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8. 23:37 번역/소설
니세모노이야기 -1-
이 이야기는 총 31개로 나뉘어있습니다.
한 달 안에 번역해내면.........되나?
번역체이고, 단지 속도에 집중해서 한.......게 번역인가? 번역 아닙니다?
보고싶으면 보고 맘대로 하세요.
제 6화 카렌비-
001
아라라기 카렌과 아라라기 츠키히, 즉 내 여동생들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싶다고 생각하는 층은 애시당초 이 세상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혹시나 설마 그런 특수한 수요가 있다고 해도, 나에겐 그 두사람을 절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싶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 이유를 이야기해보면 누구라도 납득하겠지만, 애시당초 인간은 자신의 이런저런 가족사를 널찍하게 게시하고 싶어하지 않는 경향이 있고, 나도 결코 그 예에서 떨어져나올 생각은 없다. 그치만 그러한 일반성을 뺀다고 해도 그 두사람 -- 카렌과 츠키히는 특별하다. 만일 그녀들이 내 여동생이 아니라면 분명 일생 연관될 일은 없겠지, 만에 하나 연관된다고 해도 백퍼센트 무시했을 인종이다. 근 몇 개월 동안 특수하고 특이한 경험으로, 난 조금 이상한 인맥을 조금이지만 얻게 되었지만 -- 예를 들면 센죠가하라 히타기, 또 하치구지 마요이, 또 칸바루 스루가, 또 센고쿠 나데코 -- 굽어있긴 해도 그런 얼굴들과 5분이라도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소질이 나에게 있다면, 그 소질의 유래는 여동생들과 같은 방식으로 자란 것 이외엔 있을 수 없다.
뭐, 그렇다곤 해도,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는건 나의 열등감, 부러움, 비뚠 성격이 크게 관여하고 있다는건 확실히 말해두지 않으면 페어플레이가 아니겠지. 지겨운 고교생활의 결과 덜떨어진 나 같은 것과는 다르게, 카렌과 츠키히는 제대로 된 -- 아니, 나도 중학생 무렵엔 올바른 녀석이라고 통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중학생인 여동생들에 대해 거기까지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곤 해도 그녀들의 됨됨이는, 지금 현재의 나로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겠지. 친척들이 모이기라도 하면 반드시 그게 정해진 대사인 것 마냥
“코토미군 치고는 자랑스러운 동생들이네” 라고 말을 꺼내게 되는, 그런 여동생들이다. 덧붙여 여동생들이
“자랑스러운 오빠지요”라고 말하는건 본 적이 없다 -- 아니 뭐,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불초의 오래비인 탓에, 그건 그것대로 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치만 난 큰 목소리로 말하고싶다.
여동생들은 덜떨어진 건 아니지만, 문제아이고, 여동생들은 인격자이면서 동시에 인격 파탄자라고.
오빠로썬 언제나의 버릇으로, 어느샌가 원셋으로 말하게 되지만, 당연히 걔들에게도 각각 개성이라는게 있는 탓에, 여기에선 일단, 한 명씩 짚어서, 순서대로 설명하도록 하자.
큰 여동생.
이라라기 카렌.
중학교 3학년생, 6월 말에 태어나 15세 -- 나보다 3년 늦게 태어났다. 초등학생 무렵부터, 헤어스타일은 보통 포니테일로 하고 다닌다. 사실을 말하면 딱 한 번, 분명 중학교에 막 입학했을 무렵에 그녀는 머리를 염색한 적이 있는 것 같다 -- 뭔가 그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은, 이라고라도 표현하고싶지만, 어쨌든 눈도 멀게 할 쇼킹한 핑크색으로 물들였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지금까지도 불명이지만, 뭐 당연한 귀결로 볼 때, 어머니에게 얼굴을 두드려맞고(어머니의 명예를 위해 말해두지만, 온화한 어머니가 여동생에게 손을 댄 것은, 그 때까지 지금까지 최초이자 최후였다), 그 날 저녁엔 까만색으로 돌아와있었다(그것도 먹물로). 실질적으로 카렌의 머리가 쇼킹한 핑크색이었던 시간은, 그녀가 집에서 머리를 물들인 후 어머니가 돌아올때까지의 몇시간이었기 때문에, 유감이지만 학교에 남아있던 난(당시의 난 교등학교 1학년. 덜떨어질지 아닐지 운명의 갈림길에 선 상태여서, 그래도 한 방 먹여주자며 힘내고 있던 때였다), 그녀의 그 헤어스타일은 보지 못하게 되었다. 아깝게 됐다고 생각하는 반면, 어머니보다 먼저 목격했다면 카렌의 얼굴을 두드려 팬 것은 아마 내가 될 테니까, 아깝다고 하기도 뭐하다. 그렇지만, 갈색 머리칼을 한 사람도 드문, 교복 단추를 풀고 다니는것만으로도 불량아 취급을 당하는 교외의 시골마을에서, 그런 도를 지나친 중학교 데뷔를 마친 카렌이, 결과적으로 어떤 성격을 지녔는지는 이 이상 말할것도 없겠지.
생김새는, 사실대로 말하면 귀엽지 않다.
오히려 멋있다.
좀 자세히 말해보면, 애초 기준이 되는 내 키가 들통나기 때문에 어떻게 말해도 애매하지만 카렌은 나보다 미묘하게 키가 크다. 미묘하게의 정도는 상상에 맡겨두고, 중학교 2학년에 성장이 멈춰버린 나에 비해, 카렌은 중학교 2학년부터 쑥쑥 키가 크기 시작했다. 이건 서로에게,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콤플렉스가 되어버렸다. 정직하게 말하면 기분 나쁠 수 밖에 없다. 여동생을 올라다본다. 이 이상의 굴욕이 세상 어디에 있다는건가? jrl다 카렌은 격투기에 손을 댄 탓에, 엄청나게 자세가 좋다. 그러니까 평범한 애들보다 체감적으로 5센티는 높아보인다. 그런 이유도 있고 해서 그녀는 절대로 스커트를 입지 않는다. ‘다리가 길어서 보여버리니까’ 라며, 언제나 축축 처지는 바지를 입고 학교에 간다. 근데 그 바지를 입은 옷매무새가 또 쓸데없이 멋지다.
계속해서 작은동생.
이라라기 츠키히.
중학교 2학년, 생일은 4월 초순, 즉 현재 14세 -- 언니인 카렌과는 다르게, 머리형은 기분과 시기에 따라 이리저리 바뀐다. 3개월을 같은 헤어스타일을 유지하지 않는 습성이 있는건지 없는건지 오히려 불명이다. 요 최근까진 긴 생머리였는데, 지금은 샤기를 조금 넣은 더치 보브컷이다. 흥미가 없어 자세히 들어본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단골인 미용실이 있는 모양이다. 중학생인 주제에 건방지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게 지금 시대, 의외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츠키히의 경우, 문제는 그런 외적인 부분보다는 오히려 내적인 곳에 있다. 카렌은 뭐라고할까 생긴대로 놀지만, 츠키히는 생긴게 내면을 배신하고 있다 -- 내면이 외형을 배신하고 있을 리 없는게 묘하다. 언니와는 대조적으로 어른스럽게 생긴 눈, 역시 언니와는 대조적인 조그만 몹집, 거기다 느긋한 말투는 정말로 여자아이같지만, 그 내면은 카렌 이상으로 공격적이고 거기다 성격이 불같다. 화련이 폭력적인 일을 일으킨 후, 제대로 사정을 들어보면 애시당초 사건의 발단은 츠키히였다는 케이스는 하루이틀일이 아니다. 그 불같은 성격은 이미 히스테리라고 불러도 좋을 레벨이니까. 얌전한 외형과 그 성격의 차이에, 주위사람들은 반드시 곤란해진다 -- 뭐, 그나마 구원받을 점이 있다면 그녀는 언제나 다른 사람을 위해서만 화를 낸다는 점일까.
하나 에피소드를 소개하면, 그건 츠키히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시절에 있던 일이다. 그녀가 소속된 반이 기르고 있던 해바라기 밭에,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있던 상급생이 찬 공이 날아왔다. 공을 주우러 간 상급생을 힐문하러 간 물주기 담당 학생이, 횡포에 가까운 말투로 대답을 듣고나선 울어버렸다 -- 뭐 초등학교라면 가끔 있는 일이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츠키히의 행동은 가히 신속이어서, 앗 하는 순간에 그 상급생의 반을 찾아내서 그 교실로 돌격했다(덧붙여 카렌도 함께였다). 후에 이케다야사건이라고 칭해진 그 소동은(당시 세간에선 신선조가 유행이었을 뿐이고, 그 네이밍엔 그다지 의미가 없다), 상급생 한 명을 입원시키고 그 교실의 비품을 어지간히도 박살낼 때 까지 멈추지 않았다. 입원한 곳에 병문안 대신에 해바라기를 보냈다고 하니 어지간히도 손을 써 둔 모양이다.
그렇다기보다 너무 심했다.
울고 있던 반 친구가 무서워서 울음을 그쳤다고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에피소드이다.
잠옷으로 유카타를 입을정도로 전통옷을 좋아하는 그녀는
‘기모노가 입고싶다’ 는 이유 하나 때문에 중학교에선 다도부에 들어가서, 거기서 차의 정신을 배우고 있을 터인데 여하 천조의 성격은 수정할 방향이 보이질 않는다. 뭐, 수박에 설탕을 뿌린 것 가지고 상을 엎을만큼 밴댕이 소갈딱지에 치우치고 비뚤어진 어린애한테 복음을 들려주는 것 같은 행위는, 오히려 그녀의 히스테리만 강화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식으로 하나 있는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당이 안 될 여동생이 오히려 더해서 둘이나 있는거다. 이건 이미 손은 커녕 다리로도 몸으로도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다. 성격적으로는 지극히 평범한 오빠로선, 그녀들이 사회적으로 위험한 문제를 일으킬 때 마다, 어째서 어떻게 날뛸지를 혼자서 묻고 답할 뿐이다. 귀찮은 건, 이 두 여동생은 끼리끼리가 끼리끼리 상성이 맞는다고나 할까.
날뛰기 좋아하는 언니에, 무엇에서라도 날뛸 이유를 찾아내고야 마는 여동생 -- 이것이, 그녀들이 이 ‘츠가노키니쥬’ 파이어 시스터즈라고 불리우는 이유이다.
센고쿠에게서 들은 이야기인데, 중학교 여자아이들 사이에선 내 여동생들은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 츠가노키니쥬, 즉 츠가노키 제2중학교는 사립학교인데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야 나올터인데, 근처의 공립(나의 모교)에 다니고 있는 센고쿠한테까지 소문이 퍼져 있다는건 보통 일이 아니다.
본인에게 확인 해 본 적은 없어서 신빙성은 의심되지만, 뭐라고 해도 카렌은, 입학 첫 날에 이 마을 전체의 중학교를 지배하는 짱과 일대일로 싸워서 승리를 쟁취해, 이후 중학교 사이에선 좀 알려진 얼굴인 모양이다 -- 아니, 반드시 거짓말이다. 겨우 네 줄이 될까말까한 문장에 21세기엔 있을 리 없는 단어가 속출하고 있지 않은가. 절대 거짓말이다, 절대로 거짓말이지만, 그치만 그런 거짓말조차도 통해버릴 정도로, 카렌과 츠키히는 유명한 사람이라는거다.
츠가노키니쥬의 파이어 시스터즈.
아라라기 카렌이 파이어 시스터즈의 실전담당이고, 아라라기 츠키히가 파이어 시스터즈의 참모담당. 그런 느낌으로, 둘은 구원대라고 할까 세계를 고치는 팀이라고 할까, 뭔가 그런 정의의 사자 놀이를 일상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그런 일을 그녀들에게 말해봐야 우선 카렌이,
‘놀이가 아냐, 오빠’
라고 하겠지.
그리고 이어서 츠키히가,
‘정의의 사자가 아니라 정의 그 자체야, 오빠’
라고 이어붙일게 뻔하다.
그녀석들의 주장은 대충 짐작이 가는거다.
그치만 난 내심 단언하고 있다, 그녀석들이 하고 있는 일은 그렇게 좋은 일이 아니고, 그저 차올라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할 필요가 있는 것 뿐이라고. 그런 일만 하고 돌아다니다간 언젠가 아픈 꼴을 당하게 된다 -- 고, 난 여동생들에게 계속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런 내 쪽이 먼저 이 몇 개월 간 아픈 꼴을 당하고 있으니 이 부분만큼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해버릴 수 없으니까 뭘 말해도 설득력은 없지만 -- 뭐, 그러니까 더더욱 어차피 흘려듣겠거니 하는 맘 편한 기분으로 -- 큰 소리로 말 할 수 있다.
아라라기 카렌과 아라라기 츠키히.
그녀들, 파이어 시스터즈의 행위는, 역시 정의의 사자 놀이밖엔 되지 않는다고.
나의 자랑스러운 여동생들.
네놈들은,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가짜라고.
002
너무 맥락없는 전개에 정말 미안할 따름이지만, 아무래도 납치감금된 모양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된지 갖 10일이 지난 7월 29일의 일 -- 아니, 긴 시간 의식을 잃고 있었던 느낌이 드는 탓에, 어쩌면 이미 30일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31일마저도 지나서 8월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다. 오른 손목에 차고있는 손목시계를 보면 날짜와 시간은 확인 할 수 있겠지만, 철기둥을 통해 뒤로 묶여있는 탓에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다. 주머니 안에 있는 휴대전화를 꺼내는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하다. 뭐, 그래도 시간에 관해서 예측은 안 되는것도 아니다 -- 창 밖은 새카맣다, 그러니까 분명히 지금은 밤이라는 것 정도는 상상할 수 있다. 그치만 창문이라고 해도 유리는 끼워져있지 않고, 바람이 숭숭 통하지만. 아무리 한창 달아오르는 여름이라곤 해도, 조금 개방감이 과한 장소였다. 다리쪽은 속박되어 있지 않은 덕에 노력하면 일어설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런걸 해 봐야 의미가 없는 탓에 난 주저앉은 채 오히려 다리를 뻗고 있다.
이런 장소에 -- 오시노와 시노부가 살고 있는거구나.
한가하게도 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 내가 감금된 이 장소는 너무나도 익숙한, 그 기숙사의 폐허이다. 사층으로 된 건물에 쓰레기나 돌멩이가 기분좋게 흩어져있는, 그 붕괴 직전의 빌딩이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몇 층 어떤 교실도 똑같이 보이겠지만 나 정도로 여기에 다니면 조금씩 다른, 감금된 이 교실이 4층 3번째 교실, 계단에서 볼 때 가장 왼쪽 끝에 있는 교실이라는 이야기이다.
알았다고 해 봐야 아무것도 없지만.
물론 지금에 와서는, 오시노는 이 폐허 어디라던가 마을에도 없고, 시노부 쪽도 살 곳을 이 폐허애서 내 그림자 안으로 옮겨두었다. 어쩌면 지금쯤, 그녀는 그립다고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어떨까, 어쩌면 아무것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른다. 5백년은 산 흡혈귀가 생각하는 것 따윈 알 수 없다.
자, 어떻게 된 일일까.
난 찌잉찌잉 오는 아픔을 후두부에서 느끼며(아무래도 납치당할 때, 그 부위를 맞은 듯 하다), 장소를 틀렸다고 할 만큼 느긋하게 생각했다. 의외로 이럴 때, 인간은 허둥대지 않는 법이다. 애초에 허둥대도 어떻게 되는것도 아니다. 그것보단 상태파악에 힘쓰는게 맞다.
확실히 로프나 뭔가로 묶여있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내 양팔을 고정시키고 있는건 금속제의 수갑인 모양이다. 장난감같은거라고 생각하면 힘을 주면 끊을수도 있겠지 -- 라고 생각했지만, 이게 꿈쩍도 않는다. 이걸 끊으려고 했다간 오히려 손목이 끊길 것 같다. 수갑에 진짜도 가짜도 없겠지만, 아니 어쨌든 말하자면 틀림없이 이 수갑은 진짜다.
“그렇다곤 해도 -- 흡혈귀의 힘이 있다면, 이런 곳은 여유롭게 탈출할 수 있을텐데”
수갑이 아니라 철기둥쪽을 박살내버리겠지.
아니, 오히려 손목이 끊어져나간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치유스킬로 그 손목이 앗 하는 사이에 수복되어버리니까, 결과적으로는 똑같다.
“흡혈귀 -- 인가”
이 폐허가 된 교실을 또 한 번 둘러보고 -- 손이 아니라도, 다리가 닿는 범위 안엔 아무것도 없다는걸 확인하곤, 난 중얼거렸다.
어떤 어둠이라도 거기에 겹치는게 가능한, 자신의 그림자를 확인하면서.
“.......”
여름방학 때의 이야기다.
난 흡혈귀에게 당했다.
금발의, 아름다운 흡혈귀에게 -- 자신의 피를 빨렸다.
모조리 다.
싸그리몽땅.
한 방울도 남김없이 -- 빨렸다.
그리고 난 흡혈귀가 되었다.
이 기숙사는, 내가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흡혈귀였던 여름방학 기간,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해 본거지로 삼았던 장소이기도 한 것이다.
뭐 흡혈귀가 된 인간은, 뱀파이어 헌터나 그리스도 교회의 특무부대에게 또는 흡혈귀이면서 흡혈귀를 사냥하는, 동족상잔의 흡혈귀에게 구해지는게 약속인 듯 아닌 듯 하지만, 내 경우엔 지나가던 아저씨 -- 오시노 메메에게 구해졌다.
구해졌다, 라는 빌어붙이는 것 같은 말투를, 오시노는 마지막까지 싫어했지만.
어쨌든 난 인간으로 돌아왔고, 금발의 아름다운 흡혈귀는 그림자도 없이 힘을 빼앗겨, 거기다 그 이름까지도 빼앗겨서(빼앗긴 이름 대신에 붙여진게 시노시라는 이름이다), 결국 내 그림자 안에 봉해지게 되었다.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면 그 정도 일이겠지.
시노비도, 그리고 나도.
그 정도 일이겠지.
그치만 난, 그 정도 일로 치부하고 싶지 않다 -- 그러니까 더더욱 지금의 나와, 지금의 시노비가 있는거다. 시노비가 그걸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방법도 없지만, 난 설령 틀렸다고 해도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런 이유로.
이 기숙사 폐허엔, 나도 개인적으로 추억이 가득했다. 추억이 가득이라고나 할까, 실은 추억이 실패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내버려두고.
문제는 나에게 예전에 흡혈귀로서의 힘이 있었다고 해도 그건 이미 옛이야기고 그렇다할 속성은 잔재정도밖에 남아있지 않다는거다. 금속제 수갑을 힘으로 끊어버리는건 꿈같고도 꿈같은 이야기다. 만에하나 내가 루팡 3세라면, 손목 뼈를 빼내서 수갑따위는 팔찌 빼듯 빼내겠지만, 물론 루팡 3세가 아닌 평범한 고등학교 3학년생인 내겐, 그런 신기한 흉내는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그렇다면, 요 얼마 전에 있던, 츠키히가 유괴되었던 일이 있었다 -- 뭐 유괴라고 하면 엄청난 일이지만, 하다못해 웃을 일은 아니었다. 전투력으로 봐선 카렌에게 상대도 안 될 거라고 보인 적대조직(?)이, 나름대로 머리를 짜내 세운 책략이 결과적으로 츠키히를 꾀어내 인질로 삼자는 것이었다. 네놈들 그런 주간소년만화에 실릴 만화에나 나올법한 일을 실제로 하지 말란말야! 라고, 난 걱정보다 앞서 츳코미를 넣었지만, 츠키히도 떠나는 자 끌리는 자, 일부러 유괴되어선, 적대조직(풉)을 안쪽에서부터 회유해, 붕괴시켜버린 것이다.
무시무시한 파이어 시스터즈.
덧붙여 이 이야기는,
‘부탁이니까 아버지와 어머니에겐 말하지 말아주세요!’
라고, 자매가 나란히 무릎꿇고 빌었었다.
일부러 빌지 않아도 그런 바보같은 이야기를 부모에게 보고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치만 거기서 둘이 같이 무릎꿇는 점이 카렌의 좋은 점이기도 하고, 나쁜 점이기기도 하다고 생각했다.
라고 할까 한창인 여자 둘이서 그렇게 간단히 무릎꿇지 말라구.
그런 부분이 어린애같다는거야.
‘그치만, 내 경우엔 무릎꿇는걸론 택도 없겠군... 그녀석들, 자기들 일은 책상 위에서 울어버리니까. 자아, 어떻게 된 일일까.’
라고 할까.
사실, 누군진 알 것 같은 -- 뭐가 어떻게 되어서 이런 상황에 부딪힌건지가, 대충 상상은 된다고 할까.
싫어도 이해가 되어버린다고 할까.
부응할 수 없다고 할까.
이거야 글러먹었다고나 할까.
‘......응’
이라며.
그 때였다.
아무리 봐도 내가 눈 뜨는 타이밍에 맞춘 듯, 폐허 한 가운데, 계단을 오르고 있는 발걸음이 들려왔다. 교실 문쪽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다 -- 이 건물 전기계통은 모조리 죽어버린 탓에, 회중전등의 빛이겠지. 그리고, 그 빛은 일직선으로 내가 감금된 교실로 향하고 있다.
문이 열린다.
눈이 부셔서, 순간, 눈 앞이 어두워졌다 -- 그치만 그런 점에도 금방 익숙해졌다.
그리고 거기엔.
내가 잘 알고있는 여자가 있었다.
“어라, 정신이 든 거야, 아라라기.”
라며.
센죠가하라 히타기.
센죠가하라 히타기는 -- 언제나처럼 쿨한 말투로 빙긋하고 웃지조차 않고는, 무표정한 그대로 그렇게 말하곤, 회중전등의 빛을 나에게 향했다.
“다행이다 -- 이대로 죽어버리는건 아닌가 하고 걱정했어.”
“......”
말이 안 나온다.
하고싶은 말은 산처럼 있는데, 그 중에서 단 하나도 언어로 형성되질 않는다. 내가 쓰게 웃는것과도 같은 표정을 띄웠음에도 아무래도 맞춰줄 낌새도 없이, 센죠가하라는 문을 닫고, 딸깍딸깍 이 쪽으로 걸어왔다.
그 발걸음엔 아무 망설임도 없다.
자신의 행동에 뭐 하나 의문도 가지지 않은 사람의 태도다.
“괜찮아? 뒤통수, 안 아파?”
회중전등을 겨드랑이에 끼곤 내게 묻는 센죠가하라 -- 뭐, 이 걱정 자체는 매우 기쁜 일이지만.
그치만.
“센죠가하라.”
난 말했다.
“수갑좀 풀어.”
“싫어.”
즉답했다.
생각한 시간같은건 완벽히 제로였다.
라고나 할까......
화내기 전에, 난 산소를 보급하기 위해 추가로 한 번 더 호흡했다.
그리고 화냈다.
“역시 네놈이 범인이냐!”
“역시 꽤나 날카로운 지적이네. 그치만 증거가 있으면, 의 이야기이지만.”
추리소설의 해결편에 흔히 있는 대사를 내뱉는 센죠가하라.
이미 그 대사가 나온 시점에서 범인은 결정이다.
“감금장소로 이 기숙사를 택한 시점에서 직감했지! 그리고 이렇게 튼튼한 수갑을 가지고 있을만한 사람 내 기억엔 너밖에 없어!”
“역시 아라라기군, 실로 재밌는 이야기를 하네. 잠깐 메모를 하게 해 줘. 차기작을 쓸 때 참고하도록 할테니까.”
“범인이 추리작가라는 경우의 바리에이션같은건 상관없어! 얼른 이 수갑을 풀어!”
“싫어.”
같은 대사를 반복하는 센죠가하라.
회중전등의 라이트업도 있겠다, 언제나의 무표정은 지금 한층 박력이 올라있었다.
무서워 무서워.
그리고 그 표정 그대로, 그녀는
“싫어.” 라고 반복했다.
“그리고 무리야. 열쇠는 이미 버렸으니까.”
“진짜로!?”
“손장난으로 열지 못하게, 열쇠구멍도 석고로 메워뒀어.”
“뭐하러 그런 걸 하는거야!?”
“그리고 해독제도 버렸어.”
“나, 독까지 먹은겁니까!?”
대책없이 무서운 이야기였다.
센죠가하라는, 이제야 겨우 피식하고 웃었다.
“해독제는 거짓말이야.”
라고 말했다.
그 말에 안심하는 반면, 키를 버린것과 구멍을 막아버린건 진짜였던 듯, 으쓱하고 어깨를 떨궜다. 그럼 어떻게 해서 푸는거야, 이 수갑......
“뭐 별 수 없군, 해독제가 거짓말인 걸로라도 좋다고 해둘까......”
“응, 괜찮아. 버리지 않았으니까.”
“독은 진짜냐!”
몸을 앞으로 내밀며 츳코미를 넣었지만, 수갑이 철기둥에 묶여있는 탓에,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조그마한 일이지만, 이건 나같은 인간에겐 대단한 스트레스이다.
“독도 거짓말.”
센죠가하라는 말했다.
“그치만, 아라라기가 말을 들을 기색이 없다면, 진짜가 될지도.”
“.......”
무서워-.
정말로 무서워-.
“나비처럼 춤추며, 나비처럼 찌를거야.”
“나비가 찌르겠냐!”
“틀렸다. 좋겠네, 내 틀린 부분을 지적해줘서. 평생의 자랑거리잖아?”
“그 틀린 부분을 인정하는 참신한 방법은 뭐야!”
“바르게 고치면 벌이야.”
“벌독은 -- 강하지......”
난 꿀꺽하고 침을 삼키고, 다시 한 번 눈 앞의 여자 -- 센죠가하라 히타기를 보았다.
센죠가하라 히타기.
반 친구다.
이목구비가 뚜렷한 얼굴에, 딱 봐도 머리가 좋아보이고, 실제로도 머리가 좋다. 성적은 항상 학년 톱클래스에, 가까이 다가가기 힘든 미인, 똑부러지는 성격에 아름다운 타입이다. 거기에, 이건 몇몇만 아는 내부정보이지만, 실제로 그녀를 가까이 한 인간은, 예외없이 심한 꼴을 당한다.
아름다운 장미엔 가시가 있다, 라는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 센죠가하라는 아름다운 가시이다.
내면과 외형의 차이의 정도라고 하면 내 동생인 츠키히와도 좋은 승부가 되겠다만, 센죠가하라의 경우엔 결코 히스테릭한게 아니라 쿨한 그대로의 공격성을 가지고 있다. 츠키히는 끓어오르는 타입이지만, 센죠가하라는 언제나 저온인 상태 그대로 임전태세인 것이다. 말하자면 일정한 거리 안에 다가오는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프로그램이 짜여져있는 방범시스템같은거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엔, 구강내를 호치키스로 뚫렸다. 삐끗 실수하면 대사건, 이었지만, 무사히 끝났다고나 할까, 뭔가 어긋난 대사건이었다.
뭐, 그런 그녀의 성격엔 이렇다 할 이유가 있고, 5월이었던가, 그 이유에 관해 어느정도 타협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 해결이 났지만 -- 아쉽게도 몸에 물든 프로그램을 해제하는데에는 꽤나 난항인 듯,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
“그것도 아니면, 최근엔 얌전한 거였다거나 -- 어째서 갑자기 남자친구를 감금한거야. 들어본 적 없어, 이런 DV."
덧붙여 센죠가하라와 난 사귀고 있다.
연인인거다.
LOVE-한거다.
호치키스가 엮어준 인연, 이라고 하면, 제법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 아니, 그렇게 괜찮지는 않은가. 애시당초, 호치키스는 엮는게 아니라 합철하는거니까.
“안심해.”
센죠가하라가 말했다.
내 이야기를 멋지도록 듣지 않고 있는 경우의 답변이다.
“안심해. 아라라기는 내가 지킬테니까.”
“..........."
무서워-.
공포라구-.
“넌 죽지 않아. 내가 지킬테니까.”
“아니, 그런 지금당장 이 순간 생각난 것 같은 중2병 대사를 갖다 붙인다고 해도 -- 저기, 이봐요 가하라씨.”
가하라씨.
최근 생각해낸 센죠가하라의 닉네임.
잘 정착되질 않는다.
나 혼자 열심히 보급에 힘쓰고 있는 느낌이다.
“나, 배가 고파서.... 목도 마르고. 어쨌든, 이 근처에서 뭔가 먹게 해 주면 안돼?”
기계적인 말투가 되어버리는 건 할 수 없겠지 -- 어쨌든 이 상태에서, 나에 관계하는 생사여탈권은, 센죠가하라가 꽉 잡고 있으니까. 뻘짓하면 자격(자극받아 격해짐)받아서 농담 빼고 격하게 자상을 입을거다. 평소라면 어떨지 몰라도, 이 상태에서 센죠가하라가 무장하고 있지 않을 리가 없다. 어떤 문방구를 가지고 있는지까진 모르겠지만.....
“훗”
센죠가하라는 웃었다. 싫은 느낌으로.
에헤헷, 하고 웃는다면 바로 이런 표정이겠지.
“배가 고프다 목이 마르다...... 꼭 동물같네. 언제나 언제라도 먹어치우고 퍼 잘 뿐이니까...... 정말 싫어진다. 조금은 생산적으로 살아보는게 어떨까. 아아, 미안. ‘살아있다’ 는 건, 아라라기에겐 너무 어려운 요구였지.”
“......”
내가 그런 말까지 들을 정도로 말했나?
말한 적 없잖아?
“생산적으로 죽는 것 만큼은 아라라기 뒤에 설 수 있는 사람이 없겠지만.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지만, 그 의미론 아라라기, 호랑이같네.”
“칭찬하는 건 아니지, 그것도.”
역시 결국은 동물이란 소리잖아.
모를 줄 알았냐.
그치만.
이 독설의 상태로 미루어 볼 때, 아무래도 센죠가하라는 별로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다. .........그치만, 세계는 넓다고 해도, 언제나 독을 뿌리고 다니는 센죠가하라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인간은, 나와, 기껏해야 카미하라, 나머진 센죠가하라의 아버지 정도가 아니면 없겠지. 평범하게 본다면, 이 녀석, 그저 평범하게 기분 나쁜 녀석이니까.
“그치만 좋아, 특별히 자비로이 봐서 용서해줄게. 어리석고 벌레같은 아라라기가 그렇게 말하리라 생각하고, 내가 솔선해서 이것저것 사 왔으니까.”
어리석고 벌레같은 내게 그렇게 말하곤, 센죠가하라는 회중전등을 들고 있던 손 반댓 손으로 들고있던 것 같은 편의점 비닐봉투를 자랑하듯 가리켰다.
반투명한 봉지라서 안이 조금은 보였다.
페트병이라던가 삼각김밥이라던가.
그렇군, 감금용 식량인가.
의외로 신경쓰는 녀석이군...... 아니, 생각해보면 기분나쁘게 신경쓰고 있는데.
“아아, 그건가 -- 자, 그럼 일단, 수분을 줘, 수분.”
해방해 줬으면 하는 맘에 한 식사요구였지만, 사실 배가 고픈것도 목이 마른것도 사실이었다. 흡혈귀현상의 후유중으로 식사방면으로는 참는데에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어느정도 의식을 잃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 수분은 중요하다.
센죠가하라는 비닐봉지에서 페트병을 꺼내 -- 미네랄워터인 모양이다 -- 뚜껑을 땄다. 내가 묶여있는 이상 당연히 센죠가하라가 그걸 먹여준다고 생각했지만, 센죠가하라는 페트병 주둥이를 내 입 근처까지 가져왔지만, 휙 하고 그걸 뒤로 뺐다.
이녀석 또......
심술주머니를 대체 몇 개나 가지고 있는거야.
“마시고 싶어?”
“뭐.... 그야”
“흐응. 그치만 내가 마시버릴거야.”
꿀꺽꿀꺽 마셔대기 시작했다.
뭐야, 행동거지에도 요령이 있다는건가, 페트병에 입을 대고 마셔도 센죠가하라는 전혀 싸구려같이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모양새가 나온다.
“푸핫. 응, 맛있어.”
“.......”
“뭐야, 그 뭔가를 바라는 것 같은 얼굴은. 난 준다고 한 적 없잖아?”
그 문맥으로 볼 때, 넌 목이 마른 내게 자신이 물을 마시는걸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미네랄워터를 사 왔다는 이야기가 되는데, 그걸로 되는건가.
아아, 할법도 하다만.
“후후, 아니면 입에 머금어서 마시게 해 줄거라고 생각한거야? 싫다아, 아라라기. 음란하다니깐.”
“이 상황에서 그런 발상을 하는건 칸바라 정도일걸.”
“그러려나? 그치만 봐, 그 전에, 아라라기랑 핥짝 하곤 쪼옥- 했던 때라던가.......”
“이 상황에서 핥짝하곤 쪼옥- 했던 때 이야기같은거 하지 마!”
외쳤다.
아니 별로 누가 듣고있는건 아니지만, 그렇게 자랑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잖아.
남자아이는 섬세하다구.
“뭐 좋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시고 싶다고 하니까, 마시게 해 줄게.”
“.....뭘 해서라도 마시고싶어.”
“핫, 이 남자에겐 자존심이라고 불리우는게 없는걸까. 이런 수치를 모르는 대사를 그저 물 좀 마시겠다고 입에 담다니..... 그냥 죽는게 낫지 않아? 나라면 그런 말을 하느니 혀 깨물고 죽었을거야.”
즐거워보이네.....
이렇게 생생한 센죠가하라를 보는건 오랜만이다..... 역시 최근엔 무리해서 얌전하게 굴었던거구나.......
“좋아,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너무 불쌍해서 못 봐주겠으니까, 동정심에서라도 물을 베풀어줄게. 감사하도록 해, 이 목마른 새야.”
“목마른 새라니 아주 듣기 나쁘진 않은걸...”
“우후후”
더더욱 사악하게 웃나 싶었는데 센죠가하라는 페트병을 기울여 페트병을 들지 않은 다른 손을 적시기 시작했다. 뭘 하는거지.... 아니, 이 악의의 덩어리가 다음에 할 법한 일은 내 머릿속에 완벽히 떠올랐다.
센죠가하라는 미네랄워터로 젖은 손가락을 내 입에 들이대곤,
“핥아.”
라고 했다.
“어떻게 된 거야? 목이 마른거잖아? 그럼 할짝할짝 혀를 내밀어서, 기린마냥 더럽게 핥아대라구.”
“........”
기린도 별로 듣기 나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곤 해도 이 녀석이 말하면, 이것도 저것도 다 기분나쁘게 들리니 그게 참 신기하다.
“저기말야, 센죠가하라.......”
“어떻게 된 거야? 아라라기는 목이 마를텐데. 아니면 목이 마르단건 거짓말이었던걸까. 거짓말쟁이에겐 벌이 필요하지 --”
“핥아 핥을게요 핥게해줘!”
이 상태에서 벌이라던가, 너무 엄청나잖아.
난 말하면서 기린같은 방식으로(어떤 방식인지는 모르겠다만). 센죠가하라의 손가락으로 목을 뻗어, 혀를 내밀었다.
“아아, 정말 꼴불견이네. 추잡한것도 정도가 있어. 보통 목이 마른 정도론 이런 일 하지 않는다구. 아라라기는 분명, 처음부터 이런 식으로 여자아이의 손가락을 핥아대는게 좋은 변태인거지?”
말로 괴롭히는건 계속되었다.
이젠 이미 원기왕성한 센죠가하라씨였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센죠가하라의 손가락을 핥는걸로 어떻게든 내 목은 축여졌다.
자 그럼.
“휴대전화 바탕화면으로 쓰고싶을만큼 좋은 장면이었어, 아라라기.”
“그렇냐..... 아주 좋아 죽겠구만. 그럼, 다음엔 삼각김밥을 먹고싶은데.”
“좋아, 오랜만에 난 관대한 기분이야.”
그거야 뭐, 이만큼 괴롭히고 나서야. 관대해지겠지.
“삼각김밥은 어떤걸로 먹을래?”
“뭐라도 좋아.”
“성의없긴. 혹시, 아라라기는 빵을 좋아하는거야?”
“별로 그런 건 아니지만....... 거기다 보건대 빵같은건 사오지 않았잖아.”
“그렇지. 삼각김밥밖에 없어.”
“없는건 별로 바라지 않아.”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는데.”
“너무 억압정치잖아!”
‘속공’으로 혁명이 일어난다구.
일본이라면 ‘한 순간’이다.
“난 잘 자란 탓에 세상물정 모르는거야.”
“세상물정 모르기 이전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봐, 난 말야, 나비네 벌이네 하며 키워졌는걸.”
“그건 꽃이 정답이잖아!?”
적당한 대사를 읊으면서도, 센죠가하라는 삼각김밥을 비닐봉지에서 하나하나 예쁘게 벗기곤, 꺼낸 삼각김밥을 내 입 속에 틀어박았다.
“우욱! 욱!”
숨막히는 나.
숨도 잘 쉬어지지 않는다.
참지 못하곤,
“뭐하는 짓이야!”
라고, 센죠가하라에게 화냈다.
“그치만 그, 아-앙, 같은건 부끄러워서 못 말하겠는걸.”
“그렇다고 해서 갑작스레 틀어박지마! 꾸웩, 모, 목에 걸렸어... 무, 물! 물! 병째로 줘!”
“에...... 안돼. 간접키스해버리는걸.”
“손가락을 그렇게나 핥게해놓곤 지금 이 타이밍에서 부끄러워 할 때냐고!”
결과적으로, 센죠가하라는 물을 줬다.
그치만 그것도 난폭하게 틀어박는 방식이어서, 목에 걸린 쌀알갱이는 어떻게 흘려보냈지만, 그 대신 목이 잠길 것 같았다. 육상에서 익사라니 있을 리 없잖아.
“아-아, 이렇게나 흘리다니. 아라라기는 정말로 글러먹었네.”
쿨하게, 담담하게 말하는 센죠가하라.
네놈, 슬슬 독설의 벽을 넘어가고 있어.
일본에서 언론의 자유가 없어진다면, 가장 먼저 체포되는건 틀림없이 이 여자일거다.
“그럼, 나도 뭘 좀 먹어볼까.......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편의점 식품이지만, 걱정하지마 아라라기. 내일부터는 제대로 도시락 싸 올 테니까.”
“.....”
“뭐야, 내가 만든 요리가 불만이라는 거야? 이래봬도 나, 매일 실력을 키우고 있는데.”
아니, 내 불만은, 이 감금생활이 아무래도 꽤 길어질 계획이라는 점에 있다. 어쩌면 어떤 놀이일지라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어울려주곤 있지만, 아무리 봐도 센죠가하라의 목적이 보이질 않는다.
응?
아아, 그런가.
목적은 -- 확실히 달성하고 있나.
-- 안심해.
-- 아라라기는, 내가 지킬테니까.
지키는.....거군.
진심으로 한 소리겠지,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자 -- 문제도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