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코'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11.13 겨울 튀김 입김 2
  2. 2009.09.20 이어지든 말든 신경쓰지 마시지? 2
  3. 2008.06.29 [단편] 그것이, 반쪽의 시작 3
  4. 2008.03.23 [단편] 백합꽃 질 적에 4
  5. 2007.10.09 [단편] 홍마관 연회
 오늘도 언제나처럼 학교가 끝나면 유유코님과 데이트.
 한겨울의 추위가 내 옷을 감싸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작년에 끌려가서 합숙할 때엔 정말 죽음을 세 번 정도 넘겼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어떻게 산 위에서 굴린 눈덩이를 칼로 베라는거지? 솔직히 우리 집안도 절대 제정신은 아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지만 올해도 이 학교는 방학같은건 모르겠지. 그 집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다행이다. 학교에서 핑핑 놀고 먹고 공부하고 퍼져서 싸우는게 이 학교의 특징이니까.
 내 이름은 백요몽, 콘파쿠 요우무. 동방사립학원의 학원장 즉 학생회장이다. 2학년에 올라갈 예정이니까 1학년부터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거지만 별로 대단할것도 없다. 어차피 적당히 일할녀석을 뽑는 것 뿐이고 이 학교는 1년 다녀봐서 알았지만 어차피 내년에도 1학년인 신기한 시스템이다. 입학할 때 학년이 정해지는, 이 학교는 그런 학교다.
 그저 사시사철 시간을 때울뿐인 여고생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고 지낼 뿐이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건 전교생 공통이지만 사실 아무도 그 커다란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콘파쿠 요우무는 지금 그런것따위는 보이지 않을정도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학생, 살 거야 안 살 거야?"

 내 입김 너머에 보이는 야채튀김이, 만두가, 김말이가 날 유혹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평소보다 세 배는 맛있어보인다. 한 입 깨물면 따스한 기름이 배어나오겠지……. 아아,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안돼. 이것까지 먹어버리면 열량이 남아버린다. 평소에도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 튼튼하고 마른 몸을 유지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후에 유유코님과 데이트를 하려면 필요없는 칼로리 섭취는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이상 칼로리를 섭취해선 곤란하다. 배가 나와버린다. 팔다리가 굵어져버린다. 대식가에 미식가인 유유코님을 따라다니려면 별 도리 없이 칼로리가 오버하고 오버한 칼로리는 몸 곳곳에 저장되는 것이다!

"학생…… 많이 고파 보이는데 하나정돈 공짜로 줄 수 있다구. 너, 이 학교 학생회장이지? 몇 번 정도 본 것 같다니까."

 다른 손님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미스치 아줌마도 날 신경쓰지 않을텐데 오늘따라 어쩐지 손님하나 없다. 사실 사전조사랍시고 두 시간이나 일찍 학교를 끝내주곤 가서 조사하라고 한 유유코님이 문제이지만 그래서야 다음 주 소풍이 재미없으면 그 두시간만큼 유유코님께 순살당할 뿐이니까 하나도 고맙지 않다. 으르릉.

"그, 그럼…… 딱 하나만…… 아, 돈은 지불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김말이 튀김 하나 얼마죠? 아니아니 잠깐만요."

 김말이 옆 새우튀김도 맛있어보인다.
 야채튀김 특유의 풍성한 맛도 놓치기 아깝다.
 오징어튀김은 오래 먹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데.
 아- 아, 그렇다고 전부 사먹을수도 없단말야!!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기성을 지르는 날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길로 보고있다. 곤란해. 정신차려라 요-무. 넌 그렇게 약하게 자라지 않았어. 여기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망설임을 베는거야!

"전부 다 2개씩 주세요."

"네, 전부 다…… 에엑!?"

"예이 알겠습니다~ 흐익, 유유코님!?"

 내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는 자리까지 잡고 앉은 서유자, 유유코님이었다. 저런 옷으로 잘도 이런 지저분한 거리를 돌아다닌다 싶지만 어디하나 더럽혀지지 않는걸 본 학생들은 그녀가 떠다닌다는 괴이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정도다. 하늘하늘 여기저기 축축 처지는데 용케 돌아다닌다 싶긴 하지만.
 
"요우무, 오늘의 데이트는 여기서 시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도 돼?"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저 그렇게까지 돈이 여유로운게 아니라구요."

날 보곤 씨익 웃은 유유코님은 뻣뻣이 굳어 튀김을 튀기고있는 아줌마를 향해 물었다.

"미스치, 우리 꼭 돈 내야하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걱정하지 말고 드시죠. 전부 드셔도 됩니다."

아예 와르륵 튀김을 기름에 쏟아붇는 그녀는 어딘가 이상할정도로 굳어있었다.
또 무슨짓을 한거지 이 분은.

"그래서, 소풍에 대해선 정한거야?"

"아뇨, 아직."

 우물거리면서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한 입 베어문 새우튀김은 적절한 밀가루맛이 나서 딱 서민적이다. 이건 그저 오뎅일 뿐이지! 그치만 그래도 맛있다. 역시 겨울엔 따뜻한 음식이 최고야. 온 몸이 녹는 기분이다.

"후아-"

"뭐야, 그렇게 맛있니? 그럼 여러개 사서 들고왔으면 좋잖아."

그러니까 다 드시고 말씀하시라니깐요. 그런 말을 하지도 못한 채 난 어물거렸다.

"아니, 뭐, 그게……."

"혼자만 먹으려고 했구나, 요 얄미운 녀석."

내 코를 잡으며 말하는바람에 입안에 있던게 튀어나올 뻔 했다. 간신히 튀김을 삼킨 난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게!"

"그보다 다음 주 소풍은 여러모로 큰일일 것 같아.
아무래도, 그 녀석이 뭔가 수작을 부릴 것 같거든."
Posted by 나즈키
어차피 그 애는 내 말은 전혀 들은척도 하지 않으니까.
혼자서 생각하다 괜히 화가 난 앨리스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몇 번이고 그 약재는 쓰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들은척도 안하고 사용해버려서 날아가버린 그 애의 집이 멀거니 보였다. 뭐 저 상태라면 며칠동안은 집을 고치는데에 전력을 다하시겠지. 흥.
레이무에게라도 가볼까, 그 아이는 최소한 사람 말은 들어주니까.
그녀의 발걸음은 신사를 향하고 있었다.

"의외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가을인데 구름이라니,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숲 전체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습도가 높아서 인형들도 옷도 금세 눅눅해졌지만 사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습도는 높은데도 안개가 없어서 오히려 오랜만에 시원한 느낌이다. 밟히는 풀들은 아픔을 호소했지만 어차피 여기에 길같은게 날 만큼 사람이 많이 다니는건 아니니까. 적당히 인형들로 풀을 베며 나아간다.
사실 굳이 신사에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 기분으로 집 안에 머무르면 또 다시 잠들게 뻔하다. 단지 인형을 만들다가 이유없이 막혔을 뿐이다. 그리고 받은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어머.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의외네?"

아니, 의외는 제가 할 말이거든요. 여긴 내 앞마당같은 마법의 숲이고, 당신은 평소에도 어딜가나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
내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린 동지잖아? 레이무에게 연인을 빼앗긴."

아뇨 전 아직 아니거든요.
이런 사람 귀찮아. 무시하며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가자, 내 옆으로 둥실둥실 뜬 채 그녀가 따라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건지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은 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흘끗 보면, 제법 예쁜 얼굴이다.

"왜애-? 반했어? 얼굴을 흘끗흘끗 보고-"

"무, 무슨 소리예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바보같아, 정말, 뭐야 저 사람!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상대를 해 주지!
도망쳐야겠다. 난 발걸음을 빨리해서 떼어놓기로 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아 기분나빠. 둥실둥실 날아오니까 인기척을 못 느껴서 불안해지잖아.

내 걸음이 뜀박질이 될 무렵, 신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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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제자인 아스린님께 바칩니다.
Posted by 나즈키

2007. 10. 9. 00:53 동방

[단편] 홍마관 연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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