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앗, 따다다으아!"
정강이에 달리는 격한 통증. 그 통증의 원인인 아야의 구둣굽에선, 푸쉬-하는 기묘한 소리가 올라오고 있었다.
"모미지,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니?
다리를 접는것도 잊은 채 여기저기 돌려보며 아야가 말했다.
"아... 네... 저기, 아야님..."
모미지는 계속해서 마리사를 향해 눈짓했고, 그 캐무시에 당연히 마리사는 화가 났다.
"아야, 너무하는거 아냐?"
울컥하는 마리사에,
"너무한 건 마리사 씨입니다. 이런 무식한 회축, 막은 저도 지금 골반이 저릿저릿한데... 이걸 이런 가녀린 아이의 허리축으로 꽂아넣다니 제정신인겁니까?"
"난 정강이가 끊어질 것 같은데."
그 돌려차기를 구둣굽으로, 거기다 하필 정강이뼈를 차서 막을건 또 뭔데.
그치만 그런 것 치고는 붓지도 않는건, 하쿠레이 무녀의 수 많은 비밀 중 하나.
"저, 저기, 아야님, 제가 막무가내였던것도-"
"어쩜 우리 모미지는 이렇게 착할까! 거기다, 다짜고짜 나타나는 바람에 우리 모미지는 쉬지도 못 하고 달려나왔습니다? 이게 다 누구탓일까요?"
잘못을 시인하는 모미지를 감싸돌며 아야의 입에서 말이 쏘아진다. 아파, 아프다구.
"어허. 시방 해 보자는겨, 아가씨?"
툭.
눈썹을 일그러뜨리고 비웃음을 띄며 말하는 마리사에, 비할 수 없이 입을 쪼개며 아야가 말했다.
"이 이상 손대지 않으면 곱게 비켜드리죠. 다만 이 이상 시비를 거신다면 일단 2:1인건 계산 하셔야 됩니다. 거기다..."
슬그머니 말을 흐리는 아야에, 무녀의 직감이 말했다.
싸우면 귀찮아.
이날까지 자신은 그 감 하나로 먹고살았고, 꼬라지는 비록 마리사지만 일단 감은 확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저건 위험하다고.
아니 사실, 비켜준다는데 굳이 시비 걸 필요 없잖아?
그리고 아야는 항상 자신에게 승기가 없으면 꼬리 말고 숙이고 들어오는게 아야다. 저 재수없는 웃음으로 봐선, 건드려서 득 볼게 없겠지.
"아-아, 그렇게까지 말 하니까 할 수 없네. 오늘 하루는 일단 그냥 지나갈게.
그치만, 난 산에 있는 무녀를 보러 갈건데. 보내줘도 괜찮겠어?"
"뭐, 맘대로 하시면 됩니다. 지나가세요."
길을 비켜주는 아야에, 천천히 그 곁을 스쳐지나갔다.
그래도 내가 먼저 지나가는걸 끝까지 보는 그 점이 철저한 까마귀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엔, 레밀리아의 방이었다.
"아...어라."
넷에게 둘러싸여 탄막에 휩싸이고, 나이프며 팔괘로며 되는 데로 휘두르다가-
제풀에 지쳐 뻗은 것 같은데.
"정신이 들었구나, 사쿠야."
"아, 아가씨..."
머리맡에서 들려 온 목소리는 레밀리아였다. 차분하게 잠긴 그 목소리는 어딘지 엄해서, 어딘가 날 위축되게 만들었다.
"그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다가가지 말라고 말했건만."
응? 사쿠야에게도 이야기했던건가. 그 이야기.
"그게... 아얏!"
자세를 고치려 팔을 움직였지만, 팔목부터 어깨까지 고통이 마라톤을 해대서 꼼짝 할 수 없었다.
"온 몸을 새로 맞추다시피 했으니까 움직이지 마. 하여간, 괜한 아이가 사고를 친다니까.
갑갑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형형색색으로 물들어버린 나와는 애초에 다른 아이. 그 아이는 일곱색 날개를 가졌을지언정, 새하얀 종이보다 더한... 그런 아이야.
그러니까 너처럼 색이 짙은 아이가 다가가버리면 곤란해."
익숙한, 그렇지만 싫은 시선이 창 밖을 향해 있었다.
집을 나오기로 어머니께 말씀드린 뒤에, 나에게 보였던 어머니의 시선.
스승의 품을 떠나기로 결정했을 때의, 아무 말 하지 않았는데 이것저것 챙겨주던 스승의 시선.
".......아가씨......"
싫은 눈망울, 싫은 눈매, 싫은 눈꼬리.
질책의 분노도 실망의 우울도 아닌, 단지 자책과 미련의 시선.
".......사쿠야가 아니지?"
흠칫.
"...아가... 아가씨, 그게 무슨..."
"누굴 속이려는걸까, 그 바보같은 종자는. 그 아이가 내 곁에 하루이틀 있었던 줄 아니?
아마, 사쿠야는 신사에 있겠지. ...그치만 너는... 레이무는 아냐."
...아아, 결국 내가 꼴찌?
"뭐, 한 때의 기분전환이었다고 생각할게.
푹 쉬고, 다 나으면 그 때엔 사쿠야를 돌려줘.
그간 수고했어, 거짓 사쿠야."
스륵하고 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곤 소리 없는 발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탕 하는 여운을 남긴 문소리만이 방 안에 맴돈것도 아주 잠깐.
.....쳇.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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