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5. 02:46 동방/사쿠야가 정말로 힘내는 글.
내가 오늘 쓰고 잘 리는 없지만
이왕이면 적힌대로 나눠서 보세요. 괜히 뒤에꺼 먼저보고 후회하지 마시고.
황혼에 물든 홍마관은 변함없이 사람들이 꺼려해 다가오지 않을 음산함을 풍기고 있었다.
이상한 건, 언제나의 문지기가 없다는 것. 그런 사소한 것.
그치만 그 사소한 일은 내게 너무나도 크게 다가와, 난-
이를 악물었다.
너무나도 익숙한 관. 그치만 그녀 한 명의 부재로 너무나도 어색한 관.
난 깊게 생각할 것 없이 언제나 아가씨가 머무는 처소로 향했다.
대체 여기서 누가 날 막아?
그치만 빼꼼히 열려진 문 앞에선 나도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아가씨,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무응답인 방에 무단침입했다. 아가씨는 불쾌히 여길까. 내가 방 안에 들어가고서야 내 존재를 눈치 챈 건지, 침대가 아닌 탁자에 앉은 아가씨는 날 보며 이렇게 말했다.
"너, 누구? ……아니, 내가 보이지 않을 사람이면 사쿠야밖에 없는데 난 무슨 소릴 하는거지."
보이는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 듯 얼굴을 찡그려 이 쪽을 보고 있었다. 얼굴 아래로는 파자마가 드리워져 의자 위를 덮고 있었지만, 방정맞은 자세 탓인지 무릎 위로 한참은 걷어올려져 있었다. 그리고 난 그녀의 얼굴을 보고 나서야 알았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아가씨. 자기 자신도 불편해져서야, 능력을 쓴 의미가 없잖아요?
이제 슬슬 멈춰주시면 안되는건가요? 이런 질 나쁜 장난."
"무슨 소리야?"
그렇게 되묻는 얼굴은 언제나처럼 짖궂은 얼굴.
그치만 입에 미소가 걸려있지 않다. 아파.
"지금 어리광 부리실 때가 아니라구요. 이렇게까지 일을 크게 벌려가면서까지, 도대체 뭘 바라고 계신거예요?"
쯧, 하고 혀를 찬 아가씨가 내게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조금 신경쓰이는 일이 있어서 시험해 본 것 뿐이야. 그치만 완전히 실패했지 뭐니? 정말, 기분만 잡쳤어. 안 하는게 나았는데."
"어쨌든 멈춰주세요."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며 말했다. 소리없이 밟히는 카펫의 감촉이 어떤지, 그치만 잘 모르겠다.
"안해."
"뭐예요. 이유라도 알려달라구요."
어차피 괜히 심통나서 저러는거겠지만 그렇다고 때릴수도 없고. 정말 갑갑해 죽겠다니까.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뒤통수로 대답하는 아가씨는 다리를 흔들흔들 의자 위에서 흔들고 있었다.
"싫어."
아 진짜.
안 돼. 참아야 돼. 어차피 이건 내가 어떻게 한다고 쉽게 처리될 문제가 아니니까, 아가씨가 스스로 해결하는게 좋아. 좋을거야. 좋아야 해.
난 지끈거리는 머리를 속으로만 삭히며 다시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다.
"……대체 뭐가 불만인데요. 어째서 안 멈추는건데요."
"싫으니까."
아니 대체 나더러 어쩌라는거야.
"하아……. 뭐가 뭔지까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대로 있고싶다는거네요. 그치만 전 이 '이변' 이란걸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입장에 처해버렸고, 저도 이 이변은 멈추고 싶어서 안되겠네요.
그러니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절 용서해 주세요."
그녀의 탄은 위험하다. 강한게 아니라 위험하다. 언제나와는 달리 지금 쏘아대는 탄은 힘과는 다른 무언가가 포함되어 있다. 아마 운명을 망가뜨리는 정도의 무언가겠지. 정말,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능력 써 대서 곤란하게 하기는.
그녀는 공중에 떠오른 채 움직일 생각도 않고 두 손을 모아 탄을 쏘아대고 있었다. 규칙성도 안 보이고, 그냥 무작위로 뿌려대는 듯 하지만 오히려 이런 때엔 이 편이 더 성가시다.
"핫!"
탄과 탄을 넘어, 탄에 두드려맞아 파인 지면을 밟으며 날아올라 탄들의 틈으로 나이프를 던져 탄막을 형성하는걸 끊어 틈을 만든다. 그리고 그대로 다가가서-
"크흐……."
내 가슴팍에 꽂히듯 때려넣어진 그녀의 발이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고, 거기서 한 바퀴 빙 돈 발뒤꿈치가 내 두상에 떨어진다. 그 발에 맞아 떨어진 난, 폐에 가득 차오른 흙먼지를 뱉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콜록, 쿨록, 케헥……."
피어오른 흙먼지는 쉽사리 가라앉을 생각도 않았다. 시야에 방해야…….
"이 정도론 내가 아니라 그 문지기도 어떻게 못 할 걸? 알고 있어? 넌 내게 이길 수 없어. 전력으로 덤비는게 차라리 후회가 없을텐데?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걸."
큭….
"그렇다면-!!"
난 땅을 박차곤 그녀의 뒤를 잡아, 손목을 잡고 비틀었다. 다른 한 손엔 나이프가, 한 손엔 그녀의 손목이. 그녀는 버둥대는 저항도 없이 내게 잡혀있었고, 그 여유로움에 오히려 내 뇌가 한 바퀴 회전해버렸다.
"이 손목을 잡아 꺾어 비틀어줄게!
이 잘난 목에 나이프를 꽂아넣어서, 둘로 쪼개줄테니까!"
손목에서 뼈가 찢어지는 소리가 난다. 꾸지지직, 콰드득.
완전히 둘로 나뉘어진 목에서 피가 물컹물컹 솟아난다.
그치만 꺾여버린 손목은 순식간에 원래의 모습으로.
둘로 나뉘어져 하늘로 날아오른 머리는 붉은 안개가 되어, 내 머리 주변에 떠다니며 숨을 곤란하게 할 뿐.
"지지 않아! 지지 않는다구!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이프가 휘둘러진다. 아니, 나이프를 따라 내 팔이 멋대로 날뛴다. 거기에 아가씨는 있는데, 내 손이 닿아서 기분나쁜 감촉은 분명히 느껴지는데, 그 얼굴과 몸은 피투성이인데 어째서 쓰러지지 않는거야! 이제 포기해, 졌다고 선언해!"
"그건, 네 피야 사쿠야. 내 피가 아니라, 네 피야. 그러니까 사쿠야, 있지 사쿠야, 저기 사쿠야. 어때 사쿠야. 멋져 사쿠야. 아름다워 사쿠야. 짜증나 사쿠야. 곤란해 사쿠야. 안돼 사쿠야. 그만둬 사쿠야. 해버려 사쿠야. 이리와 사쿠야. 다가오지마 사쿠야. 사쿠야, 사쿠야, 사쿠야."
귀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울린다, 아니, 귀 속인가? 그런거, 있을 리 없는데, 그치만, 머리 속에서, 방금 마신 안개 탓인가? 그렇다면, 이 머리를 나이프로 찍어 뚫어버리면 들리지 않게 되는건가? 아니, 그치만 그건, 그래, 그렇게 하자, 내 나이프는, 손에-!
"그만둬. 정말 못 봐 주겠으니까."
내 귀에,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손목에 새로운 감각이 전해진다. 나이프를 쥐로 머리를 찍어버리려는 내 손목을 잡은건, 파츄리님이었다.
"파체, 방해할거야? 그럼 너라도 용서할 수 없어."
"그럼 넌 이 애를 이대로 죽여버릴 셈이야? 찍어버리면 분명 죽을거야. 정말로 그걸로 좋아?"
그 말에, 아가씨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 죽일거야!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그래도, 이 아이가 날 가장 사랑할거라고 그렇게 믿었어! 정말 최악이라고 쳐 줘도, 그 문지기랑 똑같은 정도로까진 사랑하고 있으면 그걸로 만족할거라고 나름대로 생각도 했어! 그치만, 그치만 사쿠야는 내가, 이 몸이 너무나도 똑똑히 보이고 있단말야! 난, 난 지금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사쿠야가 그렇다구. 이게 뭐야? 내가 많은걸 바란거야? 난 그저, 그저 종자가 날 사랑해 주기만 하면 그걸로 된 거였어. 근데 이 무의미한 아이는 주인도 몰라보고 멋대로 사랑하고 있다구! 너라면 어떻게 생각할건데?"
거기까지 말하곤 숨을 들이쉬었다. 말하는 내내 목소리가 꺾이고 무너지고 쉬고 갈라지고, 우는건지 외치는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그녀는 여태까지 본 적 없는 화가 난, 그치만 너무나도 슬픈 얼굴로 파츄리님에게 외쳤다.
"차라리 없는게 나아! 이딴 사쿠야는 없어지는게, 몇 천 배는 낫다구!!!"
그 외침이 내 가슴을 파고들어 산산이 조각내버렸다. 아파서, 너무나도 아파서 눈물조차 흐르지 않았다.
내가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
그치만 그렇게 해 주지 못했던 사람.
그걸 당연시 여긴 것.
아아,
그녀의 마음은 이미-
"그러니까 죽여버릴거야. 사쿠야도 죽이고, 메이린도 죽일거야. 살려두지 않을거라구! 둘 다 죽여버리고, 또 다시 새로운 메이드를, 사쿠야를 만들면, 그 사쿠야는 분명 나를-
나를, 사랑해줄거야."
아가씨는 미소짓고 있었다. 눈 앞의 광경이 아닌 자신의 환상에, 너무나도 가슴아프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러니까, 거기서 비켜 파체.
이걸로 끝이야.
내가 사랑했던 종자도, 슬프지만 아름다웠던 과거도 이제 내가 끝내버릴거야."
그리고 나타나, 그녀의 손에 쥐어지는 창.
가문에 대대로 내려오는 신창과는 다른, 그녀만의 '필살'의 창.
마음이 부서져버린, 아가씨의 창…….
"『하트, 브레이커』……."
나도 모르게 입 안에서 말이 새어나왔다. 내 말과 동시에 창은 그 모습에서 불꽃과도 같은 혈액을 일렁이며 그녀의 손에 감겼다. 뜨겁게, 너무나도 뜨겁게 일렁이는 그 모습이, 그치만 애처로웠다.
"비키지 않는거야? 파체도 죽을텐데, 이거?"
"해 봐. 이제 나도 네 어리광엔 질려버린 참이니까 죽어보는것도 별로 나쁘진 않겠지."
그렇게 말하며 파츄리님은 자세를 고쳐 주저앉은 내 앞에 버텨섰다. 그녀의 주변엔 다섯 보석이 떠올랐고, 그녀 앞에선 마도서가 일렁이며 그녀를 지키듯 공중에 떠올랐다.
"그래…… 그런거구나. 모두 나만 괴롭히고……
됐어, 이제 다 필요없어.
원하는대로, 다 죽어버려."
아가씨는 쓰러지듯 창을 우리에게 내려꽂았다. 파츄리님은 양 손으로 책을 펼치며, 영창했다.
"현자의 돌!"
다섯 색으로 빛나던 보석들이 마치 색유리를 다섯 장 겹친 것 처럼 펼쳐졌고, 기다렸다는 듯 거기에 아가씨의 붉은 창이 날아들었다.
" '목'은 감싸 안아주는 어머니의 따스함.
기억하고 있니, 레미? 내가 네 아버지에게 대들었다가 심한 꼴을 당해서 여기에 끌려왔을 때, 네가 날 감싸 안아줬던 일."
창이 초록색 유리를 부수곤 다음 장에 다다랐다.
" '토'는 받아들이는 대지의 상냥함.
몸이 좋지 않아서 언제나 심하게 투정했던 날 너는 언제나 받아들여 줬었지."
보라색 유리도, 깨졌다.
" '금'은 빛나는, 변치않는 우정.
잊은거야? 우리 둘이서 약속했던 일. 여기 환상향에 와서도 변치 말자고, 오기 직전에 목숨을 걸고 했던 약속을."
노란색 유리 역시 금속음과 함께 깨어져 내린다.
이제 창에서 마력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지만, 그 물리적 위력은 아직도 건재했다. 저 대로라면 필시 심장을 꿰뚫고 들어올 터.
" '화'는 때로는 화가 나고 때로는 괴롭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고통.
우리가 플랑을 봉인에서 해제했을 때, 넌 어깨부터가 날아가고 난 복부 절반이 없어져서 고생했지. 나중에 붕대 칭칭 감고는 서로 봤는데 어찌나 우습던지……. 지금도 가끔, 그 때를 생각하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 그치만 그렇게 아팠던 뒤로, 플랑이 깨어났잖아."
"그만, 그만! 이제 그만둬! 듣고싶지 않아!"
창 끝이 녹기 시작했지만, 새빨갛게 달궈진 창은 결국 붉은 유리도 깨어버렸다.
"그리고 '물'은, 조용한 배려.
난 알고 있었어. 어째서 네가 소악마를 쓰지 않고 사쿠야를, 메이린을, 그리고 다른 메이드들을 불러들였는지.
그건 책을 읽는 날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였다는, 너의 배려였다는걸 알고 있어."
마지막 유리가 그대로 창을 통과시킨다.
과하게 가열된 창은 급속하게 식으며 깨어져, 파츄리님의 눈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 흩어졌다.
"파, 파츄리……."
"자, 어서 돌아가자.
그 때의 빛나고 있던 시간으로, 돌아가면 그걸로 되는거야.
자, 어서-"
축 늘어진 아가씨가 천천히 파츄리님께 안기는 모습을 보며, 난 이걸로 끝나는건가 하는 안도와 함께 마음 한 구석의 아쉬움을 숨겼다. 그건 어떤 아쉬움일까. 주인이 힘을 잃어가는 모습을 본 종자의 아픔인가, 그렇지 않다면-.
슬슬 나도, 골 할 때가 다가오는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