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마관에 도착한 사쿠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상시라면 이쯤에서 그게 튀어나올텐데.
숲을 지나올 땐 잘 몰랐지만, 잘 다져진 바닥에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는 또각또각,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지우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튀어나오란말야, 이 중국.
들어갈까, 말까. 기습인가? 주의를 기울여보면, 주변은 숨막힐정도로 정적에 싸여있다. 틀림없어. 이건 음모가 있다.
살짝,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무반응.
성큼하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리의 멋진 상해출신 아가씨는 기세좋게 자고있었다. 평소에 왜 사쿠야가 중국을 학대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리사는 중국의 고충을 이해해버렸다.
"후... 메이린, 나(마리사)때문에 고생 많구나... 걱정마, 한동안은 편히 쉬어도 될거야."
말하며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후 사쿠야가 잠든 건 달이 보이지 않을 무렵. 항상 쳐들어오던 곳이지만 메이드장의 침실엔 용무가 없다보니 찾는게 쉽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는것도 잊은 채, 고꾸라지듯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관 안은 엄청난 소동이 일었다. 일의 발단이 된 것은 사쿠야. 아가씨를 깨우며 관의 아침을 재촉하던 사쿠야의 부재로, 또 한 가지 이유로 . 또 한 가지 이유 역시 첫 번째와 맞물리는 이야기였는데, 어쨌든 그 일 때문에 사쿠야의 방문을 걷어차며 날아들어온 요괴가 하나 있었다. 렘릴리아 슷칼렛. 왜인지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해내지 못 해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아침부터 중국이 찾아와 긴급상담을 처했던 것이다.
"아가씨, 긴히 드릴 말씀이..."
잠에서 갓 깬 레밀리아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라는 듯 한 표정으로 중국을 보다가, 그 상대가 중국인걸 알고는 이내 '뭐야 짜증나' 라는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메이린은 조금 섭섭했지만 그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뭔데? 월급인상이나, 가혹한 노동환경, 직속상관에 대한 불만, 기타 너의 현재 사정을 고려해달라는 말 일체를 제외한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게. 아, 그치만 사쿠야를 빌려 달라는 건 그날의 사정을 고려해야해."
중국의 말을 자르고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내는 레밀리아. 그녀의 표정은 어느샌가 온화하고 자비로웠으며 위엄있게 변해있었다.
"사쿠야씨가 자고있는 절 내버려뒀어요!!"
단도 직입적인 본론 돌입.
"주인에게 거짓말하면 혼난다."
피식 웃으며 중국의 말을 흘려버리는 레밀리아. 그러고보니 딱 하루, 거짓말을 용서받는 날이 있었던가. 그게 혹시 오늘일까?
"아뇨, 정말이예요!"
다급하고 진지한 메이린의 표정에 레밀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중국을 가까이 와 앉게 했다.
눈을 마주치고 3초정도, 진지하게 바라봤다.
"너 거짓말하면 플랑이랑 3일동안 가둬둔다?"
"진짜라니까요!"
"사쿠야랑 한달간 얼굴도 못 마주치게 한다?"
"괜찮아요. 거짓말이 아니니까."
확실했다.
"어쭈, 세달로 늘린다?"
"3년을 말하셔도 똑같아요! 거기다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자고있는! 제 머리를! 무려 쓰다듬으면서! 고생이 많다고 했어요! 거기에 앞으로 한동안은 괜찮을거라며-"
큰일이다, 레밀리아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는 이유로 방문을 박살냈다.
"사쿠야! 괜찮.."
레밀리아는 순간 여기가 정말 사쿠야의 방이 맞는지, 저 메이드가 사쿠야가 맞는지 의심했다.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자고있는, 옷은 엉망이 되어버린, 거기다 코까지 고는 사쿠야.
그치만 그 사실은 오히려 오해를 부추겨 현실을 심각하게 인지하는걸 도울 뿐이었다. 얼마나 힘들었니, 사쿠야...
"미안해 사쿠야! 앞으론 발가벗겨서 홍마관 안뜰에서 리듬체조 시키지 않을게! 플랑한테 케잌 가져갈 때 은시계 숨겨서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 파츄리랑 말싸움하다 불리하다고 관 부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으응? 뭐야, 무슨 일이죠 아가씨?"
라며 사쿠야가 일어날 무렵엔 이미 관은 걷잡을 수 없었다.


"두 사람, 잘 하고 있으려나..."
한가로워. 차를 들이마시는 레이무는, 이미 신사의 청소를 끝낸 뒤였다.
"한가로워."
신사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다시 홍마관. 잠이 깬 사쿠야는 중국에 관한 일을 해명할 겨를도 없이 관 내를 날아다니며 하루를 시작해야했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아침 식사를 시작하게 할 수 있었고, 사쿠야다운 능력의 태반을 사용할 수 없기에 할 수 있는건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는 것 뿐이었다.
"거기, 수다떨지 말고 식탁보를 닦아!"
"청소할 땐 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하라구!"
"걸레질의 기본은 물걸레와 마른걸레의 병행인걸 모르는거야?!"
물론 태반의 잔소리는 마력을 담아 소리를 증폭시켰기 때문에 목이 크게 상하지는 않았다. 아니, 일일히 소리지르려다간 반나절 안에 녹초가 될 거라고 독자들 모르는 사이에 사쿠야가 알려줬던 이야기였다.
핏대 선 사쿠야의 외침에 요괴들은 꺄아꺄아 부산을 ㄸ껄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자신의 말에 순순히 순응하는 요괴들에 사쿠야는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고 안심한 것도 딱 3일. 사쿠야는 눈치채버렸다. 이 녀석들은, 일일히 지시를 해 확인하지 않으면 항상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바보들이었다! 못살아 정말...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금 목에 마력을 불어넣을 따름이었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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