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그 애는 내 말은 전혀 들은척도 하지 않으니까.
혼자서 생각하다 괜히 화가 난 앨리스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몇 번이고 그 약재는 쓰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들은척도 안하고 사용해버려서 날아가버린 그 애의 집이 멀거니 보였다. 뭐 저 상태라면 며칠동안은 집을 고치는데에 전력을 다하시겠지. 흥.
레이무에게라도 가볼까, 그 아이는 최소한 사람 말은 들어주니까.
그녀의 발걸음은 신사를 향하고 있었다.

"의외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가을인데 구름이라니,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숲 전체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습도가 높아서 인형들도 옷도 금세 눅눅해졌지만 사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습도는 높은데도 안개가 없어서 오히려 오랜만에 시원한 느낌이다. 밟히는 풀들은 아픔을 호소했지만 어차피 여기에 길같은게 날 만큼 사람이 많이 다니는건 아니니까. 적당히 인형들로 풀을 베며 나아간다.
사실 굳이 신사에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 기분으로 집 안에 머무르면 또 다시 잠들게 뻔하다. 단지 인형을 만들다가 이유없이 막혔을 뿐이다. 그리고 받은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어머.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의외네?"

아니, 의외는 제가 할 말이거든요. 여긴 내 앞마당같은 마법의 숲이고, 당신은 평소에도 어딜가나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
내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린 동지잖아? 레이무에게 연인을 빼앗긴."

아뇨 전 아직 아니거든요.
이런 사람 귀찮아. 무시하며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가자, 내 옆으로 둥실둥실 뜬 채 그녀가 따라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건지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은 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흘끗 보면, 제법 예쁜 얼굴이다.

"왜애-? 반했어? 얼굴을 흘끗흘끗 보고-"

"무, 무슨 소리예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바보같아, 정말, 뭐야 저 사람!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상대를 해 주지!
도망쳐야겠다. 난 발걸음을 빨리해서 떼어놓기로 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아 기분나빠. 둥실둥실 날아오니까 인기척을 못 느껴서 불안해지잖아.

내 걸음이 뜀박질이 될 무렵, 신사가 보이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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