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같은 이야기를 보고있으려니 나도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진지하지 않게 써질지도...

메이린의 방은 조금 특이하다. 언제나 무언가 나뒹굴고 있는 내 방에 비해 깔끔하고, 그치만 결코 깔끔한 사람이 쓸 것 같진 않은 운동기구가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다. 언젠가 왜 이렇게 깔끔해? 라고 물었을 땐, 스스로 정리하는건 아니라고 했다.

이상하다, 슬슬 나타날텐데.
방 안 풍경을 관찰하는것도 매일같이 했던 일이라 눈을 감아도 대충 뭐가 어딨는진 알 수 있다. 그런 방 안에서 더 관찰해봐야 나올것도 없고,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5분.
평소보다 5분 늦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늦어도 이 쯤엔 나타나서, 아직 뜯어먹지 않았어요~ 라며 내가 선물했던 빵모양 곰인형을 흔들 법 한데. 아직도 인기척은 없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불편한 다리를 살짝 꼬아 늘어뜨리곤 발을 까딱거리며, 느긋해지기로 했다. 문에 마리사라도 나타난걸까?

15분.
많이 기다려줬어, 메이린. 장난이라면 이 쯤 해 두지?
내 손에 우연찮게 닿았던 테이블보는 이미 닳고닳아 그 올이 한올두올 빠지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깔짝거렸던 결과물. 음, 너무 얌전치 못한데 내 손.

탕!
결국 난 탁자를 내리치고 일어났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잡히면 묵사발을 내 줘야겠군. 좋은 베짱이야, 이 나를 바람맞히다니. 어디서 어떤 메이드와 농땡이부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에야말로 뼈와 살을 분리해서 관 앞에 전시해주도록 할까. 발치에 쥐인지 돌인지 아니면 메이린의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걸리적거려서, 걷어차버렸다.



메이린 봤어?
내 질문에, 당황한 듯 한 표정의 메이드는 내 뒤쪽을 가리켰다. 저 쪽으로 아까 뛰어갔는데, 30분은 됐을걸요. 그 대답이 말하는 건 어쩐지 날 놀리는 듯 한 기분이었다. 방 주변의 메이드들은 모두들 같은 소릴 하고 있다. 그 즈음 해서, 방으로 향했다고.
혹시 문에라도 간걸까, 대체 날 얼마나 놀려먹을 셈이지. 내게 대답해 준 메이드에게 살짝 미소지으며 고맙다고 손을 흔든 후, 문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맘에 안 들고, 정말이지 이건... 날 놀리려는게 분명해.

하지만 문에서도, 문 옆의 휴게실에서도, 벽을 따라 순찰하는 메이드들에게 물어도 긴머리든 짧은머리든 파란눈이든 빨간머리든 검은치마든 하얀 에이프릴이든, 하나같이 대답하는건 '못 봤어요.'
결국 관 주변, 문지기들이 지내는 곳은 다 헤매고 돌아다닌 느낌이었다. 어째서인지 하루종일 아가씨의 호출도 없었기에 난 마음놓고- 결코 마음을 놓지는 않았지만 - 찾아다니게 되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메이린? 그렇게 날 놀리면 좋은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졌다. 때마침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메이드들은 각자 비옷을 챙겨입고 있었고, 내 머리 위에도 한 방울 두 방울 한컵분량 이미 한 바가지분량 아니 완전히 젖어버려서-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메이린이 곤란해 할 텐데.
아니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거 아닐까. 내 감기따위는.

"이 이상은 몸에 안 좋을 것 같네요, 안으로 드세요."

내 머리 위에 커다란 날개를 펼쳐 가려준 그것은, 소악마였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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