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탁자에 잔을 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레이무는 조금, 심심했다.
밖으로 나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하쿠레이 레이무, 무녀. 당대 최고의 무녀 - 신통력의 크기만 놓고 본다면. 이지만 - 로써, 이곳 환상향을 지키고 보전하는데에 그 존재의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심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 이곳 환상향이 평화롭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길게 늘어진 소매자락이 탁자를 쓸었다. 그대로 팔을 내려 등 뒤로 양 손을 짚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루해.
 암갈색 눈동자가 하염없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이내, 조그마한 무언가에 촛점이 잡히고, 서둘러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꺼낸 부적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부적은 힘을 잃고 늘어져 있었지만, 날아오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레이무에게 확실하게 인식되었을무렵엔 시퍼런 기운을 내뿜으며 꼿꼿이 서 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어.
흙빛이 된 얼굴로, 부적을 낀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멀어... 조금... 아직... 잠깐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저쪽은 급작스레 푸른 빛을 내며 급가속했다.
 "레--------이무---!!! 반ㄱ... 크헭?!"
 멀리서부터 세차게 소리치며 다가오던 그것은 이내 레이무의 의도를 알고, 불안감은 언어 이외의 무언가가 되어 입 밖으로 표출되었다.
그녀가 어쩌기도 전에 -

"봉마진!!"
 희푸른 빛기둥이 하늘을 꿰뚫었다. 레이무의 옷깃이며 붉은 치마가 너나할 것 없이 세차게 펄럭였다. 그 빛기둥에 휩싸인 마리사는 정지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사용한 스펠의 속도x자신의 체중+@가라는 훌륭한 힘의 결정체가 되어, 벽과 다름없는 스펠과 정면충돌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깜박, 눈이 뜨인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곤해.
"정신이 들었어?"
친절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내 마리사는 눈을 떴다.
"우, 우우... 아파, 랄까 잠깐 설마 흙바닥에 그대로 방치한거냐?!"
깨어나 이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마리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뭘 시끄럽게 떠드는거야. 신사에 재워두곤 옆에 앉아서 걱정하는 얼굴로 "마리사... 미안, 깨어나줘...' 라고라도 하고있길 바란거야?"
주책맞게 과장된 레이무의 행동과 몸짓에 마리사는 말마저 잊었다.
"쳇, 오늘은 신경써서 왔건만... 흙먼지로 엉망이구만."
탈탈털며 마리사는 중얼거렸다. 오늘의 자신은 평소보다 더 검었건만.
"뭘 중얼중얼 궁시렁대는거야. 거기에, 남의집에 오는데 블레이징 스타라니, 신사를 박살낼 참이야?"
"그게 그저 오랜만에 봤더니 조금 반가워서 그만..."
"오랜만엔 또 뭐야! 당장 어제도 쳐들어와선 스이카랑 둘이 신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간 주제에!"
버럭 고함쳤지만 마리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방금 청소 끝냈는데 흙발으로 들어오지 말란말야!"
"뭐 원인은 너고말이지."
털썩하고 이미 앉아버린 마리사는 탁자에 놓인 잔에 입을 가져갔다.
"잠깐, 그거 내 차인데!"
"아-정말이지 오늘따라 시끄럽구만. 한잔 더 타오면 되잖아?"
"그럼 네가 타 와."
"싫어. 난 손님이고 귀찮으니까."
으드득.
이까지 갈던 레이무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아앙?"
"탄막승부야. 지는쪽이 오늘 점심까지 책임지기."
급작스레 얼굴을 들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레이무의 양 손엔, 어느샌가 부적다발에 지불봉까지 들려있었다.
"어... 어이. 투지는 알겠다만 시작부터 음양옥 두개는 어떨까 하는데."
"시끄러우니까 나와."

신사 아래쪽, 멀지않은 숲.
그곳엔 숲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으로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헤드드레스, 에이프론, 짧은 치마에 가터벨트.
그 복장은 깊은 숲을 지나왔음에도 얼룩하나 없었고...
이윽고 신사의 토리이가 보일 듯 말 듯 한 계단 앞까지 도착했다.
까마득한 높이 때문에 신사 자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시계를 곤란하게 하며 주인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탄막, 부적, 그리고 음양옥.
"하아. 정말 저런 곳에서 쉴 수 있을까?"
튕겨져 날아오는 음양옥을 피하며, 사쿠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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