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의욕이 없는 아침이다.
눈을 떴을 떄, 레이무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늘도 몸은 예전처럼 상쾌하지 않았고, 이부자리는 눅눅했으며, 햇빛도 들지 않아 어둑어둑한 하늘이 저 멀리까지 펼쳐지고 있었다.
저 부근이면 요괴의 산이려나. 레이무는 멀거니 보이는 산을 보며 생각했다. 산이 구름에 먹히듯 들어가서 제법 볼만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필시 비가 온다.
이불 좀 널고 싶었는데, 이래선 소용없겠네. 그렇게 생각한 레이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부자리를 정리했다.

"어머?"

무심결에 말이 튀어나왔다. 그 아래엔 유리병이 하나 놓여있었다.

-먹으라구!-

평소에 마리사가 가지고 다니는 유리병. 폭약이라던가 약재라던가 자기 멋대로 담아두는 병이지만 이번 병은 왜인지 먹을 수 있는 물건인 듯 가루로 곱게 빻아져 있었다. 아니, 먹었다간 어떤 봉변을 당할 지 모르니까 일단 유카리에게라도 먹여볼까. 그렇게 생각한 레이무는 병을 들어 흔들어 보았다. 양은 제법 되는 듯 했다. 잘 모르겠지만, 재밌어 질 것 같다.



***



"사쿠야, 오랜만에 신사에 다녀올게. 괜찮아, 오늘은 구름이 잔뜩 끼었으니까 혼자서도 나갈 수 있어. 그러니까 따라오지 않아도 좋아. 비가 오면 자고 오면 되니까 그것도 걱정하지 마. 내가 찾을 때 까지 절대 나오지 마. 알았지? 그럼 플랑에게 밥 주는거 잊지 말고, 다녀올게!"

콰창.

최근의 아가씨는 아무래도 마리사를 닮아가는 모양이야. 이래서야 저택에 넣는 유리창을 종이로 바꾸든지, 창문을 모조리 개방시켜버리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겠어.
따악따악 나이프로 탁자를 두드리며 고민하고있는 사쿠야의 뒤에서 소악마가 나타났다.

"고민하시는 모습도 왜인지 안아주고 싶어지네요~ 정말, 제가 흡혈귀였다면 이런 종자 내버려두지 않을텐데. 그래서, 오늘은 무슨 고민이신가요?"

"그러네. 아무래도 이 관은 사는 사람들부터가 문제가 있어. 사람이 아니니까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어떻게든 해야겠네."

그렇게 소악마의 말을 받아넘기며 유리창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요즘 모코우가 빈둥대는 것 같은데 불러서 유리라도 만들게 할까? 그정도 열이면 모래는 충분히 녹아줄테니까. 뭐 널찍하게만 녹여두면 잘라서 쓰는거야-

"파츄리님께서 차를 부탁하셨어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팔랑팔랑 날개를 팔락이며 날아가는 뒷모습은 제법 귀여웠는데, 머리에 있는 저 작은 날개도 굳이 팔락여야 하는걸까? 습관성? 그것도 아니면 그걸까. 커다란 날개로 바람을 밀어내서 나아가면, 저 작은 날개로 방향을 조절하는걸까.
그런 구조라면 꽤나 뒤떨어지는 스타일인데. 여긴 인간들도 둥실둥실 원하는대로 떠다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사쿠야도 관을 나섰다. 유리를 구하러 마을에 가 봐야 할 것 같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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