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30. 22:17 번역/소설
니세모노이야기 -2-
이어서 갑니다.
어젠 놀다가 못 올렸듬ㅇ_<☆
그건 상냥함이라기보단 어리광에 드는 부류이겠지만.
뒤통수를 맞아서인지 아무래도 기억이 애매하지만 -- 조금씩 기억나기 시작했다.
지킨다.
센죠가하라가 말한것의 의미.
그리고 거기에 도달하게 된 경위를.
“그치만말야 센죠가하라. 뒤통수를 쳐서 한 방에 기졀시키다니 너 꽤 신기한 걸 할 수 있었군? 여동생이 하는 말로는 사람을 기절시키는게 의외로 어렵다고 하던데.”
“한 방이라고 한 적은 없는걸.”
“아, 그런거야?”
“쉽사리 기절해주지 않아서, 열 두 대.”
“죽어도 이상할게 없잖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면, 또 하나 확인해둬야 할 일이 있다.
사실은 확인하고 싶지 않지만.
그치만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덧붙여두는데 센죠가하라. 밥은 네가 만들어준다고 해 두고, 그거야 정말 고맙기는 한데 너무 속물적이긴 하다만 화장실은 어떻게 가냐?”
난 질문을 던졌다.
떨떠름한 질문이겠지.
그렇지만 센죠가하라는 눈썹 하나 까딱 안 하고 쿨하게, 준비는 이미 끝난다는 듯이 비닐봉지에서 일회용 기저귀를 꺼냈다.
“.......가, 가하라씨? 서... 설마? 그건 말하자면 장난감 같은 뭐 그런 상품이지? 여전히 센스 하난 기가 막히는구먼”
“걱정 마. 나, 아라라기라면 기저귀정도는 갈아줄 수 있어.”
센죠가하라가 말했다.
무표정하게, 딱 잘라서.
“몰랐어? 난 널 사랑하고 있어, 아라라기. 설령 네가 전신이 오물로 더럽혀져도 주저없이 포옹해 줄 수 있을 정도로. 호흡에서 배설까지, 내가 네 전신을 뇌까지 포함해서 구석구석 관리 해 줄 테니까.”
.......
사랑이 너무해!
003
무시무시한 납치감금에 도달한 경위를 정리해보자. 그래, 그러기 위해선 아마도 -- 9월 29일 아침부터 생각해 보는 게 적당하겠지.
라고 할까, 그 둘에게 공부를 가르치면서 성장하지 않는 녀석은 없다.
우연찮게 쓸 만한 당근과 채찍이고.
아니, 꿀과 쇠몽둥이라는 느낌일까나.
지난 며칠 동안은 센죠가하라가 담당, 요 며칠은 하네카와가 담당, 그런 스케줄이 되어있었지만(일요일은 조건 없이 휴식), 당연히 상대에게도 예정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그 경우엔 그 쪽을 우선해서 그 7월 29일은 하네가와가,
“미안 아라라기군! 어떻게 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용건이 있어서! 이 일은 어떻게든 메꿔 줄 테니까! 구체적으로 모레 즈음에!”
라는 말을 하는 바람에, 일정이 텅 비었다.
그렇달 까 이쪽에서 부탁하고 있는 가정교사인터라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될 일인데.......
하네가와는 여전히 변함없이 좋은 녀석이다.
덧붙여 빠져나올 수 없는 용건이라는 것은 전에 있던 부모님 일인 듯하다. 눈치없이 캐물어서 좋을 것 없을 테니까 거기서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난 하네가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도 ‘뭐든지’ 에 포함될 테니까.
뭐.
그렇게 되어서 한가해졌다.
아니 별로 공부는 혼자서 해도 되지만 가끔은 쉬라고 하네가와가 말했다 -- 센죠가하라는 한 번도 그런 말을 해 주지 않지만 이런 경우엔 하네가와를 따를 것, 이라는거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겠지.
기쁘게도 이틀 연휴라고 여기도록 하자.
이틀 연휴라고 해도 사실 내일예정 같은 건 이미 정해져있지만 오늘만큼은 오랜만에 서점에라도 가볼까- 하나 남아있던 숙제를 마저 끝내고 거실로 내려와보니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미 회사에 나가있었고(맞벌이 집안이다. 토요일이라던가 그런건 관계없이), 츠키히가 유카타 차림으로 소파에 드러누워선 반대편에 켜진 TV를 보고 있었다. 유카타 차림으로 그렇게 칠칠치 못하게 누워 있다보면 풀어지고 풀어져선 가슴골 근처에 큰 일이 나겠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있다. 뭐 자세같은거야 나도 그다지 잔소리하지 않기도 하고, 밖에서만 잘 하고 돌아다니면 상관없지만.
“아, 오빠. 공부 끝난거야?”
TV를 끄고(재미있어서 보고있던 건 아닌 듯 하다), 츠키히가 이쪽을 바라봤다. 풀어진 눈 때문인지 유난히 졸려 보이지만 시간대로 봐선 아직 졸리진 않겠지.
“오늘은 가정교사 쉬는 날이야?”
“오냐”
뭐 센죠가하라가 담당인 날은 센죠가하라의 집, 하네가와가 담당인 날은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으니까 가정교사라고 하는 건 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
학원이나 기숙사엘 다니는 방안도 있었지만 아쉽게도 부모님을 설득할 수가 없었다. 아니 뭐 평범하게 다니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뿐이다.
힘내서 점수를 면회할 수 밖에 없다.
“나도 언젠가는 수능공부라던가 하겠지- 싫다아-”
“넌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없으니까”
중-고교 자동진학이니까.
중학교 시험은 카렌도 츠키히도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합격했었고..... 요령이 너무 좋다.
“한다곤 해도 아직 멀었잖냐. 아직 그런 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지 않아?”
“뭐 그렇긴 하지만, 오빠가 갑자기 공부하려고 맘을 잡으니까 조금”
“그건 미안하게 됐구만...... 응? 어라? 그녀석은?”
“그녀석이라니?”
“커다란 여동생”
“카렌쨩은 외출”
“별일이구만”
카렌이 외출한 일이 별일이라는건 아니다.
카렌이 외출했는데 츠키히가 집 안 소파에서 굴러다니는게 별일이라는거다 -- 언제나 붙어다니는게 파이어 시스터즈이다. 그리고 카렌과 츠키히가 따로 행동을 할 때엔 주로 뭔가 귀찮은 일에 들이대고 있을 경우가 다반사이다.
“트러블은 사양이다, 너희들”
“싫다, 아무것도 꾸미고 있지 않다구 -- 오빠는 언제나 그래. 나랑 카렌쨩을 어린애 취급하기나 하고. 걱정이 너무 많다니깐”
“걱정하는 게 아냐. 믿질 않는 거야”
“똑같은 거 아냐?”
“아니, 걱정과 신용. 이 둘 사이엔 너무나도 명확한 차이가 있지”
“그런 건 말장난 같은 거.......후우”
“말하다 말고 끊지 마!”
대체 얼마나 적당적당히 대화하고 있는거야.
확실히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이야기 중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되돌리자.
“그래서, 커다란 여동생은 어디로 간거야?”
“그러니까 말썽을 일으키려는게 아니라니까. 트러블을 해결하러 간 거라구”
“그게 말썽이라는거야”
“그래?”
“트러블이 트라우마가 되기 전에 지금 당장 보고해. 나한테 찔러서 배신자의 명예를 받으라구. 뭐라고 해도, 빠르면 손 쓸 수 있을수도 있다구”
“정말- 오빠, 중학생들이 싸우는데에 참견하지 말라구. 꼴불견이니까. 싸움이라고 하는건 그것대로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이란말야. 최근엔 싸울 줄 모르는 인간이 너무 많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니 그런식으로 말하면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싸움이 나쁜게 아냐. 제대로 된 싸움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안 되는 거라구”
분위기를 타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하는 츠키히.
아주 신났군.
“아니 그치만 너희들이 하는 싸움은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폭력이 뒤따르잖아. 그게 반드시 옳은 싸움방법이라곤 생각지 않는데......”
“그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거야.”
“그건 기원전 사고방식이잖아. 지금이 대체 이십 몇세기라고 생각하는거야?”
뭐,
21세기이지만.
“그럼 ‘눈에는 이, 이에는 둔기’ 라는건 어때?”
“세 배로 돌려주기냐!”
“아 정말, 시끄러워!”
화났다.
앗 하는 사이에 터졌다.
방금 전 까지 신났던 얼굴은 어디로, 라는거다.
“아 몰라몰라! 나 아무것도 모르니까! 커다란것도 쪼매난것도 중간치인것도 아무것도 몰라!”
“.......중간정도인 여동생은 없다구”
정말이지.......
그러니까 걱정하는 보람이 없다는거잖아 너희들.
뭐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의 고민이나 곤란함을 원동력으로 일하는 파이어 시스터즈,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지금 그 내용을 주변에 말하지는 않는다. 나라고 해도 보도듣도못한 인간의 프라이버시에 미련하게 발을 들이고 싶지는 않다,
뭐 괜찮겠지.
손쓸 방도가 없기 전에만 상담 해 보자고.
아무리 나라도 유괴소동같은 건 두 번 다시 겪고싶진 않다만.
“이런이런..... 어른이 되라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은 성장하라구, 너희들”
“오빠한테 듣고싶지 않네요~”
말하고 나서 츠키히는 손에 있던 리모콘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위험해, 뭐하는거야 이 녀석, 어떻게 피하지도 못하곤 어떻게 빼앗아서 테이블 위에 돌려놓았다.
뭐 사실은 어른스러운게 말도 안 되는 상담인가.
어른들같은 건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다 되는거고.
아니 그렇다고 센고쿠만큼 어른스러운것도 문제이지만.
카렌이나 츠키히가 센고쿠의 1/10정도 얌전해지고 센고추가 카렌이나 츠키히의 1/10정도 활발해지면 서로 적당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만.
그치만 세상 일 따위 그런 계산은 불가능하지.
맘먹은대로 안 되는거다.
“음...... 그래, 센고쿠인가.”
오늘의 예정이 기억났다.
아니, 떠올랐다.
서점에 가는 건 포기다. 그러고보니 센고쿠와 놀러가기로 약속을 해 버린거다.
센고쿠 나데시코.
처음엔 츠키히의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츠키히가 집에 데려와서 놀았던 친구 중 한 명이다 -- 당시에 나와 츠키히(카렌도) 는 같은 방이었기 때문에 학년은 달라도 나 역시 얼굴을 알고 있었다. 츠키히가 사립중학교에 간 탓에 그 인연도 끊겼었지만 어제 생각지도 못 한 곳에서 센고쿠와 재회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
그건 즉 괴이한 만남이라는거지만.
뭐 그러한 문제도 어쨌든 타넘어간 덕에 센고쿠는 한 번 우리집에 놀러왔다. 츠키히와 재회시켜주려던 내 순수한 계획이었다.
카렌과 츠키히는 오빠인 내가 보기엔 그 성격에 커다란 문제가 있지만 신기하다고 할 정도로 동년배들에게는 그 성격이 먹히는 탓에 사람들의 중심에 서는게 유난히도 능숙하다 -- 사람이 좋다고 할까 어쨌든 나에겐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의 카리스마 스킬을 가지고 있는거다. 그 스킬은 꽤 오랫동안 못 만난 초등학교 친구에게도 문제없이 작용하는 듯 보여 츠키히와 센고쿠는 사이좋게 놀았다.
그 날 돌아갈 적에,
‘다음엔 나데시코네 집에 놀러와‘ 라는 센고쿠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면 그 뒤로 꽤 오래 시간이 지났다. 절대 잊고 있던 건 아니고 그 사이에 이런저런 일이 있기도 했고 슬슬 본격적으로 수능공부를 시작하기도 했고.
의리없다면 의리없지.
그치만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이 좋은 기회다. 한 번 전화해볼까.
센고쿠는 시골 중학생답게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은 탓에 집에 전화하는게 되긴 하지만. 난 주머니에서 전화를 꺼냈다. 센고쿠네 집 전화번호는 등록되어있다 -- 그동안 몇 번 걸려오긴 했지만 이 쪽에서 거는 건 처음인가. 아직 오전중이지만 센고쿠라면 분명 일어나있겠지.
“여, 여보세요? 센고쿠빕돠!”
집 전화기도 하고 부모님이 받을거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센고쿠가 받았다. 랄까 센고쿠, 하치구지마냥 혀 깨무는 종족이었구나.
어라? 자다 깬건가?
의외인데.
여름방학을 핑계로 대낮까지 퍼자는 타입이라곤 생각지 않았는데.
“코요미 오빠.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그치만 그렇게 묻는 센고쿠의 목소리는 정신이 깨어 있었다. 얼라, 아직 말 한 적 없는데 어떻게 -- 아니 하긴 요즘 휴대전화가 아니어도 숫자가 뜨는 기능은 붙어있을 수 있지.
“아니 갑작스레 미안한데 전에 언젠가 센고쿠네 집에 놀러가기로 했잖아. 오늘 쯤 어떻게 안 될까 하고”
“헤, 헤에!?”
센고쿠는 놀라고 있다.
아니 그보다 너무 놀라고 있다.
이상한데, 전부터 약속한건데.
저쪽이 잊고있던걸까.
“오늘 갑자기 말한게 곤란하다면 -- ”
“아아냐! 오늘, 오늘, 오늘! 오늘 아니면 전부 다 바쁘다구!”
이렇게 고집부리는 센고쿠는 처음이었다.
그렇달까 너, 그렇게 큰 소리도 낼 수 있는거냐.
“그래, 오늘 말곤 바쁘구나....... 지금 가도 돼?”
“응, 지금 아니면 안 될 정도로!”
엄청 큰데.
대체 얼마나 스케줄이 하드한거야.
요즘 중학생들은 힘들겠구만.... 바보같은 정의의 사자 놀이에 귀중한 청춘을 낭비하고 있는 우리 여동생들이 제발 좀 보고 배웠으면 좋겠는데.
십분의 일 뿐만이 아니고.
“그럼 지금 갈게”
난 그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츠키히를 바라보았다.
츠키히는 일단 꺼진 TV를 다시 켜서 보고 있었다. 아침 와이드쇼(토요일)로 채널을 돌려선 예능계 뉴스를 지금은 흥미롭게 보고 있다. 속세를 벗어난 걸 모토로 하는 것 치곤 기본적인건 챙기고 있구만. 부탁이니까 나한테도 카리스마스킬을 발휘해 줬으면 한다.
“야, 그러니까”
“응? 에? 왜?”
“안 듣고 있었냐”
“남이 전화하는걸 엿듣지 않는다고 혼내도 좀 곤란한데”
“아-”
그건 그렇네.
정론이다.
“저기말야, 지금 센고쿠에게 전화해줘”
“센쨩네 집에 가는거지?”
“듣고 있었잖아”
“다녀와~ 집 지키는 건 맡겨둬”
팔랑팔랑 손을 흔드는 츠키히.
이 쪽은 돌려다도 안 보고 있다.
“아니, 너도 같이 가는거야”
“네?”
츠키히는 무슨 소리냐는 듯 이 쪽을 바라본다.
“센고쿠네 집에 가는거니까 당연하잖아”
“.......그 전화 내용으로 봐선 오빠 혼자 가는거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셋쨩도 틀림없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텐데”
“그래? 그럴 리 없잖아”
난 츠키히가 함께 가는 걸 전제로 말한거였는데.
그러고보니 말 안 했던가?
“뭐 어느쪽이든 상관없긴 하지만. 그치만 오빠, 내가 가도 방해니까 오빠 혼자 다녀와. 그러는 걸 셋쨩도 기뻐할거야”
“뭐야. 센고쿠랑 만나는데 네가 방해가 될 리 없잖아. 어차피 한가(暇)하잖아?”
“새우(蝦) 할 지도 모르지”
“나란히 놓고 보지 않으면 틀린 한자라고 절대 눈치 못 챌 한자를 틀리지 마"
"아- 생각났다 생각났다. 오늘은 CA가 있었어"
"너나 그 다도부는 이 여름에 전면적으로 활동중지가 되어있을 터인데"
문화제에서 전통복 패션으로 돌아다녔던 데에 대한 조치이다. 덧붙여 그 멋진 계획을 발안해 낸 것은 내 눈 앞에 있는 여중생. 물론 모든 책임은 이 녀석에게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분위기 타서 끌려간 부원들(그리고 고문선생님) 에게도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습이예요, 자습"
"닥쳐 전통복 코스프레 매니아. 패션이라는 건 비슷하면 되는게 아니잖아"
"대충 바지에 파카 걸치면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는 오빠한테 패션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속을 모르겠구만. 뭘 이상한데까지 신경 써 주는거야"
"어 찌 되 었 든"
터진다 --
그 직전 텐션에 츠키히가 말했다.
"난 친구의 사랑(恋)을 방해할 정도로 눈치없는 사람이 아니라구. 그게 설령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도"
"네? 이리 오라구(来い)? 그렇게 난폭하게 부른 적 없어? 치사토는 너희 자매와는 달라서 예의바른 여자아이니까"
"사실 초등학교때부터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그래도 뭔가 몇 번 만난 것 뿐인데도 참... 외곬이라면 그렇달까..... 그 뒤로 몇 년은 지났다고 생각하는데....... 난 흉내도 못 낼 거야. 하려고도 안 하겠지만"
"응?"
"그런데 오빠, 오빠는 남녀간의 우정이란걸 믿어?"
"당연하지"
예전이라면 '동성간의 우정도 안 믿어'라고 답변했을 질문에, 난 바로 대답했다.
"센고쿠도 분명 우정이다"
"그래. 그럼 그걸로 됐나. 어쨌든 다녀와"
"........"
으음- 고집부리긴.
이래선 이 이상 꼬셔봐야 헛수고겠군.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하니 혼자 다녀올게. 집 잘 부탁해. 카렌이 돌아오면 할 말이 있다고좀 전해줘"
말해봐야 헛수고겠지만 카렌에게도 일단 어프로치 해 두자.
"그럼 갔다올게"
"그 전에 하나 더"
"응?"
"오빠말야, 최근 카렌쨩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거 엄청 줄었잖아? 그거 왜 그런거야?"
그건.
생각지도 못 한 부분에서 온 지적이었다.
이녀석.... 그런 걸 다 생각하고 있었나?
어째서 그런 걸 지금 묻는거지, 라며 난 망설였지만 어떻게 보면 이건 츠키히가 언제부터인가 물어보려고 생각하고 있던걸지도 모른다.
내 말투는 어느틈엔가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고있다.
"....아니, 그녀석 최근 너무 강해져서. 무럭무럭같은 효과음이 들릴정도로. 평범하게 싸우면 내가 져 버리고. 키는 나보다 크다고 해도 힘은 아직 내가 좀 더 세겠지만, 뭐 역시 격투기를 배우고 있는 녀석은 당해낼 수 없지"
"카렌쨩은 그렇다고 쳐도. 아까 내가 히스테리 부렸을때도 슬쩍 넘어가고. 뭐랄까 필요없는 이해심이 늘었다고 할까“
“으음.... 그거야, 뭐”
“옛날이었다면 틀림없이 목을 졸랐을텐데”
“거기까지 한 적 없어!”
아니.
한 적 없을 리가....없지만.
한 번인가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네 번인가.
“아니 그거야 우리들로선 어리광부리기 편해서 좋아졌다는 이야기지만 뭐랄까 그다지”
그녀로서는 흔치않게도 마치 카렌을 흉내내는 것 처럼 품위없는 말투로 말했다.
“멋대로 혼자서 어른이 되어버리지 말라구. 재미없으니까”
어른같은건 나이를 먹으면 누구라도 되게 된다.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무리 해도 아니었다.
004
딱 잘라 말해서 물론 진실을 말 할 수도 없다. ‘실은 너희들이 모르는 곳에서 난 흡혈귀가 되어서 아니 어떻게 인간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도 이것저것 후유증이 남아있어서 만에 하나라고는 해도 너희들과 멱살잡고 싸우다간 과실치사로 죽여버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될 수 있으면 싸움은 피하고 있는거야’ -- 라니, 대체 어떤 얼굴로 말하면 좋은거야.
그치만 그거야말로 쓸 데 없는 걱정이다.
지금의 나와 내 그림자에 숨어있는 흡혈귀 시노비와의 관계는 알기 쉬운 듯 하면서도 알기 어렵다. 복잡한 것 같지만 단순하다. 내가 시노비의 가족이며 부하인 건 변치않지만 시노비는 내가 없으면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흡혈귀로서는 이형중에서도 애매한 존재로 격하되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지금도 난 시보니에게 피를 주는 댓가로 반 흡혈귀가 되는것이 가능하고 시노비 쪽도 내게서 피를 빠는 것으로 흡혈귀로서의 힘을 일부이기는 하지만 되돌릴 수 있다. 즉 뒤집어보면 시노비에게 피를 준 직후가 아닌 이상 내 몸에 존재하는 후유증은 끽해야 치유능력정도이지만 --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카렌과 멱살을 잡는 정도까지야 아무렇지도 않을거야, fkfRK 아까 츠키히가 말한대로 정말 격투기의 정점에 선 그녀에겐 손쉽게 져버릴지도 모를 정도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그렇다고는 해도 난 알아버렸다.
싸움을.
투쟁을.
경쟁이 아닌 -- 전쟁을.
서로 싸우는 게 아닌 서로 죽이는 것을.
그걸 알고 난 뒤로 -- 여동생과 싸우는게 아무래도 예전처럼 되질 않는거겠지.
오늘 지적당할때까지 되도록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마음 속 어딘가에서 생각은 하고 있었다.
-- 그다지.
-- 멋대로 어른이 되어버리지 말라구.
-- 재미없으니까.
카렌에겐 정 반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오빠는 그러니까 [‘오빠는 그러니까’ 에 강조] -- 언제까지고 어른이 되질 않는거야[‘언제까지고 어른이 되질 않는거야’ 에 강조] -- 라고.
결국 그 쪽이 맞는거다.
내 속내가 변했을 리가 없다.
그저 -- 알아버린 것 뿐이다.
츠키히도 설마 나한테 목을 졸리고 싶었을 리는 없겠지만 -- 그치만 그거야말로 그녀석이 하고싶은 말은 아니겠지만 올바른 싸움방법이라는건 분명히 있을것이다.
그런 걸 생각하며.
난 어쨌든 다른 사람의 집에 놀러가면서 실례가 되지 않을 차림으로(라곤 해도 츠키히가 말 하는 대로 내 패션은 어떻게 둘러대도 바지에 파카차림이지만) 집을 나섰다.
센고쿠네 집은 사실 꽤 가깝다. 처음 그녀를 집까지 데려다 줬을 땐 너무 가까워서 깜짝 놀랐을 정도다. 사실 그런 건 생각해보면 초등학교가 같은 공립이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거지만 -- 자전거도 필요없이 걸어서 10분정도인 범위내이다.
가까워서 자전거를 안 타고 가는건 아니지만 저쪽도 준비가 필요할테니 느긋하게 걸어서 가기로 했다.
그리고 그 도중.
난 본 적 있는 뒷모습을 보았다.
뒷모습이랄까 배낭이랄까.
“하치구지잖아”
조그마한 덩치에 커다란 배낭.
트윈테일에 딱 봐도 건방져보이는 옆모습은 확실히 하치구지 마요이였다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아이.
언제였을까 그녀가 길을 잃어 곤란해하고 있을 때 말을 건 것이 처음이었다. 지금은 옆마을에 살고 있는 듯 하다만 때때로 이 근처를 맴돌고 있다. 그치만 상대가 초등학생인지라 연락할 방법도 따로 없고 어쩌다 하치구지를 만나려면 이렇게 우연히 마주치길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만나면 그 날 하루 좋은 일이 있다고 할 정도로 나와 하네가와는 거의 럭키아이템정도로 취급당하고 있다. 나도 이렇게 보는건 여름방학 들어 처음이다 -- 아니, 진짜로 꽤 오랜만이잖아?
음- 음음- 흐음-......
센고쿠와의 약속이 있고 말이지.
거기다 난 저 시건방진 초등학생,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 아니 확실히 말하면 싫고. 정말 싫어. 애초에 마주쳤다고 말 걸 만한 상대도 아니니까. 설령 정면에서 눈이 마주쳐도 무시할 의욕도 있어!
그치만 그래도 연상인 고등학생으로서 초등학생 상대로 그런 짓을 하는건 그릇이 작다고 할까. 싫은 상대와도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을 때에야 자기몫을 하는 남자잖아? 어디까지나 어린아이를 만날 때 당연히 취할 태도로, 상대를 좀 해 주지. 아니 진짜 정말 의도치못하게 만나서 기쁠 턱도 없지만 하다못해 그런 척은 해 주는게 최저한의 예의라는걸까?
풉, 나도 사람이 무르군.
난 하치구지가 있는 곳까지 전에없던 스타팅대쉬로 달려가선 그녀를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하치구지이이! 겨우 만났다, 요 녀석!”
“꺄악-!?”
갑작스레 등 뒤에서 끌어안겨서 비명을 내지르는 소녀 하치구지. 난 신경쓰지않고 그녀의 부드러운 뺨에 키스를 퍼부어댔다.
“아 정말, 도저히 만날 수가 없으니까 어디론가 가버린 건 아닌가 하고 생각해서 도저히 내정신이 내정신이 아니어서, 정말이지, 그러니까 좀 더 만지고 끌어안고 핥을거야!”
“꺄악-! 꺄악-! 꺄악-!”
“이봐! 날뛰지마! 팬티 벗기기 힘들잖아!”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치구지는 커다란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대다,
“콰악!”
하고, 날 깨물었다.
“와작! 와작! 와작!”
“아파! 뭐하는짓이야!”
아프다니까.
뭐하는짓이야 이녀석도, 역시 나였다.
아니 미안 사실은 나 이녀석이 너무 좋아.
평생 지워지지 않는 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내 팔에 잇자국을 남겼을 무렵에 하치구지는 내 마수에서 벗어나 거리를 벌리곤,
“크와앙-!”
이라며, 짖는 소릴 냈다.
야성화 모드다.
“아, 기다려! 하치구치, 잘 보라구! 나야!”
이 경우에 설령 잘 봐서 나였다고 하긴 뭐하지만 일단 말해둔 건 잘 된 것이었다. 야성화해서 붉은 경계색으로 물들어있던 하치구치의 눈동자가(인간이 아냐), 서서히 원래의 색으로 돌아왔다(혹시나 해서 표기해두지만 그건 푸른색은 아니다).
“.......아......”
라며.
하치구지는 세웠던 손톱을 정리하며 내 얼굴을 확인하곤 말했다.
“아라라기......요미코씨군요”
“대충 그렇게 말해두자니 굉장히 분하지만 하치구지, 사람을 진보초에서 책에 파묻힌 빌딩을 가진 대영제국도서관지주공작부근무의 종이쟁이 누님같은 이름으로 부르지마. 내 이름은 아라라기 코요미다”
라기보다 너 혀 한번 안 깨물고 내 성을 말하곤 정작 이름을 말할 땐 무리해서 깨무는구나.
뭐 말하자면 나와 하치구지 사이엔 내가 바라면 하치구지를 바라는만큼 성희롱하는 대신 하치구지도 자기가 바랄 때 내 이름을 바라는만큼 혀 깨물며 말해도 된다는 일종의 신사동맹이 맺어져있다.
“잠깐 기다리세요 아라라기씨! 그 동맹엔 일미화친조약수준의 불평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서로 딱 맞는다고 생각하는데”
“그리고 아라라기씨의 성희롱이 최근 진짜 범죄레벨에 도달하기 시작했어요! 다음 즈음엔 제 정조가 진짜로 위험해요!”
하치구지 마요이의 절실한 물음이었다.
뭐 마음 가는곳이 없는건 아니었다.
어째서 하치구지를 상대로 할 때엔 난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는걸까.
“무슨소리야 그 정도로 끌어안은 걸 가지고. 미국에선 평범한 일이야”
“뒤에서 살금살금 다가와서 끌어안을 리 없잖아요!”
“언제까지고 그런 관습에 속박되어있는게 이 나라의 글러먹은 점이지”
“아까부터 아라라기씨는 어느 나라 사람 입장으로 말하고 있는건가요! ....... 그리고 아라라기씨, 아라라기씨가 의도한 건 뺨에 키스하는거였겠지만 몇 번인가는 미묘하게 입술 끝에 닿았단 말이예요!”
“진짜? 그건 미안해!”
아무리 나라도 거기까지 할 생각은!
이 무슨 불행한 사고인가!
“정말. 아라라기씨가 만지작댄 바람에 최근 제 가슴이 더 커진 것 같단 말예요. 그 미신, 의외로 진짜일지도 모르겠네요”
“에? 너, 성장같은걸 하는거야?”
“무례하긴!”
하치구치가 트윈테일을 하늘로 치켜세웠다.
자신의 의사로 작동되는건가, 저 머리카락.
어떻게 되먹은 시스템이야.
“그래도 너의 가치는 성장하지 않는 부분 아니었어?”
“어리석은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그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있다면 하네가와씨에게 일러바칠거니까요”
“웃.... 그건 곤란해”
제발 그만뒀으면 한다.
최근 하네가와와 하치구지가 사이가 좋아서 곤란하다.
그거야말로 나로선 귀찮은 동맹이다.
그 동맹은 다른 의미로 피해자의 모임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그렇다 치고 아라라기씨. 오늘은 어딘가 외출하시나요?”
휘릭하고 말을 돌려 하치구치가 물어왔다.
이런 부분엔 똑부러지는 녀석이다.
너무 똑부러져서 곤란할 정도이다.
“아- 외출이라고 할까”
“아라라기하렘의 새로운 멤버를 찾고있나요?”
“그런 취미 나쁜 그룹 조직한 적 없어!”
“제 1기 멤버인 오시노씨가 졸업해버렸으니까요. 그 부분을 메우려면 꽤 큰 작업이겠죠”
“설령 그런 그룹이 있다고 해 두고, 어째서 오시노가 원래 멤버 취급받는거야! 그녀석은 알로하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라고!”
“멤버를 너무 늘리면 이야기가 전개되기 힘드니까, 신경 좀 써 주세요”
하치구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동시에 현실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할렘 운운은 헛소리라고 해도, 인간, 모든 타인을 대하며 평등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편든다는건 누군가의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이야기이고, 누군가의 동료가 된다는건 누군가의 적이 된다는 이야기다.
정의의 사자는.
정의 의외엔 절대 편들어주지 않는다.
그리고 정의 의외엔 적이다.
거기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즉, 정의라는건.
전체를 배반한 자 -- 라는거다.
“그래, 기억해둘게 그 말”
“네, 기억해주세요. 제 순서를 빼앗는 일이 없다면야 사실 새 멤버가 몇 명이든 늘어나도 상관없지만요”
“어째서 넌 이미 고참격인건데!”
말해두지만말야!
정식 멤버는 시노비랑 하네가와 뿐이라구(폭탄발언)!
“넌 어차피 ‘오늘의 게스트’ 취급이야”
“하아, 그렇군요. 그럼 아라라기씨, 좀 더 재밌게 진행해주세요”
“지적당했다!?”
게스트에게서 진행을 지적당하는 사회자!
이건 다시 일어설 수 없어!
“센고쿠는 너한테 말했던가? 옛날에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오늘은 그녀석 집에 놀러간다는거야”
“호오-.”
긍정하는 하치구지.
변함없이 시원하게 맞장구쳐주는 소녀이다.
“그런 것 치곤 뭔가, 들떠있질 않은 얼굴인데요”
“그래?”
“네. 로-테이-션이네요”
“어째서 내가 선발투수랑 엮이는건데”
맞는 표현은 로우-텐-션.
뭐 방금 전까지 별로 좋은 걸 생각한게 아니니.
한지붕 아래에서 살고있는 녀석들을 속이고 있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좋을 일은 아니지.
“딱 보고 알 정도로 고민하고 있던 건 아닌데. 나, 그렇게 기분이 가라앉아 보였어?”
“네. 마치 애니메이션이 되지 못하는 걸 자학적으로 이야깃거리로 쓴 이야기가 뭔가 실수해서 애니메이션이 되어버렸던 것 처럼. 그런 위험함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어요”
“그렇게 구체적인 얼굴로 있진 않았어!”
“괜찮잖아요. 애니메이션이 되지 않아도 완결되었을 이야기의 뒷이야기를 써야만 하는것도 아닌데”
“넌 대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진짜 때때로 차원을 넘는 소릴 하는구나.
이녀석은.
“예정외의 행복에 신경 과민이 되는것도 이해하지만 새로운 영역에 들게 되면 얻는것도 분명히 있다구요”
“아니, 고민한적도 없는걸로 힘쓰게 된다고 해도.....”
그러고보니 오시노가 옛날에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이라며 꽤나 매달렸었지. 무슨 소린지 전혀 못알아들었었는데, 그녀석은 하치구치랑 건설적인 이야기가 통할지도 모르겠다.
응? 그러고보니 하치구치는 오시노랑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만난적도 이야기 해 본 적도 없구나?
오시노를 떠올리면서 하는 건 아니지만 난 어떻게든 하치구치와 이야기를 맞춰 보았다.
“얻는거라니...... 예를 들면?”
“한 마디로, 돈이죠”
하치구치는 한 마디로 말했다.
한 마디이지만 너무 과하다.
“......아니, 또 뭔가 있을 거 아냐”
“하아?”
깔보다 못해 업신여김의 끝을 보이는 표정의 하치구지.
눈썹을 모으곤 마치 경명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 이봐, 그게 초등학생이 지을 표정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