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경계라는 건, 인간의 몸이 아니라도 힘들다.
 최근 신참 천구들이 많이 늘어 이런 근무방식은 많이 줄었지만, 필요한 때엔 불려나가는것이 아랫사람의 일이다. 슬프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전엔 비가오나 눈이오나 다 맞아가면서 근무했었고, 최근엔 하나둘 초소를 짓는것이 허용되어 최대한 발각되지 않도록 짓느라 허술하긴 해도 눈비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배부른 자신의 작태를 한심하다고 생각 할 뿐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이 발렌타인 데이였지……."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자신은 해가 뜰 무렵에 보초에 투입되어 이미 한밤중이니 준비 할 시간도 없었고 그렇다고 특별히 준비 할 사람도 없었기에 큰 관심이 없는 날이었지만, 막상 그 이벤트때문에 신사에 무녀를 보러 가겠다고 몰려드는 인간이 많아 일거리가 늘어난 탓에 그다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그냥 걸으면 되는 길을 칼로 풀을 베어 길을 내면서 가고 있다.
 설령 발에나 겨우 치일 작은 풀일지라도 모조리 베어가면서.

 오늘은 달도 없고, 어두운 밤길이다. 킁. 킁. 익숙한 냄새가 코끝에 걸린다. 아무래도 아야님이 문 밖에 나와계신 모양이다. 혼자 계신 것 같은데.
 난 발걸음을 빨리 했다. 물론 손놀림도 빨라져, 길이 쓸데없이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무슨 일로 밖에 나와계신가요 아야님. 밖이 춥습니다."

 아야님은 말을 거는 날 보곤,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한 손은 뒤에, 한 손은 위에 흔드는 그 모습은 언제나의 아야님이어서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가끔씩, 아주 가끔씩 알 수 없는 미소를 띠곤 내 행동을 모두 읽어들이면서 데리고 노는 경우가 있어, 너무나 좋아하지만 결코 방심해선 안 될 상사였다.
 느낌으로 치자면 그걸까. 대천구들을 상대할 때와는 다른 의미의 긴장.

 "모미지가 하도 안 오길래, 잠깐 나와봤어. 우연이네, 이렇게 때맞춰 올 줄이야~"

 "우연일리가, 제 근무가 끝나는 시간 뿐 아니라, 근무서는 모든 천구들의 시간표를 들고다니시는 분이 무슨 말씀을."

 "그거야 업무용이니까 외우진 않는걸. 거기다 믿을 진 몰라도 정말 우연히 나온거야."

 그렇다고 하시면 그런거겠지요. 뭐라 해도 이 분은 제 룸메이트이니, 이 정도의 감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몸에 밴 거겠지요. 믿는다면 말입니다만.

 "어쨌든 들어가시지요. 바람이 찬데 무리하시는 건 몸에 좋지 않습니다."

 "저기, 모미지. 그보다 이거……."

 아야님은 방금 전까지 유지하던 텐션을 갑자기 사그라뜨리곤 등 뒤에 숨겼던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엔, 손바닥만한 붉은 상자가 들려 있었습니다.

 "벼, 별로 말이지, 좋아한다거나 그런 깊은 감정이 아니라, 고생했을 모미지가 아무것도 못 받았을 것 같아서 오늘이 지나기 전에 줘야겠다고 생각한거야. 그러니까 있지, 그, 오해라던가 하면 좀 곤란하긴 하지만, 그게."

 아야님의 손에서 받아든 상자는 포장지가 조금 울어있었습니다. 꽤 오래 쥐고 있었다는 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지요. 이런 귀여운 부분이 아야님께 있었다는 건 지금 알았습니다만, 실제 입 밖에 내었다간 오늘 밖에서 취침하게 될 지도 모르니 참도록 할까요.

 "감사합니다 아야님. 이건 이 자리에서 그대로 뜯어봐도 되나요?"

 "아, 아니 저기, 잠깐만. 그건 조금 곤란해 모미지. 그러니까, 응. 그러면 안된단다 모미지?"

 아야님의 몸이 크게 펼쳐지듯 놀랐다가, 이내 손으로 얼굴을 긁는가 싶더니, 뭔가 떠올린 듯 눈매가 날카로워져선 제 눈가를 찌르듯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풀면 좀 당황스럽고 다시 생각하면 곤란하며, 어쨌든 여기선 윗사람의 위압감으로 어떻게든 해결해보겠다는거군요.

 "알았습니다. 들어가도록 할까요."

 "그…… 뭐, 그래. 들어가자."

 아야님은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전 그런 뒷모습을 보고, 속으로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야님. 이건 제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서 받아두도록 할게요.
Posted by 나즈키

2008. 9. 22. 14:16

[단편]홍마주종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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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6. 15. 14:56

그것이 그녀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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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쓰는거랑

잠드는거랑

그걸 지켜보는거랑

이불 덮어주는거랑.

덧붙여



두려워하는 그 손을 잡아주는거.




응.
Posted by 나즈키

2008. 1. 13. 16:15 동방

- 연정(戀情) - P.3

Posted by 나즈키
Posted by 나즈키

2007. 9. 15. 12:19 동방

음양옥 - 프롤로그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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