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 생각이야!?"

인형을 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난 이내 이것이 메이린의 장난임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게 빵 한 구석엔 마치 물린 듯 침자국이 남아있었고, 인형은 인형대로 마치 내게 그 쪽지를 주는 것 같은 자세로 양 손을 내밀고 있었으니까.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아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날더러 외출을 허가해 달라는거야?"

"그렇습니다. 메이린이 정신을 차릴 때 까지만 외출하겠습니다. 부디 허가를."

"네가 사적인 이유로 외출을 청한건 이번이 세번째인가…. 뭐 좋아, 나도 적당히 신사에 가 있으면 되겠지. 최근엔 차를 타 주는 메이드에게 신경쓰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응?
이건 듣고 넘기기 힘든 이야기인데.

"네?"

"아냐, 가 봐. 이 이상 캐물으면 외출은 허가하지 않겠어."

뭔가 찜찜한데. 어딘가 불편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더러 나가라는건 뭔가 죄책감이라도 지우고 싶은건가?
그치만 그 이상의 질문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가씨에, 난 방을 나섰다.



"신경쓴다… 라니, 우리 아가씨가? 설마. 누군가가 귀띔이라도 해서 장난치는거겠지."

방문을 나선 난 아가씨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또각, 또각, 내 발소리가 복도에 음험하게 울려퍼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냐…. 잠깐, 장난?

"설마, 저번의 그…."

아무리 계단을 오르고 올라도 신사에 갈 수 없었던 때를 기억해내곤, 난 세 요정이 결국 레이무에게 박터지게 맞았던 일을 이어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혹시 이 녀석들, 여기에 나타난건가.

정말 사람을 가지고 왜들 장난질이지.
하여튼 잡힌 쪽은 제대로 고문이야.

내 몸은 멋대로 요괴의 산 변두리를 지나, 사람이 헤매인다는 대나무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 조용한 방 안.

"이걸로 괜찮을까요? 이래도 되는걸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스런 목소리는 방 안에 울려퍼진다. 상대를 향한 그 말은 높임말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것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고 탁자를 두드리고 있어서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그에 반해 상대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까딱까딱 방정맞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중요한 물건때문에 당황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는 이야기인걸?
눈치채지 못할거야. 거기다 이건 이것대로 모처럼이잖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그녀의 말에, 조용히 듣고있던 상대는 조그맣게 한숨지었다. 정말, 큰일이라는 듯 한 표정으로.

"최근 당신을 보고있으면 그런 이야기가 떠올라서….
삼류악당 우두머리."

"어머, 칭찬이라니 오랜만이네. 우두머리라면 그걸로 됐어."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슬쩍 웃고있는것도 같았다.
시선이 닿은 창 밖은,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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