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기대하고 설레이고 기다리고 멍하니 먼 산 바라보며 사소한 것 하나도 괜히 신경 쓰이다가
결국 자기 멋대로 휑하니 구멍 뻥 뚫어놓고 도망가면서 아니라고 핑계를 대면
대체 난 뭘 믿고 바깥사람을 기다리란 말입니까.
그런 아무것도 상실하지 않은 상실감에 아린이는 몸을 떨었다.
숨을 쉬는데 목소리가 함께 새어나왔다.
이윽고 그것은 오열이 되어 집안을 가득 메웠다.
결국 이번에도 먼저 말을 꺼냈다.
당연하다는 듯 끄덕이고 가버렸다.
자리에 홀로 남겨진 난 마치 비를 맞는 것 같은 추위를 느꼈다.
어쩌면 좋을까,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난 숨쉬기가 괴롭다는 걸 깨닫고 억지로 입을 열었다.
입에서 쉰 소리가 났다.
몸이 떨려왔다. 아무리 두껍게 입어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참을 수 없이 외로웠다. 답답했다. 도저히 메워질 것 같지 않은 구멍이 커다랗게 입을 벌리고 심장을 씹어먹고 있었다.
한심한 기침소리. 아아. 이 기침도 당신은 보기 싫었겠지요.
기약도 없다. 보증도 없다. 그저 자기 사정이 이러니 당연하다는 눈치였다.
"대체 전 누굴 믿으면 좋은가요."
닿을 데 없는 목소리만이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