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내가 노려보고 있는 건 한 구의 시체였다.
처참하게 여기저기 뜯겨져 나간 시체는, 이 생활을 해 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나로서도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다. 옆에선 신참들이 상황을 보러 왔다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이며 뒷쪽 개울로 뛰어가기 바빠서 오히려 주변은 조용했다.

"흐으음…."

내 손에 들려진 카메라가 펑펑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지만, 그다지 감흥은 오지 않았다. 평소에 찍는 사진의 손맛이 오늘은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이상해. 이 시체는 어딘가가 이상해.

"흐이익…. 아야 님, 이런 걸 보고도 꼼짝도 안 하시네요."

내 옆에 다가와 선 신참의 이름은 모미지. 백발에, 나이는 삼백정도 먹었다고 했던가. 전체적으로 걸치고 있는 복장은 정찰대의 그것이었지만, 머리엔 탐정모자를 얹어 놓은 통에 뭐가뭔지 모를 바보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진지한 표정 잔뜩 지으면서 턱을 가위 모양으로 만든 손으로 받친 채 있으려니 진지한 상황임에도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시건방진 녀석, 누가 멋대로 이런 모자 쓰래.

"앗, 가져가시면 안 돼요!"

드러난 머리엔 두 개의 귀가 쫑긋거리며 산발이 된 머리가 하늘높이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이 녀석, 머리 관리 안 해?

"그치만… 갑작스런 사건이었고…."

"그럼 내 머리는 어떻게 설명할건데?"

차분하게, 마치 뺨에 붙겠다는 듯 동그맣게 안으로 들어오는 머리형태는 그렇지만 일정한 거리에서 얼굴에 다가오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그런 내 머리를 보곤 모미지가 투덜거렸다.

"아야님은 언제나 그런 상태잖아요. 혹시 그 머리, 능력이라도 써서 유지하는거 아녜요?
아니면 혹시 플라스틱?"

때릴까.
잠깐 어른스럽지 못한 생각을 한 자신에게 반성. 이내 사건현장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모미지가 옆에서 움찔거리는 둥 허둥대는 둥 혼자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것을 무시한 채 사건에의 이상함을 눈치채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는 푸른 머리의 소녀. 소년같은 그 얼굴엔 초록의 머리칼이 드리워져 어쩐지 신비함을 주고 있지만, 그 얼굴 바로 밑의 목부분이 뜯겨져나가 있어 이제 시선을 끌기엔 무리라고 판단되고 있었다. 머리 위로 더듬이가 있었던 듯 했지만 한 쪽은 난폭하게 뜯겨져나가 있었고, 팔이며 어깨, 허리, 허벅지 등등 근육과 살점이 뜯겨져 나가 있어 결코 아름답다곤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섬뜩하지.

"그런데 아야님, 이 시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으면 관찰 안 해. 잠깐 모미지, 어디가 이상하다는거야?"

"그야 당연히…."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녀 역시 한참을 고민했다. 경악한 시체의 표정이 우리에게 무언가 말 하려는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궁금증만 더해 갈 뿐이었다.

"날도 더운데 내가 대체 뭐하는 짓이지..."

나는 이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이런 건 조사반이나 감정반에서 해결하겠지. 나중에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면 체포하는 것으로 내 일은 종결이다.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도 않아. 시체가 총을 맞든 칼에 베이든 내 일은 여기에 없다.

"총인가…."

그렇게 난 의문에 감싸인 채 자리를 떠났다. 얼빵한 조수는 내 뒤를 허둥지둥 따라오며, 내가 입에 물고있던 곰방대 모양 초콜릿을 빼앗아선 제 입에 넣었다.












"유유코님, 어디서 또 뭘 드시고 오신겁니까!"

입가며 옷에 피범벅을 하고 들어오는 유유코에 요우무는 기겁해서 얼른 문을 닫았다. 유유코는 방긋방긋 웃으며 요우무에게 대답했다.

"그치만 그게 있지~ 발정난 요괴가 밤중에 싸돌아다니고 있는거야?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자신을 만족시켜 달라길래~ 싫다고, 이러지 말라고 막 뿌리쳤거든? 그런데 자꾸 몸을 들이대는거야.
거기다 조금 귀엽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그만."

요우무의 도움을 받으며, 유유코는 옷을 바꿔입었다.
유유코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여튼 그래서, 목을 물어뜯었거든. 이렇게, 콱 하고 물어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게 찌익- 하고. 그 왜, 근육이 뭉치는 끝부분 있잖아? 거기가 느낌은 최고야. 꾸드드득 하고 조금 근육이 아니라 뼈를 부러뜨리는 느낌이 나서, 명랑하다고 할까? 하여튼 그런데도 날 곤란하게 하면서 몸으로 옭아매서, 입이 닿는대로 뜯어먹어버렸어."

퉷, 하고 뱉어낸 입 안에선 뼈인지 핏줄인지의 파편이 튀어 날아갔다. 요우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닦아내고는 유유코에게 말했다.

"정말 요괴인거죠? 인간을 먹어대면 또 그 무녀가 유유코님을 3주는 굶긴다고 했다구요."

"괜찮아~ 지난번에 먹은 남자아이로 알았는데, 마을 주민들도 꽤나 맛이 비려져서…. 차라리 요괴가 더 맛있는걸. 그리고 인간과 요괴는 맛이 질적으로 달라. 응."

그렇게 말하며 우후후, 입을 가리고 웃는 유유코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요우무는 정말 어쩔 수 없다며 피로 더럽혀진 옷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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