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정월 초하루...
무녀에게 있어서 난생 처음으로 신과의 연결이 가장 강해지는 날이다.
나, 사나에 자신이 처음으로 무녀가 되는 날이기도 하다.
비록 무녀라고는 해도, 이 첫 날의 교류에 실패하면 신앙에 타격이 생긴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날.
선대 무녀들의 말대로 몸은 깨끗이 씻었고, 신사 내부에 앉았다.
여기의 신님은 어떤 느낌일까...
처음인데, 잘 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나에의 근처에, 한 줄기 바람이 분다.
묘한 추위가 신사를 파고들어 무녀복을 감싼다.
정좌해 명상하던 사나에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덜 말라 얼어붙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목덜미에 들러붙었다.
"어라. 안녕. 네가 이번 무녀?"
목소리가 경내에 울려퍼진다.
이건... 신님?
맙소가 실체화됐다고?! 정말?!!
아니. 아니지. 진정하자. 진정하자.
그렇게 생각한 사나에는, 자세를 바로 고쳐 인사했다.
"안녕하신지요, 처음뵙겠습니다. 코치야 사나에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흐응... 코치야 사나에...
삼백년만에 나왔더니... 끌끌."
신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기소개를 했다.
"난 카나코. 야사카 카나코라고 한다만... 뭐 부르고 싶은대로 불러도 좋아.
으음... 그런데 말이다."
"네?"
"처음 보는데 잠깐 실례좀 해도 될까?"
뭘까? 신님이시니까 별로 나쁜 짓 하시진 않으시겠지.
그렇게 생각한 사나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도 모른 채 순순히 응했다.
"네, 괜찮습니다."
"그럼, 사양않고..."
순간, 카나코의 양 손이 사나에의 어깨를 붙잡아 넘어뜨렸다.
사나에는 꺄악,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았고 눈을 떴을땐 이미 카나코에게 덮쳐지듯 넘어져있었다.
"정말이지, 머리카락은 젖어있고 옷은 비치고... 힘도 없어...
이 무슨 무방비한 무녀란말인가..."
"아... 으... 저기...신님... 무서워요... 이러시면..."
따닥따닥 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날 정도로, 사나에의 턱은 공포를 표하고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본능적인 공포와, 눈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카나코의 얼굴.
거부해선 안된다는걸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몸은 정신없이 뒤틀며 빠져나오려 안간힘을 썼다.
"잠깐만요... 야사카님... 이러지 마세요..."
그 와중에 자신이 후들거리며 떨리는 두 다리를 주체할 수 없다는걸 인식한 순간, 공포는 배가 되었다.
"무녀는 어차피 신의 것. 반항하지 않는 쪽이 좋을걸."
그렇게 말한 카나코는 얼굴을 가까이했다.
"우... 으..."
또옥.
두려움에 눈을 질끈 감은 사나에의 눈가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렸다.
스륵, 카나코의 손이 내려왔다.
어깨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사라지고, 카나코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쳇. 그렇게까지 싫어하면 내가 어떻게 할 순 없지.
대신 앞으로 나한테 좋은 소린 못 들을거야.
그리고, 그런 모습 한 번만 더 보였다간 책임 안 져."
"아... 야사카님..."
당황해 일어나는 사나에의 얼굴을 본체만체하며 카나코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일어나던 자세 그대로 무너지듯 주저앉은 사나에의 훌쩍임이 경내에 퍼졌다.
"흑... 전... 으흐윽... 어찌해야... 으흑... 어머니..."
정월 보름날 밤.
그간 유난히 수선을 떠는 사람들을 물린 사나에는 다시 한 번 목욕재계를 재개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경내에 홀로 앉은 사나에가 입속으로 되뇌었다.
"카나코님... 이번엔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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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리리릭 써버리긴 했는데 이거 길이가 너무 짧아서 좀...
차라리 떡밥게시판에 올릴까 싶기도 하네요. 음.
그런고로 이건 누가 물어가셔서 어떻게 이어쓰셔도 아무 제재 안 하겠습니다. 끄덕끄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