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언제나처럼 학교가 끝나면 유유코님과 데이트.
한겨울의 추위가 내 옷을 감싸지만 이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 작년에 끌려가서 합숙할 때엔 정말 죽음을 세 번 정도 넘겼다고 생각하니까. 아니 어떻게 산 위에서 굴린 눈덩이를 칼로 베라는거지? 솔직히 우리 집안도 절대 제정신은 아니다.
이제 곧 겨울방학이지만 올해도 이 학교는 방학같은건 모르겠지. 그 집에 끌려가느니 차라리 다행이다. 학교에서 핑핑 놀고 먹고 공부하고 퍼져서 싸우는게 이 학교의 특징이니까.
내 이름은 백요몽, 콘파쿠 요우무. 동방사립학원의 학원장 즉 학생회장이다. 2학년에 올라갈 예정이니까 1학년부터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거지만 별로 대단할것도 없다. 어차피 적당히 일할녀석을 뽑는 것 뿐이고 이 학교는 1년 다녀봐서 알았지만 어차피 내년에도 1학년인 신기한 시스템이다. 입학할 때 학년이 정해지는, 이 학교는 그런 학교다.
그저 사시사철 시간을 때울뿐인 여고생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회에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피해도 입히지 않고 지낼 뿐이다.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건 전교생 공통이지만 사실 아무도 그 커다란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콘파쿠 요우무는 지금 그런것따위는 보이지 않을정도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학생, 살 거야 안 살 거야?"
내 입김 너머에 보이는 야채튀김이, 만두가, 김말이가 날 유혹한다.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평소보다 세 배는 맛있어보인다. 한 입 깨물면 따스한 기름이 배어나오겠지……. 아아, 뱃속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들린 것 같다.
안돼. 이것까지 먹어버리면 열량이 남아버린다. 평소에도 많이 먹고 많이 움직여 튼튼하고 마른 몸을 유지하는 나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오후에 유유코님과 데이트를 하려면 필요없는 칼로리 섭취는 최소화해야 하는 것이다. 이 이상 칼로리를 섭취해선 곤란하다. 배가 나와버린다. 팔다리가 굵어져버린다. 대식가에 미식가인 유유코님을 따라다니려면 별 도리 없이 칼로리가 오버하고 오버한 칼로리는 몸 곳곳에 저장되는 것이다!
"학생…… 많이 고파 보이는데 하나정돈 공짜로 줄 수 있다구. 너, 이 학교 학생회장이지? 몇 번 정도 본 것 같다니까."
다른 손님이라도 있으면 거기에 정신이 팔려서 미스치 아줌마도 날 신경쓰지 않을텐데 오늘따라 어쩐지 손님하나 없다. 사실 사전조사랍시고 두 시간이나 일찍 학교를 끝내주곤 가서 조사하라고 한 유유코님이 문제이지만 그래서야 다음 주 소풍이 재미없으면 그 두시간만큼 유유코님께 순살당할 뿐이니까 하나도 고맙지 않다. 으르릉.
"그, 그럼…… 딱 하나만…… 아, 돈은 지불할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 김말이 튀김 하나 얼마죠? 아니아니 잠깐만요."
김말이 옆 새우튀김도 맛있어보인다.
야채튀김 특유의 풍성한 맛도 놓치기 아깝다.
오징어튀김은 오래 먹을 수 있어서 경제적인데.
아- 아, 그렇다고 전부 사먹을수도 없단말야!!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며 기성을 지르는 날 아주머니가 이상한 눈길로 보고있다. 곤란해. 정신차려라 요-무. 넌 그렇게 약하게 자라지 않았어. 여기선 스승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망설임을 베는거야!
"전부 다 2개씩 주세요."
"네, 전부 다…… 에엑!?"
"예이 알겠습니다~ 흐익, 유유코님!?"
내 옆에서 들린 익숙한 목소리는 자리까지 잡고 앉은 서유자, 유유코님이었다. 저런 옷으로 잘도 이런 지저분한 거리를 돌아다닌다 싶지만 어디하나 더럽혀지지 않는걸 본 학생들은 그녀가 떠다닌다는 괴이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닐 정도다. 하늘하늘 여기저기 축축 처지는데 용케 돌아다닌다 싶긴 하지만.
"요우무, 오늘의 데이트는 여기서 시작이니까 걱정하지 말고 먹어도 돼?"
"그런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저 그렇게까지 돈이 여유로운게 아니라구요."
날 보곤 씨익 웃은 유유코님은 뻣뻣이 굳어 튀김을 튀기고있는 아줌마를 향해 물었다.
"미스치, 우리 꼭 돈 내야하니?"
"무슨 섭섭한 말씀을, 걱정하지 말고 드시죠. 전부 드셔도 됩니다."
아예 와르륵 튀김을 기름에 쏟아붇는 그녀는 어딘가 이상할정도로 굳어있었다.
또 무슨짓을 한거지 이 분은.
"그래서, 소풍에 대해선 정한거야?"
"아뇨, 아직."
우물거리면서 말하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한 입 베어문 새우튀김은 적절한 밀가루맛이 나서 딱 서민적이다. 이건 그저 오뎅일 뿐이지! 그치만 그래도 맛있다. 역시 겨울엔 따뜻한 음식이 최고야. 온 몸이 녹는 기분이다.
"후아-"
"뭐야, 그렇게 맛있니? 그럼 여러개 사서 들고왔으면 좋잖아."
그러니까 다 드시고 말씀하시라니깐요. 그런 말을 하지도 못한 채 난 어물거렸다.
"아니, 뭐, 그게……."
"혼자만 먹으려고 했구나, 요 얄미운 녀석."
내 코를 잡으며 말하는바람에 입안에 있던게 튀어나올 뻔 했다. 간신히 튀김을 삼킨 난 변명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게!"
"그보다 다음 주 소풍은 여러모로 큰일일 것 같아.
아무래도, 그 녀석이 뭔가 수작을 부릴 것 같거든."
어차피 그 애는 내 말은 전혀 들은척도 하지 않으니까.
혼자서 생각하다 괜히 화가 난 앨리스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왔다. 몇 번이고 그 약재는 쓰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도 들은척도 안하고 사용해버려서 날아가버린 그 애의 집이 멀거니 보였다. 뭐 저 상태라면 며칠동안은 집을 고치는데에 전력을 다하시겠지. 흥.
레이무에게라도 가볼까, 그 아이는 최소한 사람 말은 들어주니까.
그녀의 발걸음은 신사를 향하고 있었다.
"의외네..."
하늘은 구름으로 가득했다. 가을인데 구름이라니, 그다지 어울리지 않아. 숲 전체의 공기는 언제나처럼 습도가 높아서 인형들도 옷도 금세 눅눅해졌지만 사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습도는 높은데도 안개가 없어서 오히려 오랜만에 시원한 느낌이다. 밟히는 풀들은 아픔을 호소했지만 어차피 여기에 길같은게 날 만큼 사람이 많이 다니는건 아니니까. 적당히 인형들로 풀을 베며 나아간다.
사실 굳이 신사에까지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 기분으로 집 안에 머무르면 또 다시 잠들게 뻔하다. 단지 인형을 만들다가 이유없이 막혔을 뿐이다. 그리고 받은 스트레스는 풀어야 하는 것 뿐이다. 그 뿐이다.
"어머.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의외네?"
아니, 의외는 제가 할 말이거든요. 여긴 내 앞마당같은 마법의 숲이고, 당신은 평소에도 어딜가나 찾아보기 힘든 사람이잖아.
그러니까 사람이라고 표현하기도 애매하긴 하지만.
내 말에 그녀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너무 그러지 말고, 우린 동지잖아? 레이무에게 연인을 빼앗긴."
아뇨 전 아직 아니거든요.
이런 사람 귀찮아. 무시하며 앞으로 터벅터벅 걸어나가자, 내 옆으로 둥실둥실 뜬 채 그녀가 따라왔다. 뭐가 그리 즐거운건지 입가엔 미소가 끊이질 않은 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얼굴을 흘끗 보면, 제법 예쁜 얼굴이다.
"왜애-? 반했어? 얼굴을 흘끗흘끗 보고-"
"무, 무슨 소리예요!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바보같아, 정말, 뭐야 저 사람! 말이 되는 이야기를 해야지 상대를 해 주지!
도망쳐야겠다. 난 발걸음을 빨리해서 떼어놓기로 했다. 저벅저벅 저벅저벅.
...아 기분나빠. 둥실둥실 날아오니까 인기척을 못 느껴서 불안해지잖아.
"그러니까 마리, 흐끅, 사 너말야, 넌 애시당초 태도가, 끅, 글러먹었다는거야!! 푸하- 물건을 빌려갔으면, 말이지! 똑바로 가져와야지!!"
"아- 여기 서고에서도 멋대로 가져간게 도대체 얼마야."
"정말, 끄, 끝도없이 가져가서, 어디, 다, 박아놓는지, 흐끅, 모르겠다니까요."
"자아 자아, 그런건 잊고 마셔 마셔"
"잊긴 뭘 잊어, 제대로 가져오란말야"
"유유코님, 자꾸 말 안 들으시면 밥 안드릴거예요"
"움냥움냥... 우웅?"
"아앗, 제 반령은 드시면 안돼요!!!"
"아가씨, 괜찮으세요?"
"이 정도의 술로 내가 어떻게 될 거라고라도 생각하는거야? 그보다, 사쿠야는 마시지 않은 것 같네."
"업무중 음주는 금지니까요. 그보다 아가씨, 얼굴이 빨갛습니다만..."
"괜찮아 괜찮아... 음... 사쿠야... 졸려..."
"아가씨도 참..." '어머, 코가... 안 돼지, 안 돼.'
"흐윽... 유카리님도... 제가 곁에 있는데 매일매일 레이무씨한테만..."
"힘내요 란님..."
"란씨도 고생하시네요... 그게, 사실 저도 요즘 파츄리님께서 돌봐주지 않으셔서... 훌쩍"
"첸, 소악마씨, 역시 둘밖에 없어요, 흐윽..."
"란님, 졸려요-"
"이리 오세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소악마씨 부탁해요-"
"그랬구나- 란은 내가 없어서 쓸쓸했구나-"
"우와와와 유카리님?!"
"왜애? 뭘 그리 놀라니 란,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 줬어야지."
"사쿠야씨이-"
"무슨 일이야, 중국?"
"어라, 어디 아프세요? 코피 나시는 것 같은데..."
"아, 아니 별거 아냐. 신경쓰지 마. 그보다, 무슨 일?"
"응햐-"
"뭐, 뭐야 갑자기. 기분나쁘게 웃어도 득볼건 없다구."
"아뇨, 날씨가 좋다 싶어서-"
푹.
"아무래도 어디가서 좀 쉬도록 하세요."
"흐에에- 네에-"
번쩍. 창문 밖으로 강렬한 빛이 일순간 홍마관을 덮쳤다. "쾅!!" 그와는 대조적으로, 순식간에 건물 안은 어둠에 잠겼다. 가장 반응이 빨랐던건 벼락소리에 잠이 깬 레밀리아였다.
"사쿠야, 무슨일이야?"
"정전인 것 같습니다 아가씨."
그리고 그 순간, 멤버 전원의 취기는 쥐도새도 모르게 가셨다.
가장 먼저 행동한것은 레밀리아.
"아가씨, 어디가세요! 위험해요!"
'이대로라면 그 무녀한테 주인을 빼앗겨버려!'
몸에서 자신의 주인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표면적인 걱정과 내면의 충동을 다스리지 못한 채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는 사쿠야.
그렇지만 그런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주인이 보일 리 없었다.
반면, 먹잇감을 찾는 그녀의 행동은 민첩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레이무를 목표로 쏘아진 그녀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엇... 어라? 레이무... 잠깐! 안돼 앗 거칠어 레이무 너무 빨라 잠깐 천천히'
'흐앗... 평소의 레이무가 아냐... 아읏'
'잠깐, 그 상태에서, 아앗!'
그리고, 그 상대는-
'호오, 레이무가 왠일로 적극적이지?'
'어머, 몸이 달아있잖아? 이건 아마 OK사인이겠지?'
'잘먹겠습니다. 후훗.'
이라던가 생각하고 있었다.
"응하? 여기 왜 갑자기 어두워진거야? 훗, 이럴 때야말로 이몸의 미니 팔괘로를 써먹을 때지. 똑똑히 봐둬, 마스터 스파- 크웱!?"
"정말, 이 바보는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이리 와!"
'앗, 마리사가 이렇게 가까이... 서 설마, 주변에 보는 사람은 없겠지? 꿀꺽'
앨리스가 마리사를 섭취하는 와중에, 주인을 찾는 란은 고양이과의 밤눈을 이용했다.
'이 모자, 틀림없이 유카리님이지... 왜 이런데 혼자 계신진 모르겠지만... 실례하겠습니다!!'
'앗, 유카리님께서 떨고계시잖아! 설마 추우신건가? 꼬리로라도 안아서 데워드려야지...'
한편, 술을 잔뜩 먹은데다 그러지 않아도 피부가 민감한 파츄리는,
비슷한 모자를 썼다는 것 만으로 란에게 온몸의 피부를 점령당해 티르 나 노이의 입구에 와 있었다.
주인을 찾아 허둥지둥하던 사쿠야는, 무언가 앞에 나타났다는걸 느끼고 본능적으로 몸을 굳혔다.
"누구냐!"
"어라, 사쿠야씨?"
"아, 요우무씨군요. 죄송하지만 저희 아가씨 못 보셨.. 꺅?!"
"사쿠야씨 다리 매끈하네요- 부럽다 이런 옷-"
"앗, 뭐하는짓이야, 다리에서 손 떼! 앗, 발바닥은 안돼애"
...왜인지 요우무는 업무의 스트레스를 푸는듯이 강렬하게, 사쿠야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고있던 중국은 사쿠야의 가슴을 더듬으며 말했다.
"사쿠야님! 이거 패드죠!!"
머리위에 나이프가 꽂혀서 굴러다녔을건 더 말하지 말자.
"아야, 잠깐! 누가 내 다릴 무는거야!"
"가끔은 새고기도 괜찮지~"
"으악 유유코씨 잠깐! 그거 내다리! 내다리! 항복 항복 꺄악"
참새에 이어 까마귀 고기도 드시는 유유코씨는 뒤로 하고.
온 몸이, 심지어 입 속마저도 불타는 듯 뜨거워져버린 레이무. 그런 레이무를 향한 유카리의 욕정은 순식간에 끓어올랐다. 혀로 입 전체를 농락하면서도 그녀의 적극적인 행동에 놀란 유카리는, 조그만 장난으로 술병 안과 자신의 입 안에 스키마를 만들어 연결시켰다. 입 전체에 차오른 알콜은 이내 상대방의 입에 차올랐다. 레이무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유카내를 밀쳐내려 버둥거렸지만, 끌어안은 유카리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 술은 서로의 입을 왕복했다. 그 강렬한 느낌은 입안 전체를 상처입힌 후 결국 유카리의 목으로 넘어갔다. 이 때, 레이무의 허리를 안고있던 유카리는 미묘함을 느꼈다. 허리 위에 생소한 무언가가 만져졌던 것이다. 유카리는 은사가 끊어지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말했다. "날개? 설마 너... 혹시 레밀리아?" "읏, 점잖치 못하다 싶더니, 레이무가 아니었어!" "파하, 맘에 들었어 아가씨. 온 몸이 뜨거운데, 식혀줄게."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다시 스키마를 만들었다. 별안간 레밀리아의 머리 위에선 술벼락이 떨어졌다. "뭐 하는 짓이야!!" "뭐, 어디까지나 식혀 주려는거야,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잖아?" "시끄러, 난 레이무가 아니면 안돼." "그 입에서 레이무 대신 날 찾을때까지 각인시켜줄게. 게으른 무녀와 나의 차이를." 그렇게 말한 유카리는 평소 레이무에게 하듯 대답도 듣지 않고 다시금 입술을 겹쳤다. 거부하는 레밀리아의 몸을 오른팔로 당겨안고, 피하는 얼굴마저 왼팔로 감싸안아버렸다. 강하게 끌어안는 오른팔에 저항하듯 뒤로 젖혀진 고개는, 오히려 활처럼 휘어버린 허리는 한층 더 유카리를 자극했다. 1분, 2분, 5분... 유카리의 탐구(貪口)는 끝나지 않을 것 처럼 계속되었다. 알콜에, 분위기에, 이산화탄소에 취해버린 레밀리아가 반쯤 졸도할 지경이 되어서야 겨우 유카리는 레밀리아의 입을 해방시켜 주었다. "하아, 하아, 하아..." "어머, 겨우 이정도로 넉 다운?" 대답은 없었다. 일부러 하지 않은것보다 미처 그럴 정신이 없었다. 투명하고 창백하던 피부는 호흡곤란으로 인해 푸른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 그런 아가씨의 얼굴을 보며 유카리는 말했다. "어머ㅡ 불쌍해라... 하지만, 나는 그런 모습은 놔두지 못하는 성격이라서." "하아... 하아... 그, 그만... 잠깐..." 유카리는 그렇게 말하는 레밀리아를 덮치듯 안아눌렀다.
쾅! "아야! 갑자기 일어나면 어떡해 레이무!" "뭐야, 무슨짓이야 스이카!! 왜 니가 거기에 있는거야!" "너무해! 기껏 키스하려고 폼 다 잡아놓고 있었는데!" "뭐, 뭐야?! 에잇, 에잇!" "아파, 아파! 레이무 지불봉 아파! 때리지마, 아야!"
핏, 핏, 피피피피-.
불이 켜졌다.
"레이무, 아가씨를 어쨌어!!"
가장 먼저 들린건 사쿠야의 외침. 레이무가 알 턱이 없지. 왜인지 란에게 당하고 있던 파츄리도 정신을 차렸다.
"무, 뭐야 너! 왜 네가 여기에 있는거야!"
"라... 란님, 저의 파츄리님을 노리실줄이야! 배신자!! 아깐 그렇게 말씀하시고서!!"
소악마의 외침. 직후, 눈물을 뿌리며 도서관 어딘가로 사라져버렸지만.
"아, 아니 전 유카리님인줄로만 알고... 어라? 유카리님?"
"아파! 아프다구 레이무! 그만해! 아야!"
"어라. 불 들어왔네요."
메이린의 말.
"앨리스, 거기서... "
스이카를 때리던 레이무는 앨리스를 발견했지만, 거기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쉴 수 밖에 없었다. 앞에 마리사를 눕혀놓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손만 꼭 잡고있는 앨리스를 보자니, 화를 낼 기운도 말릴 기운도 빠져버리는걸 온 몸으로 느꼈다.
한편, 왜인지 요우무는 완전히 사쿠야에게 빠져 떨어질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음. 왜였을까.
몸 전체가 물린듯한 자국과 빨갛게 부어오른 자국 투성이인 아야는 유유코의 옆에서 훌쩍이고 있었다. 유유코는 느긋한 얼굴로 홀짝홀짝 다시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가끔은 까마귀 고기도 좋네~"
3일 후 아침, 일단 레밀리아는 돌아왔다. 사쿠야의 차도 마다한 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며 '유카리...' 라고 중얼거리기만 했다는게 사소한 문제라면 문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