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사쿠야가 정말로 힘내는 글.'에 해당되는 글 16건

  1. 2009.06.26 츠즈쿠
  2. 2009.06.26 이어짐.
  3. 2009.06.21 쭈욱
  4. 2009.06.20 아직 이어지는 중 2
  5. 2009.06.18 이어서1
  6. 2009.06.16 뭐더라? 알람 / 츤데레적 아침밥. 으로 쓴 프롤로그. 2

"무어어어쿠어어어----!!!!"

뭣, 이라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시커먼 괴물이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어찌저찌 막아낸 그건 긴 연녹의 머리와, 두 개의 뿔. 너댓걸음 떨어진 위치까지 튕기듯 뒤로 날아가며 자세를 고친 상대는, 녹색의 스커트를 걸치곤 그 눈을 붉게 빛내며 서 있는 케이네였다.

"무, 무슨일이야 케이 - 네?"

내 말은 듣지도 않는 듯 그녀는 또 다시 내게로 날아왔다. 마치 날 껴안을듯한 모습은, 조금 과장해서 날 덮쳐죽이려는 것 처럼 보여서 반사적으로 대응하게 되어버렸다.

"■■■■■■■----!!"

날 안는데에 실패한 그녀가 뒤로 크게 물러서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울려퍼지는 짐승과도 같은 그것은, 마치 울음처럼 먹먹한 메임이 있었다.
기괴하게 울려퍼치는 소리는, 그치만 왜인지 엄청나게 서글퍼져서 곤란할 정도로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케이네, 이런 성격이었던가? 아니, 난 어째서 습격당한거야?
그런 질문을 날려버리는 듯 그녀는 다시금 내게 덤벼들었다.

"■■■■■--!!"

무거워. 그녀의 외침이 무겁게 날 짓누른다. 그녀의 주먹을 받아낸 내 팔이 무겁다고 말하고 있다. 한 번 한 번 받아내는 것 만으로도, 이미 나이프가 내 손 안에서 진동할정도로 아파온다.
그치만 이런 공격이라면… 그래.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이미 이런 미쳐버린 상대를 상대하는건 익숙해 져 있으니까. 그치만, 그녀의 외침이 너무나도 무겁다. 슬프다. 나까지 우울해져서, 나이프까지 울며 내 손에서 떨어지려 한다.

시간을 멈춰, 여기저기에 나이프를 설치해선, 그대로 진행형으로 바꾼다. 마치 스스로 나이프를 따라가 긁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녀는 조금씩 체력을 깎아내려간다.
그치만 그녀를 상처입히는 내 마음도 결코 편하진 않아서, 어떻게든 빨리 끝내는 것이 답이라고 결론짓고는 시야 가득히 나이프를 뿌렸다.




"그아... 아아..."

달이 그 모습을 산속으로 감출 무렵이 되어서야 케이네는 쓰러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불이 사그라들듯 몸이 되돌아온 그녀는 한참이나 축 쳐져 있었다.

"저기… 케이네?"

내 인기척에 고개를 든 그녀는 날 보며,

"흑, 흐윽... 크으, 흐으윽..." 

울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내가 뭘 어쨌다고 나쁜 짓 한적 없어 시비건건 네 쪽이잖아!!
그런 질문은 일단 뒤로 미루자. 어쨌든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듣고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니까.
그녀를 다독이려 다가가자, 그대로 내게 안겨들었다. 아니, 뭔가 가면 갈수록 더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도대체 뭐지 이건? 날 데리고 놀겠다는게 메이린 뿐이 아닌건가 여긴? 해보자는거야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자요이… 그치만 잠시만, 흐큭,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나…."

"잠깐만 케이네. 대체 무슨 일이야?
부디 좀 천천히 설명 해 주지 않을래?"

내 말에 그녀는 품 속에서 고개를 살짝 들곤, 눈물투성이 얼굴로 말했다.

"미안... 그치만, 킁, 그, 훌쩍, 눈물, 이, 멈추질, 훌쩍, 않아서,"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난 그 등을 쓰다듬으며 두드려주었다.

"착하지 착하지... 괜찮으니까 진정해. 사정은 그 뒤에 들을게."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니, 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궁금증은 이미 내 뇌를 폭발시킬 것 같아서 머리속이 왱왱 울렸지만, 어쨌든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들을 것 같다.



그치만 아무리 나라도 하루 밤을 꼬박 새버렸고, 메이린이든 뭐든 찾는데에 하루종일 체력을 탈탈 털어 쓴 뒤에 한 스펠카드전 같지도 않은 괴물사냥까지 한 데다가 내 치맛자락을 잡고 엉엉 울어대는 그녀를 진정시키다가 그녀가 잠든 모습까지 봐주곤 아무것도 듣지 않고 움직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였기 때문에 그대로 케이네의 집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정말 이런 장난 친 녀석 누군지 잡혀봐. 작은아씨의 방에 던져넣어줄테니까.

"미안하게 됐군. 같잖은 꼴을 보였다. 그치만 오해가 있었다."

Posted by 나즈키
"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 생각이야!?"

인형을 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난 이내 이것이 메이린의 장난임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게 빵 한 구석엔 마치 물린 듯 침자국이 남아있었고, 인형은 인형대로 마치 내게 그 쪽지를 주는 것 같은 자세로 양 손을 내밀고 있었으니까.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아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날더러 외출을 허가해 달라는거야?"

"그렇습니다. 메이린이 정신을 차릴 때 까지만 외출하겠습니다. 부디 허가를."

"네가 사적인 이유로 외출을 청한건 이번이 세번째인가…. 뭐 좋아, 나도 적당히 신사에 가 있으면 되겠지. 최근엔 차를 타 주는 메이드에게 신경쓰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응?
이건 듣고 넘기기 힘든 이야기인데.

"네?"

"아냐, 가 봐. 이 이상 캐물으면 외출은 허가하지 않겠어."

뭔가 찜찜한데. 어딘가 불편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더러 나가라는건 뭔가 죄책감이라도 지우고 싶은건가?
그치만 그 이상의 질문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가씨에, 난 방을 나섰다.



"신경쓴다… 라니, 우리 아가씨가? 설마. 누군가가 귀띔이라도 해서 장난치는거겠지."

방문을 나선 난 아가씨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또각, 또각, 내 발소리가 복도에 음험하게 울려퍼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냐…. 잠깐, 장난?

"설마, 저번의 그…."

아무리 계단을 오르고 올라도 신사에 갈 수 없었던 때를 기억해내곤, 난 세 요정이 결국 레이무에게 박터지게 맞았던 일을 이어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혹시 이 녀석들, 여기에 나타난건가.

정말 사람을 가지고 왜들 장난질이지.
하여튼 잡힌 쪽은 제대로 고문이야.

내 몸은 멋대로 요괴의 산 변두리를 지나, 사람이 헤매인다는 대나무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 조용한 방 안.

"이걸로 괜찮을까요? 이래도 되는걸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스런 목소리는 방 안에 울려퍼진다. 상대를 향한 그 말은 높임말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것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고 탁자를 두드리고 있어서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그에 반해 상대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까딱까딱 방정맞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중요한 물건때문에 당황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는 이야기인걸?
눈치채지 못할거야. 거기다 이건 이것대로 모처럼이잖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그녀의 말에, 조용히 듣고있던 상대는 조그맣게 한숨지었다. 정말, 큰일이라는 듯 한 표정으로.

"최근 당신을 보고있으면 그런 이야기가 떠올라서….
삼류악당 우두머리."

"어머, 칭찬이라니 오랜만이네. 우두머리라면 그걸로 됐어."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슬쩍 웃고있는것도 같았다.
시선이 닿은 창 밖은,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Posted by 나즈키

"드세요, 몸이 데워질거예요."

내가 차를 얻어먹는건 꽤나 오랜만인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하며, 난 따스한 코코아를 손에 들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너무 따뜻해서, 축축하게 젖은 온 몸이 보송보송하게 데워지는 것 같은 느낌이 -

"느낌이 아니고, 지금 말리고 있어요."

소악마의 손가락이 이리저리 움직여 만든 마법진에서, 따스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의외로 많이 친절해졌는데, 소악마. 그렇게 말하자, 소악마는 묘한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건 칭찬으로 들으면 되나요? 사실, 주인님 명령이예요."

파츄리님이? 그게 더 의외인데.



"정말 고마웠어. 이제 기분도 좀 나아졌고, 열심히 찾아보지 않으면 안 되겠는걸."

"뭘 찾고계신가요?"

자리에서 일어나 찻잔을 정리하는 내 손에서 잔을 빼앗곤 내게 물었다. 뭘 찾냐니, 그야-

"혹시 메이린을 보게 되면, 빨리 내게 와 달라고 전해줘. 찾으면 가만두지 않는다고.
그나저나 도서관도 한 번 찾아봐야겠네. 여기서 길을 잃으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겠는걸."

마리사씨를 붙잡아두려는 주인님의 의도예요, 그렇게 설명한 소악마는 날개를 팔랑팔랑 흔들었다.
날 도와주겠다는 듯 위로 날아오르는 소악마에게 말했다.

"아냐, 소악마 손까지 덜면 내가 파츄리님께 면목이 없어. 가서 파츄리님을 돕도록 해.
차 정말 잘 마셨어, 그럼 이만, 가볼게."



헛생각이었다. 도서관은 어느샌가 너무나도 넓어져, 30분은 찾았는데 아직 1/5를 다 못 찾은 것 같다. 거기다 슬슬 길을 헤매기까지 해서, 이젠 내가 왔던곳인지 아닌지 구분하기도 힘들어졌다.

정말, 이 관 주인들은 어딘가 이상하다니깐.



"파츄리님, 하나 여쭤봐도 좋겠습니까?"

"응. 그나저나 사쿠야가 부탁이라니, 무슨 일일까?"

결국 도서관의 주인에게 메이린을 찾는걸 부탁하기로 했다. 책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가, 내 질문에 고개를 들고 이 쪽을 바라봤다.

"메이린이 보이지 않습니다. 찾아줄 수 있습니까?"

내 말에 파츄리님은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곤란한 듯 시간을 지체하던 그녀는 그렇지만,

"흐응. 그치만 탐색마법은 특기가 아니라서. 그렇게 넓게는 못 찾아보고 , 대충 이 도서관정도라면 만족하겠어?"

라며 도움의 뜻을 표했다. 특기가 아니라는 부분에선 나도 모르게 표정이 무너져버려서 부끄러워졌다.

"..."

슥슥, 하늘에 손가락으로 무언가 낙서하자, 색색의 빛들이 모여들었다. 정령인가.
이내 그 정령들은 각자의 방향으로 날았다 돌았다 하며, 제법 아름다운 문양의 마법진을 짰다. 마치 메이린이 생각날 법 한 무지개색에, 조금 마음이 아팠다.

마법진이 빛나고, 이내 소멸했다.

"이제부터 찾아보는거야. 기다려."

그렇게 5분은 지났을까. 파츄리님은 실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없어, 여기엔."

머리를 옆으로 저으며, 파츄리님은 표정을 책에 감췄다. 감춰진 얼굴도 꽤나 지친 것 같이 보여서, 난 감사의 뜻으로 차 한 잔을 그녀의 앞에 두곤 도서관을 나섰다.



그렇다곤 해도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확실히 목격자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복도에서도, 문에서도, 관 어디에서도 봤다는 말은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말을 따라가도 메이린은 없다. 누군가 수작부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정도 레벨이면 범인은 한 명. 메이린의 장난이 분명하다. 그렇다곤 해도 관 전체가 나한테 힌트 하나 안 주고 데리고 놀 줄이야.

메이린, 잡히면 정말 가만두지 않을거야.

맨 처음, 우리가 만나기로 했던 장소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지치는데... 메이린, 숨어있다면 슬슬 나와."

몸이 처진다. 처지는 팔을 의자의 등받이에 받치듯 엎어지자, 시선이 자연스레 메이린이 앉는 의자로 옮겨간다. 어라? 아깐 없던 물건이 있다.

빵모양 곰인형.

"왔다 간걸까? 아니면, 새로운 힌트?"

그 빵모양 곰인형의 손엔, 조그만 메모가 묶여있었다.
메모엔 푸른 색 글씨로, 갈겨 쓴 필체가 남아있었다.

『오지 않아서 이걸 두고 갑니다. H · M』



뭐?
내 머리속은 혼란에 빠졌다.
Posted by 나즈키
※바보같은 이야기를 보고있으려니 나도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진지하지 않게 써질지도...

메이린의 방은 조금 특이하다. 언제나 무언가 나뒹굴고 있는 내 방에 비해 깔끔하고, 그치만 결코 깔끔한 사람이 쓸 것 같진 않은 운동기구가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다. 언젠가 왜 이렇게 깔끔해? 라고 물었을 땐, 스스로 정리하는건 아니라고 했다.

이상하다, 슬슬 나타날텐데.
방 안 풍경을 관찰하는것도 매일같이 했던 일이라 눈을 감아도 대충 뭐가 어딨는진 알 수 있다. 그런 방 안에서 더 관찰해봐야 나올것도 없고,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5분.
평소보다 5분 늦었다. 평소라면 아무리 늦어도 이 쯤엔 나타나서, 아직 뜯어먹지 않았어요~ 라며 내가 선물했던 빵모양 곰인형을 흔들 법 한데. 아직도 인기척은 없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불편한 다리를 살짝 꼬아 늘어뜨리곤 발을 까딱거리며, 느긋해지기로 했다. 문에 마리사라도 나타난걸까?

15분.
많이 기다려줬어, 메이린. 장난이라면 이 쯤 해 두지?
내 손에 우연찮게 닿았던 테이블보는 이미 닳고닳아 그 올이 한올두올 빠지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깔짝거렸던 결과물. 음, 너무 얌전치 못한데 내 손.

탕!
결국 난 탁자를 내리치고 일어났다.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잡히면 묵사발을 내 줘야겠군. 좋은 베짱이야, 이 나를 바람맞히다니. 어디서 어떤 메이드와 농땡이부리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에야말로 뼈와 살을 분리해서 관 앞에 전시해주도록 할까. 발치에 쥐인지 돌인지 아니면 메이린의 물건인지는 모르겠지만 걸리적거려서, 걷어차버렸다.



메이린 봤어?
내 질문에, 당황한 듯 한 표정의 메이드는 내 뒤쪽을 가리켰다. 저 쪽으로 아까 뛰어갔는데, 30분은 됐을걸요. 그 대답이 말하는 건 어쩐지 날 놀리는 듯 한 기분이었다. 방 주변의 메이드들은 모두들 같은 소릴 하고 있다. 그 즈음 해서, 방으로 향했다고.
혹시 문에라도 간걸까, 대체 날 얼마나 놀려먹을 셈이지. 내게 대답해 준 메이드에게 살짝 미소지으며 고맙다고 손을 흔든 후, 문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날씨도 맘에 안 들고, 정말이지 이건... 날 놀리려는게 분명해.

하지만 문에서도, 문 옆의 휴게실에서도, 벽을 따라 순찰하는 메이드들에게 물어도 긴머리든 짧은머리든 파란눈이든 빨간머리든 검은치마든 하얀 에이프릴이든, 하나같이 대답하는건 '못 봤어요.'
결국 관 주변, 문지기들이 지내는 곳은 다 헤매고 돌아다닌 느낌이었다. 어째서인지 하루종일 아가씨의 호출도 없었기에 난 마음놓고- 결코 마음을 놓지는 않았지만 - 찾아다니게 되었다.

대체 어디로 사라진거야, 메이린? 그렇게 날 놀리면 좋은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해졌다. 때마침 비도 내리기 시작해서 메이드들은 각자 비옷을 챙겨입고 있었고, 내 머리 위에도 한 방울 두 방울 한컵분량 이미 한 바가지분량 아니 완전히 젖어버려서-
이러다 감기라도 걸리면, 메이린이 곤란해 할 텐데.
아니 사실은 아무렇지도 않은거 아닐까. 내 감기따위는.

"이 이상은 몸에 안 좋을 것 같네요, 안으로 드세요."

내 머리 위에 커다란 날개를 펼쳐 가려준 그것은, 소악마였다.
Posted by 나즈키
무사히 아침밥을 짓는데에 성공한 난 아가씨 분의 밥을 들고 침실로 향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좀 늦었네, 사쿠야."

"정확히 3.54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가씨."

그렇게 말하며, 언제나처럼 홍차를 잔에 채워넣었다. 아가씨는 우아한 포즈로, 잔을 집어들어 홍차를 마신다. 하지만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잔을 집어던졌다.

"맛없어. 정말, 이거 위험할 정도로 맛없어. 너, 무슨 생각을 하며 탄거야?"

잔을 받아들어 원래의 장소에 돌려두곤 대답했다.

"아무것도. 전 그저 아가씨만을 생각합니다."

제발, 빨리 끝내줘.중국에게도 가봐야한다구.

"거짓말을 하면 벌을 줄거야. 거기다 다른 사람 때문에 주인에게 소홀해지다니, 이건 중죄야."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정말이지, 쓸데없이 읽어대기나 하고. 빨리 끝내줘, 메이린이 기다리고 있단말야.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직 작은아씨의 아침식사가 준비되지 않았기에."

아가씨는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다.
곤란한데, 이래선 아무리 그래도 가버릴 수 없잖아.
똑, 딱, 똑, 딱, 시계의 초침 소리만이 방 안에 울려퍼진다.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똑, 딱, 딱, 딱. 어라, 지금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알았어. 가 보도록 해. 그렇게 말한 아가씨는 혼잣말로,

"오늘은 날씨가 좋네."

라고 중얼거렸다.

날씨?
오늘은 맑았는데. 아무래도 아가씨가 좋다고 할 만한 날씨잖아...

"좋은... 날씨네요.
그럼, 편히 쉬시길.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곤, 방을 나섰다.
Posted by 나즈키
※빵모양 곰인형은 다음에 나와요.

치르르르르르-

귀에 익숙한 소리가 울린다. 뇌가 깨어나고, 몸이 깨어나지 않는다. 몸이 너무 무겁다 그런만큼 스트레스는 뇌에 쌓여든다. 자명종과의 거리가 끝도 없이 멀게 느껴진다. 아아, 시끄러워.

치르르르르르-

참아. 참아보자. 이번에도 실수하면 메이린이...

치르르르르르- 콰직!

앗차.
내 손과의 작별을 고한 베게는 멋지게 자명종과 부딪혀, 함께 지면으로의 동반자살을 시도했다. 그 결과 자명종은 그 몸을 꽃잎마냥 멋지게 흐뜨러뜨리고, 베개는 멋지게 살아남았다.
외유내강의 승리.

뭔소리야. 어쩌지, 저 자명종. 메이린이 준 물건이건만.

잠에서 깬 난 박살난 시계를 손에 들었다.
아니 잠깐만, 생각해 봐. 베개는 내 숙면을 돕는 중요한 물건이야. 그치만 이 자명종은 그걸 방해하는 물건. 그러니까 이걸 부순건 어디까지나 나의 자기방어. 오케이, 난 틀리지 않았어.

그래서 어쩌자는거지. 이거, 이미 부숴버렸는걸.
아, 모르겠다. 시계를 아무렇게나 내팽개친 난 옷을 챙겨입고, 머리를 매만지고, 자세를 점검한다.
슬슬 아침밥을 준비해야 할텐데. 오늘은 어젯밤 무리를 한 메이린에게 영양가 높은 아침을 준비해 주도록 할까. 그치만 그런 걸 눈치채면 분명 놀려댈 게 뻔하니까, 티 나지 않게, 신경 쓰지 않은 듯 만들어야지.
지는건 싫으니까.
Posted by 나즈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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