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9. 15. 12:19 동방
음양옥 - 프롤로그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상황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덤덤한 표정으로 레이무 옆의 인물이 답했다.
"확실히... 레이무에게는 어려운 일일지도 모르겠네.
그치만 레이무, 원래 요괴란 그런거야.
무감정인 듯 보이지만 실은 감정이 쉬이 움직이지 않을 뿐. 한 번 움직여버린 감정은 돌아올 수 없어.
그리고, 그 감정을 흔들고 논 댓가는... 뭐, 이런거지."
"나로썬 납득할 수 없어.
아니. 이 상황 자체를 인정할 수 없어."
음양옥이 하나 있었다.
새카맣게 칠해놓은 그 안에 자신의 순수한 감정을 숨긴 마리사.
새하얀 척 자신의 흑심을 숨겨 둔 아야.
그리고 그 음양옥의 한 가운데엔 붉은 점이 하나 찍혀있었다.
그 점은, 점점 음양옥에 자신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도달해선 안될, 두 사람의 숨겨둔 색을 향해.
평소와 다름없이, 느긋한 신사의 오후.
앉아서 차를 마시는 레이무의 옆엔 마리사가 엎드려 햇볕을 쬐고 있었다.
멀리서, 묘한 바람소리가 났다.
"레이무씨, 안녕하세요! 신문배달 왔어요.
어라, 마리사씨도 있네요. 안녕하신가요?"
바람소리를 이끌고 나타난 인영은 샤메이마루 아야였다.
펄럭, 착지하며 일으킨 날갯짓에 먼지가 인다.
레이무는 들고있던 찻잔을 손으로 덮으며 투덜댔다.
"야, 먼지가 일잖아... 너도 지치질 않는구나. 매일같이 귀찮지도 않아?"
"오오, 까마귀아냐?"
오른쪽 손만을 들어 인사를 표시한 마리사는 다시 늘어진 고양이가 되었다.
그런 마리사를 보며 아야가 쿡쿡댔다.
"마리사씨, 까마귀 까마귀 너무하잖아요. 오히려 마리사씨가 고양이같은데요?
그보다 레이무씨, 마리사씨에게 밥값은 제대로 받고계세요?"
레이무는 응? 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매일같이 여기에 계신다고 들었는걸요.
숙식제공의 댓가는 받고 계신가 해서요."
레이무의 머리 위에 전구라도 하나 켜진 듯, 레이무의 표정이 환해졌다.
새로운 수입원을 반기는 저 표정.
"아하, 그 이야기였구나.
그러고보니 마리사, 숙식비라는거 챙겨두는 쪽이 좋을 것 같은데?"
"어이 까마귀, 왜 나타나서 쓰잘데없는 이야길 하는거야?"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기자의 본분. 절 위협하는건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예요."
음음, 헛기침까지 섞어가며 가슴을 펴고 말했다.
"시끄러, 이 망할녀석. 얼른 배달이나 마저 하라구."
짜증섞인 목소리로 마리사는 툴툴댔다.
웃음을 참는 얼굴로 아야는 날개를 활짝 폈고, 그 준비자세에 레이무는 재빨리 찻잔을 피신시켰다.
"네, 네. 그럼 레이무씨, 안녕히 계세요!"
아야가 날아간 후 마리사가 말했다.
"저 녀석, 여긴 뺀질나게 드나드네. 우리집은 잘 오지도 않으면서."
"흐응... 단순히 위험해서 그런 것 아냐? 거기 복잡하기도 하고."
잠깐 생각하는 듯 하더니 무심하게 대답했다.
"그런가... 뭐, 그렇겠지. 그렇다곤해도 애매한 녀석이구만. 마법의 숲보단 레이무가 훨씬 더 위험한 녀석-케겍!"
마리사의 정수리에 레이무의 주먹이 꽂혔다.
"시끄러."
"으햐... 아파... 역시 위험하다니까. ...아니아니. 너 말고 숲."
뭔가 말하려던 마리사는 레이무의 주먹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또 다시... 그런 곳에 가 있는거야 마리사?
불쑥, 폭포 속에서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빠르게 다가온 그 인영은 아야에게 안기며 외쳤다.
"아야님! 어서오세요!"
아야의 품에 안긴 모미지는 아야의 가슴에 얼굴을 부벼대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개였다.
"아하하하, 이러지마 모미지. 너 파수는 제대로 서고 있는 것 맞아?"
아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않은듯 안긴 모미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은 비번이예요. 나온건 아야님 향기가 나서 그만...
저기, 아야님."
"응?"
"그... 이번엔 산에서 좀 쉬시나요?"
망설이는 듯 한 눈으로 묻는다.
그 눈빛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며 아야가 말했다.
"아니, 기삿거리는 계속 찾아야지. 근데 왜? 내가 해야 할 일이라도 있어?"
하아,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한숨을 바닥에 떨구며 모미지가 말했다.
"에.. 아니, 아무것도 아녜요."
"하핫, 오늘은 함께 지내줄테니까 너무 상심하지 마. 자, 들어가자."
쫑긋, 모미지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귀를 세우며 외쳤다.
"네,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