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게 길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온다. 처음 보는 풍경에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 느슨해지지만, 이것도 무리. 지금의 난 메이린을 며칠동안 보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편치 않았다. 당장 누구 하나 잡히면 멱살이라도 잡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그렇다곤 해도 그 아야인가…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데다가, 어쨌든 기자라고 하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귓가에 바람소리가 울린다. 묘하게 우중충한 하늘을 따라 표정이 우중충해진다. 몸에, 옷에 눅눅함이 배인다. 불쾌해.
하긴 생각해보면 내가 찾아가는건 처음인가?
생각 해 보면, 언제나 변태같은 짓거리만 해 대고 그런 사진만 찍어대는 통에 신문에 그 기사가 실리는 순간 바로 쫓아가선 뼈와 살을 해체해서 그 시체를 까마귀들 점심밥으로라도 줘버리겠다는 기세로 기다리고 있으면 정작 기사는 비교적 양호한 것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난 결국 그 사진을 잊어버리게 되고, 잊을 만 하면 아야는 한번씩 나타나곤 했다.
가만, 그러고보니 조금 신경쓰이는데. 그 사진들은 대체 어디 있는거지?

"후우……."

약한 한기를 느꼈다. 아니, 조금 춥다. 산바람이 차서 그런가.
구름이 차오르는 하늘을 보며, 어쩐지 눅눅하더라,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요괴의 산은 인간이 다가오는걸 싫어하고, 그걸 배제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선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 - 그래서인지 아니면 단지 배가 고파서인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하는, 그러니까 요정이며 요괴들을 활용하는 것 같다.
콰직 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내 나이프를 미간에 꽂은 요괴가 떨어졌다. 아아, 힘이 너무 들어간걸까? 언제나 이상한 녀석에게 베어넣던 손이라서 그런지 너무 과격하게 되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고개를 들어보면, 거기엔 '만나러 오려면 산을 올라 폭포에 도달하면,
희고 귀여운 아이를 찾아 주세요.' 라고 아야가 전에 말했었는데.
에ㅡ 여긴 분명 폭포 꼭대기지?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아니, 혹시 저건가?

난 조금 전에 둥그런 모양의 탄막을 쏴대고 있었지만 왜인지 멍멍이같은 느낌이 강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머리에 쓴 헤드드레스를 원반던지기로 던졌더니 그걸 쫓아가다가 피탄당해 지금은 떨어져서 물 속에 '퐁당' 하고 빠진 하얀 녀석을 눈으로 쫓아갔다. 말 그대로, 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저런 상태라면, 뭔가 물어보기도 힘들겠네….

난 그렇게 생각하고, 그대로 산을 올랐다.
그 녀석도 꽤나 바보니까 높은데에 있겠지.

툭, 투둑, 한 두 방울씩 안 좋은 소식을 내 몸에 전해준다.
차오른 구름은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이내 소나기가 되어 쏟아져내렸다.
까마귀가 많은데, 슬슬 나타나는걸까-
아니, 슬슬 까마귀 왕님이 등장할 차례인데.
어라, 이 까마귀들 조금 많지 않아? 잠깐 그만둬! 아니 잠깐, 여기저기서 들이대지마! 날아오지마! 쪼지말라구! 귀찮아!! 날 날 귀찮게 하지마, 잠깐, 비켜, 앗, 진짜, 이런 젠장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나이프 물고 도망가는놈은 뭐야!!!

"당장 튀어나와!!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죽인다 너!!"

이 까마귀들, 아무리 그래도 새대가리 주제에 너무 게릴라전에 익숙해. 아니, 똑똑해. 그렇지 않고는 까.마.귀 주제에 이런 탄막같은 행동은 불가능한데다 가능할 리 없어-.

"어라어라, 들켰습니까- 이거야 이거야-.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죄송합니다-, 그치만, 산 쪽도 이래저래 큰일입니다?"

내 눈 앞에서 까마귀들이 좌우로 크게 갈라지고, 그 가운데에서 나타난 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발단발 거기에 흑백의 소녀, 샤메이마루 아야였다. 언제나의 부채와. 언제나의 복장.

"어머어머 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럽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꽤나 고생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정말이지, 여기선 이런 옷 입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그 만큼만, 용서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소리가 하고 싶으신가요, 아야양.

"그보다 산에 큰일이라니?
산에도, 뭔가 있는거야?"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야는 내게 손을 뻗어 제지하는 동작을 취했다.

"아니 그건- 말씀드리곤 싶지만 말할 순 없는 탓에…
이 이상은 안된다구요~ 아쉽지만 당신도 꽤나 지친 듯 한데… 이대로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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