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쯤 오면 란쯤되는 녀석이 튀어나올텐데. 어째서 이렇게 돌아다녀봐도 안 나타나는거야?"

"그렇네…….
아마, 그 이상한 주인을 돌보느라 정신없는거 아닐까."

우리 둘이 대화하고 있는 곳은 마요이가 근처 상공.
이미 네 바퀴 가까이 돈 것 같은데, 목적인 란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큰일인데, 란이 나타나지 않으면 유카리를 만나러 갈 수 없어…….
거기까지 생각했을 무렵 난 강한 살기를 느끼고 날아드는 손목을 붙잡았다.

"잡았다!"

"큭, 그런 말을 입에 담고도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했냐! 이 똥개가!"

똥개라니, 그건 조금 심한 말 같은데?
내가 잡고있는 손을 힘으로 휘둘러 빼내는 통에 손을 놓쳐버렸다. 그치만 그대로 가는건 용납할 수 없지.

"기다려!"

내가 찔러넣은 나이프를, 그 가는 손으로 붙잡은 레이무는 말했다. 아니, 내 대산데. 어쨌든 란은 조금 놀란 표정과 함께 그걸 보고 있었다. 나도 놀랐어.

"사쿠야, 기분은 알겠지만 진정해. 나, 란에게 듣고싶은 이야기가 있단말야.
저기, 란."

그렇게 말하고 란을 바라보는 레이무의 손은 그렇지만 조금도 힘이 줄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나이프가 부러지겠어.
피가 흐르지 않는게 정말 신기한데. 그건가, 하쿠레이의 무녀는 이런저런 비밀을 품고 있다는거.

"뭡니까. 빨리 말 하시죠."

한동안 말을 고르는 그 모습은 한동안 침묵했고, 그치만 똑부러지게 이렇게 말했다.

"너, 아니. 유카리에게 무슨 일이 있는거지?"

헤에?

난 그 순간 사고가 멈췄다. 아니 잠깐 기다려 그건-

"그런, 무슨 이야기야 레이무? 그거, 그렇게 되면 난-"

어디서 범인을 찾으라는거야? 그런 말을 내기도 전에, 레이무가 말했다.

"그치만 이상하잖아.
넌 강한데다가 유카리의 식신이야. 첸보다 먼저 나올리가 없잖아? 그런데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나타난 자코들도 유카리가 보낸것이 아니라 네가 근처에서 억지로 끌어모은 녀석들이었어. 자, 말 해 봐. 이 무녀씨가……."

"조폭같은 무녀한테 은혜를 받고싶진 않지만, 거기까지 알고있다니 할 수 없지.
자, 따라오라구. 거기 똥개도."

그러니까 누가 똥개야, 저 망할것이.




"………………………."

난 눈 앞의 광경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한 채, 옆에 선 레이무의 표정을 살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저 담담히 눈 앞의 일을 지켜보고 있었다.

"…뭐, 이렇게 된거다. 사실 너희들 정도가 아니라면 절대 보여줄리 없는 일이지만……. 벌써 며칠째 저렇게 된 건지, 울며 괴로워하며 레이무만 찾고있어. 레이무는 뻔히 신사에 있다고 몇 번을 말해도 듣지도 꼭 뭐에 홀린것마냥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그랬다. 부축하는 첸에 기대어, 틈새에 얼굴을 처박곤 그저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만을 외치고 있는 그 모습이 오히려 두려울 정도였다. 그치만 너무나 애절해서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

"바보같아. 란, 좀 비켜줄래?"

그렇게 말한 레이무는 란의 말은 듣지도 않고 유카리 앞에 섰다.
치켜올라간 오른손이,

팡!

순식간에 손을 휘둘러 유카리의 뺨을 후려갈겼다. 그 소름돋는 소리는 다른 소리를 전부 죽여버렸다.
그 상태 그대로 한동안 시간이 흘렀다. 마치 내가 시간을 멈춰둔 것 마냥.

"레, 레이무! 무슨 짓이야!"

그 침묵을 깬 건 다름아닌 나 자신이었다. 너무나도 불쌍한 그녀이건만…….

"…레이무? 지금꺼, 레이무? 그래, 레이무가 아니면 이런 수는 쓰지 않을거야? 저기, 레이무 어디 있니? 레이무? 말해주지 않으련? 내게 와 주지 않으련? 아니면 방금 그건 꿈이었니? 레이무, 저기, 있지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레이무 불러대는 유카리에게 레이무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에, 누구야? 안보여- 란, 어떻게 된 거야, 이거? 아니, 무서워, 내가 못 보다니…… 그치만……"

스르륵 하고 유카리의 몸이 마치 녹는 것 마냥 레이무의 품 안으로 안겨들었다.

"…레이무인게 느껴져……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날 지탱해준 레이무의 느낌이…… 아아, 레이무……"

그리곤 그대로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았다.

"……으윽…… 바, 바보……"

레이무도, 어느샌가 울고 있었다. 엉엉 우는 두 사람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해 진 일이 있었다.
란의 눈엔 대체 누가 보이지 않게 된 걸까.

"…사쿠야, …나도 슬슬 한계다……."

갑자기 내게 말을 걸어 온 란의 얼굴은 엄청나게 되어버려서, 이미 눈물 범벅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당신까지."

"난 사실 유카리님도 첸도 보이지 않아. 그저 식으로써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었던 감각이, 두 사람이 존재하고 있다는 걸 내게 알려주고 있었어…… 그러니까 지금까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지. 그렇게 참으면서 어떻게든 원인을 찾아보고 있었다만…… 너희들이 보고있는 모습을 확인하니……."

그렇게 말하며, 두 눈에서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져내렸다. 틈 없이, 기다림도 없이.




"나로썬 많은 걸 알려줄 수 없어. 나도 그 마음을 아는 입장이니까. 그치만, 여기까지 왔으니까 하나정도는 알려줄게.
힌트는, '絆' 이야."

손으로 휙휙 하늘에 써 준 한자가 한 번 밝게 빛나곤 사라졌다. 나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곤 땅을 박차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런 내게 유카리는 손을 흔들어 떠나는 날 배웅해 주었다.
다른 한 손엔 물론, 레이무의 손이 잡혀 있었다.

"여러가지로 손이 많이 가겠지만…… 조금은 참지 않으면……."





絆. 반.
그건 이미 대답과도 같은 말이다. 나와의 인연, 사람들의 인연, 그리고 신들마저도 피해갈 수 없는 그건 운명이라고 부르는 이름의 놀이.
기다리세요, 아가씨.
Posted by 나즈키

블로그 이미지
頷きながら、認めながら
나즈키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4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