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參人三色'에 해당되는 글 18건

  1. 2009.01.17 [東方] 參人三色 -7- 4
  2. 2008.12.28 [東方] 參人三色 -6- 2
  3. 2008.12.26 [東方] 參人三色 -5-
  4. 2008.12.20 [東方] 參人三色 -4- 2
  5. 2008.12.20 [東方] 參人三色 -3-
  6. 2008.12.18 [東方] 參人三色 -1.5- 2
  7. 2008.12.16 [東方] 參人三色 -2- 6
  8. 2008.12.14 [東方] 參人三色 - 1 - 4

홍마관에 도착한 사쿠야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평상시라면 이쯤에서 그게 튀어나올텐데.
숲을 지나올 땐 잘 몰랐지만, 잘 다져진 바닥에 울리는 자신의 발소리는 또각또각, 예전과 달리 무척이나 지우기가 힘들었다. 그러니까 튀어나오란말야, 이 중국.
들어갈까, 말까. 기습인가? 주의를 기울여보면, 주변은 숨막힐정도로 정적에 싸여있다. 틀림없어. 이건 음모가 있다.
살짝, 문 안으로 들어갔다. 무반응.
성큼하고 안으로 들어가보니, 우리의 멋진 상해출신 아가씨는 기세좋게 자고있었다. 평소에 왜 사쿠야가 중국을 학대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마리사는 중국의 고충을 이해해버렸다.
"후... 메이린, 나(마리사)때문에 고생 많구나... 걱정마, 한동안은 편히 쉬어도 될거야."
말하며 살며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후 사쿠야가 잠든 건 달이 보이지 않을 무렵. 항상 쳐들어오던 곳이지만 메이드장의 침실엔 용무가 없다보니 찾는게 쉽지 않았다. 옷을 갈아입는것도 잊은 채, 고꾸라지듯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다음 날, 관 안은 엄청난 소동이 일었다. 일의 발단이 된 것은 사쿠야. 아가씨를 깨우며 관의 아침을 재촉하던 사쿠야의 부재로, 또 한 가지 이유로 . 또 한 가지 이유 역시 첫 번째와 맞물리는 이야기였는데, 어쨌든 그 일 때문에 사쿠야의 방문을 걷어차며 날아들어온 요괴가 하나 있었다. 렘릴리아 슷칼렛. 왜인지 어제 낮에 있었던 일을 잘 기억해내지 못 해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아침부터 중국이 찾아와 긴급상담을 처했던 것이다.
"아가씨, 긴히 드릴 말씀이..."
잠에서 갓 깬 레밀리아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라는 듯 한 표정으로 중국을 보다가, 그 상대가 중국인걸 알고는 이내 '뭐야 짜증나' 라는듯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메이린은 조금 섭섭했지만 그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뭔데? 월급인상이나, 가혹한 노동환경, 직속상관에 대한 불만, 기타 너의 현재 사정을 고려해달라는 말 일체를 제외한 어떤 말이라도 들어줄게. 아, 그치만 사쿠야를 빌려 달라는 건 그날의 사정을 고려해야해."
중국의 말을 자르고 속사포처럼 말을 이어내는 레밀리아. 그녀의 표정은 어느샌가 온화하고 자비로웠으며 위엄있게 변해있었다.
"사쿠야씨가 자고있는 절 내버려뒀어요!!"
단도 직입적인 본론 돌입.
"주인에게 거짓말하면 혼난다."
피식 웃으며 중국의 말을 흘려버리는 레밀리아. 그러고보니 딱 하루, 거짓말을 용서받는 날이 있었던가. 그게 혹시 오늘일까?
"아뇨, 정말이예요!"
다급하고 진지한 메이린의 표정에 레밀리아는 잠시 고민하더니, 중국을 가까이 와 앉게 했다.
눈을 마주치고 3초정도, 진지하게 바라봤다.
"너 거짓말하면 플랑이랑 3일동안 가둬둔다?"
"진짜라니까요!"
"사쿠야랑 한달간 얼굴도 못 마주치게 한다?"
"괜찮아요. 거짓말이 아니니까."
확실했다.
"어쭈, 세달로 늘린다?"
"3년을 말하셔도 똑같아요! 거기다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자고있는! 제 머리를! 무려 쓰다듬으면서! 고생이 많다고 했어요! 거기에 앞으로 한동안은 괜찮을거라며-"
큰일이다, 레밀리아 역시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는 이유로 방문을 박살냈다.
"사쿠야! 괜찮.."
레밀리아는 순간 여기가 정말 사쿠야의 방이 맞는지, 저 메이드가 사쿠야가 맞는지 의심했다.
침대에 대자로 뻗어 자고있는, 옷은 엉망이 되어버린, 거기다 코까지 고는 사쿠야.
그치만 그 사실은 오히려 오해를 부추겨 현실을 심각하게 인지하는걸 도울 뿐이었다. 얼마나 힘들었니, 사쿠야...
"미안해 사쿠야! 앞으론 발가벗겨서 홍마관 안뜰에서 리듬체조 시키지 않을게! 플랑한테 케잌 가져갈 때 은시계 숨겨서 곤란하게 하지 않을게! 파츄리랑 말싸움하다 불리하다고 관 부수거나 하지 않을테니까!"
"....으응? 뭐야, 무슨 일이죠 아가씨?"
라며 사쿠야가 일어날 무렵엔 이미 관은 걷잡을 수 없었다.


"두 사람, 잘 하고 있으려나..."
한가로워. 차를 들이마시는 레이무는, 이미 신사의 청소를 끝낸 뒤였다.
"한가로워."
신사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직?


다시 홍마관. 잠이 깬 사쿠야는 중국에 관한 일을 해명할 겨를도 없이 관 내를 날아다니며 하루를 시작해야했다. 정오가 다 되어서야 아침 식사를 시작하게 할 수 있었고, 사쿠야다운 능력의 태반을 사용할 수 없기에 할 수 있는건 목이 터져라 소리지르는 것 뿐이었다.
"거기, 수다떨지 말고 식탁보를 닦아!"
"청소할 땐 먼지가 일어나지 않게 하라구!"
"걸레질의 기본은 물걸레와 마른걸레의 병행인걸 모르는거야?!"
물론 태반의 잔소리는 마력을 담아 소리를 증폭시켰기 때문에 목이 크게 상하지는 않았다. 아니, 일일히 소리지르려다간 반나절 안에 녹초가 될 거라고 독자들 모르는 사이에 사쿠야가 알려줬던 이야기였다.
핏대 선 사쿠야의 외침에 요괴들은 꺄아꺄아 부산을 ㄸ껄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자신의 말에 순순히 순응하는 요괴들에 사쿠야는 내심 안도감을 느꼈다.
-고 안심한 것도 딱 3일. 사쿠야는 눈치채버렸다. 이 녀석들은, 일일히 지시를 해 확인하지 않으면 항상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바보들이었다! 못살아 정말...
그래도 어쩌겠는가. 다시금 목에 마력을 불어넣을 따름이었다.

Posted by 나즈키
"으, 으으..."
정신을 차리는 것 보다 먼저, 아직 남은 뻐근함이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정신이 드는걸 알아챘는지 사쿠야 - 원랜 마리사였다 - 가 말을 걸어왔다.
"어이, 괜찮아?"
"아... 어 응. 어떻게든 살아는 있는 ㅓㅅ 같아."
그렇다면 다행이군, 이라며 말을 늘이더니,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질문해왔다.
"무슨 맛이었어?"
움찔, 괴로운 걸 생각하는 듯 하더니 돌아온 대답은,
"온 식도를 태우는 것 같은 맛이었어. 정신을 잃기 직전엔, 온 몸을 두드려 맞는 느낌.
아가씨와의 첫 만남 이래 최대의 죽음의 공포였어."
둘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침묵에 빠져있었고, 사쿠야가 먼저 침묵을 깨고 레이무의 행방을 물었다.
"레이무라면 여기 있는데."
"시덥잖은 말장난은 그만두지?"
"알았어 알았어."
사쿠야 - 원래 마리사였던 - 앞으로 귀찮으니 그냥 사쿠야로 하겠다 - 의 말에 의하면, 얼굴을 남아있던 한쪽 소매로 닦아낸 마리사 - 원랜 레이무였고 단벌에다 불쾌하고 돈에 비굴한 그녀이며 앞으론 마리사로 불릴 - 는 마리사의 도구를 챙기고 빗자루를 한 손에 쥔 채 마법의 숲으로 터덜터덜 갔다고 한다.
"그.... 뭐라더라. 부적은 어디?"
"아아, 너는 등 뒤에 있는 사라시 안쪽에. 어차피 레이무가 손 대지 않으면 보이지도 떨어지지도 않을테지만, 만일을 위해서라고 했어. 의식하지 않으면 레이무의 말투가 나올테고, 몸에서 나는 향을 레이무의 향으로 바꾼다는데. 그 외에도 내 약의 효력과도 관계한다고 하더라."
역시 대단하네, 사쿠야였던 레이무는 등 뒤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근데 너, 그 몸으로 식은땀 흘리고 있으니까 제법..."
"얘가 뭐래니, 가서 아가씨 시중이나 들어. 거기다 당장 넌 내 몸이잖아?"
검지손가락으로 쿡, 이마를 찔러 다가오는 사쿠야를 밀쳐낸 레이무는, 돌아누워버렸다.
"흥, 그 아가씨 걱정은 여전하네. 이 몸의 실력에 놀라지나 말라구."
그 말을 남기곤 마리사였던 사쿠야 역시 신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몰래 본 레이무는 이렇게 생각했다.
제법, 처음 신는 하이힐 치곤 괜찮은 걸음걸이네.

"하아, 정말이지 주책맞은 하루였어 어제는."
아침, 무심코 열어둔 창문에서 불어온 차가운 기운에 눈을 뜬 레이무...아니 마리사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두 사람에게 심한 취급을 당하고 신사를 나선게 해질무렵. 마법의 숲에 도착해선 몸을 추스리려 집에 들어갔지만 어김없이 끝 모를 잡동사니 창고. 그 안에서 어찌저찌 잘 자리를 만들고 나니 이미 밖은 보름달이 너울너울 춤추고 있었다.
도저히 옷이 갑갑해 대충 옷을 벗어던지고 캐미솔에 드로워즈 차림으로 잠든 것 까진 기억나는데, 잠든 그 자세 그대로 깨어난건 조금 신기한 경험이었다.
막상 깨어났지만, 일어나고 싶지는 않았다. 신사처럼 아침부터 마당을 쓸 일도 없는 곳이거니와, 방청소같은건 이미 아득히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영역에 있기 때문에 시도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에 죄송스러운 일인 것이다.
그래서 그냥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 보고 있을 뿐이었다.
졸린지 아닌지 자신도 잘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무언가 노크 비슷한 소리가 들렸던 것 같다.
"흐아암..."
멍-한게... 정신이...
"마리사, 역시 아직도 자고있구나! 어머, 오늘은 왠일로 멀쩡히 자리잡고 누워있네? 거기다 이불도 가슴께까지 잘 덮고있고- 혹시, 어디 아파?"
그런가. 요즘의 마리사는 그 잡동사니 천지였던 상태에서 자는건가?
잠이 확 깨는 앙칼진 목소리에 마리사는 정신이 들었다.
"아니, 별로 그런 건 아냐. 다만 기분이 조금 변했을 뿐이라구."
별일이네, 라며 앨리스가 발 밑을 살피며 이쪽으로 걸어왔다.
"무슨 일로 온 거야, 앨리스?"
옆에 털썩 앉아 무릎 위에 상해를 앉히는 앨리스에게 묻자, 앨리스가 그럴 줄 알았다는 투로 말했다.
"쳇, 그새 또 잊었을 줄 알았어. 지난번에 중화제인가 뭔가를 만든다면서 이런저런 약재를 갈취해놓곤, 오늘 그 약재 구하는걸 도와준다고 했잖아."
....마리사 이녀석....
어딘가의 메이드가 되어있을 마리사를 생각하며 으득, 이를 갈았다.
Posted by 나즈키

레이무와 마리사는 뒤에 레밀리아가 나타나 사쿠야와 신파극을 찍든 사쿠야에게 맞아 마리사의 머리 위를 스쳐 날아가든 사쿠야가 가져 온 메이드복을 마리사에게 입혀보기 및 마리사 자신이 입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우, 우와... 이거 제법 신기한 구조인데? 그러니까 이게 이걸 이렇게 해서..."
상의에 얼굴과 팔을 넣으며 마리사가 말했다.
"잠깐 마리사, 그건 그게 아니고 이렇게... 야, 팔 치워, 얼굴, 얼굴!"
"아, 뭔가 기분나쁜 느낌."
보면, 마리사의 손가락이 레이무의 입 안을 찌르고 있었다.
"에퉤, 으에.. 이게 뭐야!!"
불쾌한 얼굴로 불쾌한 듯 한 행동을 하는 레이무를 내버려두고 마리사는 스타킹을 올려신었다.
"아... 이게 이거고... 으, 이 가터 불편한데 벗어버릴까."

마리사의 상의를 정리하던 레이무가 문득 이상한 걸 물었다.
"사쿠야, 이거 가슴이 너무 남는데?"
"훌쩍, 아 그건..."
감정을 추스르고 사쿠야가 무언가 대답하려는데, 됐어 라며 해명하려는 사쿠야의 말을 자르며 마리사가 말했다.
"어차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적으로 원하던 치수가 된 거겠지."
"아... 그 그게..."
그렇게 말하곤 훌러덩 상의를 벗어던졌다.
"자, 봐. 사쿠야가 입고있던 상의는 딱 맞잖아?"
".......흐윽... 마리사에겐 지고싶지 않았는데..."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입고있던 상의를 입은 마리사를 본 사쿠야는 무언가 복받쳐 오르는 듯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레이무는 그 모습을 보고 이제는 천쪼가리가 된 자신의 왼소매를 풀어 사쿠야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괜찮아, 울지마. 힘내. 납작한걸 더 좋아하는 변태들도 이환상향엔 널렸으니까."
"으아-하앙!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아!"
그 말에, 사쿠야는 간신히 억누르던 설움이 또 다시 복받쳐 올랐다.
손수건[?]을 받아든 사쿠야는 코까지 팽, 풀어재끼며 울어댔고, 어깨를 두어 번 토닥여 준 레이무는 마리사의 머리에 헤드드레스를 씌웠다.

레이무가 마리사의 앞치마를 두르는 걸로 세 사람의 환의는 끝났다. 마리사는 귀족 집 아가씨가 철모르고 천박하게 짧은 치마의 메이드복을 입은 듯 날뛰고 있었고, 사쿠야는 아까부터 왜인지 드러난 겨드랑이가 신경쓰이는지 몸을 배배꼬고 있었다.
레이무는 어땠냐면,
"인간 음양옥. 쿠헥!"

"자. 이게 레이무가 마실거, 이게 내 거, 이게 사쿠야.... 쿠헥!"
아까 그 쿠헥은 이 사람입니다. 하여튼, 약이 분배되는걸 지켜보던 레이무가 마리사의 명치에 지불봉을 꽂아넣었다.
"어째서 나로 변하는 약은 거무튀튀한 녹색인데다 거품까지 보글보글 솟아나는건데?!"
"그, 그건 네 머리카락을 넣었더니. 펑! 하고 피식- 해서 푸슝~ 하길래 진정시키는 반응제를 넣었더니 저렇게,,,"
마리사가 더듬더듬 말하자 그럼 이건, 하고 사쿠야로 변하는 약을 들이밀었다.
그 액체는 맑고 투명한 푸른 빛으로, 어떠냐 하면 치르노의 날개와 비슷했다.
"그건 펑! 하고 피식- 하더니 진정돼서 아무것도 안 넣었지."
"같은 인간인데 그만한 반응차이는 넘어가자. 좋아. 좋다구. 근데 이건 뭐야!"
마지막 약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마리사로 변하는, 레이무가 마실 약이었다. 그것은 마치 가을의 추수를 앞둔 밀밭의 태양과도 같이 찬란한 금빛으로 -
빛나고 있었다.
"아 그건, 내 머리카락을 넣었더니아무 반응이 없길래 작용제를 넣었더니 - "
"레이무, 그만해. 당장 난 저 불쾌한 걸 마셔야 하는 입장인걸."
불쾌한 것...
말 한 마디에 '불쾌한 것'의 주인이 되어버린 레이무는 무표정 무감정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설명했다.
"네. 그만두고 간략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이 앞의 불쾌하고 청량하고 찬란해 보이는 약은 각자의 몸에 변화를 주어 체형과 목소리, 그리고 머리칼의 색 및 길이를 바꾸는 약입니다. 한 번 복용하면 지속시간이 무척 짧기때문에, 제 부적으로 지속시간을 제어하겠습니다."
라고 말하곤 원샷해버렸다.
키야- 하곤 세상의 쓴 맛을 음미한 레이무의 몸이 휘황찬란하게 빛나더니, 및이 사라질 무렵엔 마리사가 되어있었다.
"멋지네요. 달콤하고 황홀했어요."
무미건조 무표정 무감정.
뒤이어 마리사가 들이키자, 0.3초정도 번쩍, 토미다케 플래시... 아니 플래시같은 빛이 터지곤 사쿠야가 되어 있었다.
"상쾌해... 랄까, 아깐 맞던 옷이 좀 남는다?"
팡팡, 가슴을 두들겨보고 마리사가 말하자 사쿠야는 괜시리 울적해졌다.

보글보글.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액체에 사쿠야는 갈등했다. 앞의 두 사람은, 액체의 이미지 그대로 변신했고, 맛도 그에 비교적 상응했다.
그럼 난?
레이무에겐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이건 정말 무리다. 두려워...
망설이는 사쿠야를 무감정한 눈동자로 바라본 레이무가,
"불쾌해서 죄송합니다."
라고 억양없는 말투로. 이에 당황한 사쿠야가,
"아냐 레이무, 마실거야, 하나도 불쾌하지 않다구! 자 봐, 마신다 마신-"
꿀꺽.
푸-웁!
"뭐야 이 기분나쁜 액체는!!!"
반절쯤 마신 사쿠야가 입에서 액체를 뿜어냈고, 고스란히 그 액체를 뒤집어 쓴 원래 레이무였고 지금은 마리사인 얼굴이 두려운 표정의 사쿠야... 아니 원래는 마리사였지만. 의 옆으로 보였다.
"아....... ...."
뭐라고 사과하려 입을 열던 사쿠야가 이내 경련하더니 온 몸에서 골격이 재조립되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고, 머릿색이 차차 오염되듯 검게 물들며 사쿠야는 정신을 잃었다.

Posted by 나즈키

"어쨌든, 이걸로 준비는 다 된거네."
레이무가 눈 앞에 놓인 물건들을 보며 말했다. 탁자 위에는 각각 부적 세 장, 옷과 장식 세 벌, 그리고 보기에도 수상쩍은 약 세 병이 놓여 있었다.
"정리하면, 내가 신사를 지키고 저 고무공이 홍마관에 가는거지? 레이무에겐 미안하지만, 그 사람우리를 좀 부탁해둘게."
실례구만, 마리사의 말에 다른 둘은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괜찮아, 그간 환상향이나 한 번 돌면서 별 일 없나 보면 되는거지. 그간 한가해서 지루하기도 했고."
이변이 생기면 누구보다 귀찮아하는 주제에, 라는 마리사의 발언 역시 무시당했다.
"어이 레이무. 너 내 몸으로 나쁜 짓 하면 안 됀다? 내 착한 이미지가-"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마리사."
사쿠야가 말을 잘랐다. 마리사의 말에 레이무는 무언가 잠시 생각하더니, 혼자 게헤헤헤 웃어대기 시작했다. 저 녀석의 이번 컨셉은 저건가.
"그럼, 셋 다 변신해볼까. 저기 저 웃음버섯은 좀 이따 하더라도."
"잠깐만, 난 따로 갈아입을게."
사쿠야가 우물쭈물 말하자 레이무가 말했다.
"괜찮아 사쿠야. 차피 네 가슴이-"
"누가 쟁반만도 못한 찻접시라는거야!!"
아무도 거기까지 말하진 않았어, 라고 반박할 새도 없이 레이무의 치마며 옷깃 등등 다다미에 닿아있던 부분이 모조리 나이프에 붙잡혀있었다.
"아, 이거 한 벌 짜리 옷인데!"
너덜너덜 구멍난 소매며 치마에 레이무는 크게 좌절했고, 사쿠야가 이내 말했다.
"알았어, 나중에 또 만들어주면 되잖아."
옷이 찢어지는것도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난 레이무가 넙죽 절을했다.
"감사합니다. 그 마음 변치 않으시길 바랍니다."
아하하, 이거 참.
"뭐 서로 볼 것도 없는 처지라지만 그래도 얼굴 맞대고 옷 갈아입긴 부끄러우니까, 우선 뭐가 뭔지 설명하고 흩어질까...
잠깐, 잠깐만. 나 있지, 사쿠야가 입는 옷 입는방법 잘 몰라."
정적.
그 어설픈 정적을 깨고 레이무가 말했다.
"그렇네. 나야 마리사 옷이니까 쉽게 입는다지만. 당작 사쿠야 너도 내 무녀복 입을 줄 모르잖아."
"벗겨볼까?"
빡, 마리사의 뒷통수에 레이무가 강한 한방.
"바보냐 넌. 사람 옷이 무슨 프라모델도 아니고. 분해해본다고 알 리도-"
레이무는 말을 멈추고 사쿠야를 한참 쳐다봤다.

다시금 정적.
"벗겨볼까?"
마리사는 리플레이.
"벗겨볼까?"
동의의 뜻을 머금은 되물음.
"자... 잠깐, 둘 다 무슨 생각 하는거야?"
"별로, 사쿠야는 부끄럼쟁이니까 우리가 조금 친절해져볼까- 하고. 그치?"
"그치-?"
전혀 친절하지 않은 눈빛으로 그렇게 말하시면 사쿠야씨가 곤란해져요, 두 사람.
"너, 너희들, 이럴 때만 둘이 죽이 맞아선..."
그렇게 서서히 다가오는 두 사람을 애써 피하던 사쿠야는, 자신이 어느샌가 방구석에 도착한걸 등에 난 식은땀과 자신의 상의가 밀착하는걸로 느꼈다.

"흑, 흐흑... 아가씨, 전 더 이상 당신을 모시지 못 할 몸이 되었어요... 흑흑..."
구석에서 처량하게 울고있는 사쿠야는, 그렇지만 전혀 처량하지 않은 차림새였다. 주홍색으로 아름답게 색입은 상하의에, 감기듯 내려오는 양 팔의 소매, 가슴께에 매어져 시선을 사로잡는 리본, 거기다 드물은 탓에 품격을 느끼게 하는 천박함 없는 은빛의 머리결까지.
그녀를 감상한 레X리X는 이렇게 말 할 정도였다.
"몸에 조금만 더 굴곡이 있었더라면 레이무보다 나았을텐데. 위아래앞뒤로 부족하구나, 사쿠야."
"아가씨 바보!"
Posted by 나즈키

거의 보름은 지난 후의 하쿠레이 신사.
"자, 만들어왔어. 세 사람 분 옷."
사쿠야는 그렇게 말하며 옷 세 벌을 내던지듯 내려놓았다.
하나는 무녀복, 하나는 마리사의 그것. 그리고 또 하나는 사쿠야가 입고있는 것과 동일한 메이드복이었다.
와아, 신사에 널브러진 옷을 보며 레이무가 감탄했다.
"어머, 어느것이고 고급 천... 지금 입은 옷보다 몇 배는 좋은 옷이네."
"당신, 이런데서 빈곤한 티 낼 셈?"
레이무가 애써 눈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아니 뭐, 실제로 빈곤한건데."
"마리사는?"
"아직 안 왔어."
"하여간 아주 자기편한대로라니까."
하아, 한숨을 쉬며 방바닥에 주저앉았다.
"어라, 그 손가락은 왜 그래?"
보면 레이무의 시선이 닿은곳엔 사쿠야의 손가락이 있고, 극러 감싸는 천이 있었다.
"졸다가 찔렸어."
"푸핫, 바보같아."
".......웃지마, 난 아프다구."
아파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사쿠야는 자신의 손가락을 다른 손으로 감싸며 시선을 피했다.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사쿠야가 레이무에게 물었다.
"참, 그건 다 만들어졌어?"
잠깐동안 무슨 소리지... 라는듯 멍한 표정을 짓던 레이무도 깨달은 듯, 소매에서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부적. 각각의 모양을 한 부적이 세 장 놓여있었다.
"아, 응. 한 일주일 정도 전에 조정까지 끝내뒀어."
탄식하듯 감탄하며 사쿠야는,
"여전히 대단한 실력이네."
라고 순순히 긍정했다.
"별 말씀을 다."

호록, 차를 마시던 렝무의 귀가 움찔하고 움직였다.
"왔다."
"그러게."
레이무와 사쿠야의 귓가에, 비행기의 그것과도 닮은 굉음이--
"쿠오오오! 이번엔 지난번처럼 당하진 않는다! 레---이무우우우---!!!"
엄청난 기세로 날아오는 마리사+@.
직격이다. 저걸 맞으면 신사는 다시금 박살난다. 그치만 이미 늦었다!!
두 사람 모두 각오한 듯, 임전태세를 갖추며 몸을 낮추는 그 순간.
결계『매력적인 입체경계』!!
한 손을 앞에 내고 상대를 막는듯한 영창.
그 자세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유카리? 라고 중얼거렸지만,
"틀려. 저건...
니토리야."
사쿠야의 정정대로, 그건 니토리였다. 그녀의 눈 앞에 발동된 스펠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정팔면체. 그 빛의 반사에 넋을 잃을 겨를도 없이 그 안으로 튕겨들어간 마리사에 의한 엄청난 충격음이 고막을 때렸다.
"자ㅡ 그럼 이만!"
두사람이 멍하게 마리사를 바라보는 틈에 니토리는 후다닥 뛰어 신사 뒷쪽으로 달아났다. 어안이 벙벙해진 두 사람의 뇌리에, 잠시 후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뭐, 신사가 무사하니 됐나.
그렇게 두 사람은 탁구공마냥 튕겨대는 마리사를 내버려둔 채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뒤에야 정신이 든 마리사가 지난번처럼 우끼우끼 시끄러웠지만, 무시했다.
"으아... 정말이지 죽는 줄 알았다니까. 탄막이면 피하기라도 하지, 이번엔 정말로 내가 화면 안에 던져진 음양옥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니깐."
자신이 언젠가 먹었던 버섯을 한참이고 확인한 뒤에야 마리사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 레이무는 마리사의 얼굴을 밀어내며 얼굴을 오만상 찌푸렸다.
"야. 야.입 열지 마. 신내가 여기까지 풍긴다."
"항, 입냄새? 흐아아아----"
오우 이런 젠장.
단도직입적인 레이무의 얼굴언어였다. 사쿠야도 못지않게 괴로웠지만, 이런 데서 완벽하고 소쇄한 메이드가 질 순 없-
"하아아아---꺼윽."
"좀 다물어!"
아무리 완벽해도 한계는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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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레이무가, 말 그대로 두둥실 떠올랐다.
양 옆에는 음양옥이 한 쌍. 시작부터 하드코어 스펠러쉬를 예견하고 있었다.
레이무가 정지할 무렵에야 위를 향해 빗자루를 치켜든 마리사가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두 사람의 높이는 비등.
마리사가 여유롭게 입을 열었다. 그건 여유를 가장한 허세일까.
"규칙은 뭘로 할 셈이냐?"
"스펠을 연속해서 사용하거나, 땅바닥에 얼굴을 처박거나, 피탄당하거나. 그러면 패배."
"좋아. 피탄은 그 피탄이지?"
"두 번 물으면 귀찮아. 빨리 시작해."
마리사가 조금 곤란한 표정으로 레이무에게 말했다.
"가볍게 가자구, 레이무. 응? 가볍게, 가볍게 말야."
"알았어. 가볍게... 말이지."
가볍게 손을 치켜든 레이무가 가볍게 손을 내렸다. 핏 하고 뭔가 기묘한 소리가 목을 훑고 지나간다. 선뜩한 느낌에 목을 더듬었지만, 아무것도...
...목깃 언저리에 바늘보다 조금 더 굵은 구멍이 나 있었다. 우와.
"어머, 빗나갔네. 미안-
다음엔, 확실히!"
카가가가강, 날아간 오정침이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뒷쪽의 기왓장과 부딪히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소리는 정확히 그리고 빠르게 일직선으로 이어졌다.
"으다다다닷!"
마리사는 여유있게 한 손으로 지팡이를 쥐고 있던 아까의 모습은 어느새 양 손으로 빗자루를 쥐고 허겁지겁 날아오는 오정침을 피하기에 바쁜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쳇, 당하고만 있을까보냐!"
지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듯, 한 손으로 빗자루를 쥐곤 다른 한 손으로 품 속의 팔괘로를 꺼내들어 레이무의 궤도를 좇았다.
마리사가 발사한 비-ㅁ은 아래에서 위로, 그대로 왼쪽으로 틀며 위로 향하는 레이무를 따라가다가 오른쪽으로 휘어지면서 다시금 아래로, 그리곤 오른쪽에-
퍼억.
음양옥에 정확히도 머리를 가격당했다. 아파.
큭, 이를 악물며 판정이 나오기 전에 엄지로 팔괘로의 윗 부분을 핑그르르 돌렸다.
연부 『마스터 스파크』
방심한걸까, 음양옥을 시선에 넣지 않았다. 시작부터 존재하고 있었건만.
레이무는 이 쪽의 스펠을 여유롭게 피한 후, 부적을 꺼내들었다.
영부 『몽상봉인』
방금 맞았던 음양옥을 포함해 4개의 음양옥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각각 적녹황청으로 빛났다. 이 쪽이 빗자루에서 뿜어대는 별탄막따위 우습다는 듯 튕겨내며 이 쪽으로 날아왔다.
첫 번째 음양옥은 여유롭게, 두 번째는 애시당초 궤도가 글러먹어서 오른쪽 다리를 드는 것으로 피해냈다. 세 번째로 날아온 음양옥이 정면이었기에 왼쪽으로 몸을 틀었더니 무게 중심이 쏠려----마지막 구슬이---젠자아아앙---
허벅지와 한 팔 힘으로 어찌저찌 버티며 몸을 빗자루에 걸다시피 하며 뉘어 걸터눕듯 피해냈다.
레이무 쪽엔 어느샌가 음양옥이 늘어, 회수된 것 까지 여섯개.
각각의 음양옥과 레이무 자신을 포함해 7중의 탄이 막을 이루어내며 다가오고 있었다.
"항, 이 정도론 쓰러지지 않는다구!"
"시끄럽네. 상대방에게 드로워즈 색같은거 알려주지 말아줄래?"
아차-, 보였나.
날아오는 탄을 팔괘로로 쳐내고 이리저리 피하며, 마리사는 다시금 팔괘로를 가동시켰다.
천의 『오렐리즈 선 시스템』
레이무의 여섯 음양옥에 지지 않겠다는 듯, 이쪽도 같은 수의 마구(魔球)로 탄막을 이뤄낸다. 날아오는 탄막을 흡수하고 이 쪽도 탄막을 펼치며, 빈틈을 노려 상대를 박살낸다!
뒷춤에서 꺼내어 던진 유리병이 레이무 근처의 음양옥에 막혀 폭발했다.
"헤에, 고작 이 정도?"
"아직이다!"
한번 더 투척.
"뭐야, 놀랐잖-"
피싯, 실낱같은 레이저가 레이무의 몸에 닿았다. 이건 피탄이군.
결부『음양섬결』
레이무의 주변 세상이 둘로 쪼개지듯 거대한 마력의 벽이 레이무의 앞뒤에 나타나 나아간다. 주변의 탄막을 흡수하는게 아닌, 깨끗한 소거. 이것도 실패인가, 라고 생각하는데 눈 앞에서 탄을 막아주던 마구가 깨어지며, 그 틈으로 탄이 쏟아져 들어왔다. 피탄.
"젠장!"
마리사는 씹어뱉듯 외치며 양 손으로 쿠긱, 팔괘로를 비틀었다.
하건상차, 통하려는 힘을 미묘하게 비트는 괘가 놓여, 발산되는 에너지는 -
연심『더블 스파크』
콰아아아-
그 반동으로 빗자루에서마저 추락하며, 마리사는 위세 좋게 포를 쏟아냈다.
그 빛은 한 갈래가 아닌 두 포선을 그리며 나아간다.
탄을 부수며 앞서 빠르게 나아가는 빛과, 그 뒤를 좇으며 회심을 노리는 빛.
이미 패배는 거진 확정이지만 그냥 넋 놓고 앉아서 피탄당할 순 없었다. 그렇게 질 바엔 꼬장이라도 부리고 가야지!
빛이 잦아들고, 주변이 잠잠해져 간신히 마리사의 시야에 든 레이무의 모습은 -
빛의 부적 한 장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몽경『이중대결계』
회심의 일격마저 막힌 자신의 스펠에 마리사는 넋을 놓았다.
허, 그 참.
주욱, 허탈함과 함께 온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며 호흡이 날뛰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그헤, 게헤..."

괴기한 숨소리를 내며 마리사가 볼썽사납게 씩씩대고 있었다. 멀리 하늘에 떠 있는 레이무의 표정과 이쪽의 마리사의 표정의 차로 보아 승부는 이미 난 듯 보였고, 이제 마지막 결정타를 레이무가 넣는 것으로 이 승부는 끝나는 것 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자... 그럼, 결정타나 구경하고 차나 얻어먹어볼까...
                                              부서진 돌탑이 신경쓰이고
그렇게 생각했건만, 예상을 깨고 레이무가 여유로웠던 표정 그대로 추락해버렸다.
"케풉!"
                       흙투성이 마리사가 신경쓰이고
가히 괴기하다 할 수 있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처박힌 레이무의 머리 위엔, 빗자루 혼자만 두둥실 떠 있었다. 빗자루?
"크아, 마리사! 이건 반칙이잖아!"
항, 코웃음을 치며 마리사가 힘겹게 웃음을 지었다.
"뭐 어때, 이건 승부다. 반칙이 어딨어?"
                                 엉망인 경내가 신경쓰이고
안돼. 이 쯤에서 불안감이 엄습했다.
"어... 잠깐, 둘 다 진정해."
"뭐라고? 이 위아래좌우 어딜봐도 크다 만 녀석이 입만 살아선!!"
"말했겠다, 인정머리라곤 그 부풀다 만 가슴만큼도 없는 주제에!"
가슴, 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신경쓰였던 사쿠야는 둘을 말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봐, 두 사람 다 그만해. 서로 화낼 일이 아니잖아?"
"뭐, 부풀다 만 뭐? 그래도 패드없는 사쿠야보단 부풀었거든!!"
결국.
"두 사람 다 그만두지 못해--!!"
폭발했다.

결국 둘은 사쿠야에게 30분동안 정좌한 채 잔소리를 듣고(사람을 신체부위 같은걸로 놀리지 말 것), 사쿠야에게 떠밀려 옷을 갈아입고(마리사는 집으로, 레이무는 단벌인 탓에 유카타로 갈아입었다), 갈아입는 와중에 깨끗이 씻기까지 한 후에야 사쿠야가 탄 하쿠레이 표 녹차를 마시며 쉴 수 있게 되었다.
 그 동안 사쿠야는 지저분해진 경내까지 정리하고 나서야 자신의 찻잔을 잡았다.

"아, 이제야 좀 정리되는 기분이네."
주변이 정리되어 이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은 사쿠야가 맘 편한 표정으로 말하자 마리사가 그 모습을 보고는,
"헤에. 너 그 결벽증 못 고치면 큰일일걸."
"흥, 어디사는 누구처럼 일생 청소라곤안 하는 주제에 잘난 듯 빗자루만 들고 다니는 너보단 나아."
"푸하하하하하!!"
사쿠야의 말에 레이무는 박장대소.
"뭐야? 나도 하면 너 정도는할 수 있다구? 다만 이 몸은 인기인이라 바쁠 따름이지."
"하하하... 하히, 하히,, 히이..."
이어지는 마리사의 말에 숨을 고르던 레이무는 숨이 아예 넘어갈 지경이었다. 거기에 이어, 사쿠야가 빈정댔다.
"우스운 이야기네. 말로는 누가 못 해?"
"누군 누구야, 나지. 너야말로 당장 지금도 [아가씨가 날 찾지는 않을까], [마시다 흘리지는 않을까], [도서관이 엉망이진 않을까] 라며 속으론 안절부절 못 하고 있잖아?"
우스꽝스런 마리사의 흉내에 사쿠야는 단도직입적으로 빈정상했다.
"흥, 지금 내 맘 속은 잔잔한 호수라구."
레이무는 그 이야기에 또다시 박장대소. 죽는거 아닐까.
"아무래도 레이무는 지난 봄에 모아뒀던 춘도가 모조리 머리로 향한 모양이네."
마리사의 말에
"그런건 어찌되든 좋아. 어쨌든 넌 절대로 할 수 없어,"
"그럼, 이렇게 해 보는건 어때? 마리사가 사쿠야의 집에 가서 관을 담당-"
싫어, 레이무의 말을 사쿠야가 다 듣지도 않고 거절했다.
"나더러 그 좁아터진 돼지우리에서 살라구? 그건 결코 사람에게 하라고 할 짓이 아냐."
"실례구만. 엄연히 사람의 우리다."
우리라는건 부정하지 않는구나, 마리사...
레이무의 측은한 눈빛도 신경쓰지 않은 채 마리사가 말을 이었다.
"내가 관을 담당할 수 있는지만 보면 어떠냐."
그 말에 사쿠야는 또다시 거절.
"아 싫어. 널 맡고 있으려면 생각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니까. 레이무라면 모를까, 넌 도서관을 몽땅 털어갈 생각이지?"
들켰군... 응?
아... 뭔가, 뭔가 잡힐 듯 한데.
"그럼, 이렇게 하자."
잡힐 듯 말 듯 한 생각에 망설이는 마리사를 내버려 둔 레이무가 말을 이었다.
듣지도 않는 마리사를 포함해, 세명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하아..."
탁자에 잔을 놓으며 한숨을 쉬었다. 레이무는 조금, 심심했다.
밖으로 나와, 마루에 걸터앉았다.
하쿠레이 레이무, 무녀. 당대 최고의 무녀 - 신통력의 크기만 놓고 본다면. 이지만 - 로써, 이곳 환상향을 지키고 보전하는데에 그 존재의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심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건 이곳 환상향이 평화롭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길게 늘어진 소매자락이 탁자를 쓸었다. 그대로 팔을 내려 등 뒤로 양 손을 짚으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지루해.
 암갈색 눈동자가 하염없이 하늘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이내, 조그마한 무언가에 촛점이 잡히고, 서둘러 어딘지 모를 장소에서 꺼낸 부적이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부적은 힘을 잃고 늘어져 있었지만, 날아오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레이무에게 확실하게 인식되었을무렵엔 시퍼런 기운을 내뿜으며 꼿꼿이 서 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어.
흙빛이 된 얼굴로, 부적을 낀 손에 더욱 힘을 실었다.
 멀어... 조금... 아직... 잠깐만...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저쪽은 급작스레 푸른 빛을 내며 급가속했다.
 "레--------이무---!!! 반ㄱ... 크헭?!"
 멀리서부터 세차게 소리치며 다가오던 그것은 이내 레이무의 의도를 알고, 불안감은 언어 이외의 무언가가 되어 입 밖으로 표출되었다.
그녀가 어쩌기도 전에 -

"봉마진!!"
 희푸른 빛기둥이 하늘을 꿰뚫었다. 레이무의 옷깃이며 붉은 치마가 너나할 것 없이 세차게 펄럭였다. 그 빛기둥에 휩싸인 마리사는 정지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사용한 스펠의 속도x자신의 체중+@가라는 훌륭한 힘의 결정체가 되어, 벽과 다름없는 스펠과 정면충돌했다.

- 얼마나 지났을까.
깜박, 눈이 뜨인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피곤해.
"정신이 들었어?"
친절한 목소리. 그 목소리에 이내 마리사는 눈을 떴다.
"우, 우우... 아파, 랄까 잠깐 설마 흙바닥에 그대로 방치한거냐?!"
깨어나 이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마리사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뭘 시끄럽게 떠드는거야. 신사에 재워두곤 옆에 앉아서 걱정하는 얼굴로 "마리사... 미안, 깨어나줘...' 라고라도 하고있길 바란거야?"
주책맞게 과장된 레이무의 행동과 몸짓에 마리사는 말마저 잊었다.
"쳇, 오늘은 신경써서 왔건만... 흙먼지로 엉망이구만."
탈탈털며 마리사는 중얼거렸다. 오늘의 자신은 평소보다 더 검었건만.
"뭘 중얼중얼 궁시렁대는거야. 거기에, 남의집에 오는데 블레이징 스타라니, 신사를 박살낼 참이야?"
"그게 그저 오랜만에 봤더니 조금 반가워서 그만..."
"오랜만엔 또 뭐야! 당장 어제도 쳐들어와선 스이카랑 둘이 신사를 엉망으로 만들고 간 주제에!"
버럭 고함쳤지만 마리사는 들은 체도 하지 않은 채 신사 안으로 들어갔다.
"아아-! 방금 청소 끝냈는데 흙발으로 들어오지 말란말야!"
"뭐 원인은 너고말이지."
털썩하고 이미 앉아버린 마리사는 탁자에 놓인 잔에 입을 가져갔다.
"잠깐, 그거 내 차인데!"
"아-정말이지 오늘따라 시끄럽구만. 한잔 더 타오면 되잖아?"
"그럼 네가 타 와."
"싫어. 난 손님이고 귀찮으니까."
으드득.
이까지 갈던 레이무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그럼..."
"아앙?"
"탄막승부야. 지는쪽이 오늘 점심까지 책임지기."
급작스레 얼굴을 들곤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레이무의 양 손엔, 어느샌가 부적다발에 지불봉까지 들려있었다.
"어... 어이. 투지는 알겠다만 시작부터 음양옥 두개는 어떨까 하는데."
"시끄러우니까 나와."

신사 아래쪽, 멀지않은 숲.
그곳엔 숲과 어울리지 않는 복장으로 멀리서부터 걸어오는 인물이 있었다.
헤드드레스, 에이프론, 짧은 치마에 가터벨트.
그 복장은 깊은 숲을 지나왔음에도 얼룩하나 없었고...
이윽고 신사의 토리이가 보일 듯 말 듯 한 계단 앞까지 도착했다.
까마득한 높이 때문에 신사 자체는 보이지 않았지만, 번쩍거리는 무언가가 시계를 곤란하게 하며 주인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탄막, 부적, 그리고 음양옥.
"하아. 정말 저런 곳에서 쉴 수 있을까?"
튕겨져 날아오는 음양옥을 피하며, 사쿠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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