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룩,
후룩.
신사 안엔 정적만이 감돌았고, 레이무는 차를 홀짝일 따름이었다.
"아, 저기- 레이무씨 그게 말이죠,"
정신을 차린 아야가 사태를 수습하려 일어나며 말했다.
정말이지 어쩌자고 그런 대책없는 소릴 하는거야, 속으로 투덜대며.
"아- 알았어. 응, 그래. 와서 살아."
아야는 일어나던 자세 그대로 굳어버리고, 사나에는 얼굴이 환해지며 손뼉을 쳤다.
"어머 정말요? 감사합니다!"
"자, 잠깐만요 레이무씨. 그렇게 간단히 받아들여도 괜찮은겁니까?"
"너랑 상관 없다며?"
무덤덤하게 한마디 슥 그어주는 레이무에 아야는 멍하니 애매한 자세로 서 있을 뿐이었다.
한편 사나에는 벌떡 일어서선 방을 나서며 말했다.
"낙엽 치워둘게요! 차 마시고 계세요!"
"부탁해, 사나에~"
웃으며 손까지 흔들어주는 레이무를 보며, 아야는 한숨을 내쉬었다.
졌다. 이 사람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야 흔들릴까.
돌아오는 길
바람을 가르기보단 그 바람을 타며 모미지와 아야는 돌아오고 있었다.
오른편의 아야에게 모미지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요, 저 둘?"
슥, 고개를 돌리는 아야의 맑은 눈엔 모미지 뒷편에 뜬 달이 비쳤다.
"글쎄..."
그 광경을, 모미지는 질문도 잊은 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두고 봐야 알겠지. 그치만 그 레이무씨인데 별 일 있겠어? 뭐, 별 일 있으면 좋겠지만..."
시선을 앞으로 향한 아야는 그렇게 대답했고, 모미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사실 그런 대답, 전 어떻게 되든 상관 없어요 아야님.
전 그저 당신의 그 시선이 제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닿았으면 좋겠어요.
연정, 프롤로그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