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의 집 앞에 있는 사람은 앨리스였다. 그녀는 쪼그려앉아서 무릎을 손가락으로 깨작대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풍겨나오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시커무루죽죽한 느낌엔 나도 몸을 움츠리게 되어서 그녀에게 말을 거는것부터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악마랑 마녀랑 괴물들과 사는 날 이렇게 만들 정도라니…. 앨리스 쟤 진짜 마족 아냐 혹시?
아니 그보다도 이러면 곤란한데. 마리사를 잡으려면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 앞에서 그녀가 저러고 있으면……. 으응, 말이라도 걸어볼까?

"뭐야 너, 마리사한테 볼일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나를 눈치챈 듯 그녀가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의 시선이 이 쪽으로 향하질 않았다. 정확히는 내 부근 어딘가를 보는 듯 한데, 촛점이 잡히지 않는 시선이었다.
……무서워, 아무리 나라도 이건 무서워….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러야 했다. 어쨌든 침착해지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응, 뭐, 일단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두드려 패려고 왔다곤 말 못 하지만.

"지금 마리사는 없어. 돌아가."

썰렁한 그녀의 한 마디에 난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됐다. 마리사가 없으면 어디로 가면 좋을지 방향을 정한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언제나 마리사가 집 안에 있는것도 아니었잖아 그러고보면.
대체 무슨생각으로 여기에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리사의 방에 불이 들어왔다. 멋진데. 날 바보로 만들기엔 너무 괜찮은 타이밍이잖아. 조금 고집이 생긴 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안에 들어가봐야겠어.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살아났다. 노려보는 시선과 함께 내게 주의를 돌린 그녀가 말했다.

"안? 네가?
둘이서, 방 안에서, …뭘 한거야?"

우-와 무서워. 어째서 거기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는거야. 역시 어두운 이야기라면 이 녀석을 넘을 녀석은 없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역시,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싸우는게 맘 편한 상대야.

"말 못한다는거야…?
정말 용서를 못하겠네.
내 물건에 손을 댄 녀석은, 내 인형으로 만들어버릴거야!"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소맷부리 아래에서. 목 뒤에서, 어깨 너머에서, 치마 안자락에서, 책 뒤에서, 허리춤에서 인형들이 쏟아지듯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 인형은 제멋대로 날뛰듯 내게 날아들었다.
무수한 인형이, 탄막이 날뛰듯 날아들어 나타나고 사라지며 내게 달려든다.
탄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 수많은 탄이 무질서하게 날아드는데도 제 탄끼리 부딪혀 상쇄되는 건 극소수라는게 그녀의 컨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하나의 질서를 만들며 내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치만 질서있게 날아온다는게 내 눈에 보인다는건 결국,

"읽혔어!"

상대의 수단, 패턴에 맞추어 내 나이프가 공기를 찢으며 부딪힌다. 탄이 폭발하며 연쇄적으로 제거되고, 곳곳의 인형들이 폭발한다. 사실 이 정도라면 인형사는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그녀가 다른 동작을 취하기 전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두 스탭 딛으면 그녀는 한 스탭 딛고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피해나간다. 샥샥 피해대면서 여기저기에 뿌려둔 인형으로 견제하는게 여간 귀찮…… 아우 정말!!

"한번 해 보자는거야? 『안개 속이라면 난, 살인귀도 될 수 있다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수십 수백의 나이프. 방향성을 정하지 않고 날아간 나이프는 그렇지만 한 번 튕겨 그녀를 노리며 날아든다. 그치만 그녀는 피하려는 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그녀의 주변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지는 나이프는 인형들과 그 방패에 막혀 무용지물. 하아…….
그치만 사실 내가 걱정하는건 저런 방패막이나, 아까의 조잡한 탄막을 뿌리는 인형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인형은 이런 프로그램마냥 짜여진 인형이 아닌, 그녀가 직접적으로 조종하는 인형들.

피이이이-

붉은 빔이 내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 가슴 근처를 간신히 통과해 멀어져간다. 내가 움직였던 장소에 맞춰보면 노린 곳은 아마 심장 언저리겠지. 인형을 조종하는 시간차 덕에 움직임까지 예측해서 오는데엔 시간이 걸리는 탓이겠지만, 그것도 한 둘 이야기지-

"설마, 이 정도로 놀란 건 아니지?"

나이프를 던지는걸로 모자라 손에 쥐고 탄들을 찢어발기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자, 내 귀여운 종자들아. 인형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인형들의 전쟁』을 똑똑히 보여주려무나."

그리곤 십수의 인형들이 각각 칼이며 창, 나이프를 들곤 내게 날아들었다. 그 모습들이 조금 귀여워서 난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풉, 나와 장난이라도 할 셈이- 아얏!"

내 웃음을 방해하듯 날아든 조약돌이 발목 근처에 맞아서 욱신거렸다.
…저 녀석, 설마 돌멩이를 던질줄이야….
조그만 조약돌을 바닥에서 궁상맞게 주워선 내게 던지는 모습이 좀 애처로울 정도였다. 그치만 그 돌멩이란것도 꽤나 귀찮을정도로 정확한 탓에, 근접해 들어와선 내 옷에 흠을 내는 인형과 저 멀리서 레이저를 제 멋대로 퓽퓽 쏴대는 인형에, 돌멩이까지 피해가며 그녀를 상대해야 했다. 마치 혼자서 공성전이라도 하는 것 같아져서, 조금 머리를 굴렸다. 이런 이야기,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의 열을 식혀보자. 지금은 너무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정보량이 많잖아?"

-라는 내 말이 닿을 무렵엔 이미 인형들도 그녀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탄들에 둘러싸여 한정되어 있는데. 이 상태를-.




별로 울리려는 건 아닌데다가 울만큼 패준것도 아닌데,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째서 제멋대로 싸움건 주제에 지면 내 품에 뛰어들어선 울어제끼는거야. 정말, 울고싶은건 나라구.
그런 울적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앨리스는 제멋대로 술술 불어댔다.

"…훌쩍, …안엔 …들여보내고 싶지 않아 …킁, …그, 그치만… 마리사… 없는걸… 아, 아침에… 만나서 … 얼굴, 훌쩍… 없어져… 그치만… 훌쩍…"

뭔 소리야 이게. 그러니까 아침에 마리사가, 아니 마리사의 얼굴이 사라졌다고? 이녀석, 이미 요괴가 되어버린건가. 질 나쁜 농담을….
난 그런 생각을 접어두곤 앨리스를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 착하지 착하지.
그 두드림에 조금은 진정한건지, 겨우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며 그녀는 말했다.

"흐윽, 훌쩍…. 그러니까, 그… 마리사… 없어져버려서… 찾고 있었는데… 집 안에… 마치,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안엔 아무도 없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려서… 최악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이 계속 이어져서… 그, 침울해져서…."

…그렇다고 날 공격한거야…. 하여튼, 한 번 가라앉아버리면 끝을 모른다니까.
뭐 어쨌든, 이쪽도 결국 없어졌다는 이야기네.
어째서 내가 찾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없어져버리는거야. 모코우야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 만나면 짜증나는 녀석을 찾아가보자. 이 녀석도 없어진다면, 이건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거겠지. 귀찮은 녀석은 죄다 없애버릴테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떠올린건, 시건방지고 가벼운 녀석이었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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