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에 해당되는 글 90건

  1. 2009.07.28 아파파트 2
  2. 2009.07.28 아얏파트1 2
  3. 2009.07.26 나즈키 외도중
  4. 2009.07.08 산으로 간 아이가 낳았어요
  5. 2009.07.07 등장인물도 안 정한 주제에 이야기는 쓰고있고 잘하는 짓이다 2
  6. 2009.07.05 탐정모자 곰방대 카메라 2
  7. 2009.06.27 아리스
  8. 2009.06.27 꼐쏙
  9. 2009.06.26 츠즈쿠
  10. 2009.06.26 이어짐.

아까부터 빈정대듯 니글니글하게 말해대는 통에 내 속이 다 뒤집어질 것 같다.
뭘 말하는거야. 정석대로 널 쓰러뜨리고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어.
그런 말을 하며, 난 나이프를 치켜들었다.

"그렇습니까…… 그렇게 나오시는겁니까.
그-럼- 저도, 오랜만에 기사같은건 잊어버리고 한바탕 날뛰어 미쳐 돌아가보는것도-"

그렇게까지 말 해 놓곤 꺼냈던 부채를 등 뒤에 쑤셔박듯 넣곤, 몸에 배긴 긴장을 풀어버렸다.

"괜찮겠지만, 역시 지금 전 조금 바빠서 말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서 떠나겠습니다. 상관없죠?"

아니 엄청 상관있어. 절대 좋지 않다구 너.

"잠깐 기다려! 네가 가 버리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라는거야, 내 외침은 나오지 않았다.
등을 돌리곤 지금 당장이라도 하늘을 박차고 날아오를 것 같은 모습에, 난 손을 뻗었다.
그렇지만 내 손은 닿지 못했고, 나를 돌려다 본 그 얼굴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로썬 무리지만…
산 위에 있는 신님들에게 부탁해보는건 어떻겠습니까?"

그녀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금 딱딱하게 굳어, 다시금 날 긴장시켰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거지. 난 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강한 어투로 말했다.

"난 악마의 종자야. 신따위-"

쿡, 하고 아야는 웃었다.

"괜찮군요,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뭐 가든지 안 가든지 그건 제 문제가 아니지요. 어쨌든 전 떠나겠습니다. 그럼, 좋은 일 있길 바랍니다."

그 말을 남기곤, 아야는 엄청난 소리와, 속도와 함께 사라져버렸다.

뭔가 신경쓰이는데, 그 신이란 거.
몸을 때리기 시작하는 비 속에서, 홀로 남은 난 다음 행동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Posted by 나즈키

오지게 길다...

산을 넘으면 또 산이 나온다. 처음 보는 풍경에 조금은 편해진 기분이 느슨해지지만, 이것도 무리. 지금의 난 메이린을 며칠동안 보지 못한 상황이라서 그런지, 기분이 편치 않았다. 당장 누구 하나 잡히면 멱살이라도 잡아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
그렇다곤 해도 그 아야인가… 확실히 그 녀석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걸 좋아하는데다가, 어쨌든 기자라고 하는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까. 뭘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귓가에 바람소리가 울린다. 묘하게 우중충한 하늘을 따라 표정이 우중충해진다. 몸에, 옷에 눅눅함이 배인다. 불쾌해.
하긴 생각해보면 내가 찾아가는건 처음인가?
생각 해 보면, 언제나 변태같은 짓거리만 해 대고 그런 사진만 찍어대는 통에 신문에 그 기사가 실리는 순간 바로 쫓아가선 뼈와 살을 해체해서 그 시체를 까마귀들 점심밥으로라도 줘버리겠다는 기세로 기다리고 있으면 정작 기사는 비교적 양호한 것 밖에 나오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난 결국 그 사진을 잊어버리게 되고, 잊을 만 하면 아야는 한번씩 나타나곤 했다.
가만, 그러고보니 조금 신경쓰이는데. 그 사진들은 대체 어디 있는거지?

"후우……."

약한 한기를 느꼈다. 아니, 조금 춥다. 산바람이 차서 그런가.
구름이 차오르는 하늘을 보며, 어쩐지 눅눅하더라, 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 요괴의 산은 인간이 다가오는걸 싫어하고, 그걸 배제하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선 가용한 수단을 최대한 활용 - 그래서인지 아니면 단지 배가 고파서인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하는, 그러니까 요정이며 요괴들을 활용하는 것 같다.
콰직 하고 시원한 소리를 내며 내 나이프를 미간에 꽂은 요괴가 떨어졌다. 아아, 힘이 너무 들어간걸까? 언제나 이상한 녀석에게 베어넣던 손이라서 그런지 너무 과격하게 되어버렸다.

콰아아아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불어 와 고개를 들어보면, 거기엔 '만나러 오려면 산을 올라 폭포에 도달하면,
희고 귀여운 아이를 찾아 주세요.' 라고 아야가 전에 말했었는데.
에ㅡ 여긴 분명 폭포 꼭대기지?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아니, 혹시 저건가?

난 조금 전에 둥그런 모양의 탄막을 쏴대고 있었지만 왜인지 멍멍이같은 느낌이 강해서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머리에 쓴 헤드드레스를 원반던지기로 던졌더니 그걸 쫓아가다가 피탄당해 지금은 떨어져서 물 속에 '퐁당' 하고 빠진 하얀 녀석을 눈으로 쫓아갔다. 말 그대로, 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저런 상태라면, 뭔가 물어보기도 힘들겠네….

난 그렇게 생각하고, 그대로 산을 올랐다.
그 녀석도 꽤나 바보니까 높은데에 있겠지.

툭, 투둑, 한 두 방울씩 안 좋은 소식을 내 몸에 전해준다.
차오른 구름은 결국 비를 뿌리기 시작했고, 그 비는 이내 소나기가 되어 쏟아져내렸다.
까마귀가 많은데, 슬슬 나타나는걸까-
아니, 슬슬 까마귀 왕님이 등장할 차례인데.
어라, 이 까마귀들 조금 많지 않아? 잠깐 그만둬! 아니 잠깐, 여기저기서 들이대지마! 날아오지마! 쪼지말라구! 귀찮아!! 날 날 귀찮게 하지마, 잠깐, 비켜, 앗, 진짜, 이런 젠장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 나이프 물고 도망가는놈은 뭐야!!!

"당장 튀어나와!!
거기 있는거 다 알아!! 죽인다 너!!"

이 까마귀들, 아무리 그래도 새대가리 주제에 너무 게릴라전에 익숙해. 아니, 똑똑해. 그렇지 않고는 까.마.귀 주제에 이런 탄막같은 행동은 불가능한데다 가능할 리 없어-.

"어라어라, 들켰습니까- 이거야 이거야-. 역시 감이 좋으시네요.
죄송합니다-, 그치만, 산 쪽도 이래저래 큰일입니다?"

내 눈 앞에서 까마귀들이 좌우로 크게 갈라지고, 그 가운데에서 나타난 건 기다리고 기다리던 흑발단발 거기에 흑백의 소녀, 샤메이마루 아야였다. 언제나의 부채와. 언제나의 복장.

"어머어머 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럽습니다-
여기까지 오는데에도 꽤나 고생해서, 옷도 못 갈아입고 나왔습니다- 정말이지, 여기선 이런 옷 입지 않습니다만- 그러니까 그 만큼만, 용서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무슨 소리가 하고 싶으신가요, 아야양.

"그보다 산에 큰일이라니?
산에도, 뭔가 있는거야?"

함박웃음을 머금은 아야는 내게 손을 뻗어 제지하는 동작을 취했다.

"아니 그건- 말씀드리곤 싶지만 말할 순 없는 탓에…
이 이상은 안된다구요~ 아쉽지만 당신도 꽤나 지친 듯 한데… 이대로 돌아가시는게 어떻습니까?"

Posted by 나즈키

2009. 7. 26. 20:32 동방

나즈키 외도중

"오늘은 손님이 오니까, 차를 준비해주렴."

그렇게 말을 남긴 교장은 걷는 듯 나는 듯 흐물흐물 응접실로 들어가버렸다. 가뜩이나 치마도 길어서 다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잘 보이지도 않는데 저런 붕붕 뜬 걸음걸이로는, 솔직히 미끄러지는게 더 신빙성 있는 설득력이지. 음.
쓰잘데없는 유카리의 걸음걸이에 대한 고찰과 함께 찬장을 아무리 뒤져봐도 나오는 차라곤 인스턴트 커피 하나. 이런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밖에 없다니, 교장실에 도둑이라도 있는걸까? 그런 혼잣말을 커피와 함께 휘휘 저으며 티스푼을 톡, 살짝 거품을 걷어내고 바닥에 뿌린다. 아, 깔끔해.
아차싶어 바닥을 보면 이미 커핏물 투성이. 내가 치운다는걸 깨달았지만 그것도 잠깐, 어차피 매일같이 청소하는데 상관없겠지.
손님 분, 그리고 교장 분 두 잔의 차를 들고 응접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들어오렴."

대답한 건 묘하게 밝은, 내가 아는 또 다른 선생의 목소리. 뭐야, 둘이 무슨 수다를 떠는거지? 뭐 상관없긴 하지만 묘하게 날 긴장시킨다. 이 톤은 결코 내가 편할 수 없는 톤인데.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열자, 거기엔 내 예상대로의 체육선생이 거만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어머 레이무, 이런 곳에 있었구나?"

아, 진짜 상대하기 싫어. 그런 표정을 최대한 감추며 체육선생에게 차를 건넸다.
받으려는 듯 다가오던 그녀의 손은, 킁 하고 경박한 콧소리와 함께 멈추고 이내 그녀의 손은-

탁!

아이 진짜…….
입에서 험한 말이 나오려는걸 참고 그녀를 보면, 묘하게 카리스마있는 자세로 종이컵을 날려버린 손등은 그녀의 턱을 다시금 받치고 있었다.

"흥, 이런 싸구려밖에 없다니 교장실의 수준도 알만하네."

그렇게 말하곤, 손바닥으로 두 번 박수. 물론 쳐낸 컵에서 튄 커피는 내 머리칼에서 한창 뚝뚝 좋은 싸구려 향을 풍기며 떨어지고 있었다.

"……레이무, 들어가보렴. 아, 내가 마실 차는 두고."

교장은 내게 눈짓으로 등을 떠밀며 곤란해보이는 기색과 함께 손을 내밀었지만 어차피 내 알 바 아니지. 아무래도 오늘 이 학교 교사 하나를 갈아치워야겠는데.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데, 친숙한 친구가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가씨, 말씀하신 우유입니다."

거만하게 턱을 받치고 눈을 반쯤 감고있던 그녀의 눈이 순식간에 확대되어 어린아이처럼 변하고, 이내 손을 뻗었다.

잠깐만, 이 내가 탄 차가 저딴 딸기우유만도 못하단거야?!
새카맣게 물든 소매를 휘두르려던 찰나, 내 행동을 멈춘건-

"많이 드시면 이가 상하니까, 적당히 드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말한 사쿠야는 빨대 하나를 콕! 소리나게 꽂아 레밀리아에게 건넸다.
어이가 없어져 그 광경을 보고만 있는 내게 다가온 사쿠야는 한숨을 쉬며 날 응접실 밖으로 떠밀며 나왔다.

"미안해."

네가 사과할 건 아니잖아.
그런 말을 삼키고 내가 뱉어낸 말은,

"에이, 짜증나. 옷이나 갈아입어야지."

Posted by 나즈키

언제나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익숙한 풍경소리가 내 귀를 울린다.
짤랑, 짤랑.
그런데 오늘따라 그 풍경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건 왜일까?

"너 왜 여기 죽치고 있는거야?"

레이무는 자신의 앞에 서서 자신을 내려다보고있는 코마치에게 물었다.
그녀는 평소의 옷을 입고 있었고, 평소의 낫을 들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뀐 건 없었다.

"글쎄요?"

"어둡네. 오늘의 너는."

조용히 옷을 접으며 레이무가 말했다.
한 벌 한 벌 개어져 얹히는 새하얀 옷이 눈부시도록 깨끗했다.

"그렇지요."

아무것도 바뀐 건 없는데, 레이무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코마치도 그 말에 긍정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안부, 전해주겠니?"

"……."

코마치는 침묵했고, 경내엔 사아사아하고 옷 개는 소리만이 천천히 날아다녔다.
한참의 침묵 끝에 입을 연 코마치의 말은, 제 일은 그게 아니예요 레이무씨. 아시잖아요. 였다.

하얀 옷에, 물방울이 떨어져 옷을 적셨다.
고개를 든 레이무가 코마치에게 말했다.

"……바보같이, 왜 네가 우는거야?"

"스스로 울지 않으시니까요."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코마치의 얼굴엔 눈물이 소리없이 주륵주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마워. 자, 가자."

마지막으로 새하얀 무녀복을 개어 얹은 레이무가 말했다.
경내를 떠나며, 레이무는 말했다.

"저 풍경, 예전에 사나에가 가져다 준 거야.
신사에 누군가가 몇 개 가져왔는데, 하나 쓰지 않겠냐면서."

짤랑짤랑, 다시금 풍경은 제 목소리를 냈다.

"이 토리이, 텐시때문에 다시 세우느라고 힘들었는데……."

토리이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레이무가 말했다.
코마치는 아무 말 없이 그녀의 등 뒤에 서 있었다.

"……참 정든 곳인데……."

레이무의 말이 어딘지 서글펐다. 훌쩍, 훌쩍. 코마치의 울음소리가, 마찬가지로 어딘가 서글펐다.

그리고 그 말을 마지막으로, 두사람은 홀연히 사라졌다.

Posted by 나즈키
플레인요플레 딸기 시리얼

 

 

"딸기 먹고싶어."

레이무의 갑작스런 중얼거림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그러잖아도 30분 전 부터 갑자기 나타나선 지긋이 앉아서 하늘을 마냥 바라보면서 내 부름이니 물음엔 대답도 안 했으면서 갑자기 그런 말을 입에 담는다고 해서 내가 구해올 것 같아?

"딸기 좋죠. 빠알갛고, 한 입 깨물면 입 안에 상큼하게 퍼지면서 향이…. 말 그대로 봄이라는 느낌인걸요."

어쨌든 여기 와서 처음 한 말이기에 난 대답해주기로 했다. 왜냐면, 갑자기 날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하쿠레이의 무녀가 배고플 땐 일단 절대 건드리지 말고, 함부로 도망가지도 말라고 카나코님이 말했었다. 자칫하면 표적이 되어 심한 꼴을 당할 수 도 있다면서.
솔직히 지금 머리를 매만지는 내 손은 심하게 떨리고 있다. 아아, 창피해.

"하지만 정작 딸기는 추울 때 먹게 되는게 일반적이지. 일주일 정도 날이 풀렸을 때 익어서 먹으려고 따 두면 정작 꽃샘추위가 찾아와 버린 뒤에 먹게 되니까."

그래서 더 맛있지만.

"에이 짜증나. 이 여름에 딸기를 어디서 구하란거야."

다짜고짜 자신에게 화를 내는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곤란해졌다. 그녀는 투덜거리며 잘못 쓴 부적을 손으로 북북 찢어 뭉쳐서 아무렇게나 방 한구석에 던져버리고는 손을 툇마루에 내려놓으며 다시금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늘은 맑았다. 나무들은 그 색을 진하게, 마치 보는 눈에게 자신이 나무라고 너무나도 어필하고 싶은 듯 생명력을 온 몸으로 표현하며 서 있었고 빛나는 하늘은 해가 떠 있는 방향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눈이 부실만큼 맑았다. 구름은 아무래도 그 까마귀가 다 가져간걸까. 오늘 취재는 없겠네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부적이었던 종이뭉치를 주워다 태웠다.
이런 걸 함부로 버리다니, 이러니까 환상향이 요괴 천지인거야.

"딸기…. 는 무리지만 수박이나, 참외같은건 있을 것 같은데요."

"딸기가 아니면 안 돼. 먹고싶어진걸. 그치만 여름이잖아. 있을 리 없다구. 아악!!!"

…날더러 어쩌라구요 레이무씨….

진심으로 울고싶어졌지만 참았다. 울면 지는거야, 울면 안돼 사나에, 강해져라 사나에.

 

"안녕 레이무. 역시 여기에 있었구나. 우리가 만날 건 운명이었어."

뭐야 이 바보는. 어디서 나타난거야 대체. 거기다 쓰고 있는건 화려한 천으로 만든 양산 주제에 정작 손잡이는 중간이 꺾여서 망가졌잖아. 이 바보같은 조합은 뭐냐구. 정말 뭐냔말야. 아니 우선 그보다 어디서 나타난거야.

"더워 레밀리아. 들러붙으면 죽여버릴거야. 아니 그냥 햇볕에 말려둘거야."

진심으로 귀찮아서 죽어버릴 것 같은 표정으로 레이무가 심한 말을 했음에도 레밀리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레이무에게 다가가 들러붙으며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우와 진짜 더워서 죽일지도 몰라….

"잔인한 말을 하는구나 레이무. 그렇지만 이걸 보면 생각이 바뀌지 않을까? 사쿠야?"

"사쿠야 부름에 응해 왔습니다. 여기에 원하시는 물건이 있습니다 아가씨."

분명 무표정인데 얼굴에선 진노한 기운이 올라오고 있어. 이거 나만 보이는 거 아니잖아? 왜들 무시하는거야? 이래도 돼? 사쿠야씨 괜찮아요? 다이죠-부? 오겡키데스카-?
내 걱정따위 아무도 신경쓰지 않은 채 사쿠야씨가 고급스런 바구니에 담아서 고급스런 천으로 덮어 둔 물건을 개봉했다. 그 순간 레이무의 얼굴 밝기 증가량은 평생동안 못 잊을 것 같았다.

"어머, 이 계절에 어디서 딸기를 났니, 아니 나셨어요 레밀리아님?"

어머라니. 경어라니. 레이무씨 당신 무녀의 자존심은 어디에 두셨나요. 그녀는 금방이라도 바구니를 나꿔 챌 듯 자세를 고쳐앉았다. 무서워. 역시 굶주린 무녀는 무서워.
그보다 딸기를 어디서 났는진 나도 궁금한데.

"사쿠야가 봄에 따서 창고에 저장해뒀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되겠지 레이무?"

"응, 아니 네 얼마든지 괜찮아요. 그런데 그 옆에 있는 기분나쁘게 하얀 물건이 뭔지 여쭤도 좋을까요?"

완전히 꺾였군. 환상향의 미래는 딸기와 맞바꿔진건가.
그런 내 걱정은 아는지 모르는지 이젠 아주 들러붙다시피 한 레밀리아가 말을 이었다.

"파츄리가 만들어 낸 거야. 떠먹는 요구르트라고, 처음엔 나도 기분나빠서 꺼렸는데 먹어보니까 의외로 괜찮더라구. 그 옆에 있는 자잘한 쿠키들과 함께 먹으면 시큼함을 덜 수 있어. 어때, 먹어볼래 레이무?"

"먹어보고 싶어요."

잠깐만 무녀씨 거기서 그렇게 나오면 이야기가 재미가 없잖아.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건지 레밀리아는 푸훗하고 웃으며 레이무에게 다시 한 번 말했다.

" '제발 먹게 해주세요 레밀리아님' 이라고 해 봐."

우와 이건 힘들겠다. 레이무는 고민하는 듯 한 표정을 짓곤, 눈망울을 굴리며, 손을 꼼지락대다가, 시선을 피하다가, 잠깐 이 반응이 아니잖아 어째서 화를 내는게 아니고 부끄러워 하는건가요 무녀씨!!!!!!!

"제... 제발..."

"제발 뭐?"

우와 옆에서 사쿠야씨 엄청난 기세로 서 있는데 괜찮을까. 그보다 괜히 내가 아파 아프다구 잠깐만 칼등으로 바닥 두드리지마 탁탁탁 소리나게 두드리지 말라구 바닥에 구멍나겠어 아니 이미 몇개 났잖아 뭐지 이 칼자국….

"제발... 먹게 해주세요..."

우와 말해버렸다.
이제 환상향은 끝이야. 모두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들뜬 흡혈귀가 들뜬 모습으로 레이무에게 말했다.

"좋았어, 아주 잘 했어 레이무. 상으로 내가 직접 먹여주도록 할게. 사쿠야, 요구르트를 이 쪽으로 가져와."

이 에로흡혈귀 지금 무슨짓을 하려고 하는거야.
말릴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아아, 레이무 곤란해하고있어… 그치만 그게 묘하게 귀여워….
…나까지 미쳐버린걸까.

"아뇨, 그렇게까지 해 주시지 않으셔도…."

곤란해하며 손을 내젓는 레이무의 팔을 걷어내곤 레밀리아가 다가간다. 그 모습이 마치 삼류 연애시뮬레이션에서나 볼 법 한 '어이쿠 넘어졌는데 그녀의 다리 사이에 내가 엎어져버렸네 그치만 실수니까 괜찮지' 같은 자세여서 보는 내가 다 민망했다. 레이무의 얼굴로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는 레밀리아의 입이….

"야이----------ㄱ!!! 남의집에서 뭣들하는짓이야!!! 썩들 나가지 못해!"

갑작스레 우리 네 사람은 화염에 휩싸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집주인인 모코우가 나타나선 다짜고짜 우리에게 불을 지른거였지만 사실 무단으로 들어와 있었으니 할 말은 없지. 뭐라고 항변도 못한 채 우리 넷은 그대로 쫓겨나버렸다. 항변은 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항변은 하지 않았다.

모코우는 레이무에게 박살 나서 바닥에 죽어있는 상태였지만…. 그다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으니까 괜찮겠지. 나중에 케이네가 슬퍼하겠네….

그보다, 딸기 아깝다…. 먹어보고 싶었는데.
Posted by 나즈키
"흐음…."

내가 노려보고 있는 건 한 구의 시체였다.
처참하게 여기저기 뜯겨져 나간 시체는, 이 생활을 해 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나로서도 보기 괴로운 광경이었다. 옆에선 신참들이 상황을 보러 왔다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이며 뒷쪽 개울로 뛰어가기 바빠서 오히려 주변은 조용했다.

"흐으음…."

내 손에 들려진 카메라가 펑펑 플래시를 터뜨리고 있지만, 그다지 감흥은 오지 않았다. 평소에 찍는 사진의 손맛이 오늘은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이상해. 이 시체는 어딘가가 이상해.

"흐이익…. 아야 님, 이런 걸 보고도 꼼짝도 안 하시네요."

내 옆에 다가와 선 신참의 이름은 모미지. 백발에, 나이는 삼백정도 먹었다고 했던가. 전체적으로 걸치고 있는 복장은 정찰대의 그것이었지만, 머리엔 탐정모자를 얹어 놓은 통에 뭐가뭔지 모를 바보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주제에 진지한 표정 잔뜩 지으면서 턱을 가위 모양으로 만든 손으로 받친 채 있으려니 진지한 상황임에도 웃음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시건방진 녀석, 누가 멋대로 이런 모자 쓰래.

"앗, 가져가시면 안 돼요!"

드러난 머리엔 두 개의 귀가 쫑긋거리며 산발이 된 머리가 하늘높이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이 녀석, 머리 관리 안 해?

"그치만… 갑작스런 사건이었고…."

"그럼 내 머리는 어떻게 설명할건데?"

차분하게, 마치 뺨에 붙겠다는 듯 동그맣게 안으로 들어오는 머리형태는 그렇지만 일정한 거리에서 얼굴에 다가오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그런 내 머리를 보곤 모미지가 투덜거렸다.

"아야님은 언제나 그런 상태잖아요. 혹시 그 머리, 능력이라도 써서 유지하는거 아녜요?
아니면 혹시 플라스틱?"

때릴까.
잠깐 어른스럽지 못한 생각을 한 자신에게 반성. 이내 사건현장으로 시선을 돌린 나는, 모미지가 옆에서 움찔거리는 둥 허둥대는 둥 혼자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것을 무시한 채 사건에의 이상함을 눈치채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시체는 푸른 머리의 소녀. 소년같은 그 얼굴엔 초록의 머리칼이 드리워져 어쩐지 신비함을 주고 있지만, 그 얼굴 바로 밑의 목부분이 뜯겨져나가 있어 이제 시선을 끌기엔 무리라고 판단되고 있었다. 머리 위로 더듬이가 있었던 듯 했지만 한 쪽은 난폭하게 뜯겨져나가 있었고, 팔이며 어깨, 허리, 허벅지 등등 근육과 살점이 뜯겨져 나가 있어 결코 아름답다곤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섬뜩하지.

"그런데 아야님, 이 시체 어딘가 이상하지 않아요?"

"이상하지 않으면 관찰 안 해. 잠깐 모미지, 어디가 이상하다는거야?"

"그야 당연히…."

무언가를 말하려던 그녀 역시 한참을 고민했다. 경악한 시체의 표정이 우리에게 무언가 말 하려는 듯 보이지만 아무것도 읽을 수 없고, 궁금증만 더해 갈 뿐이었다.

"날도 더운데 내가 대체 뭐하는 짓이지..."

나는 이내 훌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차피 이런 건 조사반이나 감정반에서 해결하겠지. 나중에 범인이 누군지 알게 되면 체포하는 것으로 내 일은 종결이다. 더 이상 고민하고 싶지도 않아. 시체가 총을 맞든 칼에 베이든 내 일은 여기에 없다.

"총인가…."

그렇게 난 의문에 감싸인 채 자리를 떠났다. 얼빵한 조수는 내 뒤를 허둥지둥 따라오며, 내가 입에 물고있던 곰방대 모양 초콜릿을 빼앗아선 제 입에 넣었다.












"유유코님, 어디서 또 뭘 드시고 오신겁니까!"

입가며 옷에 피범벅을 하고 들어오는 유유코에 요우무는 기겁해서 얼른 문을 닫았다. 유유코는 방긋방긋 웃으며 요우무에게 대답했다.

"그치만 그게 있지~ 발정난 요괴가 밤중에 싸돌아다니고 있는거야?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자신을 만족시켜 달라길래~ 싫다고, 이러지 말라고 막 뿌리쳤거든? 그런데 자꾸 몸을 들이대는거야.
거기다 조금 귀엽게 생겨서, 나도 모르게 그만."

요우무의 도움을 받으며, 유유코는 옷을 바꿔입었다.
유유코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여튼 그래서, 목을 물어뜯었거든. 이렇게, 콱 하고 물어선 근육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게 찌익- 하고. 그 왜, 근육이 뭉치는 끝부분 있잖아? 거기가 느낌은 최고야. 꾸드드득 하고 조금 근육이 아니라 뼈를 부러뜨리는 느낌이 나서, 명랑하다고 할까? 하여튼 그런데도 날 곤란하게 하면서 몸으로 옭아매서, 입이 닿는대로 뜯어먹어버렸어."

퉷, 하고 뱉어낸 입 안에선 뼈인지 핏줄인지의 파편이 튀어 날아갔다. 요우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걸 닦아내고는 유유코에게 말했다.

"정말 요괴인거죠? 인간을 먹어대면 또 그 무녀가 유유코님을 3주는 굶긴다고 했다구요."

"괜찮아~ 지난번에 먹은 남자아이로 알았는데, 마을 주민들도 꽤나 맛이 비려져서…. 차라리 요괴가 더 맛있는걸. 그리고 인간과 요괴는 맛이 질적으로 달라. 응."

그렇게 말하며 우후후, 입을 가리고 웃는 유유코의 얼굴은 언제나처럼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요우무는 정말 어쩔 수 없다며 피로 더럽혀진 옷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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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사의 집 앞에 있는 사람은 앨리스였다. 그녀는 쪼그려앉아서 무릎을 손가락으로 깨작대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서 풍겨나오는 뭐라고도 할 수 없는 시커무루죽죽한 느낌엔 나도 몸을 움츠리게 되어서 그녀에게 말을 거는것부터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악마랑 마녀랑 괴물들과 사는 날 이렇게 만들 정도라니…. 앨리스 쟤 진짜 마족 아냐 혹시?
아니 그보다도 이러면 곤란한데. 마리사를 잡으려면 안에 들어가야 하는데, 문 앞에서 그녀가 저러고 있으면……. 으응, 말이라도 걸어볼까?

"뭐야 너, 마리사한테 볼일이라도 있는거야?"

내가 뭐라고 말을 걸기도 전에 나를 눈치챈 듯 그녀가 말을 걸어왔지만, 그녀의 시선이 이 쪽으로 향하질 않았다. 정확히는 내 부근 어딘가를 보는 듯 한데, 촛점이 잡히지 않는 시선이었다.
……무서워, 아무리 나라도 이건 무서워….
흔들리는 마음을 추스러야 했다. 어쨌든 침착해지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응, 뭐, 일단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두드려 패려고 왔다곤 말 못 하지만.

"지금 마리사는 없어. 돌아가."

썰렁한 그녀의 한 마디에 난 조금 곤란한 표정이 됐다. 마리사가 없으면 어디로 가면 좋을지 방향을 정한것도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언제나 마리사가 집 안에 있는것도 아니었잖아 그러고보면.
대체 무슨생각으로 여기에 온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리사의 방에 불이 들어왔다. 멋진데. 날 바보로 만들기엔 너무 괜찮은 타이밍이잖아. 조금 고집이 생긴 난, 그녀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안에 들어가봐야겠어.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말이지."

그렇게 말하며 성큼성큼 다가가자, 그녀의 눈빛이 갑자기 살아났다. 노려보는 시선과 함께 내게 주의를 돌린 그녀가 말했다.

"안? 네가?
둘이서, 방 안에서, …뭘 한거야?"

우-와 무서워. 어째서 거기까지 이야기가 흘러가버리는거야. 역시 어두운 이야기라면 이 녀석을 넘을 녀석은 없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역시, 대화를 하느니 차라리 싸우는게 맘 편한 상대야.

"말 못한다는거야…?
정말 용서를 못하겠네.
내 물건에 손을 댄 녀석은, 내 인형으로 만들어버릴거야!"

외침과 함께 그녀의 소맷부리 아래에서. 목 뒤에서, 어깨 너머에서, 치마 안자락에서, 책 뒤에서, 허리춤에서 인형들이 쏟아지듯 뛰어나왔다. 그리고 그 인형은 제멋대로 날뛰듯 내게 날아들었다.
무수한 인형이, 탄막이 날뛰듯 날아들어 나타나고 사라지며 내게 달려든다.
탄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 수많은 탄이 무질서하게 날아드는데도 제 탄끼리 부딪혀 상쇄되는 건 극소수라는게 그녀의 컨셉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아니, 오히려 하나의 질서를 만들며 내게 날아들고 있었다.
그치만 질서있게 날아온다는게 내 눈에 보인다는건 결국,

"읽혔어!"

상대의 수단, 패턴에 맞추어 내 나이프가 공기를 찢으며 부딪힌다. 탄이 폭발하며 연쇄적으로 제거되고, 곳곳의 인형들이 폭발한다. 사실 이 정도라면 인형사는 아무것도 아니지. 나는 그녀가 다른 동작을 취하기 전에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내가 두 스탭 딛으면 그녀는 한 스탭 딛고 방향을 바꾸는 식으로 피해나간다. 샥샥 피해대면서 여기저기에 뿌려둔 인형으로 견제하는게 여간 귀찮…… 아우 정말!!

"한번 해 보자는거야? 『안개 속이라면 난, 살인귀도 될 수 있다구』!!"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수십 수백의 나이프. 방향성을 정하지 않고 날아간 나이프는 그렇지만 한 번 튕겨 그녀를 노리며 날아든다. 그치만 그녀는 피하려는 자세조차 취하지 않고, 그녀의 주변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렇게 쏟아지는 나이프는 인형들과 그 방패에 막혀 무용지물. 하아…….
그치만 사실 내가 걱정하는건 저런 방패막이나, 아까의 조잡한 탄막을 뿌리는 인형이 아니다.
문제가 되는 인형은 이런 프로그램마냥 짜여진 인형이 아닌, 그녀가 직접적으로 조종하는 인형들.

피이이이-

붉은 빔이 내 왼쪽 가슴에서 오른쪽 가슴 근처를 간신히 통과해 멀어져간다. 내가 움직였던 장소에 맞춰보면 노린 곳은 아마 심장 언저리겠지. 인형을 조종하는 시간차 덕에 움직임까지 예측해서 오는데엔 시간이 걸리는 탓이겠지만, 그것도 한 둘 이야기지-

"설마, 이 정도로 놀란 건 아니지?"

나이프를 던지는걸로 모자라 손에 쥐고 탄들을 찢어발기는 내게 그녀가 말했다. 내 대답은 듣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자, 내 귀여운 종자들아. 인형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인형들의 전쟁』을 똑똑히 보여주려무나."

그리곤 십수의 인형들이 각각 칼이며 창, 나이프를 들곤 내게 날아들었다. 그 모습들이 조금 귀여워서 난 나도 모르게 실소했다.

"풉, 나와 장난이라도 할 셈이- 아얏!"

내 웃음을 방해하듯 날아든 조약돌이 발목 근처에 맞아서 욱신거렸다.
…저 녀석, 설마 돌멩이를 던질줄이야….
조그만 조약돌을 바닥에서 궁상맞게 주워선 내게 던지는 모습이 좀 애처로울 정도였다. 그치만 그 돌멩이란것도 꽤나 귀찮을정도로 정확한 탓에, 근접해 들어와선 내 옷에 흠을 내는 인형과 저 멀리서 레이저를 제 멋대로 퓽퓽 쏴대는 인형에, 돌멩이까지 피해가며 그녀를 상대해야 했다. 마치 혼자서 공성전이라도 하는 것 같아져서, 조금 머리를 굴렸다. 이런 이야기,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조금, 시간의 열을 식혀보자. 지금은 너무 순간적으로 흘러가는 정보량이 많잖아?"

-라는 내 말이 닿을 무렵엔 이미 인형들도 그녀도 움직이지 않았다.
자,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탄들에 둘러싸여 한정되어 있는데. 이 상태를-.




별로 울리려는 건 아닌데다가 울만큼 패준것도 아닌데,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째서 제멋대로 싸움건 주제에 지면 내 품에 뛰어들어선 울어제끼는거야. 정말, 울고싶은건 나라구.
그런 울적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앨리스는 제멋대로 술술 불어댔다.

"…훌쩍, …안엔 …들여보내고 싶지 않아 …킁, …그, 그치만… 마리사… 없는걸… 아, 아침에… 만나서 … 얼굴, 훌쩍… 없어져… 그치만… 훌쩍…"

뭔 소리야 이게. 그러니까 아침에 마리사가, 아니 마리사의 얼굴이 사라졌다고? 이녀석, 이미 요괴가 되어버린건가. 질 나쁜 농담을….
난 그런 생각을 접어두곤 앨리스를 가볍게 두드리며 달랬다. 착하지 착하지.
그 두드림에 조금은 진정한건지, 겨우 제대로 된 문장을 만들며 그녀는 말했다.

"흐윽, 훌쩍…. 그러니까, 그… 마리사… 없어져버려서… 찾고 있었는데… 집 안에… 마치,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이 보이는데 안엔 아무도 없고… 정말, 뭐가 뭔지 모르게 되어 버려서… 최악이라고밖엔 생각할 수 없는 생각들이 계속 이어져서… 그, 침울해져서…."

…그렇다고 날 공격한거야…. 하여튼, 한 번 가라앉아버리면 끝을 모른다니까.
뭐 어쨌든, 이쪽도 결국 없어졌다는 이야기네.
어째서 내가 찾는 녀석들은 하나같이 없어져버리는거야. 모코우야 찾은 건 아니지만….
그래, 만나면 짜증나는 녀석을 찾아가보자. 이 녀석도 없어진다면, 이건 내게 뭔가 문제가 생긴거겠지. 귀찮은 녀석은 죄다 없애버릴테다.

그렇게 생각한 내가 떠올린건, 시건방지고 가벼운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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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눈을 뜨니 햇빛에 다시 눈을 감게 되었다. 아아, 눈아파. 그만.
내가 뒤척이는데에 깨어난건지, 케이네는 저쪽에서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아무 말 없이.



"미안하다. 폐를 끼쳤군. 그치만 오해가 있었다."

깨어난건 아침이 아니라 한낮을 지나는 때였다. 밥을 먹고 난 뒤, 차를 마시는 지금에 와서야 겨우 케이네는 입을 열었다. 내가 뭔가 물어보는것도 조금 묘하고, 거기다 어제처럼 갑자기 울어버리면 내 쪽이 곤란한 게 더 크기 때문에 아무 말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방감과도 비슷한 감각이 내 몸을 감쌌다.

"뭐… 괜찮아,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당한 건 없고, 신경쓰고 있는 일 때문에 이미 머리속이 꽉 차서. 하룻밤 내내 못 잔건 좀 그렇지만… 그것도 푹 자버려서 이제 괜찮고. 그보다 몸은 괜찮아?"

"뭐, 그 때엔 몸 하난 튼튼하니까 말이다. 너야말로 어디 다치진 않았나?"

"당연한걸."

난 조금 망설인 뒤, 겨우 본론을 끄집어냈다.

"물어도 돼겠어? 무슨 일인지."

"…."

케이네의 얼굴이 어두워 져 버렸다. 아이 잠깐만….
그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케이네가 얼굴을 들었다.

"별로 대단한 일은 아니다만, 모코우가 아무 말 없이 사라진지 오늘로 3일째라 찾아다니고 있었다."

별로 대단한 일 맞네요 그건.
잠깐, 케이네도?
그렇게 된다면 이건…. 누군가의 소행인건가. 메이린의 장난은 아니라는건가.
그런 짓거리를 할 만한 녀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고 있는데, 케이네의 말이 이어졌다.

"낮까지는 분명 같이였다만, 그 뒤 마을에서 장보고 있으려니 휭하니 사라져버렸다. 하루 종일 찾아다녀도 없기에 내가 너무 장보기에 빠져버려서 삐진건가 싶었다만, 정작 마을 사람들은 봤다고 하고… 그렇게 된 차에 모코우의 장난인가 싶었다. 그래서 찾는걸 포기하다가 어젯밤에 안절부절 못하고 폭발해버린 차에 때마침 만월이었던거지. 이성이 날아가버린 상태에서 모코우와 같은 흰머리의 뒷모습을 봐서 오해가 생겼다. 정말이지 면목이 없군."

겨우 흰머리 하나로 사람을 습격할 정도라니. 거기다 난 단발인데?
의외로 위험한 반수가 여기에 있을줄이야.
그녀의 말을 종하해 본 난 똑같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도 상대를 찾아다녔고, 그렇게 찾아보니 나오는건 목격자 뿐….

"…조금 신경쓰이는데."

"뭐냐? 혹시, 모코우를 본건가?"

아니, 그런건 아냐. 그녀의 격렬한 반응에 나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반응하곤, 푹하고 수그러드는 그녀를 보며 안쓰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질 않는다.

물건은 남아있었지, 내 경우엔.

사라져버려도 목격자는 계속해서 나온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건 누군가의 장난이야. 그것도 아주 질 나쁜 장난.
나도 모코우를 찾아보도록 할게. 그치만…"

케이네는 내 말을 듣고있지 않았다. 그녀도 나름대로 무언가 생각을 하곤, 이내 그걸 부정하듯 머리를 두어번 털고 다시 생각에 잠긴다. 그 모습을 보곤, 난 자리를 뜨는 쪽으로 정했다.

"난 가볼게. 부디 빨리 찾길 바래."

"아? 아아, 미안. 실례를 범했군. 만일 찾게 된다면 알려주도록 했으면 좋겠다. 난 일단 생각해보고 움직이도록 할 테니까."

알았어, 그렇게 말하곤 자리를 떴다.
그렇게 자리를 뜬 뒤에도 나는 계속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이 경우는.
어디지. 메이린은 어디에 있는거지.
누구지, 이런 질 나쁜 장난.

뭔가 참을 수 없게 되어버린 난 숲으로 향했다.
그 망할 꼬맹이라면 아무일도 없다는 듯 놀고 있겠지. 두드려 패서 굴려버린 다음에, 닥치고 메이린을 찾는걸 도우라고 하면 좋아라고 뛰어나올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조금은 속이 풀렸다.
그치만, 내가 다다른 곳엔 의외의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다.
아 정말. 어째서 이 녀석이 여기 있는거야.
어떻게 보면 당연하긴 하지만.
Posted by 나즈키

"무어어어쿠어어어----!!!!"

뭣, 이라며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몸을 돌리자, 시커먼 괴물이 엄청난 속도로 내게 달려들고 있었다. 어찌저찌 막아낸 그건 긴 연녹의 머리와, 두 개의 뿔. 너댓걸음 떨어진 위치까지 튕기듯 뒤로 날아가며 자세를 고친 상대는, 녹색의 스커트를 걸치곤 그 눈을 붉게 빛내며 서 있는 케이네였다.

"무, 무슨일이야 케이 - 네?"

내 말은 듣지도 않는 듯 그녀는 또 다시 내게로 날아왔다. 마치 날 껴안을듯한 모습은, 조금 과장해서 날 덮쳐죽이려는 것 처럼 보여서 반사적으로 대응하게 되어버렸다.

"■■■■■■■----!!"

날 안는데에 실패한 그녀가 뒤로 크게 물러서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울려퍼지는 짐승과도 같은 그것은, 마치 울음처럼 먹먹한 메임이 있었다.
기괴하게 울려퍼치는 소리는, 그치만 왜인지 엄청나게 서글퍼져서 곤란할 정도로 날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보다 케이네, 이런 성격이었던가? 아니, 난 어째서 습격당한거야?
그런 질문을 날려버리는 듯 그녀는 다시금 내게 덤벼들었다.

"■■■■■--!!"

무거워. 그녀의 외침이 무겁게 날 짓누른다. 그녀의 주먹을 받아낸 내 팔이 무겁다고 말하고 있다. 한 번 한 번 받아내는 것 만으로도, 이미 나이프가 내 손 안에서 진동할정도로 아파온다.
그치만 이런 공격이라면… 그래.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이미 이런 미쳐버린 상대를 상대하는건 익숙해 져 있으니까. 그치만, 그녀의 외침이 너무나도 무겁다. 슬프다. 나까지 우울해져서, 나이프까지 울며 내 손에서 떨어지려 한다.

시간을 멈춰, 여기저기에 나이프를 설치해선, 그대로 진행형으로 바꾼다. 마치 스스로 나이프를 따라가 긁히는 것 같은 모습으로, 그녀는 조금씩 체력을 깎아내려간다.
그치만 그녀를 상처입히는 내 마음도 결코 편하진 않아서, 어떻게든 빨리 끝내는 것이 답이라고 결론짓고는 시야 가득히 나이프를 뿌렸다.




"그아... 아아..."

달이 그 모습을 산속으로 감출 무렵이 되어서야 케이네는 쓰러져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불이 사그라들듯 몸이 되돌아온 그녀는 한참이나 축 쳐져 있었다.

"저기… 케이네?"

내 인기척에 고개를 든 그녀는 날 보며,

"흑, 흐윽... 크으, 흐으윽..." 

울기 시작했다. 아니 잠깐 내가 뭘 어쨌다고 나쁜 짓 한적 없어 시비건건 네 쪽이잖아!!
그런 질문은 일단 뒤로 미루자. 어쨌든 진정시키고 이야기를 듣고싶은게 내 솔직한 심정이니까.
그녀를 다독이려 다가가자, 그대로 내게 안겨들었다. 아니, 뭔가 가면 갈수록 더하는 것 같은 느낌인데. 도대체 뭐지 이건? 날 데리고 놀겠다는게 메이린 뿐이 아닌건가 여긴? 해보자는거야 정말?

"미안하다…, 미안하다 이자요이… 그치만 잠시만, 흐큭,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나…."

"잠깐만 케이네. 대체 무슨 일이야?
부디 좀 천천히 설명 해 주지 않을래?"

내 말에 그녀는 품 속에서 고개를 살짝 들곤, 눈물투성이 얼굴로 말했다.

"미안... 그치만, 킁, 그, 훌쩍, 눈물, 이, 멈추질, 훌쩍, 않아서,"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 말하며 난 그 등을 쓰다듬으며 두드려주었다.

"착하지 착하지... 괜찮으니까 진정해. 사정은 그 뒤에 들을게."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니, 난 대체 뭘 하고 있는거지.
궁금증은 이미 내 뇌를 폭발시킬 것 같아서 머리속이 왱왱 울렸지만, 어쨌든 진정시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 들을 것 같다.



그치만 아무리 나라도 하루 밤을 꼬박 새버렸고, 메이린이든 뭐든 찾는데에 하루종일 체력을 탈탈 털어 쓴 뒤에 한 스펠카드전 같지도 않은 괴물사냥까지 한 데다가 내 치맛자락을 잡고 엉엉 울어대는 그녀를 진정시키다가 그녀가 잠든 모습까지 봐주곤 아무것도 듣지 않고 움직이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손해였기 때문에 그대로 케이네의 집에 쓰러지듯 잠들었다.
정말 이런 장난 친 녀석 누군지 잡혀봐. 작은아씨의 방에 던져넣어줄테니까.

"미안하게 됐군. 같잖은 꼴을 보였다. 그치만 오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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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까지 사람을 가지고 놀 생각이야!?"

인형을 보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난 이내 이것이 메이린의 장난임을 깨달았다. 그도 그럴게 빵 한 구석엔 마치 물린 듯 침자국이 남아있었고, 인형은 인형대로 마치 내게 그 쪽지를 주는 것 같은 자세로 양 손을 내밀고 있었으니까. 정말, 보자보자하니까 사람을 보자기로 아나.



"그래서, 그런 이유로 날더러 외출을 허가해 달라는거야?"

"그렇습니다. 메이린이 정신을 차릴 때 까지만 외출하겠습니다. 부디 허가를."

"네가 사적인 이유로 외출을 청한건 이번이 세번째인가…. 뭐 좋아, 나도 적당히 신사에 가 있으면 되겠지. 최근엔 차를 타 주는 메이드에게 신경쓰느라 피곤하기도 하고."

응?
이건 듣고 넘기기 힘든 이야기인데.

"네?"

"아냐, 가 봐. 이 이상 캐물으면 외출은 허가하지 않겠어."

뭔가 찜찜한데. 어딘가 불편한 듯 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더러 나가라는건 뭔가 죄책감이라도 지우고 싶은건가?
그치만 그 이상의 질문은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아가씨에, 난 방을 나섰다.



"신경쓴다… 라니, 우리 아가씨가? 설마. 누군가가 귀띔이라도 해서 장난치는거겠지."

방문을 나선 난 아가씨가 들리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또각, 또각, 내 발소리가 복도에 음험하게 울려퍼졌지만,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그게 문제가 아냐…. 잠깐, 장난?

"설마, 저번의 그…."

아무리 계단을 오르고 올라도 신사에 갈 수 없었던 때를 기억해내곤, 난 세 요정이 결국 레이무에게 박터지게 맞았던 일을 이어서 기억해 낼 수 있었다. 혹시 이 녀석들, 여기에 나타난건가.

정말 사람을 가지고 왜들 장난질이지.
하여튼 잡힌 쪽은 제대로 고문이야.

내 몸은 멋대로 요괴의 산 변두리를 지나, 사람이 헤매인다는 대나무밭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때, 조용한 방 안.

"이걸로 괜찮을까요? 이래도 되는걸까...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스런 목소리는 방 안에 울려퍼진다. 상대를 향한 그 말은 높임말인지 아닌지 알기 어려운 것이,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었다. 실제로 그녀의 손은 잠시도 쉬지 않고 탁자를 두드리고 있어서 굉장히 초조해 보였다.
그에 반해 상대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렇지만 까딱까딱 방정맞게 움직이며 대답했다.

"괜찮아. 중요한 물건때문에 당황하고 있다는 건, 그만큼 무언가를 놓치게 된다는 이야기인걸?
눈치채지 못할거야. 거기다 이건 이것대로 모처럼이잖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어."

그녀의 말에, 조용히 듣고있던 상대는 조그맣게 한숨지었다. 정말, 큰일이라는 듯 한 표정으로.

"최근 당신을 보고있으면 그런 이야기가 떠올라서….
삼류악당 우두머리."

"어머, 칭찬이라니 오랜만이네. 우두머리라면 그걸로 됐어."

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슬쩍 웃고있는것도 같았다.
시선이 닿은 창 밖은, 슬슬 어두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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