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1. 15. 11:21 웃음
부엉이와 밤의 왕 독서감상문입니다.
네타 없이 쓰려고 했는데 귀찮네요. 네타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이 책은 시작부터 아파보이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아픈 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렇습니다. 옛날옛날 먼 옛날 한 아이가 마물의 숲에 들어가서 그 숲의 주인에게 부탁합니다. 자신을 먹어치워달라고. 그치만 그 주인은 무시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계속해서 주인에게 부탁을 하러 갑니다. 처음엔 주인의 방이 아닌 다른 곳으로, 그리고 이내 주인의 방에 들어가는것까지 허락받습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도우미 요정같은 역할의 쿠로는 그러한 주인의 행동에 의아해하면서도 자신들의 왕의 판단이기에 섣불리 의견을 내지 않고 그에 순종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그것관 별도로 인간 마을의 국왕은 마왕을 퇴치해 국가의 위신을 세우고 속으로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꿍꿍이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러한 행동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자신의 일이기 때문에 해야하는 성기사도 나오고, 그 성기사의 마누라인 검의 무녀가 나옵니다.
주인공인 부엉이와 숲의 주인인 올빼미(라고 부엉이가 부릅니다. 이것도 부엉이가 허락받은 것 중 하나입니다)가 한창 친해져 두근두근할 무렵에 인간 마을의 마법사들과 성기사는 올빼미의 성에 쳐들어옵니다. 둘은 헤어지게 되고 부엉이는 인간의 손에 길러지고, 올빼미는 인간의 손에 죽임을 당할 처지에 놓입니다.
사실 이 뒤론 이야기해 봐야 분량만 늘리는거니까 이쯤해서 자르고.
부엉이는 아픔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자신이 안식이라고 생각한 죽음에 이르고자 합니다.
아무곳에도 기댈 것 없는 그녀로서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선택입니다. 먹어줘, 날 먹어줘.
올빼미의 심리는 잘 모르겠지만 최종적으론 부엉이가 맘에 들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거기다 이 녀석 제법 멋진 녀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간지쟁이♡
쿠로는 진행보조역입니다. 중요한 순간에 부엉이 앞에 나타나서 불지르고 도망가네요. 야잌ㅋ
국왕님은 아들을 생각하는 조금 자기중심적인 노인을 정확히 나타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사랑 자제점 ㅇㅇ... 그래도 이분 성공했어요.
성기사는 암만 생각해도 얘 니커같아서 진지해지질 못했네요.
니커가 누군지 궁금하시면 마비노기를 하세요.
근데 그런 니커 마누라가 검의 무녀라니 뭐시여 의사양반 내가 고자라니! 한 느낌.
아이구 엉엉 불쌍한 무녀님 엉엉...
또 등장인물 있었나? 그래 국왕 아들내미. 얜 꼬라진 그런데 나름대로 포스있네요.
제일 날로먹은 타입입니다. 감사합니다.
인간은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걸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줍니다. 상대방의 입장이나 생각같은건 생각지도 않고 자신이 생각하는게 맞다고 여기는거죠.
오히려 마물이라 불리는 쿠로가, 그리고 올빼미가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합니다. 부엉이는 그런거 생각 안 해요. 내가 이쁘니까 가서 들러붙습니다 요 얄미운 여우같은 기집애! 그치만 그런 부분이 귀엽습니다. 터덜터덜 걸으면서도, 타다다닥 뛰어다니면서도 넝마를 둘러써도 이쁜 옷을 입어도 부엉이는 부엉이라는 걸 보여주는 정말 따뜻해서 눈이 부셔! 악 내눈! 나같이 속세에 쩌든 사람이 볼 수 있는 글이 아냐! 라면서 징징 울면서 봤습니다. 아, 또 눈물이..
순수함을 그리고 순진함을 다이렉트로 꽂아주는 책입니다.
단편이었기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던 책이 아닐까 싶네요. 길게 구구절절 늘어놓을 것 없이 그냥 이하략 이하략 해버려도 독자는 충분히 납득합니다. 신데렐라한테 걸어준 마법이 10서클인지 3서클인지 우리가 알아서 뭐하게요? 이 책은 그런 책입니다. 그런거 알 필요 없이 읽으면 되요.
그저 우리가 기억할 건 등장인물의 이름정도. 머리속에서 캐릭터를 커스텀해도 상관없습니다. 일러스트가 한 점도 없는 점도 맘에 들었어요. 덕분에 제 머리속에서 쿠로는 칠면조에 성기사는 니커 무녀는 슬레이어즈의 용무녀 비슷한 느낌 부엉이는 비비오 올빼미는 머더프린세스에서 나오는 오빠정도의 이미지로 겹쳐서 스토리를 진행했지만 그딴거 필요없이 모두 다 아름다웠으니까요.
별 열개에 아홉개 주고 아홉개 더 줍니다. 사랑스러운 책이예요.
아 눈물나... 이만 줄일게요.
Posted by
나즈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