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2. 02:15 카테고리 없음
[열아홉금]꿈에코에
멍하니 잠이 깨었을 땐, 창 밖에서 비친 그림자가 방 안에 드리워 있었다. 그 그림자는 아무런 형상도 하고 있지 않았지만 기분 나쁘게 머리위에 드리워 있어서 곁에 있는 누군가를 찾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창 때의 남학생도 아닌데 팬티가 질척하게 젖어버릴 만큼 이상한 꿈을 꾸었다.
원인은 자기 옆에 누워 지금 유일하게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람. 그렇지만 이렇게 새벽에 눈을 뜨는 날이면 몰려드는 두려움을 지워주기 위해서라도 이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의외로 내용은 언제나 있을법한, 그렇지만 거짓말로라도 바랐다고는 할 수 없을만큼 상대가 난폭하게 자신을 다루는 꿈. 중간과정을 거치면 어째서인지 자신은 납득하지만, 그 과정에 동조하지 않은 지금 느끼는 것은 강렬한 공복과 꿈에 대한 불쾌감 뿐이다.
그렇지만 창 밖의 그림자가 무섭기 때문에, 우선은 그의 품으로 파고든다.
따스한 가슴, 밋밋한 가슴, 그렇지만 없는 것 보단 수백배 든든한 가슴. 빈말로라도 든든한 타입의 남자는 아니지만 글쎄, 생각보다 이것저것 내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건 확실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니, 후자는 잘 모르겠다. 잘 생각해 보면 전자도 좀 불확실하다.
질척해져 기분나빠진 팬티를 바지와 함께 벗어버리고, 그에게 파고들며 데워지는 몸이 습해져 앞섬을 풀어버린다. 이걸로 어떻게 보면 꿈에서만큼 무방비한 상태이지만, 오즈군은 이 시간엔 깨지 않는다. 뭣보다 어젯밤에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혹사시켰으니 깨어난다고 해도 얌전할 것이다.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이 곤혹스럽지만 이번엔 확실하다.
슬쩍 팔에 기대보았다가, 가슴을 안아보았다가, 몸을 덮듯 겹쳐보았지만 지금 몸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닌 것 같다. 새근새근 그가 호흡하고 있는 걸 보면서 꿈의 내용을 생각하고, 복부에 꽂히는 강렬한 공복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 나서 생각난 것은 꽤나 짓궂은 장난이었다.
그의 바지를 걷어내린다. 어차피 바보에 둔탱이니까 잠이 깨도 미안할 건 없지만 깨어나면 또 귀찮게 굴 것에 틀림없다. 그리고 파자마 바지를 벗기고 알았지만 이 인간은 귀찮았는지 노 팬티로 잠들었다.
지금의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지만 이따 일어나면 지적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발기할까? 몸을 살짝 깨물어볼까? 더듬을까? 간지를까? 어느걸 해도 잠에서 깨어버릴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생각해봤지만 역시 행동이 우선이다. 손으로 뿌리 근처를 휘어감아 쓱쓱 문질러보면, 예상했던 대로 머리를 세우기 시작한다.
어차피 남자들에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 흥분이라고 할 수도 없이 그냥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자극이 간다면 야한 꿈을 꾸려나? 흥분이라고 하니 누군가 애널섹스에 대한 평가를 '넌 똥눌 때 기분 좋냐?' 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건 조금 다르다. 애널섹스는 안을 쑤시는 그 느낌과 애널로 성행위를 한다는 일탈감이 주요 성분이지 물건을 빼는데에서 느끼는게 아니니까.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며 오즈군의 페니스를 만지고 있으려니 이내 오즈군이 완성되었다. 훌륭한 짐승같으니. 그러니 오늘은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넣으려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이었다. 쓱 하고 넣는 순간에 허리를 붙잡으며 "이 귀여운 암캐!"같이 뿜기고 낯부끄러운 대사를 뿌리곤 언제나처럼 쿵덕질을 당하면 지금은 정말로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공복을 채우려면 오즈군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천천히 채우고 싶다. 과식은 오히려 다음 끼니에 더 격렬한 공복을 불러오기 때문에라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는데 오즈군은 그런 것에 대한 배려가 꽝이다.
하지만 어쩌랴, 허리가 치켜올라간것도, 배가 고픈것도, 오즈군을 충분히 세워둔것도 모두 사실이다. 지금 와서 무를수도 없는 일,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오즈군의 그것 위에 허리를 세우고 한 손으로 오즈군의 뜨끈해진 물건을 쥐어 세운다.
이렇게 쥔 채로 허리를 내리면 오즈군의 물건이 삼켜지겠지.
삼키고 나면 뱃속이 따뜻해지겠지.
그렇게 된다면 이 공복감 비슷한 무언가가 채워지겠지.
하지만 뭐랄까, 오즈군의 동의 없이 이런 행동을 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상대는 오즈군이다. 말하면 언제든지 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남자이기 때문에 성행위를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행위에 따르는 파급효과는 대체 뭘까? 오즈군이 날 정말로 암캐로 보는 건 아닐까? 이미지가 빗치에서 빗치 할머니로 전락한다거나? 추접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니, 그 이전에 오즈군이 혹여 이 일을 강간당했다고 생각해 트라우마가 되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본말전도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오즈군은 언제나 내 동의를 얻고 난 후에 행동했다. 그러니까 그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매우 짜증나고 답답하고 치사하고 야비한 무언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내가 원할 때에만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난 지금 오즈군의 기분따위는 무시한 채 그의 생리적 반응에 의존하여 유사성행위도 아닌 직접적인 성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이건 강간이 아닌가? 법률적인 의미의 부녀자를 성적으로 유린하고 강제로 삽입 및 사정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강간임이 아니라고 나 에코는 단정할 수 있는가?
내가 알 바 아니다. 지금까지 이 인간이 해 왔던 짓을 하면 당해도 싸다. 트라우마가 걸려 평생동안 다른 여자 못 안고 고자가 되어버리면 내가 가지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난 공복감이나 해결해야겠다.
쑤욱.
생각했던 대로 라고 할까, 오히려 애액이 차갑게 흘러나오던 뱃속에 따뜻한 오즈군의 페니스는 예상 이상으로 뜨끈해서 순간 호흡이 흐트러질 뻔 했다. 안 되지 안 되, 촉감 서비스 만으로도 오즈군에겐 충분하다. 몽정이나 할 오즈군에게 음향서비스는 과도하다. 아니 사실 깰까봐 좀 무섭다.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 그러니까 손도 발도 닿지 않게, 꽤 기묘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허리를 뒤로 젖혀 오즈군을 받아들인다. 쑥쑥이 아니라 뭐랄까, 쏙쏙이라는 의태어가 맞을 것 같은 느낌으로, 오즈군의 골반에 닿지 않게 허리를 내렸다가 다시 최대한 끌어올렸다가, 그렇게 천천히 반복한다. 그것 만으로도 안 쪽에 문질러지는 감각은 괜찮은 편이다.
창밖에서 비치는 그림자는 이제 내 몸에 드리워 있다. 하지만 새근새근 오즈군의 호흡이 들리는 지금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설령 창문을 깨고 트럭이 들어온다고 해도 무섭다기보단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으니까.
천장에 눈이 간다. 허리를 뒤로 굽힌 탓에 시야가 위를 향해서 그렇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오즈군의 호흡이 털끝만큼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들려온다. 스- 하- 스- 하-, 듣기 좋다. 그리고 뱃속의 감각도 기분 좋다.
격렬하게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공복감을 채우는 쪽이 좀 더 중요하다. 좀 더 몸을 움직이고, 속도를 유지하고,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뻣뻣하고 근육이 아프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기분으로 오즈군을 삼켰다 물었다 뱉었다 다시 삼켰다 물었다 뱉었다를 반복한다. 아아, 기분 좋다.
뱃속에서 느껴지는 오즈군은 질 안쪽에 부비는 감촉에 자극을 받은건지 조금씩 더 커져 충분한 크기가 되었다. 아마 잠에서 깨지 않는 이상 이 정도가 한계이겠지, 조금 대담해진 나는 허리를 살짝 움직여 긁히면 기분이 좋은 부위에 오즈군의 페니스 끝은 조준한다. 조준한다기보단 허리를 움직여 그곳을 긁는다. 쓱쓱, 쓱쓱, 쾌감이 허리를 저릿하게 조인다. 크흣.
나도 모르게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오는 걸 막느라 왼손을 입가로 가져가 엄지 아래 살을 깨물었다. 손이 아프지만, 다행히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진 않는다. 목 안에서 울리는 감각이 유난히도 선명히 느껴진다. 평소에 느끼던 오즈군의 손놀림도 없고 오즈군의 말도 없어 조용한 방 안에서 나 혼자 아무도 모르게 이런 행위를 한다는 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어린아이가 자기만의 비밀의 방을 가진 기분이었다.
저릿저릿하게 쾌감을 받아들이던 상체와 허리 근육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른다. 하, 하고 물었던 손을 뱉으니 잇자국이 선명하다. 그대로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짚고 허리를 앞으로 굽여 이번엔 조금 더 과감하게 나가보기로 했다.
체중을 팔과 무릎으로 지탱하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오즈군의 골반에 허벅지 아래가 닿는다. 오즈군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느끼는지도 불명확할정도로 호흡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묘하게 상기된 뺨을 봐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상태로 허리를 들었다 놨다 하고, 오즈군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서 왜인지 안쪽의 감각이 좀 더 활발하게 뇌에 전달된다.
핫, 기분좋아, 하핫.
바보같은 오즈군, 꿈속에선 그렇게나 신나서 떠들어대더니 지금은 꼼짝도 못 하고 죽은듯이 제 자위기구가 되어선 발딱 선 채로 저한테 먹히니 어떻습니까? 코끝을 쿡 찔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얌전히 오즈군을 가지고 자위를 하자. 만지고 싶은 가슴을 보며 손아귀는 엄한 시트를 움켜쥐고, 깨물고 싶은 목덜미를 보며 괜히 입맛을 다시고, 키스하고 싶은 입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문다.
뭐랄까 마치, 옛날에 느꼈던 것 같은 거리감.
손대선 안되는 대상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런 대상에 대한 욕구.
그런 기묘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미 충분히 나를 데워주고 있는 오즈군의 얼굴은 평온했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건지 아니면 꿈도 안 꾸고 곯아떨어진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불끈불끈 좋아라고 자기 주장을 하는 하반신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물건인지 궁금하다. 혹시 이 위와 아래는 다른 사람입니까? 허리 어딘가에 두 사람의 경계선이 그어져있는 건 아닙니까?
뭐 불끈불끈해서 기분이 좋긴 하다. 핫, 흣, 하앙...
계속해서 상하운동하는 허리와 손댈 수 없는 상체, 그리고 그런 상태로 욕구불만인 채 욕구를 충족하던 나는 문득 떠올렸다.
왜 오즈군을 깨우면 안 되는걸까?
오즈군이 무서워서? 꿈에서 나온 오즈군이 난폭했기 때문에? 어젯밤에 신나게 쿵덕질할 때의 오즈군이 거칠었기 때문에?
사실 뭐든 상관없다. 일어나면 일어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은데?
난폭하면 난폭한대로 즐기면 된다. 무서우면 무서운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거칠면 거친대로 오즈군을 탓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손해볼 건 어디에도 없다.
손해볼 게 없으니까 이제 멋대로 해도 되겠지? 충분히 바보같은 고생은 다 채운거겠지?
그렇지만 가슴에 엎어지려던 난 왜인지 지금 이 상태로도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깨우면 깨우는대로 맛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조용히 즐기는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닐까?
오즈군따위는 내 자위기구로 충분하다.
서로에게 불평을 하며 생기는 문제들을 고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상처를 주거나 실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따위가 없는 지금같은 상황은 뭐든지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 오즈군의 크기와 사정 타이밍을 제외하고.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오즈군이 질질 싸지는 않을테고 적당히 즐기다가 빼 버리면 오즈군도 충분히 기분좋은 야한 꿈 속에서 헤맬 수 있을테고 나도 할만큼 한 뒤 쉴 수 있다. 그러니 이건 서로에게 좋은 것이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하아, 하아 하고 신음이 새어나오지만 그것도 즐길 거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따라 내 스스로가 내는 신음이 듣기 좋다. 오즈군이 들으면 듣는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좋은 것이다. 혹시 듣고 깨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또 묘미다. 거기다 잠든 오즈군을 강간하고 있다니, 이만한 배덕감을 느낄 수 있는 일도 드물지 않을까?
왠지 강간, 이라는 단어가 한 번 머리에 스쳐지나가고 나니 오즈군을 농락하고 싶어졌다. 아까는 혼자 즐기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오즈군따위는 잠에서 깨어서도 꼼짝없이 내게 당하는 루트가 오늘의 섹스다. 그러니까 얼굴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며, 그 입에 키스했다.
닫힌 이가 내 혀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그걸로 좋다. 입술을 빨고, 핥고, 입술로 부드럽게 문다.
입을 떼고 그대로 가슴으로 손을 옮겨 유두를 쓱쓱 문질러보고 가슴을 만지작댄다. 두근두근 뛰고 있는 심장이 날 위해 열심히 펌프질을 자행하고 있다. 종족번식에 힘쓰는 자위기구 오즈군이 맘에 든다. 그대로 갈비뼈를 쓸어내리고 허리를 붙잡아보고, 단단한 그 몸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곤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하며 쾌락을 머리에 쏟아붓는다.
신체접촉부위가 넓어진 탓인지 아까보다 몸이 좀 더 열심히 움직이려는 의욕을 보인다. 쾌락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흘러들어온다. 온 몸이 오즈군을 탐닉하고 옭아매고 감싸고 쓰다듬고 물고, 아무튼 오즈군을 있는대로 갈취한다. 오즈군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으로 보아 곧 깰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기상과 동시에 사정하겠지. 난 그러기 위해서라도 허리를 더욱 더 빨리, 더욱 더 열심히 움직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규칙적으로 터져나오는 한숨소리. 나도 모르게 몸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기분이 매우 좋지만, 무언가 아쉬운게, 자극을 좀 더 원하게 되고, 좀 더, 더, 빨리, 어서, 어서, 채워, 채워졌으면, 좋겠는데, 이대로, 안에, 빨리, 오즈군, 아, 그대로, 제발, 아니, 아, 아, 아, 대체 무슨 소리지 나는, 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어서 사정해주세요 오즈군. 저는 이미 충분히 준비가 되었습니다, 잠든 당신의 정액을, 그 백치미 가득한 욕정의 산물을, 자기도 모르게 빼앗길 순결을 어서, 내, 안에, 채워, 채워 주세요, 오즈군, 오즈군, 오즈, 군,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고, 양 손은 어쩌지도 못한 채 오즈군의 가슴팍을 휘젓고, 목덜미를 부여잡고, 어깨를 끌어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얼굴을 오즈군의 몸에 한숨을 끼얹고, 부비고, 뺨을 부벼보지만, 아무리 해도 부족해서, 오직, 오즈군의 정액만을 강렬히 원하며, 엉덩이를, 엉덩이가, 엉덩이에,
아, 아, 아아, 아, 앗, 앗, 나도 모르게, 입으로, 새어나오는, 신음, 아니, 교성, 성적인 호흡, 아하, 하하, 아핫, 핫, 하아, 기쁨의, 탄성이라고, 해야할지, 쾌락의, 비명이라고도, 할까, 아무튼, 머리속이, 엉망으로, 아, 아아, 모르겠어, 그냥, 참고싶지, 않아, 이제, 아, 아아, 아, 아, 아, 아, 하하, 아항, 항, 앙, 항, 앙인지, 하앙인지, 모르겠어, 아하읏, 흥, 하흥, 아흥, 앙, 아앙, 앙, 앙, 아, 앙, 아앙, 앙, 앙, 앙, 앙, 앙,
아, 아, 아. 채워진다. 오즈군의 하복부가, 성기가, 꿈틀댄다, 나온다, 아, 뜨거워, 채워진다, 채워진다, 오즈군이, 오즈군의 정액이, 오즈군 자체가, 뷰웃,뷰웃하고, 안에, 채워진다, 나오고, 나오고, 나오고, 끊긴다, 그렇지만, 아직도, 안에서, 껄떡껄떡, 한숨을 토하며, 그리고, 자기가 내뱉은, 정액들은, 마지막, 하나까지, 자궁 안으로, 밀어넣어져서, 아, 뱃속이, 정액이, 아니, 자궁이? 몰라, 모르겠어, 어떻게, 아니, 어디가, 아, 아하, 하하하, 기분 좋아.
"끄응..."
사정 탓일까, 오즈군이 눈을 뜬다. 뜨다 만 그 눈은 어쩐지 백치미가 가득해서 절정기인 내게 한결 더 좋은 먹잇감이 되어 나도 모르게 그 얼굴에 얼굴을 가져가 입을 맞춘다.
양 손에 잡힌 오즈군의 턱이 어쩌지 못하고 틈을 벌린다. 잠이 깬 것일까? 그렇지만 그의 질문을 들을 생각은 없다. 혀를 집어넣고 오즈군을 휘젓는다.
그리고 작아진 오즈군이 훌렁하고 아랫도리에서 빠져나가고, 두 사람의 하반신 사이엔 끈적끈적한 음향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난 오즈군의 골반에 내 엉덩이를 부볐다.
쓰윽, 하고.
오즈군은 당황한 것 같았다. 입 안도 뻣뻣하고 혀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맛볼만큼 맛본 난 얼굴을 떼고 그의 골반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즈군. 조금 이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오즈군의 반쯤 뜬 눈도, 멍한 얼굴 조형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당장에라도 그 입에 페니스를 쑤셔박아버릴 것 같은 매력이 있었다. 이래서 오즈군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은건가? 쓸 데 없는 상상이긴 했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꽤 강한 정복감을 느낄 것 같다.
그렇지만 당황한 게 아니었는지 오즈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쯤 뜬 눈과는 어울리지 않게 동공만이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다니며 상황을 판단하는 것 같았다. 왜인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사과의 말을 입에 담으려는데, 오즈군이 입을 열었다.
"...에코양, 그. 저어기."
"뭡니까?"
"좋은, 아침인... 건... 이해하겠는데..."
어쩐지 말투가 어눌하달까, 느리다. 어딘가 장애가 생긴 것 같다. 놀라서 넋이 나간건가? 아니,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여긴 현실입니다. 일어나세요 오즈군."
"그건, 알겠는데... 지금... 몸이... 굳어..."
몸이 굳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아아, 그건가. 가위에라도 눌린건가. 갑자기 잠에서 깨면 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가위에 눌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다. 깊게 잔 적이 없는 것 같아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괜찮습니다. 조금 지나면 움직일 수 있으실겁니다. 눈을 감겨 드릴까요?"
"그래주면... 고맙겠어, 에코양... 뭔가... 느낌이... 이상한, 걸..."
"아마도 가위에 눌린 것 같네요. 에코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딘지 어눌하고 어수룩한데다가 불안에 떠는 것 같은 그의 말투가 이상하게 이끌렸다.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뜰 것 같다기보다 뭔가 지켜주고 싶다고 할지, 평소에 좀 심하게 말해 싸가지없게 구는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슬그머니 오즈군에게서 내려와 옆에 눕는다. 이불에, 오즈군의 가슴팍에 파고들려는 그 순간 오즈군이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눕는다.
"어라, 오즈군? 이제 괜찮나요?"
들려오는 것은 대답 대신 새근새근 숨소리. 다시 잠이 든 모양이다. 어쩌면 지금 있었던 장면 역시 꿈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 같다. 그렇다면 난 사후처리를 한 후 증거를 인멸해 아무 일 없었던 걸로 넘어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몸을 돌려 스탠드에서 휴지를 몇 장 뽑았다.
...일단 내 몸부터 닦아야겠는걸. 줄줄 흘러내리는 오즈군의 정액이 느껴지니 오즈군이 문제가 아니었다. 적당히 허벅지를 닦아내곤 돌아누운 오즈군의 이불을 들추었다.
"에코양, 뭔가 했지?"
그런데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오즈군? 잠든게 아니었군요?"
"대답해봐. 뭔가 했지? 엄청난 짓을."
엄청난 짓 까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대답하며 오즈군의 하반신을 휴지로 문질러 닦는다.
"너무해."
의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오즈군의 얼굴이 있는대로 기분 나쁨을 표시하고 있었다.
대체 뭐지?
설마 정말로 정신적인 충격이 심해 트라우마가 되는건가, 그 루트입니까 선생님, 그런 곤란한거냐 노이즈, 도와줄 순 없나요 쟌타군, 시간을 되돌려줘요 의사양반!
"다음부터 에코양도 잘 때엔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거 참 무시무시한 경고군요.
"오히려 반쯤은 환영합니다. 뱃속에 오즈군을 잔뜩 머금는다면 기분좋은 꿈을 꿀 것 같으니까요. 그렇지만 어지간하면 깬 상태에서 상대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오즈군은 날 보곤 질렸다는 듯 몸을 반대로 돌렸다. 왜인지 오즈군주제에 귀여워서 그 등에 파고들어 뒤에서 오즈군을 안았다.
"기분 좋았나요, 오즈군?"
오즈군을 놀려먹는것도 꽤 재미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안 것 같기도 하고 이전부터 알았던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시도해봤지만 이 질문으로 오즈군은 단단히 삐진 것 같다. 꼼짝도 안 하고 몸을 둥글게 말아 자신의 페니스를 방어한 채 대답도 안 하고 꽁해져있다.
음, 어떻게 할까.
"삐지지 마세요 오즈군. 나이값을 해야지요."
반응이 없다.
"알았어요. 에코가 잘못했습니다."
반응이 없다.
"사랑한다고요 오즈군."
반응이 없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오늘은 말 하는 것 한 가지 정도는 들어줄수도 있는데요."
"정말?"
반응이 왔다. 오호라.
"그렇습니다. 나체로 광장에서 춤을 추라고 해도, 교복차림으로 물구나무서서 교문을 통과하는 것도, 교장 선생님 가발을 벗겨서 국기 계양대 꼭대기에 걸어놓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제 말을 믿으시겠지요?"
그랬더니 오즈군이 팩 돌아누워선,
"그럼 천만 엔 구해 올 수 있어? 코끼리 조련시켜서 타고 올 수 있어? 이 집을 23층 주상복합주택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 북아메리카 대륙을 침수시킬 수 있어? 달을 두 개로 만들면서 현대 지구의 물리법칙을 유지할 수 있어? 신을 죽이고 올 수 있어?"
아 이런. 진짜로 삐졌네.
그렇지만 오즈군이 그런 멍청한 소원을 빌지는 않겠지.
"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오즈군은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얼굴을 돌리곤 뭔가 궁시렁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나를 매도하거나 곤란하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원 속성을 한탄하고 있는거겠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본 오즈군은 이렇게 말했다.
"하아, 내가 졌어 에코양.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짓... 음, 나를 자위기구로 쓰는 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깨운 뒤에 둘이서 같이 하는 편이 에코양도 편할테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즈군따위는 굳혀놓고 자위기구로 쓰는 편이 훨씬 훌륭할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고려해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밥은 에코양이 만들도록 해. 기대하고 있겠어."
그렇게 말하더니 이불을 빼앗아 쏙 들어가선 몸을 둥글게 말아버린다. 넌 밥해라, 난 잘테다 이건가.
어딘지 어릴 적의 누구씨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 그렇게 착한 오즈군도 자다 깨면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아무튼 아침부터 여러가지로 기분이 좋다. 충실한 아침이 된 것 같다. 새로운 오즈군을 보기도 했고, 뱃속도 든든하고 오즈군의 소원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했다. 그대로 부엌으로 나와, 에이프런을 걸친다.
오즈군의 아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란을 세 개 정도 날려먹고 만든 에그토스트는 살짝 타기도 했고 뭔가 낭비가 심했던 것 같긴 하지만 오즈군은 맛있다고 열심히 칭찬하며 먹기도 했고, 먹는 와중에 흘끗흘끗 내 옷차림을 보길래 "뭡니까? 이런게 취향입니까?" 하며 에이프런 목덜미를 당겨 그 아래의 나체를 비추었다가 심한 꼴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건 또 나중 이야기.
아무튼 그렇게 아침을 맞은 에코는,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원인은 자기 옆에 누워 지금 유일하게 자신을 지탱해주는 사람. 그렇지만 이렇게 새벽에 눈을 뜨는 날이면 몰려드는 두려움을 지워주기 위해서라도 이 사람이 있는 편이 좋다.
의외로 내용은 언제나 있을법한, 그렇지만 거짓말로라도 바랐다고는 할 수 없을만큼 상대가 난폭하게 자신을 다루는 꿈. 중간과정을 거치면 어째서인지 자신은 납득하지만, 그 과정에 동조하지 않은 지금 느끼는 것은 강렬한 공복과 꿈에 대한 불쾌감 뿐이다.
그렇지만 창 밖의 그림자가 무섭기 때문에, 우선은 그의 품으로 파고든다.
따스한 가슴, 밋밋한 가슴, 그렇지만 없는 것 보단 수백배 든든한 가슴. 빈말로라도 든든한 타입의 남자는 아니지만 글쎄, 생각보다 이것저것 내 삶에 도움을 주고 있는 건 확실하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아니, 후자는 잘 모르겠다. 잘 생각해 보면 전자도 좀 불확실하다.
질척해져 기분나빠진 팬티를 바지와 함께 벗어버리고, 그에게 파고들며 데워지는 몸이 습해져 앞섬을 풀어버린다. 이걸로 어떻게 보면 꿈에서만큼 무방비한 상태이지만, 오즈군은 이 시간엔 깨지 않는다. 뭣보다 어젯밤에 가능한 한도 내에서 최대한 혹사시켰으니 깨어난다고 해도 얌전할 것이다.
언제나 내 예상을 벗어난다는 점이 곤혹스럽지만 이번엔 확실하다.
슬쩍 팔에 기대보았다가, 가슴을 안아보았다가, 몸을 덮듯 겹쳐보았지만 지금 몸이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닌 것 같다. 새근새근 그가 호흡하고 있는 걸 보면서 꿈의 내용을 생각하고, 복부에 꽂히는 강렬한 공복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고 나서 생각난 것은 꽤나 짓궂은 장난이었다.
그의 바지를 걷어내린다. 어차피 바보에 둔탱이니까 잠이 깨도 미안할 건 없지만 깨어나면 또 귀찮게 굴 것에 틀림없다. 그리고 파자마 바지를 벗기고 알았지만 이 인간은 귀찮았는지 노 팬티로 잠들었다.
지금의 나로선 고마울 따름이지만 이따 일어나면 지적해야겠다.
어떻게 하면 발기할까? 몸을 살짝 깨물어볼까? 더듬을까? 간지를까? 어느걸 해도 잠에서 깨어버릴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본다. 생각해봤지만 역시 행동이 우선이다. 손으로 뿌리 근처를 휘어감아 쓱쓱 문질러보면, 예상했던 대로 머리를 세우기 시작한다.
어차피 남자들에겐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겠지, 흥분이라고 할 수도 없이 그냥 생리적인 현상이다. 그나마 자극이 간다면 야한 꿈을 꾸려나? 흥분이라고 하니 누군가 애널섹스에 대한 평가를 '넌 똥눌 때 기분 좋냐?' 라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하지만 그건 조금 다르다. 애널섹스는 안을 쑤시는 그 느낌과 애널로 성행위를 한다는 일탈감이 주요 성분이지 물건을 빼는데에서 느끼는게 아니니까.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며 오즈군의 페니스를 만지고 있으려니 이내 오즈군이 완성되었다. 훌륭한 짐승같으니. 그러니 오늘은 잘 먹겠습니다.
하지만 막상 넣으려고 하니 조금 걱정이 되는것도 사실이었다. 쓱 하고 넣는 순간에 허리를 붙잡으며 "이 귀여운 암캐!"같이 뿜기고 낯부끄러운 대사를 뿌리곤 언제나처럼 쿵덕질을 당하면 지금은 정말로 당해낼 재간이 없다. 공복을 채우려면 오즈군이 필요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천천히 채우고 싶다. 과식은 오히려 다음 끼니에 더 격렬한 공복을 불러오기 때문에라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는데 오즈군은 그런 것에 대한 배려가 꽝이다.
하지만 어쩌랴, 허리가 치켜올라간것도, 배가 고픈것도, 오즈군을 충분히 세워둔것도 모두 사실이다. 지금 와서 무를수도 없는 일, 천천히 다리를 들어 오즈군의 그것 위에 허리를 세우고 한 손으로 오즈군의 뜨끈해진 물건을 쥐어 세운다.
이렇게 쥔 채로 허리를 내리면 오즈군의 물건이 삼켜지겠지.
삼키고 나면 뱃속이 따뜻해지겠지.
그렇게 된다면 이 공복감 비슷한 무언가가 채워지겠지.
하지만 뭐랄까, 오즈군의 동의 없이 이런 행동을 해도 되는가 하는 의문이 떠올랐다.
물론 상대는 오즈군이다. 말하면 언제든지 해 줄 것이고, 그렇지 않아도 남자이기 때문에 성행위를 거부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행위에 따르는 파급효과는 대체 뭘까? 오즈군이 날 정말로 암캐로 보는 건 아닐까? 이미지가 빗치에서 빗치 할머니로 전락한다거나? 추접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 아니, 그 이전에 오즈군이 혹여 이 일을 강간당했다고 생각해 트라우마가 되어버린다면 그거야말로 본말전도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사실 오즈군은 언제나 내 동의를 얻고 난 후에 행동했다. 그러니까 그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매우 짜증나고 답답하고 치사하고 야비한 무언가가 있다고 할지라도 어쨌든 내가 원할 때에만 행동을 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난 지금 오즈군의 기분따위는 무시한 채 그의 생리적 반응에 의존하여 유사성행위도 아닌 직접적인 성행위를 시도하고 있다.
이건 강간이 아닌가? 법률적인 의미의 부녀자를 성적으로 유린하고 강제로 삽입 및 사정하는 것이 아닌 정신적인 의미에서의 강간임이 아니라고 나 에코는 단정할 수 있는가?
내가 알 바 아니다. 지금까지 이 인간이 해 왔던 짓을 하면 당해도 싸다. 트라우마가 걸려 평생동안 다른 여자 못 안고 고자가 되어버리면 내가 가지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난 공복감이나 해결해야겠다.
쑤욱.
생각했던 대로 라고 할까, 오히려 애액이 차갑게 흘러나오던 뱃속에 따뜻한 오즈군의 페니스는 예상 이상으로 뜨끈해서 순간 호흡이 흐트러질 뻔 했다. 안 되지 안 되, 촉감 서비스 만으로도 오즈군에겐 충분하다. 몽정이나 할 오즈군에게 음향서비스는 과도하다. 아니 사실 깰까봐 좀 무섭다.
최대한 접촉을 줄이고, 그러니까 손도 발도 닿지 않게, 꽤 기묘하고 개방적인 자세로 허리를 뒤로 젖혀 오즈군을 받아들인다. 쑥쑥이 아니라 뭐랄까, 쏙쏙이라는 의태어가 맞을 것 같은 느낌으로, 오즈군의 골반에 닿지 않게 허리를 내렸다가 다시 최대한 끌어올렸다가, 그렇게 천천히 반복한다. 그것 만으로도 안 쪽에 문질러지는 감각은 괜찮은 편이다.
창밖에서 비치는 그림자는 이제 내 몸에 드리워 있다. 하지만 새근새근 오즈군의 호흡이 들리는 지금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설령 창문을 깨고 트럭이 들어온다고 해도 무섭다기보단 당황스러운 상황이 되었으니까.
천장에 눈이 간다. 허리를 뒤로 굽힌 탓에 시야가 위를 향해서 그렇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선 오즈군의 호흡이 털끝만큼도 흐트러지지 않은 채 들려온다. 스- 하- 스- 하-, 듣기 좋다. 그리고 뱃속의 감각도 기분 좋다.
격렬하게 움직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아직 공복감을 채우는 쪽이 좀 더 중요하다. 좀 더 몸을 움직이고, 속도를 유지하고, 다리가 조금 불편해서 뻣뻣하고 근육이 아프지만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는 기분으로 오즈군을 삼켰다 물었다 뱉었다 다시 삼켰다 물었다 뱉었다를 반복한다. 아아, 기분 좋다.
뱃속에서 느껴지는 오즈군은 질 안쪽에 부비는 감촉에 자극을 받은건지 조금씩 더 커져 충분한 크기가 되었다. 아마 잠에서 깨지 않는 이상 이 정도가 한계이겠지, 조금 대담해진 나는 허리를 살짝 움직여 긁히면 기분이 좋은 부위에 오즈군의 페니스 끝은 조준한다. 조준한다기보단 허리를 움직여 그곳을 긁는다. 쓱쓱, 쓱쓱, 쾌감이 허리를 저릿하게 조인다. 크흣.
나도 모르게 잇새로 신음이 흘러나오는 걸 막느라 왼손을 입가로 가져가 엄지 아래 살을 깨물었다. 손이 아프지만, 다행히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진 않는다. 목 안에서 울리는 감각이 유난히도 선명히 느껴진다. 평소에 느끼던 오즈군의 손놀림도 없고 오즈군의 말도 없어 조용한 방 안에서 나 혼자 아무도 모르게 이런 행위를 한다는 건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어린아이가 자기만의 비밀의 방을 가진 기분이었다.
저릿저릿하게 쾌감을 받아들이던 상체와 허리 근육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비명을 지른다. 하, 하고 물었던 손을 뱉으니 잇자국이 선명하다. 그대로 두 손으로 침대 시트를 짚고 허리를 앞으로 굽여 이번엔 조금 더 과감하게 나가보기로 했다.
체중을 팔과 무릎으로 지탱하는 형식으로 바뀌면서 오즈군의 골반에 허벅지 아래가 닿는다. 오즈군은 아는지 모르는지 아니 느끼는지도 불명확할정도로 호흡이 거의 흐트러지지 않았지만, 묘하게 상기된 뺨을 봐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 상태로 허리를 들었다 놨다 하고, 오즈군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면서 왜인지 안쪽의 감각이 좀 더 활발하게 뇌에 전달된다.
핫, 기분좋아, 하핫.
바보같은 오즈군, 꿈속에선 그렇게나 신나서 떠들어대더니 지금은 꼼짝도 못 하고 죽은듯이 제 자위기구가 되어선 발딱 선 채로 저한테 먹히니 어떻습니까? 코끝을 쿡 찔러주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깨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니 얌전히 오즈군을 가지고 자위를 하자. 만지고 싶은 가슴을 보며 손아귀는 엄한 시트를 움켜쥐고, 깨물고 싶은 목덜미를 보며 괜히 입맛을 다시고, 키스하고 싶은 입을 보며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문다.
뭐랄까 마치, 옛날에 느꼈던 것 같은 거리감.
손대선 안되는 대상에 대한 경외감, 그리고 그런 대상에 대한 욕구.
그런 기묘한 감정이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이미 충분히 나를 데워주고 있는 오즈군의 얼굴은 평온했다. 좋은 꿈이라도 꾸는건지 아니면 꿈도 안 꾸고 곯아떨어진건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그런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불끈불끈 좋아라고 자기 주장을 하는 하반신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물건인지 궁금하다. 혹시 이 위와 아래는 다른 사람입니까? 허리 어딘가에 두 사람의 경계선이 그어져있는 건 아닙니까?
뭐 불끈불끈해서 기분이 좋긴 하다. 핫, 흣, 하앙...
계속해서 상하운동하는 허리와 손댈 수 없는 상체, 그리고 그런 상태로 욕구불만인 채 욕구를 충족하던 나는 문득 떠올렸다.
왜 오즈군을 깨우면 안 되는걸까?
오즈군이 무서워서? 꿈에서 나온 오즈군이 난폭했기 때문에? 어젯밤에 신나게 쿵덕질할 때의 오즈군이 거칠었기 때문에?
사실 뭐든 상관없다. 일어나면 일어난대로 즐길 수 있는 것 같은데?
난폭하면 난폭한대로 즐기면 된다. 무서우면 무서운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거칠면 거친대로 오즈군을 탓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손해볼 건 어디에도 없다.
손해볼 게 없으니까 이제 멋대로 해도 되겠지? 충분히 바보같은 고생은 다 채운거겠지?
그렇지만 가슴에 엎어지려던 난 왜인지 지금 이 상태로도 좋다고 생각해버렸다.
깨우면 깨우는대로 맛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조용히 즐기는것도 나쁘지 않은 것 아닐까?
오즈군따위는 내 자위기구로 충분하다.
서로에게 불평을 하며 생기는 문제들을 고치는 과정에서 혹시라도 상처를 주거나 실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따위가 없는 지금같은 상황은 뭐든지 내 맘대로 조절할 수 있다. 오즈군의 크기와 사정 타이밍을 제외하고. 하지만 이 정도 속도라면 오즈군이 질질 싸지는 않을테고 적당히 즐기다가 빼 버리면 오즈군도 충분히 기분좋은 야한 꿈 속에서 헤맬 수 있을테고 나도 할만큼 한 뒤 쉴 수 있다. 그러니 이건 서로에게 좋은 것이다. 아마도.
나도 모르게 입에서 하아, 하아 하고 신음이 새어나오지만 그것도 즐길 거리가 될 수 있는 것 같다. 오늘따라 내 스스로가 내는 신음이 듣기 좋다. 오즈군이 들으면 듣는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좋은 것이다. 혹시 듣고 깨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또 묘미다. 거기다 잠든 오즈군을 강간하고 있다니, 이만한 배덕감을 느낄 수 있는 일도 드물지 않을까?
왠지 강간, 이라는 단어가 한 번 머리에 스쳐지나가고 나니 오즈군을 농락하고 싶어졌다. 아까는 혼자 즐기면 그것대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건 거짓말이다. 오즈군따위는 잠에서 깨어서도 꼼짝없이 내게 당하는 루트가 오늘의 섹스다. 그러니까 얼굴을 붙잡고, 허리를 흔들며, 그 입에 키스했다.
닫힌 이가 내 혀를 받아들이지 않지만 그걸로 좋다. 입술을 빨고, 핥고, 입술로 부드럽게 문다.
입을 떼고 그대로 가슴으로 손을 옮겨 유두를 쓱쓱 문질러보고 가슴을 만지작댄다. 두근두근 뛰고 있는 심장이 날 위해 열심히 펌프질을 자행하고 있다. 종족번식에 힘쓰는 자위기구 오즈군이 맘에 든다. 그대로 갈비뼈를 쓸어내리고 허리를 붙잡아보고, 단단한 그 몸에 쓰러지듯 몸을 기대곤 엉덩이만 들었다 놨다 하며 쾌락을 머리에 쏟아붓는다.
신체접촉부위가 넓어진 탓인지 아까보다 몸이 좀 더 열심히 움직이려는 의욕을 보인다. 쾌락도 마찬가지로 빠르게 흘러들어온다. 온 몸이 오즈군을 탐닉하고 옭아매고 감싸고 쓰다듬고 물고, 아무튼 오즈군을 있는대로 갈취한다. 오즈군의 숨소리가 조금씩 거칠어지는 것으로 보아 곧 깰 것 같다.
그리고 아마 기상과 동시에 사정하겠지. 난 그러기 위해서라도 허리를 더욱 더 빨리, 더욱 더 열심히 움직였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규칙적으로 터져나오는 한숨소리. 나도 모르게 몸 전체의 긴장이 고조되고, 기분이 매우 좋지만, 무언가 아쉬운게, 자극을 좀 더 원하게 되고, 좀 더, 더, 빨리, 어서, 어서, 채워, 채워졌으면, 좋겠는데, 이대로, 안에, 빨리, 오즈군, 아, 그대로, 제발, 아니, 아, 아, 아, 대체 무슨 소리지 나는, 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좋아.
어서 사정해주세요 오즈군. 저는 이미 충분히 준비가 되었습니다, 잠든 당신의 정액을, 그 백치미 가득한 욕정의 산물을, 자기도 모르게 빼앗길 순결을 어서, 내, 안에, 채워, 채워 주세요, 오즈군, 오즈군, 오즈, 군,
빠르게 허리를 움직이고, 양 손은 어쩌지도 못한 채 오즈군의 가슴팍을 휘젓고, 목덜미를 부여잡고, 어깨를 끌어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얼굴을 오즈군의 몸에 한숨을 끼얹고, 부비고, 뺨을 부벼보지만, 아무리 해도 부족해서, 오직, 오즈군의 정액만을 강렬히 원하며, 엉덩이를, 엉덩이가, 엉덩이에,
아, 아, 아아, 아, 앗, 앗, 나도 모르게, 입으로, 새어나오는, 신음, 아니, 교성, 성적인 호흡, 아하, 하하, 아핫, 핫, 하아, 기쁨의, 탄성이라고, 해야할지, 쾌락의, 비명이라고도, 할까, 아무튼, 머리속이, 엉망으로, 아, 아아, 모르겠어, 그냥, 참고싶지, 않아, 이제, 아, 아아, 아, 아, 아, 아, 하하, 아항, 항, 앙, 항, 앙인지, 하앙인지, 모르겠어, 아하읏, 흥, 하흥, 아흥, 앙, 아앙, 앙, 앙, 아, 앙, 아앙, 앙, 앙, 앙, 앙, 앙,
아, 아, 아. 채워진다. 오즈군의 하복부가, 성기가, 꿈틀댄다, 나온다, 아, 뜨거워, 채워진다, 채워진다, 오즈군이, 오즈군의 정액이, 오즈군 자체가, 뷰웃,뷰웃하고, 안에, 채워진다, 나오고, 나오고, 나오고, 끊긴다, 그렇지만, 아직도, 안에서, 껄떡껄떡, 한숨을 토하며, 그리고, 자기가 내뱉은, 정액들은, 마지막, 하나까지, 자궁 안으로, 밀어넣어져서, 아, 뱃속이, 정액이, 아니, 자궁이? 몰라, 모르겠어, 어떻게, 아니, 어디가, 아, 아하, 하하하, 기분 좋아.
"끄응..."
사정 탓일까, 오즈군이 눈을 뜬다. 뜨다 만 그 눈은 어쩐지 백치미가 가득해서 절정기인 내게 한결 더 좋은 먹잇감이 되어 나도 모르게 그 얼굴에 얼굴을 가져가 입을 맞춘다.
양 손에 잡힌 오즈군의 턱이 어쩌지 못하고 틈을 벌린다. 잠이 깬 것일까? 그렇지만 그의 질문을 들을 생각은 없다. 혀를 집어넣고 오즈군을 휘젓는다.
그리고 작아진 오즈군이 훌렁하고 아랫도리에서 빠져나가고, 두 사람의 하반신 사이엔 끈적끈적한 음향효과가 생겼다.
그리고 난 오즈군의 골반에 내 엉덩이를 부볐다.
쓰윽, 하고.
오즈군은 당황한 것 같았다. 입 안도 뻣뻣하고 혀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맛볼만큼 맛본 난 얼굴을 떼고 그의 골반에 올라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즈군. 조금 이르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오즈군의 반쯤 뜬 눈도, 멍한 얼굴 조형도 꽤나 매력적이었다. 내가 남자였다면 당장에라도 그 입에 페니스를 쑤셔박아버릴 것 같은 매력이 있었다. 이래서 오즈군이 다른 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은건가? 쓸 데 없는 상상이긴 했지만 만약 할 수 있다면 꽤 강한 정복감을 느낄 것 같다.
그렇지만 당황한 게 아니었는지 오즈군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반쯤 뜬 눈과는 어울리지 않게 동공만이 이리저리 바쁘게 굴러다니며 상황을 판단하는 것 같았다. 왜인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 사과의 말을 입에 담으려는데, 오즈군이 입을 열었다.
"...에코양, 그. 저어기."
"뭡니까?"
"좋은, 아침인... 건... 이해하겠는데..."
어쩐지 말투가 어눌하달까, 느리다. 어딘가 장애가 생긴 것 같다. 놀라서 넋이 나간건가? 아니,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걸지도 모른다.
"여긴 현실입니다. 일어나세요 오즈군."
"그건, 알겠는데... 지금... 몸이... 굳어..."
몸이 굳다니 이게 무슨 소리지? 아아, 그건가. 가위에라도 눌린건가. 갑자기 잠에서 깨면 몸이 미처 따라가지 못해 가위에 눌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있다. 깊게 잔 적이 없는 것 같아 나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괜찮습니다. 조금 지나면 움직일 수 있으실겁니다. 눈을 감겨 드릴까요?"
"그래주면... 고맙겠어, 에코양... 뭔가... 느낌이... 이상한, 걸..."
"아마도 가위에 눌린 것 같네요. 에코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어딘지 어눌하고 어수룩한데다가 불안에 떠는 것 같은 그의 말투가 이상하게 이끌렸다.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뜰 것 같다기보다 뭔가 지켜주고 싶다고 할지, 평소에 좀 심하게 말해 싸가지없게 구는것과는 다른 매력이 있었다.
슬그머니 오즈군에게서 내려와 옆에 눕는다. 이불에, 오즈군의 가슴팍에 파고들려는 그 순간 오즈군이 슬그머니 옆으로 돌아눕는다.
"어라, 오즈군? 이제 괜찮나요?"
들려오는 것은 대답 대신 새근새근 숨소리. 다시 잠이 든 모양이다. 어쩌면 지금 있었던 장면 역시 꿈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것 같다. 그렇다면 난 사후처리를 한 후 증거를 인멸해 아무 일 없었던 걸로 넘어가면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몸을 돌려 스탠드에서 휴지를 몇 장 뽑았다.
...일단 내 몸부터 닦아야겠는걸. 줄줄 흘러내리는 오즈군의 정액이 느껴지니 오즈군이 문제가 아니었다. 적당히 허벅지를 닦아내곤 돌아누운 오즈군의 이불을 들추었다.
"에코양, 뭔가 했지?"
그런데 의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오즈군? 잠든게 아니었군요?"
"대답해봐. 뭔가 했지? 엄청난 짓을."
엄청난 짓 까진 아닌 것 같은데요, 그렇게 대답하며 오즈군의 하반신을 휴지로 문질러 닦는다.
"너무해."
의외의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들었다. 오즈군의 얼굴이 있는대로 기분 나쁨을 표시하고 있었다.
대체 뭐지?
설마 정말로 정신적인 충격이 심해 트라우마가 되는건가, 그 루트입니까 선생님, 그런 곤란한거냐 노이즈, 도와줄 순 없나요 쟌타군, 시간을 되돌려줘요 의사양반!
"다음부터 에코양도 잘 때엔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그거 참 무시무시한 경고군요.
"오히려 반쯤은 환영합니다. 뱃속에 오즈군을 잔뜩 머금는다면 기분좋은 꿈을 꿀 것 같으니까요. 그렇지만 어지간하면 깬 상태에서 상대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오즈군은 날 보곤 질렸다는 듯 몸을 반대로 돌렸다. 왜인지 오즈군주제에 귀여워서 그 등에 파고들어 뒤에서 오즈군을 안았다.
"기분 좋았나요, 오즈군?"
오즈군을 놀려먹는것도 꽤 재미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안 것 같기도 하고 이전부터 알았던 것 같기도 하기 때문에 시도해봤지만 이 질문으로 오즈군은 단단히 삐진 것 같다. 꼼짝도 안 하고 몸을 둥글게 말아 자신의 페니스를 방어한 채 대답도 안 하고 꽁해져있다.
음, 어떻게 할까.
"삐지지 마세요 오즈군. 나이값을 해야지요."
반응이 없다.
"알았어요. 에코가 잘못했습니다."
반응이 없다.
"사랑한다고요 오즈군."
반응이 없다.
"하아... 어쩔 수 없네요. 오늘은 말 하는 것 한 가지 정도는 들어줄수도 있는데요."
"정말?"
반응이 왔다. 오호라.
"그렇습니다. 나체로 광장에서 춤을 추라고 해도, 교복차림으로 물구나무서서 교문을 통과하는 것도, 교장 선생님 가발을 벗겨서 국기 계양대 꼭대기에 걸어놓는 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라면 제 말을 믿으시겠지요?"
그랬더니 오즈군이 팩 돌아누워선,
"그럼 천만 엔 구해 올 수 있어? 코끼리 조련시켜서 타고 올 수 있어? 이 집을 23층 주상복합주택으로 만들어 낼 수 있어? 북아메리카 대륙을 침수시킬 수 있어? 달을 두 개로 만들면서 현대 지구의 물리법칙을 유지할 수 있어? 신을 죽이고 올 수 있어?"
아 이런. 진짜로 삐졌네.
그렇지만 오즈군이 그런 멍청한 소원을 빌지는 않겠지.
"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오즈군은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얼굴을 돌리곤 뭔가 궁시렁대는 것 같았다. 아마도 나를 매도하거나 곤란하게 할 수 없는 자신의 원 속성을 한탄하고 있는거겠지. 다시 고개를 돌려 나를 본 오즈군은 이렇게 말했다.
"하아, 내가 졌어 에코양.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다음부터는 이런 짓... 음, 나를 자위기구로 쓰는 일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깨운 뒤에 둘이서 같이 하는 편이 에코양도 편할테니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오즈군따위는 굳혀놓고 자위기구로 쓰는 편이 훨씬 훌륭할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고려해보도록 하지요."
"그리고 오늘 아침밥은 에코양이 만들도록 해. 기대하고 있겠어."
그렇게 말하더니 이불을 빼앗아 쏙 들어가선 몸을 둥글게 말아버린다. 넌 밥해라, 난 잘테다 이건가.
어딘지 어릴 적의 누구씨를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평소에 그렇게 착한 오즈군도 자다 깨면 제정신이 아닌 건 확실한 것 같다.
아무튼 아침부터 여러가지로 기분이 좋다. 충실한 아침이 된 것 같다. 새로운 오즈군을 보기도 했고, 뱃속도 든든하고 오즈군의 소원정도는 들어줄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조금은 관대해지기로 했다. 그대로 부엌으로 나와, 에이프런을 걸친다.
오즈군의 아침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란을 세 개 정도 날려먹고 만든 에그토스트는 살짝 타기도 했고 뭔가 낭비가 심했던 것 같긴 하지만 오즈군은 맛있다고 열심히 칭찬하며 먹기도 했고, 먹는 와중에 흘끗흘끗 내 옷차림을 보길래 "뭡니까? 이런게 취향입니까?" 하며 에이프런 목덜미를 당겨 그 아래의 나체를 비추었다가 심한 꼴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건 또 나중 이야기.
아무튼 그렇게 아침을 맞은 에코는, 기분좋은 하루를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