있다.
더구나.
나처럼 머리를 붙잡힐지도 모른다 --
“코.......코요미오빠?”
내가 다물고 있어서겠지.
센고쿠는 호칭을 바꿔서 -- 날 불렀다.
난 핫 하고 정신차리고 얼굴을 들었다.
센고쿠는 걱정되는 듯 날 바라봤다 -- 지금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느낌이다. 자기가 말 한 일로 내가 마음아픈 것 같아서 마음쓰이는거겠지.
정말 좋은아이구나.
센고쿠가 내 동생이라면 좋았을텐데, 라고 생각한다.
센고쿠가 정말 내 동생이었다면 절대 멱살잡고 싸우거나 하진 않을텐데, 라고.
“아무것도 아냐, 괜찮아 센고쿠”
난 말했다.
“그리고, 뭐랄까. 센고쿠 너, 그 쪽이 좋은데”
“......?”
“그러니까, 앞머리. 밖에서도 그러고 다니면 좋을텐데”
“그, 그치만 부끄럽고......”
앞머리 대신이랄까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 같이 되어버린 센고쿠.
“그, 그치만, 코요미오빠가 그렇게 말하면.... 노력할게”
“응, 노력하는 건 좋은거야”
난 긍정했다.
사람의 성장을 지켜본다는건 좋은거다.
가능하면 마지막까지 지켜보고싶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인생게임도 슬슬 끝이잖아. 센고쿠, 이 다음엔 뭘 할거야?”
“트위스터 게임”
“헤에, 그건 모르겠는데. 어떤 게임이야? 알려줘”
“응, 알려줄게.... 그 몸으로”
“하하하, 기대되는데”
그렇다곤 해도.
앞머리를 올려서 볼 수 있게 된 센고쿠의 눈동자 안엔 지금 마치 그녀에게 어울리지 않는 형형한 뱀같이 빝나는 시선이 섞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건 결과적으로 내 기분탓인가?
006
사실은 센고쿠네 집에서 저녁까지 놀까 생각했지만 그렇겐 못 하겠고, 센고쿠의 어머니가 정오 즈음해서 돌아왔다. 뭔가 직장에서 문제가 생겼다나 뭐라나. 그 트러블이 뭐였는진 내가 관계할 부분은 아니지만 오히려 당황한 건 센고쿠였다.
“코, 코요미오빠 일은 비밀이니까, 와, 와아, 화내겠어, 화내겠어, 이런 차림새 하고, 변태라고 생각할거야”
라며 엄청나게 당황했다.
변태라고 생각할거라는 발언의 진의는 불명이지만 중요한 건 내 이야기를 부모님한텐 비밀로 했다는 점이다. ‘알리지 않았다’ 는 것과 ‘비밀’ 은 엄청나게 의미가 다르고, 그렇다는 건 어머님으로선 ‘근처에 사는 모르는 남자가 집에 들어온 구도’ 가 되니까 그것에 대한 설명을 완벽하게 준비해뒀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에 난 센고쿠의 어머님에게 들키지 않는 방식으로 살금살금 마치 불륜상대마냥 센고쿠의 집을 빠져나온거였다.
현관의 신발은 사전에 신발장에 숨겨둬서 살았다..... 마치 이런 예측하지 못한 사태를 사전에 상정해 둔 것 같은 준비가 신경은 쓰이지만.
흐음.
뭐랄까 쫓겨났다고 할까 도망친 꼴이 되어버린건 생각지 못한 일이어서 나중에 센고쿠에게 전화해서 사과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반면 뭐랄까 어머님이 직장에서 트러블이 생긴 덕에 내 남자로써의 중요한 무언가가 구원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냥 기분탓이라곤 해도 이상한 이야기다.
어쨌든 또 시간이 붕 떠버렸다.
저녁때까지 나가있을 생각이었으니까 지금 집에 돌아가서 츠키히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좀 아니꼽고(왜 빨리왔는지 질문받아서 이유를 답하곤 웃음거리가 되는건 싫다), 어차피 카렌이 돌아오는건 저녁때일테고, 센고쿠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확인하는것도 그 때 자매 둘을 함께 데리고 이야기하는게 좋다고 생각하고.......
그렇다면.
“사실은 내일 예정이었지만.... 뭐 괜찮겠지”
난 길 모퉁이에 있는, 낮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가로등 근처에 다가가 휴대전화를 꺼냈다.
수신자는 내가 다니는 나오에츠 고등학교의 후배.
2학년의 칸바라 스루가이다.
여기까지 와서 칸바라 등장!
“한가하면 좋겠는데 -- 그녀석의 사생활이란건 지금까지 모르겠으니까”
벨이 4번.
울고 있는 도중에,
“칸바라 스루가다”
라고, 저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변함없이 남자같은 자기소개다.
“칸바라 스루가. 주된 무기는 가속장치다”
“네놈, 사이보그였냐!?”
초납득!
그걸 상정하고 들으니 말하는것도 로봇같고!
“음. 이 목소리와 치고 들어오는 태도는 아아라기선배구만”
“그렇긴 한데...”
언제까지 목소리와 태도로 판단하는거야.
넌 아직도 휴대전화의 번호표시기능을 안 쓰는거냐.
“나 이외의 인간에게서 전화가 온 때엔 어떻게 대응하는건데, 너”
“후후. 걱정은 필요없어 아라라기선배. 이 번호를 알고있는 인간 자체가 얼마 안 되고 전원 목소리와 태도로 판단할 수 있어”
“.......누구에게나 그런 태도인거냐 넌”
“응. 난 총수파니까”
“그 말의 의미를 모른다고” 뭐.
칸바라스루가는 이런 성격이긴 해도 나오에츠 고등학교가 시작한 이래로 스타-........약소 농구부를 전국구까지 끌어올린 기적의 스포츠소녀다. 두려울만한 각력을 지닌 사람으로(오십미터를 4초대로 끊는....다는 소문이다), 그 각력을 코트 안에서 있는대로 표출하고 관객을 매료시켰다. 마지못해 부장직을 일찌감치 그만둔 지금도 그 인기는 그야말로 식을 줄 모른다 -- 어리석게 여기저기에 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는거겠지.
스타의 딜레마라는거다.
향해야 할 것인가.
그렇다곤 해도 그 이전에 전화번호 표시기능을 쓰지 않는 부분으로도 알 수 있듯이 칸바라는 그다지 기계에 강한 편이 아니니까. 자기가 전화를 거는 일도 거의 없다.
“칸바라, 지금 너 한가하냐”
“아라라기선배, 그 질문엔 정말 의미가 없어. 이 칸바라 스루가로선 큰 은혜를 입은 아라라기 선배의 요청은 어떤 일보다 우선되지. 예를들면 지금 내가 세계를 구하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는 도중이라도 아라라기선배의 부름엔 세계를 버리고 아라라기 선배에게 달려갈거야”
“.......”
여전히 멋있어.... 그치만 나보단 세계를 우선해줬으면 좋겠는데. 세계가 없으면 나도 죽어버린다구.
“뭐 부른다기보다 내가 갈 생각인데”
“? 무슨 의미지”
“그러니까... 칸바라, 너 지금 집이지?”
“응, 그런데.... 아아, 잠깐 기다려줄 수 있을까 아라라기선배. 금방 맨몸이 될 테니까”
“어째서!”
넌 알몸이 되지 않음녀 대화를 못 하는거냐!
전화도중에 갑자기 벗는녀석같은건 들어본 적도 없어!
“? 무슨소리야 아라라기선배. 전화라곤 해도 아라라기선배와 이야기를 하는거라구? 그럼 알몸이 되는게 예의라는거지”
“이쪽이 혼내야 할 상식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은 말은 하는게 아냐! 그리고 거기다 더해서 기회를 봐서 벗으려고 하지마!”
그치만, 이건 새로운 패턴이구만.
드디여 맥락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 틈에 ‘가로막다(타치하다카루, ’하다카‘는 ’알몸‘ 이란 뜻)'라는 말에 엄청나게 흥분했던 기억이 있으니까 진심으로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칸바라녀석 그새 또 선 하나를 넘어버렸다.
“그치만 아라라기선배. 이런 찬스를 봐서 벗지 않으면 내가 변태라는게 어필되지 않잖아”
“어필하고싶은거냐!”
“아무래도 날 입만 산 녀석이라 실은 얌전하고 변태가 아닌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도 없는 의견을 내놓는 녀석들이 뒤를 끊이지 않아서 아무리 나라도 최근엔 부아가 치민다구. 그건 내가 가장 하고싶지 않은 말이야”
“아무도 그런 말 안했어!”
그리고 그런걸로 화내지 말라고!
네가 화낼건 좀 더 다른 일이야!
“남자경험이 없는데도 변태라는 자세에 질문이 던져지는건 이해하지만, 상대가 없는 이상 그건 어쩔 수 없잖아?”
“나한테 물어도!”
“그런 세세한 건 아라라기선배라는 동지를 얻은 이상 최속시간정도의 문제에 지나지 않는데”
“날 변태 동료같이 말하지 말라구!”
그것도 한 단계 위로!
내가 변태에 관계하는걸로 널 이길 수 있는 부분은 단 하나도 없어!
“어쨌든, 벗지 않아도 되니까”
“무르군, 아무래도 아라라기선배는 내 속도를 가볍게 본 듯 한데. 이미 난 전라라구”
“라구, 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