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세요, 몸이 데워질거예요."

내가 차를 얻어먹는건 꽤나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난 따스한 코코아를 손에 들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축축하게 젖은 온 몸이 보송보송하게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

"느낌이 아니고, 지금 말리고 있어요."

소악마의 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여 만든 마법진에서,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외로 많이 친절해졌는데, 소악마. 그렇게 말하자, 소악마는 묘한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건 칭찬으로 들으면 되나요? 사실, 주인님 명령이예요."

파츄리님이? 그게 더 의외인데.



"정말 고마웠어. 이제 기분도 좀 나아졌고,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뭘 찾고계신가요?"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정리하는 내 손에서 잔을 빼앗곤 내게 물었다. 뭘 찾냐니, 그야-

"혹시 메이린을 보게 되면, 빨리 내게 와 달라고 전해줘. 찾으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그나저나 도서관도 한 번 찾아봐야겠네. 여기서 길을 잃으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겠는걸."

마리사씨를 붙잡아두려는 주인님의 의도예요, 그렇게 설명한 소악마는 날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날 도와주겠다는 듯 위로 날아오르는 소악마에게 말했다.

"아냐, 소악마 손까지 덜면 내가 파츄리님께 면목이 없어. 가서 파츄리님을 돕도록 해.
차 정말 잘 마셨어, 그럼 이만, 가볼게."



헛생각이었다. 도서관은 어느샌가 너무나도 넓어져, 30분은 찾았는데 아직 1/5를 다 못 찾은 것 같다. 거기다 슬슬 길을 헤매기까지 해서, 이젠 내가 왔던곳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말, 이 관 주인들은 어딘가 이상하다니깐.



"파츄리님, 하나 여쭤봐도 좋겠습니까?"

"응. 그나저나 사쿠야가 부탁이라니, 무슨 일일까?"

결국 도서관의 주인에게 메이린을 찾는걸 부탁하기로 했다. 책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가, 내 질문에 고개를 들고 이 쪽을 바라봤다.

"메이린이 보이지 않습니다. 찾아줄 수 있습니까?"

내 말에 파츄리님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곤란한 듯 시간을 지체하던 그녀는 그렇지만,

"흐응. 그치만 탐색마법은 특기가 아니라서. 그렇게 넓게는 못 찾아보고 , 대충 이 도서관정도라면 만족하겠어?"

라며 도움의 뜻을 표했다. 특기가 아니라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표정이 무너져버려서 부끄러워졌다.

"..."

슥슥, 하늘에 손가락으로 무언가 낙서하자, 색색의 빛들이 모여들었다. 정령인가.
이내 그 정령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날았다 돌았다 하며, 제법 아름다운 문양의 마법진을 짰다. 마치 메이린이 생각날 법 한 무지개색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

마법진이 빛나고, 이내 소멸했다.

"이제부터 찾아보는거야. 기다려."

그렇게 5분은 지났을까. 파츄리님은 실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없어, 여기엔."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파츄리님은 표정을 책에 감췄다. 감춰진 얼굴도 꽤나 지친 것 같이 보여서, 난 감사의 뜻으로 차 한 잔을 그녀의 앞에 두곤 도서관을 나섰다.



그렇다곤 해도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확실히 목격자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복도에서도, 문에서도, 관 어디에서도 봤다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말을 따라가도 메이린은 없다. 누군가 수작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정도 레벨이면 범인은 한 명. 메이린의 장난이 분명하다. 그렇다곤 해도 관 전체가 나한테 힌트 하나 안 주고 데리고 놀 줄이야.

메이린, 잡히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야.

맨 처음,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지치는데... 메이린, 숨어있다면 슬슬 나와."

몸이 처진다. 처지는 팔을 의자의 등받이에 받치듯 엎어지자, 시선이 자연스레 메이린이 앉는 의자로 옮겨간다. 어라? 아깐 없던 물건이 있다.

빵모양 곰인형.

"왔다 간걸까? 아니면, 새로운 힌트?"

그 빵모양 곰인형의 손엔, 조그만 메모가 묶여있었다.
메모엔 푸른 색 글씨로, 갈겨 쓴 필체가 남아있었다.

『오지 않아서 이걸 두고 갑니다. H · M』



뭐?
내 머리속은 혼란에 빠졌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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