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깜짝이야."
애써 속마음을 감추며, 레이무는 놀란 기색을 내보였다.
레밀리아였다.

잠깐의 휴식은 생각보다 큰 타격으로 돌아왔다. 다시근 관 곳곳은 어질러지기 시작했고, 창고는 눈 뜨고 봐도 뭘 찾 을 수 없을정도로 잡동사니가 그득했다.
복도나 식당은 그나마 덜 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개판인건 매한가지. 사쿠야의 목소리가 다시 또 관 내에 쩌렁쩌렁 울렸다.
"아우- 귀 아파!"
"메이드장 또 왜 저래? 요즘 혹시 그땐가?"
"낸들알어? 요즘들어 아주 넋을 놓고 다니는 것 같이 정신없다니깐?"
"아냐, 사쿠야님 그 때는 아직 일주일 남았어-"
수다스런 메이드들은 여전히 시끄럽게 주둥이를 놀렸고, 거기엔 어김없이 나이프같은 사쿠야의 말이 날아와 박혔다.
"시끄러, 빨리 일하지 못 해!"
움찔, 하는것도 한 순간. 얼굴 가득 짜증을 머금고도, 투덜대며 식기든 뭐든 닦아내고 있었다.
"그래도 왜인지 요즘들어 나이프를 박아대진 않아서 좋다."
"하긴 나도 몇 번 죽었다 깨어난 기억이 있으니까. 여기도 봐,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다니깐?"
훌렁하고 걷어올린 소매에 길게 찢어진 상흔.
관 전체에 사쿠야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홍마관은 다시금 분주해졌다.

아침이 되어, 앨리스의 집을 나섰다.
다른곳도 다녀봐야 하고... 사실은 앨리스의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어 조금 많이 무서웠다. 응.
"가는거야?"
묘하게 섭한 말투.
"그럼, 이 몸은 인기인이니까."
"풉, 바보. 니가 인기인이면 난 카사노바게?"
하아? 이 녀석 어디 아픈가?
내가 알기론 이녀석만한 히키코모리도 드문데. 나 모르는 새에 많이 변했구나, 앨리스.
"그치만 봐, 이렇게나 수많은 팬이-"
그리곤 집 안에서 쏟아지듯 나오는 인형.
아니, 조금 섬뜩한데요 이건.
"푸하하하, 새로나온 개그냐? ....어이쿠, 그럼 이만!"
앨리스의 표정이 굳어지는걸 본 마리사는 진짜로 섬뜩해지기 전애 냉큼 빗자루에 올라타곤 도망갔다.


"레- 이무."
라며 다짜고짜 안겨드는 아가씨에, 레이무는 하마터면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 했다. 그치만, 여기에선 우선 한 번!
"아으 귀찮게 왜 이래!"
아아, 이 대사가 얼마나 부러웠던가!
밀어내는 내 손에 뭉그러지는 저 얼굴도 귀여워요, 아가씨-
"어머, 거부하는거야? 여전하네 그 무정함과 무지함은. 그치만 소용 없어. 우리는-"
"'맺어질 운명' 이니까? 그 대사는 이제 지겨워."
힘을 주어 긴장되어있던 레밀리아의 손이 부드럽게 레이무의 목을 감싸는가 싶더니, 한 쪽 어깨를 꺾을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
차가운 손의 느낌이, 묘하게 야릇했다.
"아읏!"
당황함 반, 감각 반에 레이무는 비명을 질렀다.
"오늘, 그 틈새는 안 와?"
두근, 두근, 미세한 혈관의 난동이 손 안에 잡힐 듯 느껴졌다.
"아... 응... 아마... 도... ...읏..."
레미의 기묘한 손놀림에 당황한 듯, 레이무는 정상적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스르륵, 부드럽게 쓸어올려졌다.
"하아아..."
탄식하듯 레이무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오고,
"어디 이 밤을 즐겨볼까, 우리 무녀아가씨?"
도발하듯, 레밀리아의 말이 이어졌다.

"아아아아! 정말!"
관 밖 뒷편에서 소리를 빽 지르는 사쿠야. 그간 쌓인게 머리에 쏠려, 눈 앞에서 핑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다. 눈 앞이 어찔어찔했다.
"사, 사쿠야씨 괜찮으세요?"
쓰러지는 사쿠야를 받아안으며 중국이 말했다.
평소와는 다른 사쿠야의 반응. 중국은 걱정스런 눈으로 물었고, 사쿠야는 중국의 품에 안긴 채 뚱한 표정으로 한참이고 아무 말 업이 허공을 응시했다.
"저기, 요즘 너무 무리하시는게..."
"아냐, 괜찮아 중국. 이 일은 비밀로 해 줘."
옷매무새를 바로잡고, 다시금 머리를 만지고, 정신을 차린 사쿠야는 이내 그 자리를 떴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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