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8. 16. 14:27 동방

물SSin

"사쿠야, 벗어."

그건, 갑작스런 날의 갑작스런 일에서 시작되었다.

"싫습니다."

언제나라면 어떤 말도안되는 명령에도 복종하는 메이드의 조그만 반항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벗으라니까!"

"그럴 순 없습니다!!"

말도안되는걸 본 주인의 눈과, 그런 눈에도 아랑곳않고 마주보는 사쿠야.





"그래, 또 해보자 이거지!"

아가씨는 어느틈엔가 그 팔에 잡혀있는 붉은 창으로 주변을 쓸어버렸다. 와장창, 커다란 소리와 함께 주변 풍경이 산산조각난다. 거기까진 좋지만, 이렇게 되면 방청소를 또 해야하잖아…….
방을 한 바퀴 휘돌아친 창은 그대로 반동을 타고 내게로 날아왔다.

"큭!"

칫칫칫, 하곤 아가씨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뒤에 선 내가 보기엔, 저 동작은 날려져버린 종자의 무능함에 탄식하면서도 말도안되게 강한 자신에 대한 미소를 포함했겠지.
그게 조금 얄미워서, 그리고 그 얼굴이 무너지는걸 보고싶어서라도 난 그녀의 뒤에서 내 모습을 보였다.

"체크입니다."

나이프가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 부드러운 살갗. 그런 그녀가 상처도 신경쓰지 않고 내게 돌아서기에, 위기감을 느낀 나는 그대로 나이프를 몸으로 끌어당겼다.

"어머 사쿠야, 난 이런걸로 어떻게 되지 않아, 나보다 네가 더 잘 알잖아? 그보다-"

목 반 이상을 잘린 그녀는 양손으로 내 목을, 아니- 목덜미를 잡고,

"벗으라고 했잖아!"

뜯어발겼다.
후두두둑 조끼의 단추가 떨어져나가버렸다. 옷은 자연스레 앞이 열려버렸다.

"꺄아아악-!?"

"칫, 안에 있는 블라우스까진 실패했나……."

다급히 거리를 둔 난 이미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코발트 블루색 조끼를 내던지고 나이프를 고쳐 쥐었다.

"정말… 당신의 성희롱엔 이제 질려버렸어요.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해 두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몸이 차라리 가볍다. 특히 상체가 움직이기 편해져서 팔이 편하다. 거기다 지금까진 이 악물고 했던적은 없지만, 이번엔-

"뭐야, 사쿠야. 지금까지 보여줄거 못 보여줄거 다 보여줘놓고선 이제와서 그런 식으로 새침때는건 별론데- 붑부- 사쿠야 짠순이-"

부푼 볼이 조금 귀엽긴 하지만 지금 한 말은 결코 흘려들을 수 없겠는데.
난 아무 말 없이 나이프를 다시 고쳐쥐었다. 마음을 담아 쥐었다. 콱, 하고 움켜쥐었다.

"헤에- 한번 작정하고 해 보자는건데-"

눈을 내리깔고 말하는 아가씨의 입은, 그치만 묘하게 웃고있었다.
히죽?

"그럼 상대해줘야겠지- 『레드매직』!"

당했다!
말하듯이 영창하고 있어서 방심한 난 아슬아슬하게 나이프와 나이프로 탄을 튕겨내 시야를 확보했다. 미친듯한 탄막 사이사이 시뻘겋다 못해 시커멓게 보이는 그녀의 마력덩어리가 섬뜩하다.
그치만 사실 아가씨의 탄막도 보면 단순한 물건. 그 틈을 알면 피하는것도 무리는-!

"큭!"

패턴을 놓친 탄이 하나 있었다. 이건!?

"또 한 발 맞았네- 유감이지만 뭐, 그정도면 보기에 나쁘지 않은데?"

스커트가 찢어져 드러난 맨살은, 손으로 대충 훑어봐도 족히 팬T라인까지 파여있었다.

"이 에로 꼬맹이 흡혈귀, 이런곳만 노려선!"

"어머, 어른스럽고 얌전한 여자아이에게 그 무슨 실례인가요? 제가 그런게 아니라,스스로 그런 곳을 맞으셨으면서, 정말 너무하시네요."

……말했겠다?
눈 앞이 순간, 정말 일순 새빨갛게 되어버렸다.

"이이니어어스어억--!!"

환장「밤안개의 환영살인귀」.
나이프가, 그리고 나이프의 궤적이 미친 듯 하늘에 비산한다.
사사사사사사사-

"하아…… 하아……."

눈 앞엔 아무도 없다. 나이프로 수백번 찢어낸 건 붉은 안개 뿐.
내가 감정에 몸을 맡긴걸 후회하기도 전에, 내 블라우스마저 찢어발겨졌다.

"싫어어어--!!"

이제, 이 이상은……
가슴과 스커트를 손으로 억지로 눌러 어떻게든 가리려고 했지만, 내 앞에 다가서는 아가씨의 집념엔 소용없어 보였다. 그녀가 오랜만에 무서워보였다.
아아, 어째서 이렇게나 갑자기 나한테 발정하는거야. 언제나 레이무한테만 가버린 주제에.

"쿠케케케, 자 사쿠야, 그 손 놓으렴. 내게 전-부 보여주는거야. 그리고 또 다시 뜨거운 밤을, 응."

한걸음 한걸음 그녀가 다가와 내 한 쪽 스타킹을 벗겨내린다. 허벅지와 스타킹 사이로 들어간 손가락 하나 뿐인데, 몸은 거기에 반응해서 부들부들 떤다. 이런 와중에도 느끼는건가, 정말 싫어, 싫어, 싫어, 그치만!!!
나는 무작위로 나이프를 집어던졌다. 아니, 나이프 뿐 아니라 닥치는대로 집어던진 것 같다.

"흥, 이런 것 쯤…… 그치만 오늘은 재밌었어 사쿠야. 오랜만에 사쿠야의 앙탈도 봤고 말야."

나이프는 그녀에게 닿지 못했다. 그녀는 내 나이프들을 날개로 대충 쳐냈을 뿐이었다.
내 얼굴로 다가오는 그녀의 얼굴은 요염하게 웃고있었다.

"팡-!"

날아간 나이프가 조명에 맞아서, 주변이 어두워졌다.

"어머나…… 싫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불까지 끄다니, 사쿠야는 정말 부끄럼쟁이라니까~ 귀여워~"

아이 젠장,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는거야…!
난 몸을 뒤로 빼곤 슬금슬금 물러났다. 뒤로, 다시 또 뒤로. 그랬는데, 왜 아가씨는 멀어지지 않는걸까.

"무서워하지 않아도 좋아. 자아, 어서 안기렴 사쿠야……"

점점 다가오는 그녀의 표정은, 언젠가 레이무에게 보인 적 있는 짐승의 그것.
우, 우와아아아앙-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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