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0. 9. 00:53 동방
[단편] 홍마관 연회
"그래서, 왜 여기서 모이는겁니까?"
"이 댁의 아가씨는 비가 오면 나가질 못하잖아? 밖은 천둥번개에 폭우라구."
"굳이 오늘 모여야 하는겁니까?"
"뭐 어때, 그래도 저 레이무가 여기까지 왔다구."
"...신기한 일이군요."
"신기한 일이지."
"거기 두 사람, 나한테 용무라도 있어?"
"아뇨." "아니."
"흥, 녀석들. 아, 스이카 정말 엉겨붙지 말란말야."
"흐헤- 레이무 가슴 평평해-"
"...시끄러워 바보오니."
"아얏! 아파! 아프다구 레이무! 지불봉 아파!! 마구잡이로 찍지마!!"
"사쿠야, 홍차 부탁해."
"금방 내오겠습니다 파츄리님."
"아- 사쿠야, 나도 부탁해."
"아아, 아가씨 입에다 묻히면서 드시지 말란말예요."
"어머 이 쿠키 맛있다 얘. 요우무, 너도 먹어봐. 자 어서."
"아가씨이.. 천천히 한손으로 드세요..."
"그런소리 말고, 자 요무도 한잔 받아."
"술은 적당히 하세요 아가씨."
"요-무- 잔소리 너무 심해-"
"어머, 소악마씨 안녕"
"안녕하세요 앨리스님"
'마리사 옆자리에 앉아야하는데...'
"어머 앨리스씨, 오랜만이네요."
"에... 그러니까... 미스즈씨?"
"메이린이예요~ 흐윽.."
"아아, 미안미안. 중국이었구나."
"그러니까 메이린이라니까요~"
"어이 거기 중국! 뭔가 안좋은 일이라도 있어? 연회잖아 연회. 울상짓지 말고 마셔 마셔. 마시고 잊어버려."
"유카리님, 적당히 마시세요"
"어머~ 란, 너도 빼지말고 마시지 그러니?"
"옆에 첸도 있는데 제가 마셔서야 되겠-웁?!"
"여기 술을 안 마시는 녀석이 있었군!!"
"스이카, 잘한다~"
"자 여러분 김치~"
- 그리고 십 수분 후. -
"그러니까- 제 말 듣고 있어요 레이무씨? 신문기자도 이래저래 괴롭다구요-"
"으하- 레이무-"
"아으 정말, 이 두녀석은 왜 나한테만 엉기는거야 도대체!! 누가 좀 떼어줘!!"
"아-앙, 셋이서만 부러운 짓 하고, 나도 끼워줘 레이무-"
"유카리 너까지 정말 다들 왜이래-!!"
"그러니까 마리, 흐끅, 사 너말야, 넌 애시당초 태도가, 끅, 글러먹었다는거야!! 푸하- 물건을 빌려갔으면, 말이지! 똑바로 가져와야지!!"
"아- 여기 서고에서도 멋대로 가져간게 도대체 얼마야."
"정말, 끄, 끝도없이 가져가서, 어디, 다, 박아놓는지, 흐끅, 모르겠다니까요."
"자아 자아, 그런건 잊고 마셔 마셔"
"잊긴 뭘 잊어, 제대로 가져오란말야"
"유유코님, 자꾸 말 안 들으시면 밥 안드릴거예요"
"움냥움냥... 우웅?"
"아앗, 제 반령은 드시면 안돼요!!!"
"아가씨, 괜찮으세요?"
"이 정도의 술로 내가 어떻게 될 거라고라도 생각하는거야? 그보다, 사쿠야는 마시지 않은 것 같네."
"업무중 음주는 금지니까요. 그보다 아가씨, 얼굴이 빨갛습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음... 사쿠야... 졸려..."
"아가씨도 참..."
'어머, 코가... 안 돼지, 안 돼.'
"흐윽... 유카리님도... 제가 곁에 있는데 매일매일 레이무씨한테만..."
"힘내요 란님..."
"란씨도 고생하시네요... 그게, 사실 저도 요즘 파츄리님께서 돌봐주지 않으셔서... 훌쩍"
"첸, 소악마씨, 역시 둘밖에 없어요, 흐윽..."
"란님, 졸려요-"
"이리 오세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소악마씨 부탁해요-"
"그랬구나- 란은 내가 없어서 쓸쓸했구나-"
"우와와와 유카리님?!"
"왜애? 뭘 그리 놀라니 란,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 줬어야지."
"사쿠야씨이-"
"무슨 일이야, 중국?"
"어라, 어디 아프세요? 코피 나시는 것 같은데..."
"아, 아니 별거 아냐. 신경쓰지 마. 그보다, 무슨 일?"
"응햐-"
"뭐, 뭐야 갑자기. 기분나쁘게 웃어도 득볼건 없다구."
"아뇨, 날씨가 좋다 싶어서-"
푹.
"아무래도 어디가서 좀 쉬도록 하세요."
"흐에에- 네에-"
번쩍.
창문 밖으로 강렬한 빛이 일순간 홍마관을 덮쳤다.
"쾅!!"
그와는 대조적으로, 순식간에 건물 안은 어둠에 잠겼다.
가장 반응이 빨랐던건 벼락소리에 잠이 깬 레밀리아였다.
"사쿠야, 무슨일이야?"
"정전인 것 같습니다 아가씨."
그리고 그 순간, 멤버 전원의 취기는 쥐도새도 모르게 가셨다.
가장 먼저 행동한것은 레밀리아.
"아가씨, 어디가세요! 위험해요!"
'이대로라면 그 무녀한테 주인을 빼앗겨버려!'
몸에서 자신의 주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표면적인 걱정과 내면의 충동을 다스리지 못한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사쿠야.
그렇지만 그런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주인이 보일 리 없었다.
반면, 먹잇감을 찾는 그녀의 행동은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레이무를 목표로 쏘아진 그녀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엇... 어라? 레이무... 잠깐! 안돼 앗 거칠어 레이무 너무 빨라 잠깐 천천히'
'흐앗... 평소의 레이무가 아냐... 아읏'
'잠깐, 그 상태에서, 아앗!'
그리고, 그 상대는-
'호오, 레이무가 왠일로 적극적이지?'
'어머, 몸이 달아있잖아? 이건 아마 OK사인이겠지?'
'잘먹겠습니다. 후훗.'
이라던가 생각하고 있었다.
"응하? 여기 왜 갑자기 어두워진거야? 훗, 이럴 때야말로 이몸의 미니 팔괘로를 써먹을 때지.
똑똑히 봐둬, 마스터 스파- 크웱!?"
"정말, 이 바보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리 와!"
'앗, 마리사가 이렇게 가까이... 서 설마, 주변에 보는 사람은 없겠지? 꿀꺽'
앨리스가 마리사를 섭취하는 와중에, 주인을 찾는 란은 고양이과의 밤눈을 이용했다.
'이 모자, 틀림없이 유카리님이지... 왜 이런데 혼자 계신진 모르겠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앗, 유카리님께서 떨고계시잖아! 설마 추우신건가? 꼬리로라도 안아서 데워드려야지...'
한편, 술을 잔뜩 먹은데다 그러지 않아도 피부가 민감한 파츄리는,
비슷한 모자를 썼다는 것 만으로 란에게 온몸의 피부를 점령당해 티르 나 노이의 입구에 와 있었다.
주인을 찾아 허둥지둥하던 사쿠야는, 무언가 앞에 나타났다는걸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
"누구냐!"
"어라, 사쿠야씨?"
"아, 요우무씨군요. 죄송하지만 저희 아가씨 못 보셨.. 꺅?!"
"사쿠야씨 다리 매끈하네요- 부럽다 이런 옷-"
"앗, 뭐하는짓이야, 다리에서 손 떼! 앗, 발바닥은 안돼애"
...왜인지 요우무는 업무의 스트레스를 푸는듯이 강렬하게, 사쿠야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있던 중국은 사쿠야의 가슴을 더듬으며 말했다.
"사쿠야님! 이거 패드죠!!"
머리위에 나이프가 꽂혀서 굴러다녔을건 더 말하지 말자.
"아야, 잠깐! 누가 내 다릴 무는거야!"
"가끔은 새고기도 괜찮지~"
"으악 유유코씨 잠깐! 그거 내다리! 내다리! 항복 항복 꺄악"
참새에 이어 까마귀 고기도 드시는 유유코씨는 뒤로 하고.
온 몸이, 심지어 입 속마저도 불타는 듯 뜨거워져버린 레이무.
그런 레이무를 향한 유카리의 욕정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혀로 입 전체를 농락하면서도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 놀란 유카리는, 조그만 장난으로 술병 안과 자신의 입 안에 스키마를 만들어 연결시켰다.
입 전체에 차오른 알콜은 이내 상대방의 입에 차올랐다.
레이무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유카내를 밀쳐내려 버둥거렸지만, 끌어안은 유카리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술은 서로의 입을 왕복했다. 그 강렬한 느낌은 입안 전체를 상처입힌 후 결국 유카리의 목으로 넘어갔다.
이 때, 레이무의 허리를 안고있던 유카리는 미묘함을 느꼈다. 허리 위에 생소한 무언가가 만져졌던 것이다.
유카리는 은사가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말했다.
"날개? 설마 너... 혹시 레밀리아?"
"읏, 점잖치 못하다 싶더니, 레이무가 아니었어!"
"파하, 맘에 들었어 아가씨. 온 몸이 뜨거운데, 식혀줄게."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다시 스키마를 만들었다. 별안간 레밀리아의 머리 위에선 술벼락이 떨어졌다.
"뭐 하는 짓이야!!"
"뭐, 어디까지나 식혀 주려는거야,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잖아?"
"시끄러, 난 레이무가 아니면 안돼."
"그 입에서 레이무 대신 날 찾을때까지 각인시켜줄게. 게으른 무녀와 나의 차이를."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평소 레이무에게 하듯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금 입술을 겹쳤다. 거부하는 레밀리아의 몸을 오른팔로 당겨안고,
피하는 얼굴마저 왼팔로 감싸안아버렸다. 강하게 끌어안는 오른팔에 저항하듯 뒤로 젖혀진 고개는,
오히려 활처럼 휘어버린 허리는 한층 더 유카리를 자극했다.
1분, 2분, 5분... 유카리의 탐구(貪口)는 끝나지 않을 것 처럼 계속되었다.
알콜에, 분위기에, 이산화탄소에 취해버린 레밀리아가 반쯤 졸도할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유카리는 레밀리아의 입을 해방시켜 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어머, 겨우 이정도로 넉 다운?"
대답은 없었다. 일부러 하지 않은것보다 미처 그럴 정신이 없었다. 투명하고 창백하던 피부는 호흡곤란으로 인해 푸른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
그런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유카리는 말했다.
"어머ㅡ 불쌍해라...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은 놔두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하아... 하아... 그, 그만... 잠깐..."
유카리는 그렇게 말하는 레밀리아를 덮치듯 안아눌렀다.
쾅!
"아야! 갑자기 일어나면 어떡해 레이무!"
"뭐야, 무슨짓이야 스이카!! 왜 니가 거기에 있는거야!"
"너무해! 기껏 키스하려고 폼 다 잡아놓고 있었는데!"
"뭐, 뭐야?! 에잇, 에잇!"
"아파, 아파! 레이무 지불봉 아파! 때리지마, 아야!"
핏, 핏, 피피피피-.
불이 켜졌다.
"레이무, 아가씨를 어쨌어!!"
가장 먼저 들린건 사쿠야의 외침.
레이무가 알 턱이 없지.
왜인지 란에게 당하고 있던 파츄리도 정신을 차렸다.
"무, 뭐야 너! 왜 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라... 란님, 저의 파츄리님을 노리실줄이야! 배신자!! 아깐 그렇게 말씀하시고서!!"
소악마의 외침. 직후, 눈물을 뿌리며 도서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지만.
"아, 아니 전 유카리님인줄로만 알고... 어라? 유카리님?"
"아파! 아프다구 레이무! 그만해! 아야!"
"어라. 불 들어왔네요."
메이린의 말.
"앨리스, 거기서... "
스이카를 때리던 레이무는 앨리스를 발견했지만, 거기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앞에 마리사를 눕혀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손만 꼭 잡고있는 앨리스를 보자니,
화를 낼 기운도 말릴 기운도 빠져버리는걸 온 몸으로 느꼈다.
한편, 왜인지 요우무는 완전히 사쿠야에게 빠져 떨어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음. 왜였을까.
몸 전체가 물린듯한 자국과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 투성이인 아야는 유유코의 옆에서 훌쩍이고 있었다.
유유코는 느긋한 얼굴로 홀짝홀짝 다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가끔은 까마귀 고기도 좋네~"
3일 후 아침, 일단 레밀리아는 돌아왔다.
사쿠야의 차도 마다한 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유카리...' 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는게 사소한 문제라면 문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