얍, 축설입니다!

생일 축하해요 신랑! 그리고 너무너무 사랑해요!

짧은 글이고 별로 내용도 없습니다.

그리고 긴장도 그렇게 크지 않지만, 재밌게 읽어주세요. 부디 ㅠㅠ..
Posted by 나즈키
 그 사건이 있은지 일주일 쯤 지났으려나.
 의외로 학원 아이들은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있고, 나 역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사쿠야씨는 그 사건에 대해,

 "아까웠어. 조금 더 잘 됐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오랜만에 스릴 넘치고 괜찮았지?"

 라며 오히려 날 다독였다. 뭐 그렇다는거다, 사실 그 사건은 의미를 둘 필요도 둘 방도도 없다. 새하얗게 잊어도 될 일이 되었다. 시작부터 의미를 둘 필요가 없었으니까.
 자,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당장 내일이 크리스마스이고 난 내일 아르바이트가 있었고 이 사실을 사쿠야씨에게 납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내일 데이트하자고 말을 꺼낸 건 나였다.
 ...어쩌지.






 우선은 점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세 번 벨이 울리고 받은 점장은 꽤나 호탕한 목소리로,

 "어이, 미령 무슨 일이야? 설마 내일 혼자라서 외로우니까 데이트해주세요라고 부탁이라도 하려는거야? 크핫핫핫핫!"

 이 점장이 미쳤나. 평소엔 소심해서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쪽지로 건네는 주제에. 목까지 차오른 말을 억누르고 미령은 말했다.

 "아- 그 데이트 건 때문인데요- 내일 알바좀 어떻게-"

 "카핫핫핫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내가 가게 문 걸어잠그면 되잖아!"

 안되겠군. 술에 아주 쩔었어. 이대로라면 내일이 아니라 26일 오후 12시쯤에나 일어날 기세야.
 미령은 핸드폰을 끊어버리고 다른 알바생에게 전화했다.

 "저 내일이 백일이예요……. 거기다 엊그제 싸워서 내일밖에 기회가……."

 안 되겠군.

 "당일치기 20만원짜리 아르바이트를 잡았는데, 그만한 급여를 준다면야"

 딸깍.
 아아, 어째서 이 아르바이트는 이런 녀석들만 붙어있는걸까. 평소엔 한도끝도없이 한가한 주제에 이런 때에만 바빠선…….
어쩔 수 없지, 사쿠야씨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용서를 구하자.

 "아 미령? 마침 잘 전화했어, 아 글쎄 오늘 학교에서 나오는데 비가 왔잖아? 미령 네가 먼저 가 버려서 내 우산을 펼쳤는데 바람이 불어서 우산 살 위로 다 날아가버린거야. 청소당번이라 학교도 늦게 끝나서 친구들도 모조리 집에 갔는데말야. 거기다 하필 이럴 때 생리는 터졌지, 집에 오는 버스에선 이상한 아저씨가 더듬질 않나……. 정말 짜증나 죽겠어. 미령, 듣고있어?"

 "아……, 네. 그거 참 큰일이네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좀 쉬고있나요?"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 아까 레밀리아선배한테서 전화가 와서 그 쪽에 다녀오는 길이야. 그런데 자꾸 귀찮게 추근대서 빠져나오느라 그건 그것대로 고역이었다니깐. 근데, 무슨일이야?"


 말할 수 없어. 이런 사쿠야씨에게 말했다간 적어도 보름은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어버려.

 "아하, 아하하…… 내일 데이트 기대하시라구요."

 "그래~ 이런 우울한 기분 한방에 날려버릴만한 데이트로 준비해둬, 믿고 있을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이 미령, 힘낼테니까요!"

 "알았어~ 이만 끊을게~"

 그렇게 말하곤 사쿠야씨는 전화를 끊었다. 난 전화기를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땅을 한 번 쳐다보다가, 하늘을 한 번 쳐다보다가, 그대로 수위실 구석에 주저앉았다.
 난 바보야…….





 크리스마스 한정 아르바이트여서 시급도 좋고 근무시간도 열한시 쯤 부터 오후 세시정도까지니까 저녁땐 놀 수 있으니까 어떻게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도 생각 해 봤지만 내가 가진 표는 아침에 입장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조조할인 표였다. 거기다 그 놀이공원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이것도 한 달 전에 겨우 예매해 둔 표였고 내 다음다음다음사람을 마지막으로 매진되는것까지 확인하면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기억이 있다.
 즉,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이다. 아니 아르바이트는 소개받은 곳이라 안 나가기도 미묘한 상황이지만.

 "하아……."

 멍하니 시계가 째깍거리는데에 호흡을 맞추며 바라본다. 저 벽시계는 이런 것 따위 아랑곳않고 흘러가겠지. 넌 속 편해서 좋겠구나.
 사쿠야씨, 기대하고 있었는데…….

 '메이린, 572m 풀코스 롤러코스터라는데. 그걸 다 돌면 두 발로 서 있을 순 있을까?'

 전 균형감각이 좋으니까 자신있어요.'

 있잖아 거기 새로 들여온 범퍼카가 2인승에 우승자한텐 상품도 있다는데 그 상품이 곰인형이래. 팬더랑 반달곰 두가지라는데 메이린 넌 역시 팬더가 좋지?

'정말이예요? 우리 꼭 쳐들어가서 모두 다 박살내버리고 오죠!'

 아-아, 정말 기대된다, 그치?

 '그러게요. 이번 크리스마스는 재밌게 놀자구요.




 ……어쩌지…….
 그리고 시계가 세 시를 알리며 울었다. 운다고 해도 두 시간마다 한 번 씩 뎅- 뎅- 두 번 울리는거고 그건 내가 순찰을 나갈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기숙사에 문제는 없는지, 물이 새는덴 없는지 등등.
 이 건물이 크게 오래된 편은 아니어서 손이 가는 일은 그다지 없지만 그래도 혈기왕성한 학생들이 뛰어다녀서 시설 여기저기가 파손되는 경우는 간헐적으로 있다. 발견해서 고쳐도 좋고 민원이 들어와서 수리하러 가는 경우도 있지만 이왕이면 말 나오기 전에 내가 고치는 편이 좋겠지.
 난간을 잡고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간다. 5층 입구부터 1층까지 내려오면서 하는 쪽이 효율이 좋다.

 3층 계단을 반쯤 올라갔을까,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메이린 선배, 꽤나 복잡한 표정이네요. 고민이라도 있는건가요?"

 나왔다, 관 내 최고의 골칫덩어리 샤메이마루 아야!
 그녀는 계단 위에서 양 팔을 꼬고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게 선배에게 보일 태도냐.

 "물론 제 태도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건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아주 못 할 짓도 아니라는거죠. 왜냐면 선배와 전 정말로 정말로 친하잖아요."

 무슨 개소리야. 또 무슨 수작을 부리는거야. 무시하면서 올라가려는데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새로 생겼다는 그 놀이공원, 재밌어보이죠?"

 흠칫, 나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필 이럴 때 눈이 마주치다니 실수했어. 그녀와 마주친 내 눈은 내 모든 감정을 내비치고 있으리라.
타이밍이 안 좋았어. 만들어진 빈틈을 파고들듯 그녀가 걸쭉하게 말을 흘려 내 틈으로 집어넣는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놀이공원 표가 매진이라면서요? 선배는 표를 구하셨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군요. 그런데 전 내일 모미지와 산으로 등산을 갈 거라서 말이죠. 제가 그렇게 열심히 설득했는데 이게 잘 안 되더라구요. 그래서 자유이용권이 남네요, 오후에서 야간, 밤 새도록 놀 수 있는 크리스마스 특별 이벤트 쿠폰인데 아아 아쉬워라. 그것도 2.인.용."

 자유이용권.
 2인용.
 그것도 내일 쓸 수 있는 절호의 표.
 밤 새도록 놀 수 있는 표!
 이 때 분명 내 동공은 확대되고 호흡은 거칠어졌으며 심장은 빠르게 뛰었을것이다. 왜냐면 내가 한숨을 내쉬어서 그걸 감추려고 했으니까. 안 돼, 저 녀석에게만큼은 약점잡혔다간 죽도밥도 안 된다구. 참아 메이린.

 "어쩔래요 선배? 필요하지 않나요 이 표? 이거, 이거 말예요 이거."

 팔락팔락 내 눈에 들어온 표가 하늘하늘 공기를 가른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 흔드는 그 표에 난 마른침을 삼켰다.
 어쩔까, 때려눕힐까. 순간적으로 내 머리에 든 충동에 난 고개를 붕붕 저었다. 저 녀석만큼은 이길 수 없다는걸 지난 2년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덥석 받았다간 뒷날이 두렵다는게 또 함정이다.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을 생각해선 그냥 드리고 싶지만~ 저도 이 표, 싸게 구한 건 아니어서……."

 뭐지, 뭘 요구하는거지! 몸이냐? 돈이냐? 그것도 아니면 집이냐? 밥? 세금감면? 학생회를 원하는건가!
 내가 혼자서 자기 무덤에 들어가고 있을 때였다.

 쿠두두두, 무서운 기세로 4층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아야도 나도 눈치챘을 땐 이미 늦어있었다.

 "아-야- 선-배----!!!"

 탓, 탓, 타앗! 경쾌한 리듬으로 세발뛰기를 한 모미지가 그대로 날았고, 난 그녀의 스커트가 정말 길다는걸 새삼 느꼈으며, 착지점에 있던 아야는 미처 모미지를 받을 자세를 잡지 못했던 것이다.







 ……짹짹짹…….

 눈을 떴을 땐 이미 병원이었다.





 "어라."

 너무나도 동그랗게 눈이 뜨인데다가 어디 한 군데 아픈데도 없어서 난 순간 꿈을 꾼건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 천정은 분명 학교 안이고 내가 학교 안에서 신세질 곳이라고 해 봐야 양호실 뿐이었기에 익숙한, 그치만 그렇기에 익숙하기 싫었던 천장에서 시야를 떼어내며 몸을 일으켰다.

 "아……."

 멋진 석고붕대가 내 발목에 감겨있었다. 팔도 얼굴도 허리도 아픈 곳 하나 없는데 오른 발목엔 쇳덩이보다 무겁게 느껴지는 붕대가 감겨있는 것이었다.

 "어머, 일어났어 메이린?"

 "히에?"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돌려다보니 사각사각 사과를 깎는 침착한 사쿠야씨가 거기에 있었다.

 "저기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네가 보는 그대로잖아? 잘 모르겠는데 계단에서 아야에 모미지까지 동시에 셋이서 구르는바람에 넌 발목골절. 그것도 낙하할 때 아야 신발 뒷굽이 발목에 명중해서 전치 6주라더라. 덧붙여서 네 넓은 가슴이 받아준 덕분에 다른 두 사람은 전치 30분으로 끝나서 옛날옛적에 집에 갔어."

 "……………………."

 허허 이거 참.

 "이래선 내일 놀이공원도 못 가겠네요. 겨우 표를 손에 넣나 싶었는데……."

 "내일이 아니라 이미 오늘이야 바보야."

 그렇게 말하곤 사쿠야씨는 내 입에 거칠게 사과를 쑤셔넣었다. 손재주가 좋은 그녀가 자른 사과는 표면이 맨들맨들해서 더 맛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적우적.

 "죄송해요 사쿠야씨, 기분 풀어드리려고 했는데……."

 "흥."

 어쩌지, 사쿠야씨 기분을 풀어주려던 일이 이렇게 되어버릴줄이야.

 "죄송해요……."

 "흥."

 아아……. 나란 녀석은 정말.
 난 자괴감에 머리를 무릎 사이에 박았다.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솔직히, 사쿠야씨 얼굴을 보는 것 만으로도 괴롭다. 난 왜 항상 이모양이지? 아니 그보다 이번 건 솔직히 내 잘못이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근데 이런 핑계 대 봐야 어차피 안된 건 안된거잖아? 난 안될거야.

 "……바보야. 이제 됐어."

 예? 물어보려 고개를 들려는 순간 따스한 체온이 내 등 뒤를 덮었다.
 작지만 무게가 있는 체온이었다.

 "이제 됐다구. 어쨌든 크리스마스 하루종일 같이 있게 됐잖아? 이걸로 된거야."

 "……사쿠야씨……."

 눈물이 흘러내렸다. 미안해서, 고마워서 참을 수 없었다.
 정말 난 어째서 이렇게까지 바보인걸까.

 "메이린, 메리 크리스마스."

 "……윽… 훌쩍… 네, …사, 사쿠야씨도…… 응…… 히잉……."

 "바보, 왜 우는거야."

 내년엔 꼭 같이 놀아요 사쿠야씨.
 그렇게 다짐하며, 난 멀쩡한 두 팔로 사쿠야씨를 끌어안았다.
 사과향과는 다른 향기가 내 입안에 퍼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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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축설입니다. 울 애기가 책을 써서, 축하하는 의미에서 썼습니다.

중샄이네요. 어휴 이 중샄덕.

보기에 따라선 외전이고, 보기에 따라선 또 본편입니다.

길게 안 쓸게요. 이만!

Posted by 나즈키

2009. 9. 12. 18:47 카테고리 없음

코우마칸!

오늘은 날씨가 좋습니다.

홍마관에선 저 말 한 마디로는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없습니다. 맑다, 흐리다, 비가 너무 많이 쏟아져서 눈 앞도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다 같은 말이니까요.

오늘은 아가씨적인 표현으로 날씨가 좋습니다. 안개가 자욱해서 눅눅합니다. 빨래를 널어두면 빨래가 축축해져서 돌아오겠죠.

오늘같은 날은 쿠키라도 구웠다간 금세 눅눅해져서 맛이 없을거예요.

그리고 제가 기다리던 쿠키가 제 눈 앞에 와서야 식별되었습니다. 사쿠야씨입니다.

 

"좋은 아침이네요, 사쿠야씨."

 

털썩하고 사쿠야씨가 주저앉았습니다. 아까 돌 주워다 버린 그곳이네요.

일하길 잘 했습니다. 재미있는 구경이었겟지만 하마터면 뼈가 두개로 잘려나가는 경험을 늘릴 뻔 했군요.

 

"하아..."

 

제 생각이야 어떻든 앉자마자 한숨부터 쉬는 그녀. 오늘따라 피곤해보입니다. 눈가가 어둑어둑하고 머릿결이 평소에 비해 약간 푸석푸석합니다.

저는 그 옆에서 오늘 먹을 아침 도시락을 펼칩니다. 와아.

오늘 아침밥은 밥에 깨만 얹어주셨네요. 이런 날은 보통 아가씨가 일어나기 싫다고 투정부린 날이죠.

 

"이 아침부터 한숨이라니, 젊은이가 그러면 안 된다구요. 무슨 일 있어요?"

 

아침은 가볍게, 라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잖아요? 라는 말은 삼켜두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많이 피곤해보이니까요.

한 입 넣어보니 그래도 맛있는 부분이 사쿠야씨답게 신기합니다.

사쿠야씨는 절 말에 고개를 돌려 절 바라보며 말을 꺼냅니다.

 

"......이 관에서 그나마 제일 나이 많아보이는게 나라는 거, 알아?"

 

"그럼요. 실제론 제일 어리다는것도 알고있어요. 우물우물."

 

한 입 다시 던져넣으며 말합니다. 평소보다 당분이 부족한 것 같지만, 상관없어요. 밥은 맛이 어떻냐가 아니라 누구랑 먹느냐가 중요한거니까.

하아, 다시 한숨을 내쉰 사쿠야씨는 나이프를 꺼내 손에서 장난치네요. 우와, 위험해보여요 그만둬요. 그러다 꼭 제 이마로 날아올 것 같다구요.

 

"그래서, 대체 무슨일이예요?"

 

"아침부터 깨운다고 바락바락 소리지르잖아."

 

그거야 언제나의 일 아닌가요. 꺄악꺄악대면서,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훼방질하는게 삶의 낙인 분이신데.

밥을 삼켜야 하기 때문에 말도 함께 삼켰습니다.

 

"베개에 머리박고 안일어나질 않나, 강제로 끌어냈더니 무슨짓이냐면서 배를 걷어차질 않나."

 

"고난이시네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요즘들어 해가 길어져서 유난히 더 그런 모양이네요.

나라면 좀 때려줬을텐데.

 

"옷 입히는데도 칭얼칭얼... 저러면서 밤엔 잠도 안 자고 날 괴롭히고. 어휴 악마."

 

악마 맞잖아요. 자는사람 괴롭히는건 사쿠야씨도 마찬가지고.

 

"벌써 그 이야기만 일주일째네요. 사쿠야씨,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시는게 어때요?"

 

네? 같이 밥이라도 먹자구요.

그렇게 말하며 도시락을 내밀었지만, 사쿠야씨는 얼굴이 딱딱해져선 날 돌아봤습니다.

 

"아 그래? 듣기 지겹구나?"

 

이크, 화났다. 전 무의식중에 도시락으로 머리를 막았지만, 아무것도 날아오지 않았습니다.

어쩌죠. 아무래도 사쿠야씨가 적잖이 화가 난 모양입니다.

Posted by 나즈키

오늘은 하늘이 너무 맑았어요. 네, 원인은 그겁니다. 제가 그러려고 한 게 아니라니까요.
하늘의 뜻에 따라 꾸벅꾸벅 졸고있다가 문득 깬 제 눈 앞엔 사람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사쿠야씨가 엄청난 얼굴로 제 얼굴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거든요.

"에... 사쿠야씨?"

"잘 잤니, 메이린."

사쿠야씨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그대로 절 보고 있었습니다.
아, 어쩌지. 이건 조금 화가 난 것 같네요. 뭔가 변명거리를 찾던 전 그녀가 손에 들고있던 물건으로 자연스레 눈이 갔습니다.

"어머 그건 뭔가요 사쿠야씨? 혹시 점심?"

그치만 내 물음에 신경조차 쓰지 않는건지 여전히 얼굴은 그대로였습니다.
어쩌죠, 아무래도 오늘 정말 화가 난 것 같네요. 전 손을 꼼지락거리며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하늘이 음 너무 맑아서 눈이 부셔서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으려니까 그게"

"에휴..."

한숨을 길게 늘이쉬고는 그녀는 바닥에 도시락을 내려놓았습니다. 저도 옆에 따라 앉으려니 사쿠야씨가 고개를 이 쪽으로 홱 돌리곤,

"먹을것만 축내는것도 정도껏 하지?"

라며 내게 쏘아붙였습니다. 키힝...

"어머, 케잌이네요!"

그녀가 연 도시락 안에서 흰 케잌이 나왔습니다. 달콤해보이네요~ 봄이네요~
머리위에서 내려쬐는 불볕은 지금이 여름이라고 강하게 주장하지만.
그녀는 솜씨 좋게 케잌을 자르곤 내게 말했습니다.

"먹어."

"네~ 감사히 먹겠습니다~"

덥석 집어서 한 입 베어물면, 달콤하게 입 안에서 녹아내리는 케잌.
역시 사쿠야씨의 음식은 맛있어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먹으려니 사쿠야씨도 조금 잘라서 입 안에 넣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정말 너무 맛있어요 사쿠야씨~"

내 말에 사쿠야씨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달콤하게 퍼지는 크림이 입 안에서 맴도네요. 어쩜 사쿠야씨는 이렇게 요리를 잘 할까요?
아, 뭔가 부족한데. 그런 묘한 감각이 제 입 안에서 맴돌다, 이내 방향을 찾았습니다.

"응? 왜 그래, 메이린?"

빤히 사쿠야씨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녀는 당황한건지 어떤건지 시선이 이쪽을 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이런 부분이 귀여우니까 어쩔 수 없다니까요.
전 한 손으로 그녀의 목덜미를 잡고, 그 입술에-

"앗, 잠까, 아직 입 안에 케잌이...!!"

그게 먹고싶었어요 사쿠야씨.
전 그런 말을 머리로만 하고 이내 혀의 움직임에 집중했습니다.
텔레파시로 보냈으니까 아마 사쿠야씨도 알았을거예요. 지금 절 걷어차고 밀어내는건 단지 부끄러워서 그런거라구요.

"하... 음... 응..."

"앗, ...아... 후아..."

몇 차례 서로를 교환한 후에야 전 사쿠야씨를 놓아줬습니다.
바알갛게 상기된 얼굴이 오랜만에 너무 맘에드는 작품처럼 보여서 조금 뿌듯했지만 이런 이야기 하면 맞아죽겠죠.
분명 부끄러워하면서 나이프든 뭐든 맘대로 집어던질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감상만 하기로 했어요.





푸른 하늘을 뒤로, 사쿠야씨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게 너무 대조적입니다.
전 이 사람을 지키기 위해 여기에 있는거니까, 앞으로도 졸면 안 되겠는데 말예요.

Posted by 나즈키
"그러니까 안된다니까! 그 은시계는 금단이라고 했잖아! 반칙이라고, 언제나 주의줬건만 대체 왜 거기에 또 손을 대려는거야!"

아- 정말이지! 옛날부터, 언제나 저 마리사는 내 말을 들은 척도 안 하니까-

"헤헷, 그렇게나 소중히 여기고 있으면 내가 노리는게 당연하잖아?"

아- 그러니까 그런 부분이 안 된다는거야.
내 안에 흘러들어오는 힘을 그대로 몸 전체에 돌린다. 저 녀석, 저런 부분만큼은 그 때도 지금도 변하는게 없으니까, 이쪽이 곤란하다는거야. 그치만 지금 들고있는 저건 정말로 무리. 그러니까, 빼앗지 않으면!

"핫!"

다리와 발에 힘을 넣어 그녀가 지나갈 높이까지 땅을 박차서 날아오르면, 그 다음은 안녕? 마리사쨩. 그런 인사를 넣으며 윙크를 날려주곤, 난 빗자루를 디디곤 마리사에게 발을 꺾어넣어 차날려버렸다. 쯧쯧쯧.

"크헥, 인녀석, 어린애한테 폭력은 안된다구!"

"사람 물건을 멋대로 훔쳐서 고장내는것도 안돼요, 꼬맹이씨."

그렇게 말하며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오는 시계를 받아들었다. 아아, 하나밖에 없는 그 사람 물건인데,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쩔거야? 거기다 훔쳐가려고 하다니 정말 너무해.
덧붙여서 빗자루는 어느 틈엔가 마리사가 쥐고 있었고, 그 마리사는 빗자루에 올라타선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기억해두라고!"

그런 진부한 대사, 이젠 허무개그 애니메이션에서도 안 써먹을텐데.
그 진부한 대사를 남기곤 또 다시 창문을 박살내며 날아서 도망쳐버렸다.

"정말, 그렇게 나가면 안 된다고 몇 번이고 말했건만!"

몸에 상처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저러지? 어차피 그렇게 될 녀석도 아니지만.
떠나가버린 장소를 정리하면서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자리잡았다.
그 사람은 언젠간 돌아와. 그러니까 그 때를 위해서, 이 시계는 남겨두지 않으면 안되, 라고.

그 날로부터도 어느덧 몇십년은 지나갔지만, 여기 홍마관은 그다지 분위기에 변화가 없었다. 아가씨는 몇 년 동안 혼돈 그 자체가 되어 있었지만 17년정도 전에 레이무에게 흠씬 두드려맞곤 정신차리고 파츄리님 옆에서 조용히 살고 있다. 물론 나와는 말도 안 하고 지내지만, 나 자체를 거부하거나 하지는 않아서 죄책감이 조금은 줄었다.

마리사… 아니, 그 전에 무녀쪽을 이야기하면(왜냐하면 이 두 녀석 이외엔 십년단위로 죽을만한 녀석은 존재하지 않는다), 뭐랄까 나이를 먹어도 먹는 것 같지도 않고 늙지도 않고 있다. 조금씩 괴물이 되는 거 아냐? 라고 말하자 '그럴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때가 되면 죽을거야, 아마도' 라고 말해 주변을 곤란하게 했다.
그리고 그런 레이무에게 자극받은 마리사는 '제길, 나도 해치워주지!' 라며 나이 오십을 넘기고 주먹을 부르르 떨며 말해놓곤 결국 그대로 죽는건가… 싶었는데 칠십이 넘어서야 성공해선 아까 내가 본 새앙쥐만한 꼬맹이가 되어버렸다. 뭔가 그대로 자라지 않는건 아닐까 하고 걱정해봐야 본인이 아무렇지도 않아하고 있어서 주변에서도 신경쓰지 않게 되었다. 정말일까?

뭐, 여긴 그걸로 좋겠지.
어쨌든 이 홍마관은 대충 그런 모양새로 지내고 있고, 내가 전에 했던 것 처럼 어떻게든 꾸려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 사람이 있던 시절과는 또 많이 달라졌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건 불가능했겠지. 그저-
조금 아쉽다. 어느 틈엔가 너무 당연한듯이 지내고있는 자신이.
그치만 가끔은, 그 사람이 너무나도 보고싶어지게 되곤 한다. 그렇게 되면 이렇게 문 앞에 멍하니 서서 그녀를 기다린다. 어차피 안 올 거라는건 이미 삼백만번도 더 납득한 일이지만.
언제쯤 돌아오려고 아직도 안 오는거지? 이미 육십구년이나 지났는데.
사실 이 정도로 같은 행동을 하며 같은 사람을 그리게 되면 꿈에서도 그 광경을 가끔 보게 되고, 지금처럼 저기서 걸어오는 것 처럼 환각도 보게된다. 이제 하도 많이 겪어서 익숙해진 일이다. 물론 처음에야 좋아서 날뛰고 난리도 아니었지만…….
아, 저게 정말 그 사람이라면.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건 마치 신이 내게 내리는 구원과도 같은 일일텐데.
그래서 난 그 환각이 환각인걸 알면서도 말을 걸었다. 좋은아침?

"좋은아침, 이 아니잖아……. 지금,이, 몇 시라고, 생각하는거야?"

그런 말을 남기곤 그녀는 엄청나게 피곤해보이는 얼굴로 내 발치로 천천히 쓰러졌다.
아아, 이것도 꿈이구나.
그렇게 해서 사쿠야씨를 데려가서, 씻기고, 끌어안은 채 잠드는 꿈은 몇백번도 더 꿨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어쩔 수 없네요, 정말. 들어가죠 사쿠야씨."







도서관.
커튼 뒤에서 밖을 내다보던 레밀리아는 그대로 커튼을 닫아버렸다.

"이제 용서한거야? 아니면 다시 돌려보낼까?"

돌아선 레미 앞에 서 있는건 세계의 관리자씨. 언제나처럼 졸린 듯 한 표정이지만, 입꼬리만큼은 여전히 예리하게 찢어져있었다.

"이제 됐어. 저대로 내버려둬, 나도 이제 지쳤어. 지긋지긋해. 바퀴벌레같아."

저 애도, 나도.

"하아, 역시 고집부리는건 환상향 제일이라니까. 알았어, 그럼 난 이제 돌아갈거야.
그치만, 약속은 지킬거지?"

"알았어."

그리고 유카리는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쓱, 몸을 어딘가로 밀어넣어서.



홀로 방에 남은- 운명을 조종하는 여자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이 정도로 해둘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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